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13 낮 은하철도의 밤 자첫 후기

은밤 자첫 후기 요약: 좌헌캄파넬라는 정말 극악무도하다 (자세하진 않지만.. 스포 주의)

빗속에서 by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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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메모장에 휘갈겨쓴 내용을 오슷 넘버 순서에 따라 얼렁뚱땅 정리한 글입니다. 그야말로 아무말대잔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멘션이나 디엠이나 아무튼 연락주세요..!

2024년 첫 관극.

야근 시즌이라 진짜. 몹시. 바빠서 한동안은 관극할 생각이 없었는데 몸이 힘드니까 도파민 생각이 더 간절해지더라고요. 설화고 밴드부도 졸업했겠다, 등교하느라 취소했던 기차티켓을 다시 끊어볼까 싶어서 점심에 밥 먹다가 충동적으로 예매 완료.

원래 스목구와 은밤 중에 하나만 보려고 고민했는데, 함께 고민해주신 지인분이 둘 다 너무 재밌었다고 하셔서 종일반 결정! 그리고 좌헌캄파에 대한 코멘트를 아무생각없이 지나쳤는데(...)

전날 1n시간 근무하고 기절한 뒤에 일어나자마자 댕출... 예스24스테이지는 거의 세 달만에 가는거라 지도에서 위치 확인해놓고, 본능적으로 드아센으로 향한 발걸음... 그냥 투썸 지나서 빙~ 돌아온 사람 됐어요. (작년 드아센지박령) 다음엔 헤매지 않으리라...

티켓 수령하고, 캐보 촬영하고, 첫회차 도장 찍고, 덥케포인트도 적립하고, 그 뒤에 거의 바로 입장! 예사1관은 23년 더픽션 때 가보고 처음인데 픽션보다 무대를 좁게 써서 그런가, 뭔가 더 가까운 느낌? 그리고 그동안 드아센 3관에 갇혀있다 오니까 예사 의자 완전 선녀같았어요.(이 생각은 밤공 때 링아센 자첫을 하고 갱신됩니다) 개인적으로 고속도로 안 쪽이면 오글 없이 봐도 괜찮을 거 같아요.

어셔분 안내멘트도 엄청 프로페셔널 하고 좋았어요. 관객이 아니라 승객이라고 불러주시는 것도, 힘든 기억은 다 놓고 행복한 기억만 가져가라는 것도 정말 다정하고 좋았어요. 여행 전에 안내멘트 듣는 기분이라 설레는 건 덤.

나를 위한 메모: 캄파넬라 - 본체 / 로 - 수석 승무원 / 리 - 고고학자 / 루 - 새잡이 / 리우스 - 정장

01 안내 멘트

캄파넬로 목소리로 주의사항 안내해주시는데, 말투와 멘트만으로 이미 웃겨서 웃참하느라 조용해졌더니 목소리 풀고서 안웃겨? 하셔서 결국 못 참고 웃음보따리 잠금 해제ㅠㅠ 자첫이라 이게 누구 목소리인지도 모르는데도 그냥.. 그냥 웃겨요. 마음의 장벽을 내리고 시작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안내 멘트... 극의 초반부 분위기를 미리 보여주는 거 같아서 긴장도 풀리고 마음도 말랑말랑 해졌어요.

02 Prologue

03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실 첫 넘버가 그렇게 웅장하거나 임팩트 있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조반니가 섬세하게 쌓아가서 집중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조반니가 시각장애 지팡이(명칭이 뭐죠) 움직이는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눈에 잘 들어온다고 해야하나. 조반니가 마음 속에 쿡 박히는 느낌..?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작은 집, 작은 방'을 조명 공간으로 표현한 것도 시각적으로 잘 느껴져서 나중에(은하에 서있는 조반니와) 더 대비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이 부분이 조반니를 정말 작아보이게 만들어서, 내적으로 이미 조반니 동네 사람이 되어 부둥부둥 백만번 했다면... 주책이겠죠.

04 우리가 사는 세상

동굴을 지나는 걸 무대에 있는 상자들을 이용해서 만드는 거 보고 신기했어요.

처음에 캄파넬라가 조반니를 두고 마음대로 멀리 떠났다가 오랜만에 돌아왔다는 내용에 저놈은 뭐야? 하는 마음이 약간 있었는데, 조반니의 움직임에 능숙하게 반응해서 도와주는 거 보고 진짜 친구구나 하고 오해 풀었습니다. 미안하다 캄파넬라야. 근데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던 거 같아요. 긴 여행 중 잠깐 조반니에게 들른 것 같은 느낌.

+ 공연 중에 옆돌기를 하는 배우가 있다?! 깜짝 놀랐어요. 너무 가뿐하고 아무렇지 않게 도셔서 내가 뭘 본거지 잠깐 고민할 정도로... 캄파넬라의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점을 아주 단단하게 각인시켜주시는 듯... (근데 이 점이 나중에 진지한 캄파넬라/피에르와 대비되어서 심장을 떨어뜨려요...)

05 켄타우루스 축제의 밤

'우린 약속을 했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모르지만 그 문장만으로 울컥하고 벅차올랐어요. 언젠가의 행복했던 조반니가 캄파넬라와 했던 약속. 그리운 기억. 조반니에게 소중한 것. 저는 연뮤캐릭터들의 약속,, 다짐,, 기억,, 그런 것에 약해요...

지인분이 자주 올리시던 가사가 여기 출신이었네요.

켄타우루스 이슬을 내려 소원을 가져 오늘은 축제의 밤

06 은하철도에 몸을 싣고서

-겠~숩니~다. 이 말투 자꾸 떠올라서 미치겠어요. 캄파넬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중독성 엄청나다. 근데 심지어 치치 치치 치치키 푸까지 여기서 함께. 왜 오슷 안 사왔지 하고 후회하게 만드는 넘버 최고봉.

07 플라이오세 해안 (Underscore)

한숨말하기 챌린지를 여기서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요ㅠㅠ 진짜 길고 잘하세요. 덩달아 숨을 참고 있었습니다...

08 은하의 끝

09 익숙한, 낯선 ~ 11 오르페우스와 에우리케

(캄파넬리가 이 즈음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조반니가 아저씨라고 하니까 목소리 싹 빼더니 아냐. 틀렸잖아. 얘기하는 거 너무 웃겼어요ㅠㅠ 그리고 캄파넬리쯤 되니까 조반니 이미 감겨서 질문할 때 리 말투 따라하는데 진짜 귀여웠습니다...

기러기조아하자나기러기조아하자나 반복할 때 진짜 숨 넘어가시는 줄ㅠㅠ 고고학자 소개부터 시작해서 폐활량에 감탄했어요(이상한 감상 포인트 같긴 한데 진짜로 엄청나요)

백조 눌러서 소리 나니까 살아있다고 놀라더니 콱! 하고 죽여버린 캄파넬리와 그에 충격받은 조반니와 승객 하나... 조반니 손에 있던 기러기깡 떨구고는 기러기 보고 먹으라고 하는게 어처구니 없어서 웃겨요ㅠㅠㅠㅠ 근데 떨어트렸을 때 표정까지도 웃겨서 하.. 리 너무 웃겨서 좋아요.

시그너스 이야기에서 태양마차 탈 때 미디어아트에 있는 태양이 눈 깜빡이는 거 보고 약간 식겁했어요. 그러고 나중에 말 통제 안 될 때 태양이 경악하더라고요ㅠㅠ 너무 리얼해서 놀랐지만, 그래도 디지털?미디어아트 진짜 예뻤어요. 엽서 같은 거 안 내주시나...

조반니에게 도망가야한다고 진지하게 해달코트를 벗기고 새잡이 옷을 입히는 캄파넬라... 여기부터였던 거 같아요. 극악무도한 은밤 2부...

12 어이, 해달 가죽

푸른 조명 진짜 쎄해요. 조반니와 자넬리를 1인 2역으로 목소리 연기하시는 점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조명이 번쩍이는 순간에 역할을 바꿔서 위치까지 움직이시는 점이 편집된 영상 같이 긴박해서 숨이 막혀요.

13 사냥꾼 신화 (Underscore)

14 긿을 잃어버린 난

(이 부분이 맞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아무튼 후반부...) 환상 때문에 조반니가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소름돋았어요. 그저 2인극이라서 한 배우가 여러 목소리를 내는 거라고 별 생각없이 넘겼는데, 사실은 전부 조반니의 마음 속의 괴로움이라서 그 아픈 말들도 결국 조반니의 목소리라는 게... 조반니가 자넬리의 목소리가 되었을 때에도 캄파넬라는 조반니가 있을 자리를 바라보는 게 꼭.. 조반니가 환상 속에 갖혀 스스로이지 못할 때조차 캄파넬라는 조반니를 찾을 수 있다는 것처럼 보였어요.

+ 그런데 자넬리가 조반니의 목소리였던 것처럼, 캄파넬라도 조반니 안에 존재하는 거라면... 조반니는 스스로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다독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일까요. 아버지의 사랑이 조반니 안의 그런 캄파넬라를 만들어준 거라거나.

15 그 아일 만난 후 ~ 17 재회 : 켄타우루스의 밤

캄파넬라를 피에르가 만들었다고 하니까... 모든 게 이해가 되는 거예요. 곁에 있을 수 없는 것도, 그럼에도 조반니가 언덕에서 이름을 부르면 달려가겠다는 것도, 그 다정한 눈빛도과 어깨를 끌어안고 소중히 쓰다듬던 엄지손가락까지 전부...

난..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는 관계에 약하구나... 넘버 가사가 빠른 부분이 좀 있어서 다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은하의 끝은 이 현실이 아닐까 싶었어요. 높은 자리에 있던 피에르 공작이 은하의 끝에 떨어져 힘들고 괴로웠지만 그 곳에서 만난 가장 소중한 것이 그의 아들, 조반니. 아이로 인하여 세상이 바뀐 아빠. 조반니는 피에르의 세상을 바꿨고, 피에르는 그런 소중한 조반니에게 나아가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을 거 같아요.

은하의 끝에서 온 낯선 여행자, 조반니.

작은 마을, 작은 집, 작은 방 안에 멈춰있던 조반니는 이제 은하를 나아가겠죠.

18 Finale - 별이 되어

은밤의 마지막이 정말 인상 깊었고,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그 무엇 하나 현실은 변한 것 없지만, 그럼에도 조반니는 조반니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되었고 우주를 나아갈 거라는 것.

조반니의 세상은 변했다는 점이 너무 좋아요.

+ 좌헌캄파... 그는 정말 극악무도해요. 쉴틈없이 온갖 밈과 동작, 캐릭터 전환, 슬랩스틱을 선보이며 은하열차의 승객들을 웃기더니... 진지한 성대로 갈아끼우고는 조반니와 승객들을 울려요. 자리가 꽤 멀었는데도 조반니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게 보일 정도로... 근데 그런 조반니를 캄파넬라는 다정하게 보면서 웃는다고요. 다정유죄. 진짜 에바.

상상도 못한 정체 ㄴㅇㄱ, 귯 등을 비롯하여 셀 수 없이 많은 밈의 소용돌이를 보여주신 듯... 저는 제가 다 알아봤는지도 모르겠어요. 공연 끝나고 가장 많이 든 생각 "캄파넬라는 다 이래요???????" 너무 궁금해서 다른 캄파넬라들의 스콜 영상을 봤고, 좌헌캄파가 어마무시한 거구나.. 하며 지인분의 말이 스쳐지나갔어요(관객들 기를 쪽 빨아먹고 날아다닌대요) 하...

캄파넬라 연기차력쇼 잘 봤습니다... 옷 진짜 여러벌 입으시더라구요. 기관사석 안에서 후다닥 옷을 입으시는 실루엣 보고 시선을 좀 빼앗기긴 했는데(왜 보이게 창문을 단 걸까요? 로리루리우스 모두 캄파넬라라는 걸 보여주려고??) 암튼 즐거웠어요ㅠ

+ 예전에 예사 2층 갔다가 음향 때문에 졸 뻔해서(심지어 허리도 아픔) 예사1관은 절대1층 외쳤는데 은밤은 조명이랑 무대 때문에 한 번쯤 2층도 가보고 싶어요.

+ 무대 구조물 대신 상자 활용이 너무 좋았어요. 단순한 상자들일 뿐인데 얼음동굴도 되고, 은하열차의 의자도 되고, 지하세계도 되고,... 상상하는 즐거움! 눈이 보이지 않는 조반니에게 밋밋한 상자같은 현실을 캄파넬라가 황홀하게 설명해주는 거 같기도하고.

+ 트위터에도 썼었는데, 만화로 보는 그로신을 국민교양으로 읽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은하철도의밤을 보며 모든 신화이야기를 익숙하게 이해한다는 점이... 은하철도의 밤이 코리안뮤지컬이라는 걸 더 빛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진짜 재밌다...

+ 오슷을 왜 안 사왔을까요. 온라인 판매 같은 거 해주시면... 안되겠죠...ㅠㅠ 다음 관극 언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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