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페스] 수호령
2. 만남의 이유
1) 윤앤부 + 천사틴
앞에서 말했듯 윤과 부는 진짜 사촌 관계가 아님. 윤의 부모님도 가짜. 윤과 함께 파견나온 천사가 변한 모습이었음. 윤의 나이도 가짜. 부와 함께 살기 전부터 윤은 부를 지켜보고 있었음. 부가 자신의 생을 마치기 전까지 그럴 예정이었음. 부의 부모님이 사고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는.
앞에서 말했던 난리난 사례가 바로 부임. 부의 수명은 한참 남아있는데 윤의 선배 실수로 사망 명부에 들어감. 천사가 확인하는 단계에서 발견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악마한테까지 넘어감. 잘못 넘어간 거 알고 재빠르게 말렸기에 망정이지 애꿏은 어린 아이를 죽일 뻔 했음. 부는 말 그대로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거임.
부 부모님과 주변인은 신이 도왔다, 다행이다, 하면서 기뻐하는데 천사쪽은 난리남. 악마는 명부 받으면 그대로 회수만 하는 역할이라 이 일에 책임이 없는데 천사쪽은 직접 작성하는 역할이잖아. 생사를 다루는 일은 정확하게 흘러가야 하는데 거기서 실수가 발생한 거. 당연히 윤 선배는 천사직 박탈 당하고 벌 받았지. 그 뒤로 규정 더 깐깐하게 잡고 서로 확인해. 천계쪽 잘못이니 부에 대한 조치 취하는 쪽도 천사들이야.
죽다 살아난 기적같은 일에 대한 이야기가 꽤 있잖아. 그거는 수명이 남아서 살아나는 거야. 악마에게 전달되는 명부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는단 말이야. 근데 부는 올라갔잖아. 처음 있는 일이라 천사가 붙어서 지켜보기로 했어. 윤 사수였던 직속 선배라 윤 혼자 나갈 뻔 했는데 지켜보면서 보고도 하고 일도(천계는인력부족) 하다보면 또 사고날 것 같아서 천사 더 붙이기로 함. 그게 윤 홍 훈 석 (부 빠진 보컬팀 넷). 홍은 동기고 훈이랑 석은 윤이랑 홍 후배임.
윤이 부 하루종일 따라다니면서 지켜보면 나머지 셋이 돌아가면서 윤이 해야할 일 전달해줌. 밤에는 집에만 있으니까 그때 몰아서 함. 맘같아선 낮에 일 다 끝내고 밤에는 쉬고 싶은데 낮에는 바빠. 부 지키느라고.
생과 사의 경계에 발을 들였던 영혼이라 그런지 자꾸 뭐가 꼬여. 요괴라던가 한이 남아서 떠돌아다니는 영혼들이. 이런 영혼은 또 힘이 있어서 악마가 강제로 잡아가지 못하기도 하거든. 발견하면 우르르 몰려와서 끌고 가지만 꽁꽁 숨어있어서 못 잡아간 경우도 많아. 이런 놈들이 계속 꼬이니까 넘어지는 건 예삿일이고 큰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어. 그때마다 윤이 막아줬기에 망정이지. 윤이 없었으면 부는 또 죽다 살아났을 거야.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에 부의 부모님 이름이 적혀있는 명부가 내려왔어.
생명은 모두에게 일정히 주어지는 양이 있어. 살아감에 따라 소모되고 완전히 사라지면 죽음이 찾아오는 방식.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소모되는 속도가 달라지는데 부에게 꼬여드는 놈들이 부의 부모님게 영향을 줘버린 거야. 부는 천사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상태라 생명이 급격히 소모되진 않았는데 부의 부모님은 아니잖아. 부가 죽다 살아난 이후로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명을 소모하게 되었고 결국 명부가 내려온 거야. 천사들의 불찰이었지. 부만 보호하면 괜찮을 줄 알았어.
막기에는 늦었어. 명이 다한 것이기 때문에 명부에서 지우지도 못해. 결국 부는 한순간에 부모님을 잃었지. 부는 어리기 때문에 보호자가 필요한데 부의 영혼이 불안정한 이상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될거야. 보호자가 계속 다치고 바뀌는 경험은 부에게도 부의 친인척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야. 하지만 보호자는 필요하지. 윤, 홍, 훈, 석은 회의 끝에 부의 사촌으로 위장해 보호자를 자처하기로 했어.
윤이 학교에 함께 다니며 부 주변에 꼬이는 놈들을 잡아 악마에게 넘기고 나머지 셋은 각각 윤의 부모 역할과 천계에 올릴 문서 준비했어. 살 집도 마련해야 하고 위장 서류도 만들고 기억도 살짝 건드려서 원래 있던 사촌인 것마냥 만들어야 하거든. 대충 부 가족과 먼 곳에 살다가 최근에 올라온 것처럼 만들어서 기억 심어두고 부를 데려왔어. 넷은 열심히 부를 보듬어줬고 다행이 부도 잘 적응해줬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부는 무사히 고등학생이 되었어.
2) 최형제 + 악마틴
철은 인간이면서 악마인 반인반신(?) 상태. 이게 가능한 이유가 맨 위에 최고 결정권자인 신이 허가해줘서 그럼.
철과 솔은 전생에도 형제었음. 근데 솔은 신이 점지해서 태어난 아이가 아님. 철의 부모가 인위적인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임. 때문에 생명이 주어지지 않았고 명부에 적힐 수도 없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 하지만 철은 그걸 몰랐음. 인간이었으니 그런 신의 규칙을 몰랐고 부모님이 그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몰랐음. 그저 동생이 생겨 기쁘기만 했음. 솔은 조금 무뚝뚝한 반응을 자주 보였으나 철은 개의치 않고 솔에게 애정을 주었음. 이때의 나이차가 10. 철과 솔이 만난 건 철이 14살 솔이 4살.
그리고 철의 부모님이 생을 마친 건 철이 성인이 되던 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임. 인간이 한 생명을 만들어 내는 일을 했으니 생명이 닳는 속도가 느릴 수가 없음. 철은 부모님이 돌아가고 나서 더욱 어린 솔을 챙김. 솔은 불완전한 탓인지 잔병치레가 꽤 있었음. 부모님이 있을 때는 원인을 아니까 어느정도 예방은 가능했는데 이제는 불가능함. 철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솔이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는 것 뿐. 연구원이었던 부모님의 유산은 생계를 이어나가기에 충분했지만 언젠가 바닥을 보일게 뻔했음.
그래서 철은 대학을 포기하고 여러 알바를 하러 다님. 이와중에도 솔과 함께 있는 시간은 꼭 만들어 냈음. 하지만 병웜을 계속 다녔음에도 솔의 상태는 악화되었음. 더이상 잔병치레 수준이 아님. 솔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몸인데 더이상 해줄 사람이 없으니 나빠지기만 하는 거임. 결국 솔은 20살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침. 철은 삶의 의미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 철은 폐인처럼 지내다 얼마 안가 생을 마감했음.
그렇게 올라간 천계에서 갑자기 최고신 앞으로 끌려감. 신은 솔에 대해 철에게 알려줬음. 부모는 욕심 때문에 연구를 하다 솔을 탄생시킨 거고 원래는 존재할 수 없었다 뭐 이런거. 부모님들은 인간이 탐하면 안되는 영역에까지 손을 뻗었으면서 반성도 없어서 벌을 받고 있대. 듣자하니 솔에 대한 애정도 없었다나봐. 근데 철은 솔에게 깊은 애정을 줬잖아. 또 가만보니 솔이 없었으면 더 오래 살다 왔을 사람이야.
최고신에게 솔은 안타까운 존재거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 세계에 태어났으면 신의 도움이 한번쯤은 전해지기 마련있데 솔은 그렇게 할 수가 없어. 이렇게 태어났으니 홀로 버텨야 해. 근데 옆에서 도와준 존재가 철이야. 이런 철이 일찍 와버렸으니 신은 뭐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철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말하지.
철은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과 함께 솔을 환생시켜달라로 말해. 이번에는 진짜 생명을 가진 존재로, 오래 살 수 있도록. 신은 곤란한 표정을 지어. 환생을 시키려면 전생의 업을 봐야 하는데 솔은 그게 없어. 업이 작으면 천사나 악마로 일정 기간을 일하며 업을 채우고 환생하는데 솔은 그릇이 되어줄 것도 없어서 힘들어. 보통 인간이 환생할 때 필요한 업의 배를 넣어주면 환생할 수 있는데, 그 업을 넣어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지. 자기 환생을 포기하다시피 해야 가능하니까. 근데 철이 하겠다네. 할테니 꼭 솔을 환생시켜달래.
철은 업을 쌓기 위해 악착같이 일했음. 몇백 년을 일해서 드디어 환생할 수 있게 되었음. 환생하기 전에 신은 철을 불러서 한가지 조건을 말함. 전생을 기억하게 해줄테니 환생하고 나서도 악마로 일해달라는 조건. 앞에서도 말했지만 천계는 인력 부족... 일 잘하는 철은 놓칠 수 없는 인재였음. 환생 안 하고 일을 계속하라고 말 하기엔 이미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버렸기 때문에 긴 고민 끝에 꺼낸 이야기었음. 전생을 기억한다는 건 철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기 때문에 바로 오케이 함. 이게 철이 인간이면서 악마이기도 한 이유임.
회수에는 많은 힘이 들어서 보통 2인 1조로 팀을 짜서 돌아다님. 철은 특이한 경우라 3인 1조. 팀원은 원과 규. 먼 거리를 하루만에 왕복해야 하는 일이 잦아서 인간 철은 매우 자주 고통을 호소하곤 함.
3) 인외삼찬
찬의 부모님 중 한 분은 무당이셨음. 아니 무당이 될 운명이었음. 근데 신 받기를 거절하고 계속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길 바랬음. 붙어있는 신(문,순,명 아님)은 무당이 되라고 압박을 주는데 참고 살아감.
그러다 결혼을 하고 찬이 태어났음. 이것도 유전인 건지 찬은 강한 신기를 타고 태어났음. 그런 찬의 신기의 끌려온 신령이 문,순,명 셋임. 강한 신기를 가진 인간은 자신이 차지하려고 신들끼리 경쟁을 하기도 함. 근데 셋은 원래도 함께 붙어 지내던 사이이기도 하고 신기가 셋이 붙어도 넉넉할 양이라 그냥 손 잡고 신기 졸졸 따라갔음. 그걸 모르던 부모님은 자신에게 붙어있는 신이 찬에게로 내려갈까봐 걱정하고 있었음. 여차하면 신을 받아서라도 찬에게 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함.
그시각 찬이 있는 곳에 도착한 셋은 당황했음. 최소 초등학교는 입학했을 나이라고 예상하고 왔는데 갓 태어난 아기라니. 대충 살펴보니 부모쪽에서 내려온 것 같은데... 저쪽은 아직 안 받았네...? 그럼 애가 위험할 수도 있겠다, 로 생각이 이어짐. 신 잘못 만나면 신병 때문에 고생하는데 저기 부모한테 붙은 신은 인내심이 없어 보이거든. 어리든 말든 상관 없고 찬을 고생하게 만들게 뻔해. 작은 충격에도 다치기 쉬운게 아이인데 말이야. 그래서 셋이 보호하기로 했음. 차피 할 것도 없어서 지루해하던 때이기도 하고 애도 귀엽고. 애가 우리 셋을 받아줄지 말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함.
부모한테 붙어있던 신은 예상했던 대로 찬한테 내려오려고 함. 물론 바로 막히고 부모님한테 돌아갔음. 그 신은 원래 자기 하던대로 부모님한테 압박 계속 줌. 찬은 백지 상태여서 셋이 선점하고 막는게 가능한데 저쪽은 이미 저 신한테 물들고 있는 상태라 문 순 명이 못 막아줘. 찬이 살아가는 일에 부모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음. 저쪽 신이 지쳐서 눈 돌린 사이에 피로 좀 풀어주려고 힘 살짝 써주면 금새 눈치채고 자기 기운으로 밀어내. 이러다 또 일이 터지지.
수명은 살아가는 것에 따라 소모된다고 했잖아. 찬 부모님은 지속적인 압박 때문에 소모 속도가 빠른 편이었어. 두 분 모두. 신병이 당사자 말고 주변 사람에게 오는 경우도 있거든. 그게 찬 부모님이였던 거고. 셋이 아니었으면 찬에게도 왔을 거야. 아무튼 부모님 수명은 빠르게 닳아서 찬이 태어나고 1년이 넘어갈 즈음에 떠났어. 찬은 혼자 남았지. 맡아줄 친인척이 없었거든... 부모님은 집안과 연을 끊은지 오래었어. 대대로 신을 모셔오던 집안은 부모님에게 신을 받을 것을 요구했고 부모님은 거부하며 집을 나왔어. 어린 찬은 고아원에 들어간다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지.
문 순 명은 여기서 하나의 선택을 해야해. 지금처럼 찬을 지켜만 볼지, 옆에서 도울지. 지금은 셋을 받아들인 상태가 아니라 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게 얼마 없어. 신기에 꼬여든 신이나 잡귀들 쳐내는 것 말고는 찬이 무슨 일을 겪어도 힘들어해도 지켜만 봐야해. 셋은 찬을 보호하려고 붙어있는 건데 이대로는 제대로 보호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음. 찬을 위해서 인간으로 살기를 결심해. 몸을 7살 어린 아이로 바꾸고 찬이 들어간 고아원으로 들어가. 원래 있던 척 기억을 살짝 조작해두고 말이야. 그래야 적응을 이유로 찬과 떨어져있지 않을 것 같았거든. 초반에 또래 애들과 만나게 해서 적응을 돕는데 아무래도 셋의 모습은 찬과 나이 차이가 있잖아. 조금이라도 일찍 붙어있으려면 이미 적응 다한 아이들처럼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나.
사실 셋이 키운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 찬을 데려오려면 입양이라는 형태를 거치긴 해야 하거든. 셋이 성인 인간의 모습을 변한다 해도 입양은 쉽지 않을 거야. 찬이 많이 어리기도 하고 셋은 아직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곳을 못 구했잖아. 시간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 당장 붙어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이 방법은 포기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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