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사이코100

[모브레이] 실종의 레이겐 썰

KIM1134 by KIM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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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타에서 백업함 (24.04.06)

모브의 고백 거절한 레이겐이 도주 하려고 사무소랑 자취방 부동산에 내놓은 다음, 대충 짐 싸두고, 사무소 들려서 폐업 딱지 붙이고 계단 내려오는데 모브랑 눈 마주침. 아 큰일 났다. 싶어서 어, 모,모브 오늘 쉬는 날인데 웬일로 왔어? 하면서 어버버 거림. 모브가 레이겐 빤히 보더니, 무시하고 계단 올라가서 폐업 이라고 써 붙여놓은 종이 확인하고 계단 내려옴. 아, 차라리 도망갈까 이런 생각하는 레이겐 앞에 선 모브가 주머니에서 레이겐이 준 핸드폰 꺼내 돌려주면서 말함.

스승님. 저희 내기하나 할까요.

...내기?

네. 술래잡기 같은 거예요. 제가 술래가 되는 거고...

내가 도망치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모브 미안한데...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거절하려는 레이겐의 말을 끊고 모브가 다시 말했음. 초능력은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사람에게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섬뜩할 정도로 무표정한 모브의 얼굴을 보고 레이겐은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음.

근데, 이러면 제가 너무 불리하니까, 하나 조건을 걸어요.

조건?

네. 스승님이 입 밖으로 제 이름을 부르는 순간, 이 내기는 제가 이기는 거예요. 아셨죠?

알았다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모브는 그러면 내일부터 시작인 거예요. 라는 말만 남긴 채, 눈 녹듯 사라졌음. 잠시 굳어서 모브가 건네준 핸드폰을 손에 땀이 나도록 꽉 쥐고 있던 레이겐은 이내 몸을 돌려 전속력으로 집을 향해 뛰기 시작함. 집에 도착한 레이겐은 대충 쌓아놓은 짐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만 챙기고 모두 밖에 버렸음. 마치 야반도주라도 하는 모양새로 레이겐은 작은 가방 하나만 든 채, 아파트를 뛰쳐나와 역으로 가는 택시를 잡았음.

최대한,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듯 창밖을 힐끔거리는 레이겐을 보며 택시기사는 속으로 역이 아니라 경찰서를 가야하는 거 아냐? 하고 잠깐 고민함. 역에 도착한 레이겐은 조미시 밖으로 가는 가장 빠른 표를 구매했음. 승강장에서 잠깐 기다리는 시간 호흡을 가다듬고, 부동산에 연락해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하게 타지를 가게 되니, 잔금은 입금해 달라. 아, 미처 청소를 못했으니, 잔금에서 청소비는 빼고 주셔도 된다. 이런 말을 하고 끊었음.

잠시 후, 온 기차에 올라탄 레이겐은 좌석에 앉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승강장을 바라봤음. 사람들 사이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새까만 머리카락의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레이겐은 질끈 눈을 감고 숨을 참았음. 기차가 출발을 해서야 눈을 뜨며 참은 숨을 토해낸 레이겐은 착각일거라며 자신을 위로했음.

***

편의점에서 조각 케이크를 사고 나오는 레이겐이 한숨을 쉬었음. 벌써 40살이라니, 세월도 굉장히 빠르지, 참. 그 날 이후 벌써 몇 년이 지난건지, 조미시를 벗어난 처음 6개월은 혹시라도 모브가 찾아올까봐. 실수라도 모브의 이름을 말할까봐, 긴장을 놓칠 수 가없었음. 지나가다 모브와 비슷한 사람이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 것도 몇 번인지, 레이겐은 풍성한 자기 머리를 매만지며 탈모 오는 건 아니겠지? 하고 한가롭게 생각함.

도쿄에 도착하고 레이겐은 제일 먼저 술을 끊었음. 자신의 주량을 생각해보면 실수라도 모브의 이름을 부를 수도 있으니까, 적당한 회사에 취직해서 치열하게 적응을 하다 보니, 모브의 생각을 하는 날 보다, 지쳐 쓰러져 잠에 드는 날이 더 많아졌음. 가끔은 그 몇 년간의 일들이 꿈같이 느껴지는 때도 있었음.

살고 있는 아파트에 도착한 레이겐은 한숨을 쉬며 계단을 올라갔음. 어,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래, 학원 끝나고 집 온 거니? 처음 레이겐이 이사 왔을 때, 반갑다며 비뚤한 손편지를 건넸던 아이였음.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더니, 가쿠란을 입은 모습을 볼 때면, 지갑 한편에 넣어 둔 사진이 떠올랐음. 사무소를 정리 하고 나오던 날, 버릴까 고민을 하다, 결국 지갑에 넣어둔 사진은 조금 바랬지만, 상한 곳 없이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음.

네. 아저씨도 일 끝나고 온 거예요?

응. 뭐...얼른 들어가라. 어머니가 걱정하시겠다.

...오늘 늦는다는데,

입을 삐쭉 내민 소년은, 레이겐이 들고 있던 편의점 봉투를 흘긋 보곤 집에 들어갔음. 하아~ 언제부터 내가 애들이 다가오기 쉬운 분위기가 된 거냐고, 그 이유는 차고 넘칠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레이겐은 굳이 떠올리지 않기로 했음. 집에 들어와 재킷을 벗고 넥타이를 풀고 있을 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음. 심장이 세차게 쿵쾅거렸음. 마치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라도 찾아온 것처럼

...누구세요?

아저씨, 저예요.

옆집에 살던 소년이었음. 하아...한숨을 내쉰 레이겐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옮겨 현관을 열어줬음. 가쿠란을 벗지도 않고 종이봉투를 들고 머뭇거리는 소년을 보며 레이겐은 안도감과 알 수 없는 허무함을 느꼈음.

왜? 무슨 일이야?

아니...아니, 아저씨 오늘 생일이시잖아요. 그래서...

뭐야, 기억하고 있네?

레이겐이 이 아파트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소년의 어머님은 가끔 소년을 레이겐 에게 맡겼음. 아니, 몇 번 본적도 없는 사람한테 애를 맡기다니, 조심성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냐...투덜대면서도 차마 거절하지 못한 레이겐은 몇 번 아이를 돌봐줬고, 그것에 대한 인연인지, 소년은 제법 레이겐을 친하다 느끼는 듯했음.

아저씨, 항상 피곤해보이니까...

머뭇거리며 건네는 종이봉투를 슬쩍 보니, 비타민이 있었음. 눈치가 제법 빨라, 그 녀석이랑은 다르게. 아, 젠장 또 생각해버렸다. 고개를 저으며 빠르게 기억을 털어낸 레이겐은 입 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음. 고맙다. 잘 먹을게, 네! 안녕히 주무세요. 아! 생일 축하드려요. 레이겐 씨. 맑게 웃으며 자기 집으로 뛰어 들어가는 소년을 보던 레이겐은 입술을 깨물며 문을 닫았음.

식탁에 선물을 내려놓은 레이겐은 침대 옆 협탁에 충전을 해 둔 낡은 핸드폰을 쳐다봤음. 기억을 안 하려고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모브는 틈만 나면 자신의 일상에 파고 들었음. 잠이 오지 않으면 지갑에 들어있는 사진과, 모브의 핸드폰을 번갈아 보는 자신이 싫어서 그렇게 치열하게 일을 한건데. 레이겐은 떨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음.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그리운 이름이 튀어나올 것 같아서,

안 돼. 레이겐 아라타카 절대 이름을 말하지 마, 거울을 보며 세뇌하듯 말을 곱씹은 레이겐은 천천히 떨리는 손을 입에서 떼어냈음. 거울 속에는 다크서클이 진한 남자가 서 있었음. 진짜 피곤해 보이긴 하네. 피식 웃은 레이겐은 침대 옆으로 가 넣어 둔 수면제를 꺼내 삼켰음.

***

콜록-!!콜록!!! 뭐, 뭐야.

눈을 떠보니, 집 안이 연기로 가득 차 있었음. 토해내듯이 기침을 하던 레이겐이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음. 약기운이 채 가시지 않아 몽롱한 정신을 다 잡고, 레이겐은 기어가듯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음. 컥,커어억! 아파트 복도에도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연기가 가득했음. 아, 손수건에 물이라도 묻혀서 나올걸, 레이겐은 비틀비틀 계단을 내려가면서 생각했음.

구급차와 소방차들이 도착해 화재를 진압하는 것을 보고 레이겐은 주저앉아 멍하니 화재보험을 들어놔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음. 대피를 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리를 하다 불이 낫다는 듯했음. ...초능력이 아니라서 다행이네. 한가롭게 혼잣말을 하던 레이겐은 킥킥 웃었음.

잠깐, 잠깐만요!!! 우리 애가 안에 있어요!!!

찢어지듯 소리치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음. 이제야 집에 돌아온 것 인지 소년의 엄마가 당황하며 소리치고 있었음. 아파트로 뛰어 들어가려는 여자를 잡는 사람들을 보며 레이겐은 전화번호부를 한번 들여다보곤 회사에 연락을 했음. 아주머니! 지금 들어가면 안 돼요! 곧 구해낼 테니까!! 조금만 진정을... 아악!!! 우리 아가! 어떡해...어떡하면 좋아... 사람이 소리 친 다기 보단,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 같았음. 연락을 마친 레이겐은 귀를 막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음.

아...시게...시게오 어떡해...우리 아가...

주머니에 들어있는 손수건을 꺼낸 레이겐은 주변에 널브러진 물병을 잡고 뿌렸음. 축축해진 손수건으로 입가를 막은 레이겐은 사람들이 말릴 틈도 없이 아파트로 뛰어 들어갔음. 잠깐! 그렇게 들어가면!!! 사람들이 기겁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온 레이겐은 허리를 숙여 소년과 레이겐이 사는 층으로 뛰어 올라갔음. 소년의 집 현관 앞에 선 레이겐은 달아오른 문고리를 잡다가 황급히 손을 떼었음. 젠장, 뜨거워...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던 레이겐은 곧 주먹으로 문을 쾅쾅 두들겼음.

문 열어!!! 얼른! 어서!

연기가 폐에 가득차서 큰 소리가 잘 나지 않았음. 기침을 하던 레이겐은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소리쳤음. 시게오! 아저씨야!!! 문 열어!!! 어서!!! 뜨거운 문을 쾅쾅 두들기던 손에선 점점 감각도 사라져가고 있었음. 시게오! 젠장, 콜록콜록! 점차 심해져 가는 연기에 레이겐은 몸을 더 낮추며 조금이라도 신선한 공기를 본능적으로 찾았음.

끼익-

시게오가 겨우 문을 연 것을 본 레이겐은, 물집이 잡히기 시작한 손으로 문을 벌컥 열었음. 재투성이 가쿠란을 본 레이겐이 자신에 입가를 감싸고 있던 손수건을 시게오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말했음. 시게오, 최대한 몸을 낮추고 지금부터 천천히 걸어 나가는 거야. 알겠어?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을 확인한 레이겐이 시게오를 부축했음.

쾅!!!

위층에서 폭발소리가 들리고 계단 쪽 입구로 잔해들이 쏟아져 내렸음. 더 이상 빠져나갈 통로가 사라진 것을 본 시게오는 레이겐을 보고 훌쩍거리며 사과했음. 죄송해요. 아저씨, 저 때문에...저 때문에 아저씨도...흐어엉...

...

레이겐은 잠시 말이 없었음. 불길이 번지는 소리와 간간히 터지는 소리. 그리고 시게오의 울음소리를 듣던 레이겐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음. 괜찮아. 나에게는 믿을만한 연줄이 있거든.

레이겐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자, 벨소리가 레이겐의 집 안에서 들렸음. 통화음이 세 번 정도 울리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음.

...

...모브.

네.

네가 이겼어.

레이겐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잠깐 아파트 내의 있는 모든 공기가 사라진 듯했음.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모든 불이 꺼지고, 곧 강한 바람이 들이닥쳐 연기를 모두 내쫓았음. 맑은 공기를 급하게 내쉬던 레이겐은 자신의 집 문이 열리는 걸 봤음.

스승님. 오랜만이에요.

그래.

그러면 이제 돌아가죠.

...

레이겐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집 안 식탁에 놓여있던 반쯤 탄 종이봉투를 가리켰음. 저건 챙기고, 네. 알겠어요. 예의 바르게 대답한 모브가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음. 아직 상황이 파악이 안 되는지 가만히 있던 시게오를 보며 레이겐은 말했음.

시게오. 얼른 내려가서 어머니한테 가. 걱정하시고 계시거든

...어떻게요?

봐, 저기 앞을. 정리가 다 돼있지?

아까까지만 해도 잔해가 쏟아져 반쯤 막혀있던 계단 입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깔끔했음. 마치 저 쪽만 시간이 되 돌아간듯이. 머뭇거리는 시게오를 보낸 레이겐은 아까부터 징징 울리는 자기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확인했음.

[미쳤어? 레이겐 씨! 갑자기 회사를 관둔다니, 이런식으로 관두고 다른 직장 갈 수 있을 거 같아? 내일 출근해서 확실하게 말하라고!]

스승님.

응.

그럼 이제 갈까요.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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