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유실과 소실의 존재
나의 보좌관이였을. 존재하지 않는 존재.
“ 그나마 복기가 되는것이 운이 좋다고 해야하는건가. 아니지, 단 한명의 기억만이 손두리째로 도려졌으니 저주라 해야하겠지. ”
유능하고, 내가 책을 읽어달라느니 밖을 나가자느니 때를 쓰다는 표현에 가까울정도로 투정어린 말을 건네고 하던 것을 보면 신뢰하던 사람이였나보구나. 왕은 그런 쪽으로 생각이 흘러나갔다. 다만, 때를 쓰면서도 장난스레 웃던 나의 휘어진 눈이 향한 시선의 끝 얼굴은 기억나지 않으며 또한 기억할라하면 눈앞은 순간 아릿한 고통을 주었다. 정말 저주가 아닌 이상 이런 이질감과 거부감은 존재해선 안될텐데. 만약 제 자신이 자의적으로 도려낸것이 이 인물의 기억이라면 더더욱.
노아는 눈 앞의 혼련의 대답에 연이어 다른 물음표를 또 던지고, 대답하며 이야기를 이끄는 대신 턱을 괸 체 바라보기를 택했다. 푸르른 하늘의 색을 그대로 담궈 적신 듯한 눈과 머리카락은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었는데 곧이어 노아는 본인의 무의식을 헤집어대다 불쾌함의 출처를 알고야 말았다. 나는 이것을 왜 처음이라 생각하고 있는거지. 낯이 익었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정도면, 적어도 누구냐고 나무라고 의심하기 전에 어디서 본 사람이지 않던가 하는 의문부터 들어야 했지 않나?
“ 생의 미련이 나 자체인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하네만. … 나갈때마다 누군가를 설득했던것이 기억나는군. 솔직히 말하자면 허락을 구하는것은 아니였지. 같이 가고 싶어 종용했다에 가까운 짓이였던 것 같네. … … 읽은 적 없는 책의 내용이 생각나는건 자네에게 들은 것 처럼 자네의 입으로 들어댔던 책의 내용 같고. 또, 누군가 항상 연례행사때 동행했었던 기억이 난다만. ”
그것은 너인가? 네 눈을 다시금 바라보는 왕의 눈은 제 구멍을 채우기 위한 욕구와, 동시에 갑갑함을 포함한 약 열이 조금 넘는 감정이 엉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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