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룬 핑퐁

상실은 부재또한 유실했다.

정녕 네가 나의 보좌관이라면, 나는 나의 일부를 상실한것인가.

내 스스로 만들어낸 나의 저주라.

“ 내가 만들고 내 자신에게 내린 저주라지만 제일 고통받고 있는것은 자네가 아닌가. ”

노아는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어 기억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또한 생각했다. 나는 왜 기억을 잃었는가, 하필 가장 신뢰하고 친애해 마지않던 보좌관을 짐승의 심장을 도려내듯 말끔히 도려내었는가. 노아는 이 군더더기 없는 상실을 헤집고 놔두기로 하지 않았다.

나는 왜 나의 것을 스스로 도려내었는가. 도려낼만큼의 계기가 필요했다하면, 그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열병을 앓던 내게 보내온 수십 통의 편지들을 기억하는것은 비존재 상실을 헤집는 일 따위보다 더욱 쉬웠다. 보좌관의 일은 매우 유감입니다. 그를 추모하는 식을 열어야하겠지만 전하께서 위독하시니 저희들이 대신…

“ …나는 이 궁에서 아무도 신뢰하고 있지 않네. 당연하게도, 언제든지 내게 악의와 제 욕심을 품고 올 수 있는 자들을 어찌 믿겠는가. 허나 자네는 예외대상이였나보군. 그런 식으로 내가 굴었다는 것을 보면. ”

정녕 네가 나의 보좌관이오.

내가 잃은 것이 오로지 너 하나라면

나는 나의 일부를 잃은 것이 아닌가.

나는 나를 상실한 것이 아닌가.

노아는 텅 빈것이 기억뿐이 아님을 자각하며 시큰임을 느꼈다. 열병의 지독한 뒤끝이 아니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시야는 너와 살짝 어긋난 동일선을 잇는다. 소리 없이 비스듬한 방향으로 여섯 걸음을 걸으면 주인 없는 자리. 잉크냄새가 다 날아가고 없는 책장이 있다. 책장 위에는 업무 보조를 위한 책 몇 권이 있었고 또한 서랍 겉표면의 나무는 목공인 또는 그 가구 제작자에게 넘겨받은 예술가가 깎아 세겼을 무늬가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마련하고 지키게 둔 자리는 다만 온기가 없었다. 온기는 이 자리의 주인만이 존재할 때 함께 공존하던 것으로.

“ 이 자리는 아마 자네 것이였을테고. ”

한 이 즈음에. 항상 무언가를 두었던 것 같은데. 하고 책상의 한 구석을 손으로 흝으면 간식거리를 올려두던 자리였다. 마카롱이였나. 본인은 그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였으니 그렇다면 자리 주인을 위한 것. 즉 내 보죄관을 위한 것이였을테고.

일을 하다보면 지루하고, 덧없는 책임에 회의감이 드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다만 6년간 왕홀을 쥔 체로 그런 감정이 하루를 체 넘어가는 일은 적었다. 팔을 가벼운 배게삼아 허리를 구부려 숙이면, 이내 들려오는 대답에 쿡쿡 웃어대는 나 자신은 분명 즐거움을 느꼈다. 장난어린 농조, 펜을 끄적이던 손이 멈추면 사각이는 소리 또한 잠깐 멈추었는데. 노아는 그 순간이 이상하게도 좋았고, 곧장 다시금 시야를 양피지로 향했었다.

“ 이그나츠 룬데닐. ”

룬데닐. 이그나츠 룬데닐. 노아는 일부러 소리내어 이름을 몇 번 읊조렸다. 자네에게 내 하나 묻지. 그 말이 뒤를 이은 것은 그로부터 몇 분 뒤이다.

“ 자네는 어째서 주군을 떠나, 먼저 생을 떠나게 되었는가? ”

부보訃報를 듣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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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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