셉페스

[우부] 또 헤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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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위 기록장 by 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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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작업실... 소음이라곤 숨 쉬는 소리와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만 나는 그곳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한 사람. 작업실에 소란을 불러오는 사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부밖에 없음. 익숙한 손짓으로 작업물을 저장해두고 뒤를 돌아보는 웆.

- 혀엉...

- ... 또 헤어졌어?

- 어... (눈물 찔끔)

- 이번에는 왜

- 나랑 안 맞는대...

- 저번에도 그러지 않았어?

- 어... 이 세상에 나랑 맞는 사람은 하나도 있구나

- 방금 말이 이상했는데

- 아니 없는 줄 알았는데 있어서

- 누군데 그 사람이랑 사귀먼 되겠네

- 형

- 왜

- 형이라고

- 나?

- 생각해보니까 형이랑 잘 맞는 것 같아

- ... 그러냐?

- 형은 아니야?

-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 어 우리 되게 잘 맞아

- 대체 무슨 근거로

- 그냥 느낌이 그래

- 근거가 너무 두루뭉실하지 않냐?

- 맞고 안 맞고는 원래 주관적인 거야

- 그래서 나랑 사귀자고?

- 말이 왜 그쪽으로 가??

- 마음 맞는 사람이랑 사귀라고 하니까 네가 나라며

-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

- 그럼 뭔데

- 친구로 잘 맞는다는 뜻이지...

- 나는 너 좋아하는데

- ?

- 차였네

- 어?

- 농담이야

- 어어???

- 너 기분 풀라고 그랬다 아까 들어올 때 울상이였잖아

- 그래? 나 몰랐어..

- 눈물 매달고 울먹거렸잖아 너

- 열심히 참았는데 티났어?

- 완전

- 너무 단호한 거 아니야

- 난 사실을 말한 것 뿐이야

-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

- 여기에 쓰는 말은 아니지

- 좀 모른척 좀 해줘라 이 말이지

- 싫은데

- 형이 돼가지고 이것도 못 해주냐

- 내가 안 해봤을 것 같아? 

- 응

- 단호하네

- 형이 이러는데 단호하지 않으면 더 이상한거지

- 생각해봐 승관아 너 저번주에도 울상으로 들어왔잖아 그때 내가 모른척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 저번주... 어? 어어?!

- 그저께도 그랬지 아마

- 진짜네...

- 나는 거짓말 안 해

- 어 거짓말 한다

- 이자식이

- 으악 미안합니다 사과의 의미로 내가 밥 살게

- 그럼 비싼 거 먹어야지

- 선택지를 줄게 편의점, 김밥헤븐...

- ?

- ㅋㅋㅋ 농담이야 형 먹고 싶은 곳으로 가자

- ... 너 각오해

이래놓고 웆이 고른 곳 작업실 근처 백반집임. 

- 각오하라는 것 치곤 약한 곳을 고르셨네요

- 후식도 얻어 먹을 거니까

- 난 밥만 사준다고 했는데

- 디저트까지 먹어야 식사가 끝나는 거라고 하던데 내가 아는 부모씨는

- (삐죽...) 그래요 뭐 오늘은 내가 쏜다

- 오... 웬일이래

- 아니 뭐... 내가 비싼 거 사준다고 했으니까

- 오 부승관~

- 밥이나 먹어요 바쁘잖아 우리

- 어 맞아 너 오늘 가이드 해야하는 거 있다

- 형 작업하고 있는 곡도 있잖아

- 그거 안 풀려서 아까 그러고 있었잖아

- 아항...

작곡가 웆과 함께 일하는 작사가 부. 가이드는 다른 사람이 하는데 종종 시간이 안 맞거나 하면 웆이나 부가 녹음함. 오늘은 가이드 해주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펑크내서 부가 하기로 한 날.

그릇 깨끗하게 비운 후 카페로 이동한 둘. 웆은 딸기요거트스무디, 부는 아아 사서 작업실로 돌아감. 가이드 녹음 후딱하고 안 풀리는 부분 상의하면서조금씩 더하다보면 퇴근 시간임.

이 일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어디있냐 하겠지만 있음. 부가 만들었음. 출근은 자유. 대신 퇴근 시간은 새벽 12시 넘으면 안됨. 퇴근 후 바로 출근도 안됨. 5시간 이상 쉬어야 함. 예전에 날밤 새서 하다가 쓰러질 뻔한 이후로 생겼음. 

각자 짐 챙기고 각자 자기 집으로 가진 않고 부 집으로 같이 감. 암묵적인 룰 같은 건데 둘 중 누군가가 힘들어 보이면 그 사람 집으로 가는 뭐 그런 거... 웆 집 가는 날보다 부 집으로 가는 날이 많긴 함.

익숙하게 씻고 잘 준비하는 웆과 부. 넒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작업 얘기랑 소소한 일상 얘기 하다가 부가 먼저 잠듦. 늘 그래. 같이 잠드는 날은 웆이 한 박자 늦게 잠. 이게 다 부 옆이라 그래. 짝사랑 숨기는 건 익숙해져도 바로 옆에서 잠드는 건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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