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못하다가 오랜만에 다정하게
일이 늘었다.
그만큼 시간도 늘었고, 피로도 늘었다. 돈도 많이 늘면 좋겠는데 피로 대비 콩알만큼 늘었다.
손해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어쩔 수 있나 하고 일했다.
그러다 보니 퇴근은 늦었고, 집에 도착하면 이미 아코락은 출근해서 텅 빈 집이었다.
대충 씻고, 옷도 대충 갈아입고, 대충 침대에 늘어져 자고. 일어나면 출근하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었다.
주말이라 아코락이 쉴 텐데, 좀비처럼 흐느적흐느적 퇴근해서 집에 온 후 기억이 없었다.
씻었나? 옷 갈아입었나? 그런 기억이 하나도 없이 그냥 무대에 막이 내리듯 눈앞이 암전이었다.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기절과 같은 수면이었다.
그런 깊은 수면임에도, 누군가의 손길을 느끼며 느릿하게 눈을 떴다.
잔뜩, 잠에 취한 눈이 가늘게 떠지고 시야에 들어온 건 제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아코락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다정하게 머리나 쓰다듬은 적 없으면서, 그냥 눈뜨면 붙어먹고 쉬다가도 붙어먹고 그랬으면서.
왜 평소와 다르게 따뜻한 눈빛인지 알 수 없으면서도 괜히, 그 표정에 가슴이 몽글거리고 뭉클거리며, 누군가 제 가슴을 솜털로 간질간질 간지럽히는 듯했다.
이때까지 제대로 느껴본 적 없는 생경한 간지러움에 조금은 감정적으로 된 것인지.
메르가 손을 뻗어, 아코락의 손을 잡아 약하게 잡아 끌자 희미하게 웃는 것 같았다.
“오, 웬일이지?”
“…어차피 하려고 온 거 아냐?”
잠에서 덜 깬 나른한 목소리가 흘렀다.
약하게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코락의 몸이 침대로 완전히 올라왔다.
밀착한 몸이 탄탄했다. 위도 아래도.
불룩 솟은 하반신이 닿았다.
꾹, 눌리는 성기의 감각에, ‘윽’ 메르의 몸이 살짝 움츠렸다. 아코락의 팔이 메르의 목 아래로 들어가 감쌌다.
반대편 손이 잠옷을 내리고 속옷을 내렸다. 그 손길에 메르 역시 골반과 다리를 들어 벗기기 쉽게 움직였다.
하아, 둘의 숨결이 뜨거워졌다.
아코락이 자신의 바지와 속옷까지 벗자, 퉁 튕겨 올라온 성기가 메르의 것과 닿았다.
잔뜩 흥분하여 발기할 대로 발기, 퉁퉁 부풀어 오른 성기 둘이 닿아 비벼지자 참을 수 없다는 듯 거친 신음이 토해졌다.
기분이 좋은지 나른한 숨과 섞인 신음이 나오자, 그게 듣기 괜찮았는지 그대로 메르의 몸을 잡아 살짝 굴러 제 몸 위로 올렸다.
본의 아니게 아코락의 몸 위에 올라갔지만, 그게 뭐? 그대로 더 밀착되어 압박된 성기의 쾌감에 오소소 소름이 돋으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성기 끄트머리에서 나온 쿠퍼액이 문질러지며 질척하고 야릇한 소리가 울렸다.
“하읏.”
아코락의 손이, 제 위에 올라탄 메르의 말랑한 엉덩이부터 손가락으로 설설 건드리더니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허리까지 올랐다.
휘어져 움푹 들어간 허리를 천천히 매만지며 척추를 따라 올랐다. 닿은 성기, 만져지는 허리와 등, 찌릿거리는 아찔한 감각이 전심을 감싸고 오싹거리게 했다.
“거, 거기. 으읏!”
게다가 어느새 둘의 성기가 아코락의 큰 손에 쥐어져, 강하게 압박되고 있었다.
“나, 그, 읏!”
“괜찮아. 싸.”
두 사람이 동시에 사정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극악의 확률을 뚫고 아코락과 메르가 동시에 사정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게 섞인 정액이 아코락의 손을 적시고, 밑에 깔린 아코락의 배에 뚝뚝 떨어졌다.
“그...으...윽....괜찮...아?”
정액 한두 번 맞는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좀 분위기가 평소와 달라서 슬쩍 물었다. 그에 대한 답은 하지도 않고 정액이 잔뜩 묻은 손을 빼내 메르의 엉덩이를 붙들었다.
“흐, 야...!”
뭐 꼭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었지만, 잡힌 엉덩이가 벌어지고 두 사람분 섞인 정액이 그 틈에 흘러내렸다. 정액으로 젖은 손가락이 구멍을 잡아 벌리자, 메르의 다리도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하아, 누구의 것인지 모를 묵직한 신음이 무겁게 내리 앉았다.
한 차례 사정했음에 불구하고, 단단하고 두꺼운 성기가 구멍을 가르고 벌리며 느릿하게 들어섰다.
빠듯한 듯하면서도, 모양에 맞게 벌어지는 것이.
“흐, 읏.”
메르의 팔이 밑에 있는 아코락의 목에 감겼다. 살짝, 일그러진 눈과 살짝 깨물고 있는 아랫입술.
그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담겠다는 듯, 깜빡임도 거의 없는 눈이 시선 고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마주친 시선에,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깊은 곳까지 밀고 들어온 성기가 뭉근하게 움직이자 깨물린 입술이 열리고 작은 교성이 터졌다.
“하아. 괜찮아?”
평소라면 이런 물음 하지도 않으면서.
그럼에도, 메르는 답했다.
“흐, 으응, 응.”
메르 역시 아코락의 모습을 담으려는 지, 서로 마주친 시선은 돌릴 줄 몰랐다.
이미 가까이에 있는 얼굴이 천천히 움직였다. 더욱 아래로 향해 메르의 입술이 아코락의 입술과 맞물렸다.
조금 전까지 물려 있던 아랫입술에 자국이 나 있었다. 잇자국이 아프진 않은지 아코락의 혀가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축축한 살덩이가 입술을 핥고, 부드러운 입술로 가볍게 물고 문지르자 못 참겠다는 듯 메르의 엉덩이가 살짝 흔들렸다.
간지러운 분위기를 깨지 않겠다는 듯, 평소라면 짐승처럼 달려들었을 아코락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근하고 부드럽게, 느끼기 쉬운 지점을 콕콕 찌르는 통에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내벽을 조였다.
스윽, 스윽, 아래쪽에서 움직이는 물기 어린 소리를 들으며 둘은 오늘따라 입술처럼 시선을 붙이고, 이마를 붙이며 떨어질 줄 몰랐다.
먼저 바라본 건 아코락이었지만, 날카롭게 뭐라고 했어도 벌써 했을 메르까지 보고 있으니 괜히, 이상하게….
“왜 그렇게 봐?”
성기를 뭉근하게 돌리며 물었다.
꽉 들어찬 성기가 빙글빙글 돌자 내벽과 전립선을 짓누르며 허리가 뒤틀렸다.
완전한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다. 어차피 이렇게 묻는 말에 답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그 순간 미적거리고, 시선을 피하지 않던 메르가 잔뜩 붉어진 얼굴, 흐트러지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서.”
주어는 없었다. 뭐가 좋다는 건지.
“뭐야. 그렇게 내 이게 좋아?”
그냥 이 행위가 좋다는 거겠지, 지레짐작하며 장난치듯 흘려 넘기는 말을 하며 고개를 내렸다.
시선을 계속 마주치면, 괜히 다른 말을 할 것 같아서. 메르의 허리를 강하게 잡으며 강하게 올려 찧었다.
느긋하고 다정한 행위 도중 갑자기 강하게 올려 찧이자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절로 터지며 아코락의 목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너, 히, 윽...!”
“조이는 거 봐. 내 이거 너무 좋아하는 거 같은데.”
농담으로 넘기는 듯한 목소리에, 스르륵 이마가 떨어졌다. 완전히 떨어지는 건가 싶다가도 오늘따라 모든 예상을 깨버리겠다는 듯 달아오른 메르의 입술이 볼에 닿았다.
뜨거운 듯, 축축하고, 파르르 떨리는 것이 피부에 그대로 느껴졌다.
“왜 좋아하면 안 돼?”
고개를 들자 흘기듯 가느다랗게 뜬 눈이 보였다.
그러니까, 뭐를?
여전히 주어는 없었다.
느릿느릿 깊은 속을 파고드는 아래와 다르데, 거친 호흡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어루만지는 손은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말과 행동, 그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 둘 다 모른 채, 어떤 감정을 담아 이루어지는 행위는 멈출 줄 몰랐다.
“하윽, 좋아.”
“뭐가, 여기가?”
단단한 끄트머리가 전립선을 강하게 눌렀다.
파드득, 떨리던 메르의 앞이 참지 못하고 두 번째로 사정했다. 끈적거리는 정액이 두 사람의 몸 사이에 끼어 문질러지고 가느다란 실을 쉴 새 없이 만들어 냈다.
“끈적거리는데.”
“흐읏, 뭐, 뭐가. 정액이?”
“네 여기가.”
퍼억, 꼭꼭 느긋하던 움직임이 한 번씩 강하게 파고들었다. 그럴 때마다 메르의 몸이 덜덜덜 떨리며 안도, 밖도 강하게 경련했다.
메르가 아코락의 볼에 입을 맞추면, 화답하듯 아코락은 메르의 목에 입을 맞췄다.
입술에 입술 맞추면 이마에 화답했고, 메르의 약한 귀를 깨물면 메르는 아코락의 어깨에 이를 박았다.
서로 어디를 어떻게 해야 좋은지 이제 너무나 익숙해져서, 말하지 않아도 시선을 마주치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알고 행했다.
“아읏, 아, 히..에...윽...”
“왜, 좋아서 죽을 것 같아?”
“좋은 건 내가 아니라.”
아래쪽 내벽에 이어 구멍까지 꽈악 조여 물자, 아코락의 한쪽 눈이 일그러졌다.
순간적으로 쪽팔리게 그냥 싸버릴 뻔했다.
“네가 더 좋아하는 거 아냐?”
“하, 그래. 좋아하지.”
메르의 허리를 붙든 손이, 강하게 아래로 내리꽂으며 성기는 더욱 깊은 곳으로 욱여넣었다.
타이밍 좋게 맞춰진 합으로 메르의 얼굴이 잔뜩 찡그렸다.
찡그린 얼굴은 흉하지 않았고, 붉어진 색상과 함께 아래가 더 부풀 정도로 꼴렸다.
“너, 왜, 더, 커지는, 아, 윽!”
“좋아서.”
“아으으...”
“너는?”
“조, 하읏! 좋...긴...한데. 하윽!”
점점 더 젖어 드는 소리와 함께 침대가 끼익, 끼익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매번, 아읏! 굶주린 것처럼 달려들더니, 아, 거, 거기. 으응.”
“이런 것도, 좋아하잖아.”
답은 듣지 못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답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은근히 내벽을 긁어대며, 입술을 겹치고 혀를 집어넣어 숨이 막히도록 만들었다.
숨이 막히는 것과 동시에 입을 헤집어 놓는 혀 덕분에 슬슬 정신도 몽롱해졌다.
아코락은 언제나 그랬다. 은근 집요했고, 강압적이었으며, 부드럽게 하는 것보다는 거칠었다.
짐승 같았고, 추잡했다.
그게 꼭 싫다는 건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너무 다정한 섹스가 이어지니 덜컥 겁이 났다.
그게 너무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서, 지난번처럼 미친 듯 거칠게 했던 게 이전에는 당연했는데 지금은 서운하게 느껴지는 것이 무서워서.
제멋대로인 사람이 점점 자신에게 맞춰주는 것이, 왜 그렇잖아.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쎄한 거.
질척이다 못해 끈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점점 안을 파고드는 성기의 속도가 빨라졌다.
빨라지기만 했을까? 점점 더 힘이 들어가서 배를 뚫어버릴 것처럼 박아댔다.
여린 뱃가죽이 찔릴 때마다 볼록볼록 올라오는 통에 진짜 구멍 나는 게 아닌지 두려우면서도, 이성을 없애고 본능이 지배하는 관계에 슬슬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아, 하아.”
강하게 겹치다 떼진 입술에서 묵은 숨이 토해졌다. 입에 고여있던 침이 뚝뚝 떨어져 아코락의 얼굴을 적셨는데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는 표정에.
뭐,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난 만큼, 약간의 기대는 해도 괜찮은 게 아닐까.
“아, 으, 야, 으읏!”
“좋아? 좋으면 가도 돼.”
퍽! 크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깊은 곳에 처박힌 성기가 가만히 멈추고 맥박쳤다.
몸에 힘이 풀리고 온전히 아코락의 몸에 기대었다.
맞닿은 가슴에, 서로의 심장이 강하게 뛰고 있는데 그 심박처럼 안에 박힌 성기도 같은 속도였다.
왈칵, 배 속을 채우는 정액의 뜨거움을 느끼며 메르의 앞쪽도 소량의 액체를 흘렸다.
매번 안에 싸지 말라니까 말도 안 듣고, 그렇다고 최근 하지 말라는 말도 안 하긴 했기에.
그냥, 괜히 한번 고민해 봐라 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좋아.”
아코락의 얼굴이 어리둥절했지만, 알아서 해석하라는 듯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
애매하게 자다 눈이 떠진 거라 아득해지는 상태에서, 뭔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다.
뭐, 감정의 이름 따위 알 생각도 없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 제일 좋았고.
어차피, 아코락도 그렇고 자신도 그렇고, 아마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대놓고 말은 하지 않겠지.
그게 딱, 좋은 거리감이니까.
그러니까.
“뒤처리...해...놔.”
그렇게 할 말은 하고 까무룩 정신을 잃으며,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냈다.
어떤 주말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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