셉페스

[우부] 11월과 12월 사이를 좋아합니다.

우부로... 둘이 마음 눈치채고 누가 먼저 고백 할지 눈치 보고 있을 때... 둘이 길 걷다가 단풍 보고 계절 얘기 시작해라...

- 저기 벌써 단풍 물들었다

- 이제 가을 시작이네

- 형은 가을 좋아해요?

- 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너는?

- 나는 겨울이 좋아요

- 왜?

- 11월과 12월 사이를 좋아하거든요

- 같은 말 아니야?

- 겨울은 더 길잖아요 겨울 안에 11월과 12월 사이가 있어서 좋아하는 거라구요

- 되게 구체적이네

- 이유 안 물어봐요?

- 그 안에 좋아하는 숫자라도 있어?

- 형 생일 있잖아요

- 내 생일 알고 있었어?

- 당연하죠 형은 내 생일 몰라요?

- 아니 당연히 알지 1월 16일

- 몰랐으면 서운할 뻔했어요

- 네 생일인데 알지...

요러고 식당 들어가서 대화 흐지부지 끝남. 밥 먹고 돌아다니다 서점을 발견한 둘. 부가 궁금한 책 있다고 서점 가도 되냐고 물어봄. 웆 뒤에 어디 갈지 정해둔 것도 없어서 가자고 함.

부는 책 찾으러 서점 둘러보고 웆은 그런 부 졸졸 따라감. 원하는 책이 안 보이는지 한참을 돌아다니던 부. 궁금하다던 그 책 말고 다른 책을 들어 올림. 웆은 부가 멈춰서 책을 들길래 찾은 줄 알고 물어봄.

- 궁금하다던 책이 그거야?

- 그건 여기에 없나 봐요 이건 좋아하는 책

- 무슨 책인데?

- 여행 산문집인데 내용이... 음... 직접 읽어봐요

- ...?

- 설명하기 힘들어서 그래요

- 무슨 내용이 있길래?

- ... 사진이랑 여행에서 본 거? 그냥 읽어봐요 좋으니까 선물로 사줄게요

- 갑자기...?

웆 물음표 왕창 띄우고 카운터로 끌려감. 부는 어느새 책갈피도 골라서 같이 결제하고 있음. 책갈피 바로 포장 뜯더니 책에 끼워서 웆한테 안겨줌.

- 여기 책갈피 끼워둔 부분이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진짜 좋은 부분이니까 집 가면 꼭 읽어봐야 해요

- 어, 어 알겠어

남은 시간 동안 한 손에는 책 들고 돌아다닌 웆... 집 가자마자 책갈피 끼워둔 부분 펼쳐서 읽어봄. 부가 하도 좋다고 강조해서 궁금해졌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첫 문장은

『11월과 12월 사이를 좋아합니다. 그건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잠시 멈추어 낮에 부가 한 말을 생각하는 웆. 여기서 보고 말했나 싶지. 이걸 보고 자기 생일을 떠올렸는지 생일을 알고 전에 본 이 문장을 떠올린 건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나중에 물어볼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는 웆.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 금방 읽었음. 쭉 내려가다 익숙한 문장이 보여 다시 멈춤.

『삿포로에 갈까요.』

어 이거 설마.. 하고 마저 읽어 내려가면 마지막

문장이 확신을 줌

『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 이거 고백이지...? 그치? 아 부승관... 할 거면 얼굴 보고 해주지

웆 그대로 폰만 챙기고 부 집으로 감. 늦은 저녁이지만 아직 안 자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음. 문 앞에 도착해서 부한테 전화 거는 웆. 연결음이 다 울리기도 전에 받는 부.

- 승관아 지금 너희 집 가고 있어

- ...

- 혹시 내가 깨웠어?

- 아뇨 근데 잠들기 일보 직전이에요 올 거면 빨리 와요

- 나 사실 너희 집 앞인데

- 네?? 나 자고 있으면 어떡하려고 연락도 없이 와요 잠시만 기다려봐 문 열어줄게요

전화가 끊기고 곧바로 문이 열림. 잠들기 일보 직전이라든 말이 사실인듯 부는 잠옷에 가디건을 걸친 모습이었음.

- 귀 빨간 거 봐 밖에 많이 추워요? 들어와요 빨리

부가 양손으로 웆의 귀를 감싸자 웆이 그 위에 손을 겹쳐 올렸음. 그대로 가만히 부의 눈을 바라봄.

- 승관아, 삿포로에 갈까 우리

- ... 책 봤어요?

- 응

- 생각보다 빨리 봤네요

- 계속 좋다고 말하길래 궁금해져서

- 어때요 좋죠

- 응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 잘 알아들었네요

- 그건 모르면 바보 아니야?

- 그런가

- 슩갅아

- 왜요

- 대답 안 해줄 거야?

- 이미 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 말로 해줘 네 목소리로 듣고 싶어

- ...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이에요 만족해요?

- 응 만족해 좋아

- 부끄러워서 책으로 보여준 건데...

- 괜찮아 귀여워

- 들어오기나 해요 추워지려고 하니까

이러고 들어가서 둘이 손 잡고 영화 보다 잠들었음. 눈 내리는 풍경이 예뻤다고 하네요. 나중에 삿포로에 여행도 갔다나 뭐라나...

*이병률 여행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 들어있는 문장들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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