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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쟁] [잡담] ㅈㅈㅇ 프듀 즌2 원픽 ㅅㅈㅅ였대ㅋㅋㅋ 같이 데뷔 결정되고 무슨 생각 했을까

아이돌(연습생) au의 준쟁

준쟁 합작: 파랑의 전조 참여했습니다!

https://www.postype.com/@sign-of-bluewave

“금마도 참, 갈 때 가더라도 말이나 좀 하고 가지. 어디 얼마나 좋은 데를 들어갔길래…….”

자고 일어나니 룸메이트가 사라져 있었다.

입사 동기로 재유의 동년배 연습생 중에선 제일 춤을 잘 춰서 암묵적으로 남자 데뷔조의 메인 댄서라 여겨지는 녀석이었다. 그 또한 재유처럼 지방 출신에 장기 연습생이라 자퇴 후 숙소 생활을 함께 한지 오래였던 만큼 최근 몇 년간은 가족보다도 더 가족처럼 온종일 붙어 지냈던 사이다. 재유는 허탈함을 느꼈다. 끊었던 담배에 손을 댈 정도로.

“……내도 모르게 의지하고 있었나 보네.”

입에서 희뿌연 연기를 내뱉으며 재유가 중얼거렸다. 이 몹쓸 것도 그 자식한테 배운 건데, 기껏 애써서 고쳐놓으니 원흉은 떠나고 악습만 도로 살아나다니. 부조리도 이런 부조리가 없었다.

숨을 들이쉬자 담배가 훅 짧아졌고, 머릿속은 먼지가 낀 것 같다가도 선명해졌다. 필터만 남은 꽁초를 비벼 끄며 재유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굴기 위해 애쓰며 머릿속으로 정황을 짜 맞췄다.

아마도 대형 기획사에서 이적 제의가 왔을 것이다. 재유의 소속사는 그렇게 재정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던지라 데뷔조의 우수 연습생을 보내는 조건으로 회사를 꾸려나갈 돈을 약간 마련했을 테고, 그 친구는 큰 회사에서 데뷔와 동시에 전 세계 팬덤을 갖고 시작할 테다.

모두에게 윈윈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도 피해를 본 이들이 숨겨져 있었다. 같이 연습을 하던 재유와 데뷔조 연습생들은 기존 구성에 구멍이 나 버린 셈이니, 모자란 채로 데뷔를 하거나 충원을 기다리는 동안 데뷔가 미뤄지거나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이러한 일은 아이돌 판에 비일비재한 만큼, 누구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

덕분에 누군가는 배신이라는 단어까지 꺼내 들었지만 재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머 각자 능력에 맞게 사는 것 아이겠나. 내라도 큰 데서 불러만 주믄 갔다.’

물론 이렇게 생각을 해봐도 개인적으로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재유는 연초 한 대를 더 꺼내 피우고서야 마음을 다스리고 옥상을 나설 수 있었다.

재유는 서운함과 공허함에 매몰되는 대신 연습에 매진하는 걸 택했다. 이전에 메인 댄서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던 상황에선 보컬트레이닝에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데뷔조 구성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래서 그는 평소 연습하던 보컬 루틴은 그대로 둔 채 댄스의 강도만을 높였다. 

카메라로 연습 영상을 녹화하며 춤을 추고, 찍은 걸 보고, 다시 찍으면서 추고, 그걸 다시 보고…….

블라인드로 가려둔 창덕에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모르는 채로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불현듯 연습실 문이 열렸다.

“햄, 햄!”

남자 데뷔조의 분위기 메이커인 희찬이었다. 보통은 용건이 있어도 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거는 센스가 있는 녀석인데, 오늘은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말을 거는 걸 보아하니 어지간히 급한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재유는 다음 동작을 멈추고 노래를 껐다.

“뭐고, 요란하게.”

“햄 지금 3층에 새 연생 형 온 거 아나?”

“새 연생?”

처음 듣는 얘기라서 재유는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기준선으로 세워둔 물병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목을 축이고 있는데 문득 방금 희찬이 한 말에서 뭔가의 위화감을 느끼고는 물었다.

“근데 연생 형이라니, 새로 온 안데 형인지는 우예 아노. 벌써 통성명했나.”

희찬의 친화력이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거라 한 말이었는데, 의외로 희찬은 고개를 젓더니 더욱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건 아이다, 아직 현성쌤이랑 면담 중이라.”

“그럼?”

“아니, 그게 보니까 그 형이, 거기 나온 사람 같더마. ‘프로듀스’!”

“머?”

‘프로듀스’라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핫한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말하는 거였다. 아이돌이 되겠다고 학교까지 관두고 지하에 갇혀 춤추고 있는 재유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어디 그냥 알 뿐인가, 재유 본인도 나가고 싶었지만 그 시기에 입은 발목 부상으로 운 나쁘게 출전하지 못했다.

참가하지 못한 게 아쉬워 보지 말까 하던 것도 잠시, 시장 분석을 위해서 보기 시작한 게 문제였다. 남들한테 말 못한 원픽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리고 원픽이 2차 순위 발표식에서 탈락함과 동시에 방송을 하차했던 아찔한 기억이 되살아나 재유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누군데? 데뷔조는 아닐 끼고, 세미파이널이라도 간 사람이가.”

“아니. 그 왜 기억나나? 억수로 잘생겨가 방송 전 사전 투표 2위? 였는데 팀 미션에서 분위기 갑분싸시키더니 언제부턴가 분량 없어지고 2차 순발식에서 탈락한 그, 아, 이름이 머였드라?”

툭,

“앗, 차거!”

마개를 채 닫지 않은 물병에서 물이 쏟아지며 희찬과 재유의 발치를 적셨다. 새로 온 연습생의 이름을 기억해내려 애쓰던 희찬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재유를 살폈다.

 

“햄! 개안나?”

 

그러나 재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희찬이 묘사한 그 연습생은 재유가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어, 어어. 개안타. 잠깐 딴생각을 해가……. 미안.”

“아! 이름 막 기억날라 캤는데. 머였지? 성…, 성……”

“성준수.”

고민 끝에 재유가 자연스러운 척 그 이름을 내뱉으려고 했으나 누군가가 선수를 쳤다.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 문제의 인물은 한술 더 떠 재유가 허리를 숙여 집어 들려던 물병까지 먼저 집어 들어 마개를 잠그기까지 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에서 질릴 정도로 봤음에도 전혀 질리지 않던 그 잘난 얼굴이었다. 희찬은 갑작스러운 주인공의 등장에 말을 더듬거렸다.

“어, 네?”

“성준수라고, 내 이름.”

준수가 물병을 건네주며 말했다. 준수의 이름을 헷갈렸던 건 희찬이었지만 시선은 줄곧 재유에게 고정한 채였다. 재유는 입가에 흐른 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물병을 받고는 멍하니 고개만 끄덕였다.

이성은 새로 온 연습생이 보컬 특기를 가진 녀석인 만큼 메인 댄서 자리는 자신이 맡게 될 테니 댄스 연습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생각도 머릿속인지 가슴속인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파묻혀버렸다.

쿵, 쿵, 쿵, 쿵…….

심장 소린지 종소린지 알 수 없는 것이 끊임없이 귓속을 가득 채웠다.

원픽과의 데뷔, 그 파랑의 전조였다.


짐은 어제 다 정리했던지라 오늘은 몸만 나오면 됐다.

기분이 이상했다. ‘프로듀스’ 탈락 후 퇴소할 때는 회사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울면서 돌아왔었는데 지금은 혼자서 대중교통을 탈 예정이었다.

뭐 어쩌겠어. 얼굴을 거의 덮는 까만 마스크를 쓴 준수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회사 근처 지하철역 역사 내에는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상위권에 진출한 연습생 동기 놈들의 얼굴이 대문짝만한 광고로 실려있었다.

[조재석 데뷔 영점 잡혔으]

[영중아! 묵묵히 걷는 너의 길을 응원해]

[원픽 뭘 국민은행? 지국민 농협은행~]

각자에게 어울리는 멘트가 적힌 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낸 광고의 여백에는 수많은 응원이 적힌 색색깔의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있었다.

솔직히 탈락하고 한동안은 이걸 보는 게 상당히 힘들었지만 이젠 아무렇지 않았다. 응원의 포스트잇들을 한참 보던 준수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포스트잇을 붙일 겸 광고를 보러 온 팬들이 준수를 발견하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준수는 빠르게 휘적휘적 걸어서 걸음을 옮겼다.

등하교시간도 출퇴근 시간도 아닌 애매한 오전이었기에 지하철에 자리는 여유 있었다. 준수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구석에 박혀 앉아 휴대폰 화면을 켜두고 고개를 푹 숙였다.

폰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누군가의 춤 영상이었다. 까만 민소매에 파란 조거팬츠를 입은 소년이 볼캡을 푹 눌러 쓴 채 춤을 추고 있었다.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도 몸짓만으로도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게 정말 탁월해서 준수가 좋아하는 영상이었다. 존나 이렇게 춤추면 무슨 기분일까. 영상 한구석에 박힌 로고는 JS엔터테인먼트의 것이었다. 준수가 향하고 있는 그의 새로운 소속사였다.

이렇다 할 메가히트 그룹을 배출한 이력도 없는 JS엔터를 새 소속사로 고른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그들이 올려둔 연습생 평가 영상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그들은 데뷔조로 추정되는 연습생들의 평가 영상을 올리고 있었는데, 그 영상들로 판단했을 때는 실력이 꽤 탄탄한 듯했다. 물론 늘 이런 퍼포먼스를 내보이진 못할 테고, 여러 차례 찍은 것 중 가장 그럴듯한 것을 올린 거겠지만, 설령 운이 작용했다고 하더라도 이 댄스는 현역 아이돌을 기준으로 두었을 때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실력을 모든 것의 척도로 여기는 준수에겐 같이 데뷔할 멤버들의 실력이나, 기복이 심한 보컬인 자신을 키워줄 만한 트레이닝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던 차에 운 좋게 이적을 고려하던 준수에게 WJ뮤직 A&R팀 팀장 경택이 JS엔터에 아는 사람이 있다며 이적 추천을 제안해온 데서 준수는 웃기게도 운명이나 필연 같은 끌림을 느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끌림은 과한 의욕을 불러,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이르게 도착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짜슥, 억수로 일찍 왔네. 반갑다. 내는 여서 신인개발팀 팀장이랑 퍼포먼스 디렉터 겸하고 있는 이현성이다. 현성이 형이나 현성쌤이나, 뭐 편한 대로 부르면 된다.”

경택이 말한 신인개발팀 팀장은 자신을 현성이라고 소개했다. 머리숱이 좀 적긴 했지만 상상한 것보다 꽤 젊었고, 강한 부산 사투리 억양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야아, 근데 우짜노. 내 지금 아들 뭐 봐주던 게 있어가…… 회사 쫌 둘러보고 있을래? 혹시 빨리 끝나면 내 전화해 주께. 일찍 왔는데 미안타.”

“예, 괜찮아요. 둘러볼게요.”

한 시간이나 일찍 왔으니 충분히 다른 일정이 있을 법했다. 덤덤하게 대답한 준수는 착실하게 곧장 옥상으로 향했다. WJ뮤직에선 답답할 때마다 옥상에 갔었기에 여기도 옥상을 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내려보니 옥상 문이 활짝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다만 당장 이곳을 쓰는 것은 문이 열려 있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살짝 들뜬 기분으로 준수가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옥상에서 불어온 바람에서 연초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어떤 새끼가 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처 피우고 지랄이지……?’

슥 보니 누군가가 있었다. 회사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중소라서 이런 것까진 터치 안 하나? 아니면 연습생이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열린 옥상 문으로 발소리를 죽여 다가가는데 문득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갈 때 가더라도 말이라도 좀 하고 가지. 어디 얼마나 좋은 데를……”

덤덤한 어조였지만 서운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기색이 역력한 그 혼잣말에 준수는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다부진 등과 볼캡을 눌러쓴 동그란 뒤통수가 익숙했다. 몰라볼 수가 없었다. 그 엄청난 춤 실력의 연습생이었다.

준수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실제로 보는 그는 영상보다 훨씬 또렷한 윤곽을 가지고 있었고, 맨살이 드러난 어깨에는 주근깨가 박혀있었다. 아쉽게도 삐딱하게 서서 문을 등진 구도라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내도 모르게 의지하고 있었나 보네.”

강약 조절이 탁월하고 힘이 좋은 것과 다르게 그의 목소리는 꽤 부드러운 편이었다. 누군가가 떠났는지 쓸쓸해 하는 그 모습에, 왠지 보면 안 될 걸 봤다는 촉이 강하게 울려대 준수는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

발소리를 죽이고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러니까 누군지 모를 그 자식 자리에, 그가 들어가게 된 모양이었다. 흥, 준수는 코웃음을 쳤다.

누군지 몰라도 그 새끼보단 내가 나을걸.

분하면서도 어쩐지 흥분되는 이 느낌은 꼭 거대한 무언가의 전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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