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 예쁘다
아직 안 사귀는 청게
예쁘다 가사처럼 새벽에 물을 마시면서 다짐하고 방울토마토마냥 발그레한 얼굴로 예쁘다고 말해주는 지훈이 보고 싶어요 청게우부로.
훈이랑 부 각각 고1 중3. 부 중1일 때 학교 동아리에서 만나서 훈 고등학교 올라가서도 연 이어가고 있음. 쌍방이고 서로 짝사랑이라고 생각해라. 부는 종종 빨개지는 훈 보고 설마... 한 적이 몇 있긴 한데 확신은 없음. 부는 가능성 있는 짝사랑...? 이라고 생각할 듯.
암튼 부 운동회 한다고 반티랑 헤어밴드 쓰고 볼에는 귀여운 타투 스티커도 붙임. 맑은 하늘 아래서 셀카 찍은 담에 훈한테 보내. 훈 수업 중이라 확인 바로 못 함. 부도 알고 있어서 보내고 운동회 열심히 참가함.
점심시간에 보니까 읽긴 했는데 답장이 없음. 잘못 눌렀던 건 아닐 건데...
🍊
형 점심시간 맞지? -
나 어때? -
중학교 마지막 운동회니까 -
신경 좀 썼어 -
몇 문장 보내고 폰 뚫어져라 쳐다봄. 금방 사라지는 1 표시. 하지만 몇 분 동안 답장은 없음. 다시 보내려는 찰나 훈이 보낸 말은
🍚
- 재미있어 보이네
- 오늘 덥던데 물 많이 마시고
- 나 5분 뒤에 수업이라 들어가야 해
- 다치지 말고 조심히 놀아
이게 뭐야... 조금 뾰로통해진 기분으로 운동장에 나가는 부. 그 시각 훈은 수업 집중 못하고 있음. 부 사진이 너무 예쁘고 귀여웠거든. 부끄러워서 말은 못 했지만. 집 가서도 메신저 들락날락 거리면서 부 사진 봄.
사진 저장해도 되나. 헤어밴드 잘 어울리네. 얼굴에 있는 건 그린 건가. 이런 생각하다가 부 답장 없는 게 갑자기 맘에 걸림. 친구가 불러서 못 한 건가 싶다가도 평소였으면 알겠다는 말이라도 보냈을 부라서 신경 쓰임. 그냥 예쁘다고 말해줄걸 그랬나... 까지 생각이 왔음. 근데 아직은 좀 망설여짐.
일단 복잡한 생각은 뒤로 밀어두고 오늘 다른 생각(부 생각)하다가 놓친 부분 공부함. 12시 전에 끝내려고 했지만 집중 안 돼서 결국 새벽까지 못 끝냄. 졸리니까 찬물 마시고, 부 생각 계속하다가 결심함. 내일 꼭 말해줘야지. 마음이 잡히고 나니 집중도 잘 돼서 금방 끝내고 잠.
다음날 아침. 부가 등교하는 시간은 알고 있으니까 그 시간 맞춰서 전화함. 만나려면 방과 후에 약속 잡아야 하고 그럼 결심이 무너질 것 같아서. 톡으로 보내도 되지만 말로 해주고 싶어서. 통화 연결음이 두어번 울리더니 부 목소리가 들림.
– 여보세요?
"어, 승관아."
– 진짜 형이네. 웬일이래 아침부터.
"그... 하..."
– 응? 뭐라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 갑자기?
"응... 어제 보낸 사진, 예쁘다고."
– ... 어?
"너 예쁘다고. 이거 말하려고 전화했어. 학교 잘 가고. 다음에 보자. 안녕."
후다닥 통화 끊어버린 훈... 귀 분홍빛으로 물들었음. 따끈따끈한 귀 만지면서 교실로 빠르게 걸어감. 멍하게 있다가 한참 뒤에 부가 보낸 메시지 보고 정신 돌아올 듯.
부는 훈이 예쁘다고 하니까 순간 당황해서 훈이 통화 끊는 거 말릴 생각도 못 함. 그래도 기분은 좋아서 웃으면서 등교함. 친구들이 좀 이상하게 보긴 했지만 기분 좋아서 봐줬음. 괜히 교실 뒤편 거울 앞에서 머리 한번 만지고 훈한테 메시지 보냄.
🍊
(사진) -
형도 예쁘다 -
좋은 하루 보내요 형 -
훈 중학교 동아리할 때 잠깐 졸았던 거 부가 몰래 셀카 같이 찍은 적이 있거든. 훈 1년 만에 그 사진의 존재를 알게 됨. 픽 웃으면서 사진 저장하고 답장 보냄.
🍚
- 너도 좋은 하루 보내고
- 이 사진도 예쁘네
그렇게 둘은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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