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21 헤드윅 자첫 후기
이 모든 후기를 티켓을 양도해준 친구에게 바칩니다💐(맘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음)
이 후기는 오래된 메모장과 공연 후에 휘갈긴 메모들을 얼렁뚱땅 취합한 글입니다.
문제가 있을 시 연락 부탁드립니다.
(공연 전)
4월 21일 일요일
오후 10시.
갑자기 친구가 헤드윅 표를 양도해줬다. 아니 이런 짱자리를 어째서 양도하는거죠?
그치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금 완. (나중에 생각나서 물어보니 기작 봐야해서 표 정리중이라고 함)
끝장나는 관극을 해야겠다.
오후 11시
관극 전에 영화랑 가사 보면 좋다는 말을 듣고 헤드윅 ott와 vod를 검색. 하지만 재개봉의 영향인지 무엇 하나 흔적도 찾을 수 없었고….(나중에 친구한테 물어보니 어디 통신사 플랫폼에 대여하기로 존재한다고 함)
결국 중고 dvd를 결제! 제발 주문 취소 당하지 않게 해주세요.
+ 새끼오리현상이 좀 있는 편이라 미리 보고 캐해석 쌓이면 어떡하지 걱정도 약간. 근데 음향이 안 좋아서 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소문에 일단 싸그리 머리에 넣고 갈 생각.
5월 20일 월요일
오후 10시
- 무슨 dvd 시청을 한 달이나 미루셨나요?
- 아니 저도 바빴… 맞아요 저는 사자입니다. 밀림의 왕. 어흥.
암튼…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공연장 의자에 가둬놓지 않으면 한시간반 이상 집중을 못하는 성인이 된 지 어언 n년. 스스로를 알기에 퇴근길에 영화 보면서 먹을 케익도 사고, 디카페인 커피도 챙겨서 착석.
그거 아시나요? 요즘 조립 컴퓨터는 시디롬을 안 넣더라구요…. 그치만 연뮤덕이란 시디롬이 필수니까. 리핑용으로 사 둔 외장dvd롬을 활용할 날이 왔군요. 근데 이것마저도 관극 준비용으로. 어쨌든 과거의 나 땡큐!
간만에 디비디 메뉴 고르는 화면 보고 추억에 잠겨 자막 언어 체크해주고, 재생 시작. (공연 가니까 내 얼굴엔 메이크업~ 하는 따라부르는 가사 나오는 화면에 헤드윅 가발 움직이는 게 디비디 메뉴 화면 모티브더라구요. 웃기고 반가웠음.)
(영화 끝나고 기억에 의존해서 적은 거라 부정확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큰 양해 부탁…)
옛날 디비디랑 어쩔 수 없는 화질과, 오래된 느낌의 번역자막에 적응하는데 한 곡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리고 때마침 헤드윅이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예정인지 소개해줍니다. 헤드윅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불행이나 가십에 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대사를 듣고 어떻게 흘러갈 지 궁금해졌어요. 사실 보통 헤드윅을 보지 않은 사람이 아는 것이라고는 딱 그런 내용들뿐이잖아요.
상처를 꽁꽁 감추고 담담하게 풀어내려나 싶었죠. 근데 보다보니 꽁꽁 감춘 건 맞는데, 사실은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 한 감정들이 같이 묶여서 감춰져있는 것 같았어요. 그게 토마토를 터트리면서 같이 터져나오고, 토미와 함께 반라의 모습으로 부르는 노래에서 마주한 거 같아요. 외강내유의 밖-헤드윅, 안-한셀.
그렇게 강한 척 지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 했을 거 같기도 해요. 세상에게서도, 스스로에게서도. 그래서 헤드윅의 이야기가 더 안쓰럽고 슬프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는 거 같아요.
헤드윅 인생의 첫번째 허망함, 슬픔을 이야기하는 변태성욕자 군인과의 이별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 미친 변태놈에게 서사는 전혀 주지 않고 전부 헤드윅의 이야기라는 점이요. 반대로 어린 토미는… 뭐랄까 어린 한셀 같기도 해요. 물론 그는 헤드윅에서 상처를 입히고 도망갔으며, 그들의 곡까지 혼자의 것인 양 훔쳤지만요. 그래서 결국은 토미가 가발을 벗은 뒤의 헤드윅의 옆에 함께하지 못하겠구나 싶었어요.
전남편보다 토미에 대한 이야기가 더 큰 이유는, 헤드윅 안에 그 둘의 존재가 그런 크기로 남아서이지 않을까요. 혹은 토미와 함께 음악을 하던 시절이 너무나 행복했어서. 그 미군과도 결혼이 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자유를 갖기 원해서 따라나선 거라면, 당연한 거 같아요. 지위적으로 확고하게 불균형한 관계의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자유로웠을 거 같진 않아요.
반대로 토미와의 만남은 헤드윅이 우월했으면 우월했지, 토미가 그렇진 않았으니까요. 헤드윅은 토미를 억압하고 찍어누르는 게 아니라 음악을 가르쳐줬고, 또 잘 따라와주는 제자이자 동료가 사랑스럽지 아니할 리 없죠. 심지어 외롭고 기댈 곳 없는 헤드윅의 상황에 그런 귀여운 연하남? 아 좋아할 수 밖에요.
그런 토미가 헤드윅의 가장 큰 상처를 보고 헤드윅을 버린다는 게 이 이야기에서 가장 잔인하고 현실적인 부분인 거 같아요. 개쓰레기자식. 어려서 그랬다는 노래할 시간에 무릎꿇고 사과를 해라.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들은 거의 다 이런 식인 것 같아요. 헤드윅에 열광하다가 그를 비난하고, 또 열광하고, 다시 비난하고. 아니 그냥 인간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리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요.
영화 보기 전에 뮤지컬에서 원톱 2인극+밴드 공연이라고 했는데, 그럼 이츠학은 대체 어떤 인물이고, 어떤 역할인가 궁금했어요. 헤드윅의 남편이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내가… 편협한건가. 근데 뮤지컬 후기에서 가끔 봤듯이 이츠학의 비중이 크진 않아요. 헤드윅보다 자기주도적이지만 헤드윅 옆에 있기에 변하기 쉽지 않은 사람. 하지만 헤드윅이 이츠학에게 상처를 줄 지언정 이츠학이 헤드윅의 상처를 후벼파고 도망가진 않아요. 그래서 헤드윅이 나중에 이츠학에게 가발을 선물하는 거 같아요. 자신의 곁에 있는 가족이니까.
내일 출근해야해서 여기까지만 하기로. 넘버가 그냥 들었을 땐 좀 심심하지 않나? 싶었는데, 이야기와 함께 하니까 감정이 와 닿아서 무척 좋았어요. 라이브로 보면 울컥하겠다 싶은 지점들이 보여서 휴지를 필참하기로….
노래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 이게 뭔 소리인가요? 했는데 영화를 보니 이해 완. 완벽 적응했습니다. (막상 가서 멀뚱거리면 어떡하지… 어쩌긴 그것도 자첫의 묘미지)
자첫이니까 오글은 필요 없을 거 같고. 휴지, 렌즈, 인공눈물, 친구가 쥐어준 재관증빙표 잘 챙겨서 다녀오겠습니다.
가는 길에 넘버 싹 듣고 앵콜 가사 외워야지. 가보자고~!
+ 그리고 친구가 앵콜 가사랑 볼 만한 글이랑 이것저것을 전해주었고…
아니 근데 리니지 진짜 상상도 못한 필모ㅠㅠㅠ
(공연 후)
정리해보려고 했는데요, 그게…. 암튼 그렇게 되었습니다! 뒤죽박죽 엉망진창입니다.
- 영화와 같이 스캔들, 이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헤드윅 스스로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다는 대사가 좋았어요.
이게 이 작품의 정체성인 거 같아요. 전남편도 토미도 크게 주목받지 않은 오직 헤드윅의 이야기.
- 이츠학…. 영화랑 같은 메이크업과 복장으로 나오실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시작 전에 가발 올려두러 앞쪽에 누군가 오시는데, 어라 어제 영화에서 본 비주얼이 그대로?! 라이브 영상에서는 평범했잖아요! 아, 헤드윅도 분장 안 했지 참. 암튼 비주얼 쇼크가 먼저 오고, 그 후에 코러스 부르시는 게 너뭄 좋아서 긍정적 쇼크가 또 한 번 왔어요.
- 무대…. 솔직히 과하게 넓은 거 맞는 듯 합니다. 헤드윅이 우로 갔다 좌로 갔다 하느라 엄청 돌아다녀요. 근데 그래서 온갖 조명이며 오븐 자동차, 수술조명 같은 포크레인 같은 게 들어갈 수 있다는 건 좋았어요. 대사에서도 큰 무대에 대한 개연성을 넣기 위해 노력한 거 같기도 하고요.
그치만 소극장 버전 헤드윅도 한 번쯤 보고싶어요. 좀 더 몰입감이 커지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
- 헤드윅 분장이며 의상이 진짜 엄청나요. 머리도 아이셰도우도 의상도 반짝여서, 그냥 헤드윅 자체가 빛을 뿜어내는 것처럼 번쩍이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그 아이셰도우의 펄…. 살짝 움직일 때마다 알알이 반짝이는데, 그 중에 눈꼬리 쪽에 위치한 녀석 하나가 가끔 눈물처럼 빛을 반사해서 너무나도 아름다웠어요. 진짜 짱.
- 옛날에 노래만 알았을 땐 The Origin of Love이 그냥 신화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헤드윅을 알게 된 뒤에 그가 부르는 디오리진옵럽은 스스로가 완전하지 못해서 자신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 하는 헤드윅의 이야기로 들려서 슬펐어요.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가사라고 생각해요. 아주 먼 옛날에 잃어버린 나의 반쪽을 찾아 떠도는 게 사랑이라니. 사랑, 그래서 고통.
- 헤드윅은 환호받기를 좋아하고, 그 관심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쏠리면 무척 불안해요. 그 점이 스스로 온전하지 못하다는 증거 같았어요. 그리고 이츠학에게 집착하는 것도 과거의 트라우마로 누가 자신을 먼저 버리는 것에 견디지 못해서 나오는 행동 같아요. 근데 또 그렇다고 손에 들어온 사람을 먼저 버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요.
- 분홍색 가운 깃털 많이 빠지겠다고 생각했는데, 앞에 지나가시니까 뭐가 나풀나풀 날아다녀서 웃겻어요. 엄청난 핑크를 소화하시는 거 보고 진짜 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모피코트 입으신 앞 모습만 보다가 뒤도셨을 때 등 부분 보는데 정말로 섬뜩했어요. 마치 오래된 상처 같아 보여서요. 한 번의 상처가 아니라 계속해서 덧생긴 상처 뭉텅이.
- 디 앵그리인치 기타 분 웃겼어요. 싱포미! 하니까 오페라의 유령 크리스틴 파트 부르시고ㅠㅠ 초기 밴드 버전일 때 볼하트 하고ㅠㅠ 음악감독 분도 뭐 부르셨는데 목소리 좋으시더라구요. 밴드들과 소통할 때 진짜 락밴드로 느껴져서 재밌었어요.
그리고 앵그리인치 분들 모두 이츠학을 좋아하거나 안쓰럽게 여겨왔다는 게 보이는 시선의 방향들이 있어서 좋았어요. 정말 디앵그리인치라는게 무대 위에서 잘 느껴졌어요.
- 향수팔이 이츠학ㅠㅠㅠ 향수… 진짜 뜬금없고 웃겨요.
- 이츠학이 헤드윅 머리에 가발을 씌워주고 바라보는 눈빛이… 사랑, 부러움, 슬픔 등등 많은 게 섞여있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이츠학은 헤드윅을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헤드윅이 이츠학을 사랑했는지는, 글쎄요. 그치만 마지막에 이츠학에게 사과하고 존중한다는 게 뚜렷하게 드러나서 이런게 부부인가… 하기도 했어요.
- 헤드윅 역 배우가 토미역을 같이 함으로써 영화랑은 토미에 대한 감상이 좀 달라진 거 같아요. 어린 한셀을 떠올리며 토미를 가르치던 헤드윅이라 더 큰 상처를 받은 것 같고, 근데 또 그래서 토미가 헤드윅을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츠학도 해내지 못한(도전하지 않은) 가발을 벗기고 스스로를 받아들일 용기를 주는 사람.
- 마지막에 헤드윅이 갈라진 벽 사이로 나가는 거… 그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더이상 그는 벽이 아닐 거라는 게 너무나도 잘 보여서요. 여자도 남자도 아닌 벽이었던 그가 이젠 스스로 온전히 존재할 거라는 뜻 같았어요.
- 흔히 생각하는 뮤지컬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1인 토크쇼에 노래를 곁들였다고 설명해야 맞는 거 같은. 물론 음악이 차지하는 스토리의 비중이 무척 크지만요. 오로지 배우의 역량과 관객의 호응으로 돌아가는 부분도 꽤 되는 거 같은데, 이건 스피커인 헤드윅에 마음 못 붙이면 무조건 불호겠구나 싶기도 했어요.
근데 그래서 저는 좋았어요. 제 친구의 n년 최애가 당신이군요. 엄청 길쭉하고 잘생기셨어요. (ㅋㅋㅋ)
+ 무대 보면서 키 크다는 생각을 딱 한 번 해봤었는데(ㅇㅇㅈㅇ의 ㅎㄷㅎ씨…) 오늘이 두 번째예요. 거의 기린 마냥 기——다란 다리….
- 집 도착하면 12시인데 머리 감고 자야해요. 물 제대로 맞아서. 근데 너무 신나게 뛰어놀아서 물 안 맞았어도 벅벅 씻고 자야했을 듯.
기출문제 왕창 나와서 무척 즐거웠다고 이 자리를 빌어 전달 드립니다.
중소극장에 만만치 않은 음향 실존. 강하게 컸습니다. 이 정도는 가뿐히…! (자랑스러워 할 일이 전혀 아닐텐데도)
암튼 ㅁ무척 즐거웠고… 앵콜에 너무 신나게 뛰어놀아서 그 날 밤에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났다는 소식도 전해드립니다. 락페에 대한 열망을 해소했어요(ㅋㅋㅋ)
240113 밤 뮤지컬 스모크 자첫자막 후기
3개월이나 지나서야 백업 목적으로 업로드하다
240705 미오 프라텔로 후기
<주의!>호와 불호가 섞인... 애매한 귀가길 메모를 정리한 후기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