루이즈 페레
NPC
“당신에게 있어, 살아간다는 것은.”
최 명 선
Louise Ferre
그녀는 자신을 루이즈 박사라고 칭한다. 그리고 타인에게도 자신을 루이즈 박사라고 부르기를 종용한다. 박사, 라기엔 분명 앳된 얼굴임에도 그녀는 전혀 그 사실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자신을 향한 화살이라면 무엇이든 꺾어버린다. 쉘터의 주인으로서 합당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냉랭. 그녀를 함축할 수 있는 단어. 타인을 바라보는 눈에도 일견 온기 한 톨 내비치지 않는다. 웃을 때면 그녀의 입은 냉소를 띤다. 때로 그 입술은 모든 것을 달관한 것만도 같이 차가운 말마디를 늘어놓는다. 인간은 재앙을 견뎌내기엔 너무나 연약한 몸을 가졌죠. 한탄이나 책망보다는 한없이 객관적인 규명에 가까운 조. 하지만 그럼에도 악착같이 견뎌낼 수 있는 게 인간이니까. 살아가보세요.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그녀는 우리를 응시한다. 그 홍채는 일종의 현미경이다. 동일한 인간으로서 존중하여 따스하게 바라본다기보다, 마치 저에게서 갈라진 피조물을 관찰하는 듯한 태다.
그녀의 기원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이는 커녕, 그녀와 깊은 연고 있는 이도 하나 없다. 나이 불명. 가족관계 불명. 그저 제일 먼저 이 쉘터에 불빛을 가져다 둔 안식처의 주인. 자명한 사실이라고는 그것 하나 뿐이나 애초에 이리 거대한 규모의 방공호를 그녀 혼자서 어떻게 만들 수가 있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가 필시 어느 비범한 능력을 가졌음은 방공호 내의 모두가 알 수 있다. 당장 데모니카의 창조주도 루이즈, 그녀이다. 쉘터 내의 모든 과학시설 또한 그녀의 지도 아래 관리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그녀는 제 지식을 이용해 모두에게 생존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녀만 해도 인간일 테니까. 인간이 인간을 도우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므로.
목적. 관계. 이상향. 그녀에게 있어 그런 것들은 모두 무용하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쉘터를 가동하며, 데모니카를 점검하고, 처음 그녀를 마주하는 이를 한참 바라보다 여상하게 물어볼 뿐. 당신에겐 뭐죠? 살아간다는 것은요. 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마치 그녀의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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