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밝힌 빛.

2. 마법

글러 49제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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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하루의 어느 때, 그는 찬란하게 빛나는 세상을 동경했다. 모든 것이 찬란하게 빛나고, 모든 것에 생명력이 깃들어 있는 그런 세상을 동경했다. 하지만 동경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볼 때 감정의 바닥에서 스멀 기어나오는 감정의 파편. 그는 찬란하게 빛나는 세상에 가려진 어두운 ‘오늘’을 살고 있다.

이렇게 가만히 있던 것도 얼마나 되었던가. 하루가 저물어 간 시간은 얼마나 되었던가. 글쎄, 이제 5년 째인가. 시간으로 따지면… 계산하기도 귀찮은데. 중간에 윤년도 있지 않았던가? 뭐, 상관없지만.

오늘도 그는 일상적으로 떠오르는 상념과 스스로 대화한다. 자문자답으로 이어져서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은 날도 5년, 세상의 빛은 그가 몸 뉘였던 곳으로부터 애매하게 닿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며 동쪽에서 서쪽으로 기울여졌고 결국 별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는 눈이 시리다는 감각이, 빛에 타들어 간다는 느낌이 이제는 기억나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것은, 짙은 어둠은 밝은 빛처럼 눈이 멀어버린 것 같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당연한 사실과 어둠 또한 고독으로 자신을 태울 수 있다는 것 즈음이다.

아무리 어둡더라도 벽을 더듬으면 나갈 수 있으나 나가도 어차피 반길 이도 - 반기는 이도 하나 없는 그는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공간 밖은 언제나의 고요함이요, 공간 안 또한 지독하게 달라붙게 놔둔 고독이 그의 다리를 휘감아낸다.

그 순간, 분명 어둠이 찾아온 시간인데… 밖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내 소멸, 다시 점등. 수없이 점멸을 반복한 어둠 속 빛이 그의 공간을 침범했으며, 시각은 반가운 빛을 마중하듯 삽시간에 명순응했다. 청각은 갑작스러운 소음에 놀라 이명이 끊기지 않았다. 죽은 듯이 느릿하게 뛰던 심장은 짐짓 놀란 것인지 이명 사이에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박동을 시끄럽게 끼워 넣었다.

빛을 좇는 원초적 본능은 고독을 뿌리치고 다리를 움직이게 했으며, 그렇게 공간 밖으로 나가면 형용할 수많은 미사여구는 잊어버렸다 한들, ‘아름답다’는 단어는 그리 빠르게 혼잣말로 나올 정도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공간 밖을 가득 채운다. 감각을 되찾아가는 촉각이 오랜만에 느낀 것은 고독을 날려보내는 바람이요, 후각은 비릿한 풀내음을, 미각은 텁텁하면서도 서늘한 공기를 받아들여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상념을 내보냈다.

삐, 삐, 삐… 삐-

똑같은 어제의 끝과, 똑같을 오늘의 시작을 알기 위해 설정해둔 알람.

아, 마법 같은 ‘어제’가 끝났다. ‘어제’는 ‘오늘’의 그에게, 이제는 밖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나올 수 있는 마법을 고독이 가득했던 다리에 살며시 걸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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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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