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페스

[논페스] 수호령

3.

머위 기록장 by 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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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즈 셋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만났음. 부랑 솔은 우연이 겹쳐서 셋이 다니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찬은 우연이라고 생각 안 함. 반은 우연이고 반은 의도한 거.

찬은 신기가 있는 몸임. 아직 신을 받지는 않았지만 기운은 느낄 수 있음. 인간과 인간이 아닌 자의 기운을 구별할 수 있어. 자기 형들이 인간이 아니란 것 정도는 이미 눈치챔.

찬은 어릴 때부터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는 피하는 게 안전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음. 때문에 집과 형들이 있는 카페가 아닌 장소에서는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니는데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 사이에 기운이 묘한 둘이 있는 거야. 가만히 지켜보니 둘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둘 다 섞인 기운을 가지고 있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어.

섞인 기운을 가지고 있는 둘은 당연히 부와 솔. 부는 천사인 윤이 옆에 있고 계속해서 부의 생에 간섭하기 때문에 섞여있는 거고 솔은 환생부터 신의 개입이 많이 들어갔고 악마인 철이 옆에 있어서 섞여있음. 기운은 사람에게 느껴지는 분위기 같은 거라 생에 영향을 안 줌. 영향을 주는 거였으면 애초부터 가까이 가지를 않고 악마일을 한다고도 안 했을 거임.

아무튼 찬은 둘과 친해지기로 했음. 기운이 묘하긴 하지만 일단 인간이고 섞여있는 기운이 악귀의 것은 아니라 괜찮을 거란 생각으로. 그리고 친해지면 뭔가 형들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음. 슬쩍 말이라도 꺼내보려 하면 티나게 주제를 돌렸거든. 저 둘한테 누가 붙어있길래 저런지는 몰라도 인간은 아니고 형들처럼 나쁜 느낌은 아니니까. (형들 나중에 알면 기겁하면서 잔소리할듯)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머리는 빠르게 굴러갔고 1교시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둘한테 접근함. 비슷한 존재끼리의 끌림인지 뭔지는 몰라도 둘은 옆자리에 짝으로 앉아 있었음. 인사와 통성명은 어색했지만 셋은 금방 친해졌음. 찬은 애초부터 친해지고자 다가왔고 부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대화를 끌어갔음. 묵묵해보이던 솔도 분위기가 풀리니 수다쟁이가 따로 없었음. 다음 쉬는 시간에도 이야기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여차저차 뭉쳐 다니면서 공부하러 서로 집 놀러(?)가기도 했더니 한 학기가 금방 지나갔음.

평화로운 여름방학, 셋은 솔의 집에 모여서 찬 에어컨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음. 심심해서 모이긴 했는데 막상 할 것도 없어서 멍때리고 있던 그때 솔의 방 책장에 꽃혀있는 앨범이 눈에 들어옴. 구경해도 되냐는 물음에 솔은 흔쾌히 앨범을 꺼내줌.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함. 찬도 담담하게 형들 이야기를 꺼냈고 조금 머뭇거리는듯 하던 부도 같이 사는 사촌 형 이야기를 꺼냈음. 자연스럽게 주제가 본인의 형들로 넘어감.

형과 있었던 소소한 일부터 하는 일, 형이 들으면 억울해할 수도 있는 작은 투덜거림도 이야기 함.

"뎡한이 형은 맨날 나한테 장난친다? 맨날 늦게 들어와서 곧 쓰러질 사람마냥 지친 표정이면서.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는지 몰라."

"슨철이 형도. 무슨 일 하는지는 모르는데 맨날 힘들다고 함."

"우리 형들도. 그럼 알바생을 뽑으라고 하니까 말을 안 들어요. 신령인 거 들킬까봐 그러나. 말 안 하면 모를 텐데."

방금 찬은 잔잔한 호수에 아주 거대한 돌맹이를 던져버렸음. 본인은 무의식중에 뱉은 말인지 평온하게 앨범을 넘김. 부랑 솔은 얘가 무슨 말을 하나 싶지.

"갑자기 여기서 신령이 왜 나와?"

"...내가 방금 신령이라고 했나?"

갑작스런 본인의 말실수에 당황한 찬은 변명거리를 찾지을 생각도 못 하고 굳어갔음. 찬이 변명도 없이 가만히 있자 부랑 솔은 얘가 설마 사이비를 믿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함.

몇분간의 정적(+부와 솔의 속닥거림)이 지나가고 찬이 입을 열었음. 찬은 변명거리를 말하기엔 늦었으니 애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자신과 형의 관계를 처음부터 설명해줌. 믿을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르고 봄. 그리고 돌아온 반응은 왠지 모를 초롱한 솔의 눈빛과

"그럼 너 사2비는 아니지?"

하는 부의 물음이었음.

"애는, 다 설명해 줬더니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솔직히 봐봐. 갑자기 신령 타령을 하는데 의심 안 할 사람이 어디있냐?"

"그으건... 일리 있는 말이네."

"최핝솘 너ㄷ, 넌 눈이 왜 이렇게 초롱초롱해?"

"그냥... 신기하잖아."

"그건 그래. 차나 근데 이거 형들 허락 없이 말해도 돼?"

"엄... 아마도?"

'아마도?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게 아직 형들이랑 말해본 적이 없어서. 말 꺼낼 타이밍을 놓쳤달까..."

"아~ 말해준 게 아니었다고."

"그건 타이밍 찾을 문제가 아니잖아 이 멍청아."

"아이, 뭘 또 말을 그렇게까지 하냐..."

"타이밍을 찾을 필요가 없긴해."

"솔이 너까지 그러면 내가 뭐가 되냐..."

"멍청이."

"바보."

할말 없어진 찭 입 꾹 닫고 눈만 데굴데굴... 부 빤히 보다가 입 열었음.

"그래서 언제 말 할거야?"

"어?"

"언젠가 한 번은 이야기 해야 할 거 아니야."

"그걸 꼭 해야 하나? 찭이 형들이 지금까지 말 안한 이유가 있겠지."

"근데 찭이가 알았잖아. 숨기려고 한 거면 이미 알아버렸는데 애매하게 추즉으로 아는 것 보다는 물어보고 확실하게 하는 게 낫지. 안 그러냐 이찭"

"글쎄다...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은 걸 들추기는 좀... 근데 또 이대로 있자니 찝찝... 하단 말이야. 궁금한 것도 있고. 모르겠다."

"천천히 고민해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 맞아. 아까 말한 건 내 생각이니까 신경쓰지 말고 네가 원하는 길로 가. 이제 이 주제는 끝! 밥이나 먹자. 배고파."

"벌써?"

"벌써라니. 지금 딱 저녁 시간이거든."

"그래서 뭐 먹을 건데."

셋이 머리 맞대고 메뉴 고민하다가 분식 세트 시켜 먹고 차피 방학이니까 솔네 집에서 자고 가기로 함.

먹은거 다 치우고 거실 바닥에 이불 깔아둔 다음 과자 파티 하고 있는 셋. 아직 자기에는 아쉽고 밤은 길다. 왜냐면 9시임. 예능 하나 틀어두고 이런저런 얘기 함. 또 자연스럽게 나오는 형들 이야기... 

"타이밍 잡기 힘들면 아예 각 잡고 얘기하는 건? 중요한 말이라고 하면서 잡아둬봐."

"나도 그걸 시도해보긴 했지. 근데 일부러 피하는건지 자꾸 그 타이밍에 형들한테 일이 생긴다."

"다시 해봐도 그래?"

"응. 그래서 내가 타이밍 잡기 힘들다고 한 거야."

"그러며는..."

— 띠리링~

짜잔.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철이 퇴근해서 돌아옵니다. 부랑 찭이랑 철 서로 첨보는 사이.

"핝소라~ 형 왔다."

"어, 형 왔어?"

"어엉... 누구...?"

어정쩡하게 일어서서 눈만 깜빡이고 있던 부앤찭 바로 손 모으고 꾸벅 인사함.

"안녕하세요! 핝소리 학교 친구 부슩갅이라고 합니다."

"저도 핝소리 학교 친구고 이름은 이찭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

"형? 가만히 서서 뭐해. 피곤해?"

"... 어? 아아, 솔이 친구라고? 반갑다. 핝소리 형 최슩철이고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오늘 여기서 자고 가기로 했어."

대충 손 휘적이고 방으로 가려던 철... 자고 간다는 소리에 다시 솔 방향으로 몸 돌림.

"그런 건 미리 말했어야지...!"

"어제 말하려다가 까먹었어."

"...! 아니다. 다음엔 꼭 말하고. 어차피 나 나갈꺼니까 편하게 놀다 가."

"친구?"

"어. 갑자기 약속이 잡혀서. 옷만 갈아입고 나갈거야."

"잘 다녀와. 술 조금만 먹고."

"다녀오세요오..."

"그래, 재미있게 놀고."

철 진짜 옷 갈아입고 폰이랑 지갑만 덜렁 챙겨 나감. 남은 부앤솔앤찭은 다시 모여 앉아서 예능 보고 수다나 떨었음. 그리고 나온 철은 폰 들어서 원앤규 있는 단톡방에 와다다 톡 보냄. 

🍒 - 애들아

🍒 - 야야ㅑ

🍒 - 30분까지 사무실로ㅏ

🍒 - 빨리 와 급한 일이야

갑작스럽게 잡힌 약속? 그런거 없었음. 일 끝내면 피곤해서 누굴 만날 힘 따위 없어. 그것이 약 40분 전 헤어진 직장 동료와의 약속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지금은 남은 힘 다 끌어모아서 만나야 함. 오늘 솔이랑 놀다 자고 간다던 그 친구들 기운이 인간의 것은 아니었거든. 반은 악마인 철이 그걸 못 느낄리가 없지... 일단 위험해보이진 않아서 두고 나왔는데 불안한 건 불안한거임.

🐶 - 엉ㅇ?

🐶 - 왜 무ㅡㅅㄴ 일인데??

🎮 - 도망첬던 영혼이라도 찾았어?

🍒 - 핝소리 일이야

🍒 - 소리 친구들이

🍒 - 야 나 거의 다 왔다 가서 말해줄게

사무실 문 쾅 소리나게 열고 들어가면 얹이랑 밍 이미 앉아있음.

"일찍 왔네?"

"그게 아니라 퇴근을 못 한거야..."

"퇴근하려다 영혼 발견했다는 신고 받고 갔다 돌아왔어..."

"밍귺 집 가면 바로 먹는다고 배달앱 뒤지다가 신고 뛰어 나갔잖아."

"아 미안하다. 근데 급해서 어쩔 수 없었어."

"핝소리 일이라며. 뭐가 붙기라도 했어?"

"어... 비슷해. 일단 뭐라도 시키자. 나도 배고프다."

"그럼 내가 시킬게. 뭐 먹을래?"

"아까 너 주문하려고 했던 걸로 시켜도 되고,"

볶음 우동이랑 모둠 튀김 주문해두고 탁자에 모여 앉음. 얹이랑 밍은 능력 써서 철처렁 정장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음. 철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능력... 철은 반신이라 없음.(억울!)암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니까.

이제 말해봐. 무슨 일인데?"

"어. 핝솔이가 집에 친구들을 데려왔거든? 가니까 거실에 이불 깔고 과자 먹고 있더라. 자고 갈거래."

"그게 왜? 친구랑 잘 지내면 좋은 거 아니야?"

철 한숨 푹 쉬면서 얼굴 쓸어내림. 좋지. 좋긴 한데...

"친구들이 천사랑 신령의 기운을 두르고 있어. 근데 인간이야."

얹앤밍 버퍼링 걸림. 인외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인간...? 생전(?) 처음 듣는 소리임. 이 밤중에 부를만한 일 맞음.

"진짜로 인간이야? 위장한 거 아니고?"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했는데 그것도 못 알아보겠냐? 인간 확실해."

"왜 그러지? 인간이 맞으면..."

"핝소리한테 우리가 붙어있는 것 처럼 그 애들한테도 누군가 붙어있다, 이거 아니야?"

"그런가? 그건가보다. 이거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어."

"슩철 선배 같은 경우일 가능성도 잠깐 생각해봤는데, 그럼 기운이 더 짙어야 해. 두르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기운들이 핝소리한테 줄 영향은?"

"선배가 모르면 우리는 당연히 모르지."

"인간이 인외의 기운을 두르고 있는 건 본 적이... 있구나. 내림 받은 사람. 근데 이 경우도 좀 짙지 않아?"

"그 기운이랑은 달랐어. 그리고 천사의 기운도 있었으니까 아니야."

고민에 빠진 세 악마... 배달 완료 소리가 침묵을 깨트림.

"왔나보다. 내가 가져올게."

누구보다 빠른 움직임으로 상 차려내고 일단 먹음. 배고프고 떠오르는 것도 없어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셋. 그리고 잠시 침묵...

"지켜보자. 핝소리. 처음 있는 일이라 뭐 할 수 있늗 것도 없고. 근데 불안하긴 하잖아."

"나도 그게 나을 것 같다. 무슨 일 생긴 다음에 달려가면 늦으니까. 보고 있으면 막아볼 기회라도 있지."

"... 그래. 그게 최선인 것 같다. 근데 너희 할 일 늘어냐는 건 알지?"

솔 지켜보려면 3명이 교대로 보거나 한 명이 맡아서 보고 나머지 둘이 망자 회수 다 해야함. 업무의 강도를 생각하면 둘한테 몰아주는 건 안될 일임. 무조건 교대로 봐야함. 만약 망자가 있는 위치랑 핝소리 학교랑 멀다 그러면 능력 팍팍 써서(체력 마구 깎임) 와야함.

"아..."

"이런걸 예상하고 3인 1조로 보내신 걸지도..."

"밤에는 내가 같이 있으니까 낮에 좀 부탁할게."

"알겠어. 혹시 무슨일 생기면 우리 부르고."

"엉. 고맙다."

먹은 그릇 착착 치우고 각자 집으로 돌아감. 문 조심히 열고 들어가면 거실에 나란히 자고 있는 아이들이 보임. 철 그 모습 보면서 다짐함. 

'이번에는 형이 꼭 지켜줄게. 네가 오래 살 수 있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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