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쟁] 선남과 나무꾼
준쟁 준수재유
NO생각 의미불명 헛소리작렬 안 웃긴 개그물 많은 걸 기대하지 마십시요,,,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4명의 동생들을 먹여살리는 청년 가장 진재유가 살았어요. 그는 많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나무꾼이었답니다. 진재유는 빠른 발과 남다른 체력으로 누구보다 많은 나무를 해치워 마을 사람들에게도 나무꾼이라고 불리곤 했어요. 나무 팔아서 얼마나 번다꼬 나무꾼이가. 이만큼 캐봤자 집에서 쓰고 나면 남지도 않는데. ...아무튼 그는 나무꾼이었어요.
집 근처의 나무들을 전부 해치워버린 진재유는 산길이 험해 평소 마을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뒷산으로 나무를 캐러 갔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아주 노다지였어요. 나무 말고도 뽑아갈 만한 버섯과 약초들이 많아 쏠쏠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나무를 하러 가는데 웬 사슴이 말을 걸어오는 것 아니겠어요?
"거기 나무꾼 청년!"
'사슴이 와 말을 하노....'
좀 당황스러웠지만 사슴이 많이 다급해보여 일단 들어주기로 했어요. 진재유가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자 사슴은 말을 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사냥꾼한테 쫓기고 있는데 혹시 사냥꾼이 사슴 못 봤냐고 하면 못 봤다고 해주실 수 없을까요? 제발요. 저는 사냥꾼의 사냥감이 되고 싶지 않아요. 도와주시면 제가 진짜 알짜배기 꿀 정보 알려드릴게요!"
원래는 무시하고 갈 생각이었으나 진재유는 알짜배기 정보라는 말에 혹 했습니다. 거짓말이야 원래 능숙하니 어려운 일도 아니었어요.
"알았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저‐기 위로 올라가면 연못 하나 있는데 거기서 뵈어요!"
말을 마친 사슴은 부리나케 뛰어나갔습니다. 진재유는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가던 길을 마저 걸어갔어요. 그렇게 잠시 걷다보니 누가봐도 사냥꾼이라 할 만한 복색의 사내가 나타나 사슴이 지나가는 걸 보지 못했냐고 물었습니다.
"사슴이요? 씁, 본 것 같기도 한데...."
"어디로 갔지?"
'야는 언제 봤다고 반말이고.'
"스치듯 본 거라 정확한 건 아인데..., 쩌어기 저쪽으로 갔습니다."
진재유는 사슴이 간 곳과 반대되는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사냥꾼은 그 말을 듣자마자 대답도 않고 떠났습니다. 싸가지 없는 자슥이구만. 사냥꾼을 향한 진재유의 인상이 바닥을 찍었어요. 사냥꾼을 보낸 진재유는 산 이곳저곳을 돌며 나무와 약초를 캐다가 사슴이 말한 연못으로 향했습니다. 연못에 도착하자 사냥꾼을 무사히 피했는지 사슴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무꾼 청년!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사냥꾼을 피할 수 있었어요. 보답으로 좋은 정보를 알려줄게요!"
그래, 그놈의 좋은 정보가 뭔지 좀 들어보자. 진재유는 비싼 약초의 위치 같은 것들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사슴의 말은 그의 기대와 달랐어요.
"저기 연못에서 씻고 있는 사람 보이나요?"
사슴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누군가 연못에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 날씨에 온천도 아니고 노천 연못에서 목욕이라니, 안 춥나. 진재유는 추위를 꽤 타는 체질이었기에 야외에서 찬물로 목욕하는 이가 신기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신기한 사람의 용모는 이런 생각을 바로 날려버릴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백옥같이 흰 피부와 새카만 머리카락, 길게 뻗은 눈매와 날카로운 턱선.... 오~..., 하는 것도 잠시, 진재유는 그래서 뭐 우짜라고? 싶었어요.
"저 사람이 선계에서 온 선인인데, 날개옷이 없으면 선계로 돌아가지 못 한다더라구요! 지금 날개옷을 훔쳐서 숨겨놓으면 저 사람은 당신의 것이에요!"
"어..., 글나...."
'뭐라노, 절도는 범죄 아이가. 글고 낸 모르는 잘생긴 사람같은 거 내 걸로 할 생각 없는데."
게다가 사내의 인상을 보아하니 날개옷이 없다고 순순히 선계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신고로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지, 소리소문 없이 뒷산에 묻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뒷산에 묻힐 생각도, 점유물 이탈 횡령죄로 감방에 들어갈 생각도 없는 정직한 청년 나무꾼 진재유는 사슴의 말을 무시하기로 했어요.
"좋은 정보죠? 그럼 전 이만!"
사슴은 지 할 말 다 끝났다고 그새 쏜살같이 달려나갔습니다. 저 정도로 빠르면 사냥꾼은 그냥 피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딴 걸 좋은 정보라고 주다니. 진재유는 어이가 없었지만 사냥꾼에게 거짓말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냥 좋은 일 했다, 치기로 했습니다. 진재유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일을 하러 가려다 사내의 옷이 놓인 바위로 향했어요. 또 사슴이 순진한 인간 하나 꼬셔 날개옷을 훔치게 했다가 자신의 일터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진재유는 바위 위에 놓인 날개옷을 수풀 사이에 숨기고나서 돌로 바위에 글을 썼습니다.
[웬 사슴이 여 있던 옷 훔치면 그 짝 집 못간다던데 누가 훔쳐갈까봐 근처에 숨겨뒀습니다. 잘 찾아가시고 다음부턴 조심 좀 하세요.]
감정이 좀 담긴 것 같지만 뭐 어때요? 진재유는 후련한 마음으로 떠났습니다.
~
목욕을 마친 선인 남자, 선남 성준수는 자신의 옷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 뭐야 씨발. 내 옷 어디갔어."
성질이 평범하지는 않을 것이란 진재유의 예상이 틀리진 않은 모양이에요. 뭐 이런 좆같은 경우가.... 성준수는 바위에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 위에 적힌 글을 보았습니다.
'숨겨뒀다고?'
근처를 둘러보자 수풀 아래로 천이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어요. 아무리 성준수라도 야외에서 전라로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기에 서둘러 옷을 꿰어 입었습니다.
"뭔 씨, 언제적 얘길 듣고 날개옷 없으면 집엘 못 간대?"
과거 왕위 계승권 4위였던 막내 공주 선녀가 자매들의 계략으로 날개옷을 잃어버리고 오랜 시간 지상에 머물다, 수 년 후 선계에 되돌아와 모든 후보자를 처리하고 왕이 된 이후로 모든 선인들은 의무 교육으로 임시 날개옷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만들기 어렵고 정식 날개옷보다 질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임시 날개옷 제작 교육이 의무화된 후로는 선인들이 오래 행방불명되는 일은 없었답니다.
"사슴? 사슴 새끼 눈에 띄면 죽여버린다."
아무리 날개옷이 없어진다고 해서 큰일은 나지 않는다지만 빡치는 건 빡치는 것 아니겠어요? 남의 물건을 훔치려—사슴이 직접 훔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하다니 찢어죽어도 상관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다시 한 번, 진재유의 판단이 옳았네요. 옷을 모두 입은 성준수는 선계로 올라가기 전, 소지품을 뒤져 정직한 청년 나무꾼 진재유에게 답장을 남겼어요.
[고맙습니다.]
~
나무 캐기와 약초 뜯기 버섯 뽑기를 마친 진재유는 산을 내려가며 연못에 들렀습니다. 살벌하게 잘생긴 청년이 집에 잘 돌아갔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거든요. 무사히 돌아간 듯 연못은 비어있었어요. 그저 자신이 글을 남겼던 바위 위에 종이 한 장이 놓여있을 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생각보다 예의바른 청년인 모양이군요. 종이에 먹으로 쓴 쪽지라니 돈도 많은가 봅니다. 진재유는 종이를 그대로 두고 갈까,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이 주워갈까봐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신기한 하루였어요. 말하는 사슴을 만나질 않나, 살벌하게 잘생긴 선인 청년을 보질 않나. 이런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며칠 뒤 같은 연못에서 그 청년을 다시 보기 전까지는요.
지난번 가본 연못 너머 숲에는 꽤나 괜찮은 물건들이 많았기에 그 날 이후 진재유는 연못을 자주 지나쳐가곤 했습니다. 평소처럼 연못을 지나가려는데, 딱 한 번 봤지만 잊지 못 할 얼굴이 그곳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번보다 추운 날씨였는데도 춥지도 않은지 연못에 온 몸을 푹 담근 채였어요. 추위를 타지 않는 체질인 건지, 열 받을 일이 많은 건지. 진재유는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청년의 표정을 보고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궁금해진 진재유는 계속 가지고 다니던 종이 쪽지를 바위 위에 올려놓고 그 옆에 돌로 글을 썼습니다. 생각보다 예의바른 청년이었으니 답장이 올지도요.
[안 추워요?]
일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연못에는 역시나 청년이 없었습니다. 대신 다시 올려놓은 종이 쪽지에 답장이 남겨져 있었어요.
[별로요. 하늘은 여기보다 더 춥기도 하고. 빡치는 일이 많아서 그런가.]
이번에도 진재유의 예상이 맞았네요. 진재유는 다시 종이를 챙겨 산을 내려갔습니다. 꽤나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청년은 며칠에 한 번 씩 연못에 나타났습니다. 진재유는 산을 올라가며 연못에 청년이 보이면 종이와 글을 남기고, 산을 내려가며 청년이 답장을 쓴 종이를 챙기는 방식으로 그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청년—성준수가 왜 지상까지 내려와 목욕을 하는지도 알게되었어요. 선계에서는 지금 왕위 계승권 싸움이 일어났는데, 왕족의 피가 쪼끔, 진짜 쪼오끔 섞였다는 이유로 성준수 자신도 휘말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왕위에 진심 진짜 정말 하나도 관심 없고 자기는 공이나 튀기며 살고 싶은데 주위 사람들이 가만히 두질 않는다고, 그래서 잠시나마 그들을 피해 쉬기 위해 지상에 내려온다고도요. 진재유 또한 공을 땅에 튀기다가 던지는 놀이—농구—를 좋아했기에 그들은 쉽게 친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재유가 아침에 일이 생겨 평소보다 늦게 뒷산으로 간 날이었습니다. 오늘 준수 오는 날인데. 이미 돌아갔을 수도 있겠구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쉬운 마음을 접고 진재유는 성준수가 돌아가지 않았다면 어떤 말을 남길까 고민했습니다. 지난번 성준수가 쓴 쪽지의 내용은,
[난 네가 궁금한데.]
...선인이라 이래 낯간지러운 말을 잘 하나? 이름 알고 나이 알고 하는 일 알면 다 아는 것 아닌가, 궁금할 게 또 뭐가 있나 싶었지만 오늘의 편지로 뭐가 궁금한지 물어보기로 했어요. 진재유는 산을 올라 연못으로 향했습니다. 근처에 도착해 연못을 바라보는 순간, 진재유는 막 연못에서 나오는 성준수와 마주쳤습니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어요.
"...어,"
"진재유?"
어, 내가 진재유는 맞는데.... 성준수는 막 연못에서 나오던 참이었어요. 네, 알몸이었다는 뜻이에요. 당연하게도(?) 보기에 좋지 않은 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보기에 부담스럽달까.... 진재유의 눈이 허공을 헤맸어요.
"니가 진재유야?"
"어, 어. 맞다. 내가 진재유다. 맞으니까 옷 좀 입어라...."
아. 성준수는 그제서야 자신이 어떤 몰골이었는지 깨달았어요. 이렇게 홀딱 벗은 상태로 마주치다니.... 쪽팔리기 그지 없었습니다. 애초에 진재유는 벗은 성준수 밖에 본 적이 없었지만요. 그래도 그 동안은 멀기도 멀었고 연못 물이 가려줘서 괜찮았었는데.... 서로 다른 이유로 목덜미와 얼굴을 붉히며 또다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진재유가 옆으로 돌아서서 딴청을 부리는 사이 성준수는 착복을 끝냈습니다. 크흠. 성준수가 헛기침 소리를 내고 나서야 진재유가 돌아봤습니다.
'옷이 날개라더니, 임마는 임마가 옷의 날개인 거 같다.'
저번에 치울 때는 그냥 고급스러운 옷,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성준수가 입은 걸 보니 그야말로 날개옷이었어요.
"니가 진짜 진재유야?"
부끄러움이 가셨는지 성준수가 멀쩡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어, 맞다. 증거라도 보여주까?"
진재유는 품에서 그 동안 성준수가 쓴 종이 쪽지를 꺼내 내밀었습니다. 성준수는 내민 손을 쓱 훑어보기만 하더니 진재유의 얼굴로 시선을 고정했어요.
"딱히 의심 안 했는데."
"와? 얼굴 본 적도 없는데."
"그냥..., 너 처럼 생겼어."
너 처럼 생겼다니, 욕인가. 성준수 같이 생긴 사람이 말하니 욕처럼 들리기는 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아닌가 봅니다.
"주근깨가 있네."
"어, 어어 있다, 주근깨. 내 일하러 가야되는데, 니도 갈래?"
어쩐지 낯간지러워져 진재유는 자신의 뺨으로 향하는 손길을 슬쩍 피하고 말을 돌리며 앞으로 걸었습니다.
"응, 갈래."
"집에 안 가봐도 되나?"
"가봤자 피곤하기만 하지. 늦게 가도 괜찮아."
두 사람은 걸어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글로 대화할 때부터 느꼈지만 성준수는 생긴 것과 달리 말이 꽤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둘은 식용 가능한 버섯과 살면서 한 번밖에 못 먹는 버섯을 알려주기도 하고, 나무 패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면서—성준수는 의외로 나무 패는 것에 소질이 있었습니다— 하루를 보냈어요.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한 시간이 길어 직접 만나면 어색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어요. 진재유만 즐겁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지 성준수도 아쉬워 보였습니다. 성준수는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우물거렸어요.
"할 말 있음 해 봐라."
"어..., 재유, 나 다음에 내려오면 마을 구경 시켜줄 수 있어?"
진재유는 웃음을 터트렸어요.
"그게 뭐 어렵다고 그래 고민하노. 얼마든지 해주께. 언제 내려올 수 있는데?"
"음, 내일모레?"
"그래 그럼 낼모레 보자."
"응, 고마워 재유. 잘가."
"니도 잘가래이."
성준수는 기쁜 표정을 하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날개옷이라더니 옷자락이 팔락이며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은 정말로 날개 같았어요. 그리고 진재유는 뒤늦게 생각했습니다. 아, 다른 옷 챙겨오라고 안 했네.
~
이틀이 지나고 성준수가 다시 내려왔습니다. 성준수가 일을 도와 생각보다 빠르게 아침 일을 마치고 둘은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마을 구경하기 전에 우리집부터 가재이. 니 여벌 옷 없제?"
"어, 안 가져왔는데. 왜?"
"왜긴 왜야, 니 그러고 마을 돌아다니면 소매치기 당한데이. 얼굴 멀끔한데 옷이라도 후지게 입혀놔야 좀 덜하지."
"니네 집에 나한테 맞는 옷 있어?"
"니랑 등치 비슷한 아 하나 있다."
동생들 먹여살린다길래 어린 동생들인 줄 알았는데, 나 만하다고? 성준수는 어이가 없었어요.
"갸가 등치만 크지 아직 아다 아."
성준수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 재유 고생시키는 시바꺼들 어떤 얼굴인지 좀 보자. 진재유의 집은 뒷산과 가까워 마을을 통하지 않고도 갈 수 있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군가가 반기며 뛰쳐나왔어요.
"해앰~, 웬일로 이렇게 일찍 돌아오셨어요으아악누구세요?!"
"어 상호. 집에 있었나. 야는 내 편지 친구다. 전에 말한 적 있제?"
휘황찬란한 옷을 차려입은 살벌한 미남이 자신을 째려보자 기상호는 쫄아붙었어요. 네네들어오세요소리질러서죄송합니다.
"상호 니 옷 좀 빌려줄 수 있나."
"네?! 왜요?!"
"준수가 마을 구경 하고 싶다는데 저러고 갈 순 없다이가."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었습니다. 지금의 성준수는 눈에 띄는 의복에 눈에 띄는 외모, 눈에 띔² 상태였으니까요. 눈에 띄는 걸 하나라도 줄여 눈에 띔 상태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니가 준수랑 제일 등치 비슷하니까 니 옷 좀 빌리자."
"네...."
하늘같은 큰 형님과 무섭게 생긴 모르는 형님 사이에서 기상호는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어요. 막내의 협조 아래 순조롭게 옷을 갈아입고 두 사람은 마을로 향했습니다.
"다른 놈들은 어디가고 쟤만 있어?"
"다른 아들은 일하러 갔지. 다들 한 덩치해서 내 혼자서는 못 먹여 살린다."
누구는 식당에서, 누구는 일꾼으로, 누구는 배달원으로....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데도 식비가 많이 들어 생각보다 돈이 잘 모이지 않는다고, 진재유는 덧붙였습니다. 됐다. 마을 구경이나 하자. 니가 하고 싶다매? 성준수는 가타부타 말을 얹지 않고 진재유를 따라 나섰습니다. 마을 구경은 역시나 즐거웠어요. 솔직히 말하면, 마을 구경보다는 진재유와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던 것 같다고 성준수는 생각했습니다. 둘은 마지막으로 농구를 하고 헤어지기로 했어요. 혼자서 또는 자신보다 훨씬 못하는 시종들과 하는 농구만 하다가 자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인 진재유와 농구를 하니 정말 즐거웠습니다. 지상이 조금씩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또 올 게. 다음에 봐."
"엉, 잘 드가래이."
~
성준수는 그 날 이후 지상에 뺀질나게 드나들었어요. 원래는 2~3일에 한 번, 길면 일주일 이상 오지 않은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매일을 지상에 내려왔답니다. 임마 이러다 여기서 산다고 하는거 아이가.... 진재유는 예지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실제로 성준수는 같은 걸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지상에서 생활하는 게 잘 맞기도 하고, 이곳엔 진재유도 있었으니까요.
몸은 편해도 머리 아픈 일만 생기고 밖에서 공이라도 튀겼다간 구름을 뚫고 내려간 공이 위치 에너지를 받아 누군가의 머리를 뚫어 농구공 살인마가 될 수 있는 선계보다는, 몸은 좀 힘들어도 편하게 농구도 할 수 있고 빡치는 것들은 한대씩 쥐어박을 수 있는 데다 진재유까지 있는 지상이 훨씬 낫다고 성준수는 생각했습니다. 생각=행동인 돌직구남 성준수는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재유, 나 여기서 살아도 돼?"
"어? 뭐? 와, 와 갑자기?"
"갑자기 아닌데. 꽤 생각했어."
하루 정도 생각했습니다.
"어..., 내는 괜찮다. 근데 니 부모님한테 허락은 받아야 되는 거 아이가."
"그런가? 그럼 지금 가서 허락 받지 뭐. 너도 같이 갈래?"
"내는 와?"
"그야 내가 지상에서 살기로 결정한 이유가 너니까."
고백인가? 성준수는 엄청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말 하는 것 보니 고백은 아닌 것 같다고 진재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얼굴에 열이 올랐습니다.
"아, 아니다. 선계는 지상보다 산소가 적어서 너는 고산병 올지도.... 지상에서 오래 살다가 올라온 사람들 말로는 고산병 되게 힘들대. 그래도 가족들한테 너 소개해주고 싶은데...."
지 할 말 하느라 진재유 얼굴은 보지 않아 진재유에겐 다행이었을 지도요. 성준수가 혼자 꿍얼거리는 동안 진재유의 얼굴색은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성준수가 진재유의 얼굴을 봤다면 자각이 좀 더 빨랐을 텐데,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럼 나 혼자 올라가서 부모님 뵙고, 동생이나 뭐 아무나 데리고 다시 내려올게."
"으응? 안 그래도 된다."
"아냐. 어차피 부모님도 누구 하나가 확인해야 제대로 허락해주실 걸. 금방 갔다올게. 내일 봐."
"어..., 그래 잘 다녀오래이."
성준수는 빠르게 하늘로 날아갔어요. 점마는 지가 무슨 짓 하고 있는 건지 알고는 있는 기가.... 성준수의 말로는 지상에 선인이 발 붙이고 사는 경우는 거의 소중한 사람이 생겼을 때 밖에 없다는데, 너 때문에 지상에서 살기로 했다는 말도 그렇고 거의 프러포즈나 다름 없다고도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성준수 본인은 무자각이었던 것 같지만요.
~
성준수는 정말로 다음날 본인과 똑 닮은 동생을 데리고 내려왔습니다.
"성지수, 인사해. 얘가 진재유."
"아, 안녕하세요...."
"재유, 얘가 내 동생 성지수."
"아, 네. 안녕하세요."
갑작스럽게 성준수의 무자각 상견례를 하자니 머리가 다 아팠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성준수의 부모님이 성지수가 만나보고 괜찮은 인간인 것 같으면 허락해준다고 했답니다. 성지수가 낯도 많이 가리고 예민한 성격이니 얘가 괜찮다고 하면 진짜로 괜찮은 인간일 거라고. 뭔 이런 가족이 다 있지. 진재유는 당황스러웠지만 저라고 성준수가 싫은 건 아니었기에 동생과의 짧은 만남에도 최선을 다 했습니다.
"어, 엄마가 인간들은 믿지 말랬는데...."
"인간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라니까? 저번에 말했잖아. 내 날개옷 누가 훔쳐갈까봐 숨겨준 사람, 그게 재유야."
"어, 그래...?"
성지수의 마음은 좋은 사람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좋긴 한데 이래도 되는 기가 이거.... 동생들이 전부 일하러 간 날이라—성준수가 모두 쫓아낸 것이지만— 다행이었을지도요. 동생들이 있었다면 이렇게 쉽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진재유는 없는 살림에 최대한 극진히 모셨습니다. 그것이 빛을 발했는지 성지수는 좋은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얘 데려다주고 올게. 오래 안 걸릴 거라 오늘 안에 올 거야."
"엉, 갔다온나."
뭐, 좋아하는 사람이 지상에서 저랑 살림 차리겠다는데 좋으면 좋았지 싫을 건 없지 않겠어요? 진재유는 이제 포기하고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집을 정리하고 잠시 쉬고 있자 성준수가 돌아왔어요.
"뭐고, 니 진짜 빨리 왔네."
"돌아가서 성지수가 너 좋은 사람이라고 하니까 바로 허락해주시던데."
"니네 가족 결정 진짜 빠르네.... 유전이가?"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날개옷을 갈아입은 성준수는 옷을 치우려다 말고 빤히 쳐다봤어요. 저, 점마 또 뭔 이상한 생각을....
"이거 이제 필요없는데 뜯어다가 팔까?"
"뭔, 니 집에는 어케 돌아갈라고?!"
"자주 갈 것도 아닌데 임시 날개옷으로도 충분할 걸. 가끔가다 한 번 입을 거 팔아서 목돈 마련하는게 낫지."
이거 생각보다 비싸. 지가 지 옷 판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진재유는 진짜 정말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동생들에게 오늘부터 같이 살 것이라 전하자 반발이 조금 일어났으나 어찌되든 좋은 이야기.
성준수는 진재유(외 4명의 떨거지)와 함께 지상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안녕하세요? 길기만 하고 생각도 없고 재미도 없고 의미불명에 헛소리만 가득한 괴상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웃기라고 쓴 글인데 노잼이라고 욕 먹을까봐 지금 굉장히 마음이 쫄립니다. 게다가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길어졌는지... 지금 이게 성.고.실 보다 길다는 게 믿기질 않아요. 펜팔 친구였다가 코 꿰여서 성준수가 지상에 눌러 삶. <-이게 끝인 내용인데 왜 이렇게 길어진 걸까요?
사실 이 선남과 나무꾼 이라는 소재는 제가 제일 처음으로 생각한 준쟁 썰인데요. 과거의 저는 무슨 생각이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만에 만자 썼더니 머리가 너무 아파서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헛웃음도 웃음이죠? 조금이나마 웃음을 드렸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