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페스] 형아가 와따!
호형제 연령 반전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권순영. 올해부터 한국에서 지내게 된 5살 사촌동생 홍지수의 어린이집 하원 임무를 받음. 이게 어떻게 된 연유인가 하면...
지수는 부모님 일 때문에 2살때부터 외국 나가서 살았음. 작년 12월에 돌아와서 순영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에 들어갓다니고 있음. 돌아오고 나서 지수 부모님이 여러가지 일로 바쁘셔서 순영이내에 자주 갔음. 어린이집 다니면서도 하원하면 순영이 집에서 저녁까지 있다가 집 돌아감.
지수 하원은 재택 근무하는 순영이 부모님 담당이었는데 딱 하루 외출해야하는 일이 생김. 집에 사는 사람 중에 시간 비는 사람은 초등학생 순영이밖에 없음. 부모님은 일 나가야하고 순영이 누나는 학원 다님. 결국 저녁밥 먹고 나서 순영이 불러다 미션을 줌. 동생 마중나가기. 어린이집 위치는 다녔던 곳이기도 하고 부모님이랑 같이 지수 데리러간 적도 있어서 잘 알고 있음. 모르는 건 선생님 호출 방법뿐임.
어린이집 문 앞에 있는 호출벨 누르고 몇 초 있으면 삐- 소리가 남. 그때 @@반 누구 데리러 왔어요, 하면 선생님이 데리고 나오면서 문이 열림.
이 방법을 아주 꼼꼼히 설명해주고 아침에 다시 알려주기까지 함. 부모님의 열렬한 설명이 펼쳐지던 그 시각... 권순영은 설렘 탓에 설명을 반쯤 흘리고 있음. 동생 마중 나오는 거 이거 누나랑 형만 하는 일이잖아. 자기 누나가 마중나오는 모습이나 친구가 동생 마중나가는 모습 보면서 되게 부러웠거든. 순영이 동생 챙기는 누나/형의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음. 근데 이제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형아야! 멋진 형아!! <이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움. 지수랑 놀 때 항상 형아로써 열심히 동생을 챙기긴 했지만 그건 부모님들이 옆에 있었고. 이건 나 혼자 하는 일이니까.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음.
그리고 다음날 지수의 하원 시간이 됐음. 당찬 발걸음으로 어린이집 앞에 도착한 순영. 여기까지는 좋았음. 문제는 호출에서 생김. 어젯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들었던 순영은 방법을 홀랑 까먹음. 아침에 다시 말해준 거? 졸린데 귀에 들어올리가 있나. 이대로는 임무를 수행할 수 없어서 머리를 핑핑 굴림. 부모님이랑 같이 왔을 때 어떻게 했더라. 한참 고민하다가 삐- 소리가 나면 사슴반 홍지수 어린이 데리러 왔어요~ 하던 목소리를 기억해냄. 근데 삐 소리를 내는 방법을 모름. 어린이집에 와서 예쁜 하늘 구경하고 꽃 핀 나무 구경하고 있으면 옆에서 삐- 소리가 들렸고 문 쳐다보고 있으면 반투명한 문 너머로 지수가 보였는걸.
삐- 소리 나는 물건 찾다가 드디어 옆에 호출벨을 발견함. 쪼금 높긴 하지만 옆어 작은 의자가 놓여 있어서 밟고 올라가면 충분히 누를 수 있음. 여기서 또 문제가 생김. 호출벨은 해당 반의 번호를 눌러야 작동함. 초인종처럼 버튼이 하나 있는 걸 상상한 권순영군은 당황했음. 번호 당연히 알려줬지만 한 귀로 흘린 순영이는 기억을 못 해요.
어떡하지. 지수 불러야 하는데. 문 앞에 대고 선생님 불러볼까. 아무도 안 나오면 어떡하지. 그리구 밖에서 소리 막 지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애기들 안에서 잔다구 했는데. 그치만 지수 데리고 가야 하는데. 힝...
그때 시무룩해진 권순영의 옆에 구세주가 등장함. 바로 다른 반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님 한 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애 하나가 잔뜩 시무룩한 표정으로 의자 위에 쪼그려 앉아 있는데 말을 안 걸 수가 있나.
"안녕? 누구 기다리고 있니?"
"안녕하세요! 저는 세봉초 2학년 권순영이구요 동생 데리러 왔어요! 근데 선생님을 못 불러요..."
예의바른 권순영 어린이는 일어나서 꾸벅 배꼽 인사를 합니다. 밝게 인사하다 다시 시무룩해지긴 했지만 암튼. 상황 파악을 완료한 어른은 도움을 줄 수 있지요.
"그랬구나~ 나는 토끼반 친구 부모님이야. 친구 데리러 왔다고 하면 토끼반 선생님이 내려오실 거야. 그때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동생을 불러주시지 않을까?"
"지수는 토끼반 아니구 사슴반인데... 토끼반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지수 나와요?"
"그럼.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나오지."
"우와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그렇게 능숙한 어른의 스킬(?)로 호출에 성공함. 내려오신 토끼반 선생님이 친구 배웅하고 나면 슬그머니 다가가서 말을 꺼냄.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사슴반 형지수 형아 세봉초 권순영이에요. 지수 데리러 왔어요."
"동생 데리러 왔구나? 멋진 형아네.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면 선생님이 사슴반 가서 지수 불러줄게."
"네! 감사합니다!"
임무의 반 정도를 무사히 해낸 권순영군은 언제 시무룩 했었냐는 듯이 금방 기분이 좋아짐. 선생님이 말하신대로 조금만 기다리니 사슴반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지수가 나왔음.
"지수야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드디어 동생과 만나 기쁜 와중에도 인사는 잊지 않는 예의 바른 초등학생. 둘이 손 꼭 잡고 무사히 집에 돌아갔다고 합니다.
+)
23.11.13
요거 너무 사촌동생 지수 데리러온 초등학생 순영이 같아 태권도 가는 날이라 요렇게 입고 와서 자기 태권도 배운다고 완전 강하다고 말해줄 것 같음... 지수 혼자 집에 두고 태권도장 갈 수는 없으니까 같이 가서 지수는 구경하고 순영이는 태권도 배우고... 동생 본다고 더 열심히 하는 순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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