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페스

[논페스] 깜짝 생일 파티

이형제

학교 다녀오면 학교 이야기로 종알종알 말 많은 둘째 요즘 말 없길래 걱정했는데 학교에서 있던 일 대부분이 첫째형 생일 서프라이즈 계획 짜느라 말할 수 없어서 그런 거. 첫째형은 그런 줄 모르니까 계속 걱정함. 둘째는 형한테 깜짝 선물 해줄 생각으로 신나서 형이 걱정하는 것도 모름.

첫째는 애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도 걱정되는데 둘째는 선물 고른다고 싱글벙글임. 형이 좋아하겠지 <- 이 생각으로 가득 차있음. 그 형은 곧 생일인 것도 까먹고 동생 걱정으로 마음이 심란한데...

한편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는 막내. 첫째 형 표정이 너무 안 좋아보여서 말해줘야 하나 싶다가도 둘째 형의 서프라이즈를 망치는 일은 할 수 없음. 막둥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실에서 둘째 오기를 기다리는 첫째 옆에 앉아있기. 그리고 학교 이야기 대신 해주기. 첫째 고1이고 둘째가 중3 막둥이 중1이거든. 둘째 막둥은 같은 학교니까.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요즘 뭐 하는 것 같더라~ 정도는 전해줄 수 있음. 덕분에 표정이 조금씩 풀려가는 첫째.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잘 지낸다니 그냥 사춘기가 올 때라고 생각하기로 함. 하지만 심란한 건 어쩔 수 없음. 솔직히 그렇잖아요. 애가 사춘기가 왔다고 가족을 멀리하다니...

아무튼 시간은 흐르고 흘러 첫째의 생일날이 되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22일 00시 되자마자 방에 들어가서 생일 축하한다고 외치고 싶지만 오후에 있을 서프라이즈를 위해 꾹 참는 동생들.

오늘도 똑같이 거실에서 늦게 들어오는 둘째를 기다리는 첫째와 막내. 둘째는 학교에 숨겨둔 선물 챙기고 주문제작 케이크 픽업해서 집으로 가는 중.

집 도착 5분 전에 막내한테 톡 보내는 둘째. 첫째랑 대화하던 막둥 톡 확인하고 잠깐 확인할 게 생겼다면서 방으로 들어감. 형한테 씌우려고 준비해둔 꼬깔이 잘 있나 확인하고 가지고 나갈 준비해야 함.

그 사이에 둘째는 집 앞에 도착해서 벨 누름. 평소에는 비번을 치고 들어오지만 오늘은 한 손에는 케이크 한 손에는 선물이 있구요 막둥이 나올 타이밍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벨 누름.

근데 첫째 벨소리 못 들었음. 막둥이 누구 온 거 아니냐고 말하고 나서야 문 확인하려고 일어남. 둘째인 거 확인하고 문을 열면 새하얀 케이크가 들어옵니다. 뒤에서 막둥이 다가와 꼬깔을 씌워주고요. 온 세상에 다 들릴 것만 같은 목소리로 소리치는 동생들이 보이네요.

- 형 생일 축하해!!!

어리둥절한 첫째 이끌고 거실로 들어가는 동생들. 소파 가운데에 앉혀두고 초에 불 붙임.

- 촛농 떨어지기전에 소원 빌고 촛불 불어 형

- 아니 너희들 이게

- 설명해줄게 녹는다 빨리~!

눈 감고 소원 빈 다음에 후, 하고 바람 부는 첫째. 동생들은 와아아~ 신나하며 박수침. 바로 선물 증정식 들어감.

- 여기 선물!

- 이거 석민이형이 저번주부터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거야

- 너 그럼 그동안 늦게 들어온 게...

- 형 생일 준비하느라...ㅎㅎ

- 너 내가...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너

- 알지이~ 형 생일 특별하게 챙겨주고 싶어서 그랬지

- 석민이 형 엄청 고민하면서 준비했어 케이크도 일부러 주문 제작 넣었구

- 선물 풀어봐봐 나랑 찬이가 열심히 준비했어

- ... 그래 알았다 걱정했으니까 다음부터는 말하고 해

- 그럼 서프라이즈가 아니잖아

- 모른척 해줄게

- 뭐어?

한바탕 웃고 선물 풀어보는 첫째. 둘째가 준비한 선물은 길지 않고 도톰한 목도리라네요. 노래 잘 부르고 좋아하는 우리 형 목 상하지 말라고 준비한 선물.

받았으면 착용도 해봐야지. 얇은 실내복에 목도리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사진 찍고 벗을 거니까. 첫째 독사진과 단체 셀카 여러장 찍고 벗어서 바로 방에 가져다 둠.

그리고 탁자에 둘러 앉아서 케이크 노나먹었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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