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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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당신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하루의 피로가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요. 당신의 편지 속 세상에서는 미스트나, 미믹같은 특이한 동물들도 나오고, 힘든 일이 있으면 진짜 마법으로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잠들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당신의 편지를 읽으며 저도 당신이 말하는 것들을 상상하면서… 힘을 얻곤 해요. 당신도 그렇다면, 우리의 작은 행복
아무래도 저의 ‘서랍’과 당신의 ‘쓰레기통’은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것 같네요. 3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당신과는 다르게 저는 당신의 편지를 목빠지게 기다렸었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사는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해야겠죠. 운좋게도 이번에 당신의 편지가 이전만큼 늦어지진 않았어요.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날이
일단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네요. 조사단 합격 축하해요 아서. 잘 지냈나요? 조사단 결과가 나온 뒤 답장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답장이 오래 걸릴 것은 예상했지만 해가 바뀔 때까지 못 받을 줄은 몰랐어요. 당신의 편지를 정말 누군가 친 장난 정도로 생각할 뻔했다니까요. 물론 이렇게 답장이 왔으니 이제 와서 당신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요. 그리고 이리
편지의 시작치곤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글로 정리하고 표출하는 것은 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Dear”. 당신의 이름을 편지에서 알 수 있었다면 이런 진부한 호칭으로 부르지 않았을 텐데요. 일단 중요한 것은 당신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려는 의도에서든, 아니면 당신의 감정을 예의 말하던 “쓰레기통”에 집어
창문밖에는 눈발이 흩날렸다. 한동안 따뜻하더니 꽃샘추위가 덜 지나갔는지 내리는 눈이라고 했다. 손짚은 창가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새하얀 입김이 제 시야를 가렸다. 순간 유리창에 비춘 자신의 모습이 오늘따라 낯설었다. 검은머리, 군대에가서 조금 더 큰 키, 성숙한 얼굴이 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지금과는 전혀
활과 현이 마찰하며 내는 날카로운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로지 이 공간안에 바이올린과 저만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러다 활을 내리면 그제서야 박수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깔끔하게 다려진 셔츠와 잘 세팅된 머리가 조금 흐트러지는 것도, 저를 강하게 비추는 조명과 경외에 찬 사람들의 시선들도 좋았다. 바이올린을 잡고 연주할 땐 무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