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이와] 타인 上,下
2016.07.13 / 2016.09.27 업로드
오이카와와의 만남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랜 시간 멀리 떨어져 지냈고 그만큼 서로에게 소홀해졌으며 소홀해진만큼 멀어졌다. 오이카와에겐 오이카와의 또다른 세계가 생겼고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가 없는 세계에 익숙해져야 했다. 어린시절부터 같이 지내오며 학교마저 같았다. 늘 함께였고, 늘 서로가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러니까 멀리 떨어져 지낸다해도 우정은 변치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오이카와를 잃은 적이 없기에 할수 있는 오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 거리가 멀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연락 역시 뜸해졌다. 사이는 느리게 멀어졌다. 차마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애매할 정도로 느리게, 그리고 어느순간 서운함을 토로할만한 사이가 아닌 순간이 왔다고 생각해서 말할수 없었다.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만나봤자 어색할거라고 생각했다. 오이카와는 국가대표가 됐고, 서로가 다른 세계에서 지내온 세월이 길어져서.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어제도 만난 것처럼 웃고 떠들고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즐거웠고, 그 덕분인지 술을 많이 마신 이와이즈미는 꽤나 취했다. 오이카와는 낮에 잠깐 이와이즈미의 자취집에 들린지라 위치를 알고 있었다. 오이카와의 숙소로 데려가도 되겠지만 거기보단 이와이즈미의 자취집이 더 가까웠다. 오이카와는 반은 웃고 반은 한숨을 쉬며 이 주정뱅이, 하고 이와이즈미를 보았다. 오이카와 역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반가웠으니까 집까지 데려다주는 정도는 해줄수 있다.
*
그렇게 이와이즈미를 부축해서 자취집으로 온 오이카와는 의아했다. 이와이즈미의 방 창문에 불이 켜져있었다. 우리가 낮에 갔을 때 불을 켰던가? 낮이라 안 켰을텐데? 설마 도둑이 들었나?
"이와쨩, 집 비밀번호."
"으응."
이와이즈미는 휘청거리며 비밀번호를 눌렀다. 도어락이 해제가 되는 소리가 들리고 오이카와는 바로 문을 벌컥열었다.
눈 앞에 나타난 의외의 얼굴에 잠시 아무말도 못했다. 분명 익숙한 얼굴이고 아는 얼굴인데 여기서 나타날 사람이 아니라서 제대로 기억해내는데 시간이 걸린 오이카와는 잠시 후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카라스노 안경군?!"
"예. 안녕하세요."
"왜 여기있어?"
"이웃에게 폐가 되니 목소리 좀 낮추셨으면 하는데요."
"지금 그런 말할 때야? 정말 귀엽지 않은 건 여전하네! "
"감사합니다."
"그래서 대체 여기 왜 있는 거야? 이와쨩이랑 친해? 허락도 안 받고 막 이렇게 남의 집에 오고 그래도 될 정도로?"
츠키시마는 가만 고개를 기울였다. 어떤 사이인가 잠시 고민을 하는 것마냥.
"그냥 대학 선후배 사이인데요."
"난 안경군이랑 만났다는 말 이와쨩한테 들은 적 없는데!"
"뭐, 굳이 말할만큼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거겠죠. 이와이즈미씨도."
현관 잠금장치의 비밀번호까지 공유할정도로 친해졌는데 별일이 아니라고? 오이카와는 츠키시마의 말에 가시가 느껴졌다. 기분탓인가. 하긴 안경군 원래도 재수없는 성격이고.
츠키시마의 시선이 이와이즈미에게로 향했다. 츠키시마의 한숨과 함께 싸늘해진 눈을 보자니 오이카와는 괜히 죄책감으로 찔렸다. 뭔데 이거. 남편이 고주망태가 돼서 돌아온 걸 본 부인같은 반응이잖아. 남편을 이지경이 될 때까지 먹인 남편의 친구가 돼서 원망받는 입장도 된 것같다.
"들어오세요."
츠키시마는 오이카와가 수월하게 들어오도록 한걸음 옆으로 물러서며 말했다. 집주인같다. 원래 저렇게 뻔뻔스러운 성격이었던가.
"저기, 둘이 같이 살아?"
"네? 아뇨. 제가 왜 이와이즈미싸랑 같이 삽니까."
"근데 이시간에 왜 온거야?"
"막차 놓쳐서요."
"막차를 놓쳤다고 응? 이렇게 남의 집에!"
"정작 이와이즈미씨는 아무 말 안 하는 걸 왜 그렇게 열을 내요? 싫으면 싫다고 확실하게 말할 성격이라는 거, 저보다 더 잘 아실텐데요."
"그야, 그건, 알지만……."
오이카와는 작아진 목소리로 긍정하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이 상황이 좀 마음에 안 드는 거다. 오이카와도 자신이 모르는 이와이즈미가 있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이와이즈미는 오래 전에 알았던 것인데.
"그럼 나도 여기서 잘, 으엑"
어느샌가 술이 좀 깬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발로 찼다.
"헛소리 하지말고 가라."
"너무해! 안경군은 자고 가도 되는데 나는 왜 안 돼?"
"쟨 막차가 끊겼다고 하고, 넌 네 숙소 근처에 있잖아. 여기서 남자 셋이나 잘 생각 없어."
"그럼 안경군이 내 숙소로 가서 자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와쨩, 너무해! 나한테만! 안경군이랑 친해졌다는 말도 한 적 없으면서!"
츠키시마는 서운함을 바로 드러내는 오이카와를 보다가, 이와이즈미를 보았다. 당신의 성격이 저 사람과 조금만 비슷했다면 잃지 않았을까. 오이카와는 저렇게 쉽게 멀어진 거리감을 들춰내면서 오히려 다시 가깝게 만들어버렸다. 츠키시마도, 이와이즈미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츠키시마의 시선은 이와이즈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반응할까. 저 말에 그간의 소외감과 설움을 토해낼까? 과거의 자신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이와이즈미는 결코 잃을 거라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있었다면 츠키시마는 처음부터 잃을 것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결국 잃게 되고, 잃게 될 것이 생겨버리는 비극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천천히 멀어지는 사이. 한 번 만나면 언제 멀어졌었냐는 듯 친밀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때뿐이다. 헤어지면 또 다시 만나기 이전처럼 돌아간다. 연락은 드물어지고 느리게, 잊혀진다. 그걸 한번 더 반복하고 나서야 츠키시마는 어떻게 해도 과거로 돌아갈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이걸 깨닫기 전의 츠키시마가 저런 말을 들었다면 그간의 서운함을 토해냈을 터였다.
이와이즈미씨도 그렇겠지. 나보다도 훨씬 더 오랜 세월 친하게 지내온 상대인데. 당연히 그럴거라 짐작하면서도 그 모습을 눈 앞으로 직접 본다면 상처받을 자신을 안다. 이런 상황도 예상은 했지만, 예상했다고 덤덤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둘이 이제 그간 쌓인 아쉬움을 토로하며 진솔한 대화를 시작하면 자신은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했다.
"너나 나나 언제부터 시시콜콜 하루 일과를 다 보고했다고 그래? 술주정 그만 부리고 돌아가."
이와쨔앙!
오이카와의 외침을 무시하고 이와이즈미는 결국 그를 내쫓았다. 이와이즈미가 말한 것은 그간의 설움이 아니었다. 단지 사실이었다. 그걸로 끝? 이렇게?
이건 생각도 못했다. 츠키시마가 당황스러워 하며 말했다.
"저렇게 보내도 되는 거예요?"
"술 취하긴 했어도 날 데려 올 정도로 멀쩡한 놈이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알아차린 듯이 픽 웃었다.
"막차를 놓쳐도 절대로 신세 안 지려고 하던 놈이 왔잖아."
"저녁은 먹었어?"
"네. ……안 물어보세요?"
"뭘?"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음. 올 거라곤 조금도 생각 못했는데. 막상 네가 오니 왜 온건지 알 것 같아서."
이와이즈미는 외골수에 단순하지만 둔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츠키시마가 티를 잘 내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렇게 대뜸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오이카와랑 만난다고 해서 온 거 아냐?"
오이카와는 정말 오랜만에 일본에 왔다. 아무리 서로 소원해졌다 한들 오이카와가 일본에 왔는데 한번쯤은 이와이즈미와 만나는 건 당연했다. 이와이즈미는 별 생각 없이 흘리듯이 츠키시마 앞에서 그 얘기를 했다. 오이카와가 일본에 와서 만나기로 했다고.
이와이즈미는 좀 아픈 얼굴로 웃었다.
"네가 이렇게 올 정도로 걱정하게 했나?"
오이카와는 제 몸과도 같았다. 함께 있는 게 당연했고, 가장 가까운 게 당연했다. 가장 어렸을 적 기억부터 오이카와와 함께였다. 서로가 멀어지는데 제 몸을 뜯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 여길 정도였다. 다른 팀이 된다고 해도 여전히 가까운 사이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멀어지는 것에 새삼스럽게도 계속해서 상처받았다. 멀어진다는 것에 도통 익숙해질 수도 없었고 포기하지도 못하던 와중에 대학교 후배가 된 츠키시마에게 그 사실을 들켰다.
"생각보다 괜찮았어. 막상 만나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오이카와가 내 친구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니까. 그거면 되지 않나. 그런 생각."
"그걸로 만족할 수 있어요?"
"못할게 뭐있어. 걔 세계가 넓어지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졌듯이 나도 내 세계가 넓어지고 너랑도 친해졌잖아."
"……."
"네 생각 하니까 나도 오이카와에게 뭐라고 섭섭해할 처지가 아니더라고."
"저랑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잖아요."
"나만 친하게 생각하고 있었냐?"
이와이즈미는 별로 상처받지도 않고 사람 좋게 웃었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아프게 만들 수 있지만 츠키시마는 이와이즈미를 아프게 할 수 없다. 이와이즈미에게 닿는 무게가 달랐다. 츠키시마의 말은 이와이즈미에게 별 의미가 없다. 당연한 일이란 걸 알면서도 짜증이 났다.
"걱정한 것만으로 제가 찾아올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야?"
"방해하러 온 거예요."
"……."
"다시 친해질까봐."
무언가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관계란 뭘까. 츠키시마는 타인과 친해지기 위해 먼저 노력을 한 적이 없다. 이와이즈미 역시 혼자 있는 츠키시마에게 먼저 다가와주면서 시작된 관계였다. 누군가와 친밀해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아니 당신과 그냥 친한 사이로 있고 싶은 게 아니다. 친구사이만으로 만족하며 구차한 짝사랑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았다. 어설픈 희망을 가지고 그 희망이 무너지기를 반복 할 뿐이다. 다시는 희망을 가지지 못하도록 짓밟아 주었으면 한다. 당신이 차라리 나를 미워했으면 좋겠다. 고백을 해봤자 어색함과 어설픈 동정심이 남아 자신을 밀어내지도 받아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 동정심이라도 이용해볼까, 그 생각까지 했지만 어차피 언젠간 지쳐 사라질 동정이다. 기대하고 싶지 않다. 짝사랑을 끝낼 때가 왔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게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예요. 둘이 다시 친해지는 게 싫어서 왔어요."
"……."
"제가 이와이즈미씨를 좋아하니까."
이와이즈미는 얼굴을 찌푸렸다. 싫어서가 아니라 츠키시마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찌푸린 얼굴이었다.
"무슨 소리야 그게?"
"그 말 그대로예요. 질투나고 싫어서 방해하러 왔어요."
츠키시마는 가만히 이와이즈미를 보았다. 이제 진절머리가 나서 자신을 떨궈낼 이와이즈미의 말을 기다리면 됐다. 사실은 듣고 싶지 않다. 지금 당장 이와이즈미에게서 도망치고 싶다.
"어, 그럼. 일단. 내가 싫다는 소리는 아니지?"
"하?"
"내가 싫어서 방해했다는 건줄 알고 순간 좀 놀랐네."
츠키시마는 당황했다. 설마 이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텐데.
"너도 참, 성격 나쁘다. 날 좋아한다고 하면서 왜 그렇게 굳이 네가 나쁜 사람인 것 처럼 말해?"
"나쁜 거 맞지 않나요."
츠키시마는 고의적으로 이와이즈미의 교우관계를 방해하러 온 것이었다. 이와이즈미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니라곤 못하겠는데, 꼭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않아? 혹시 내가 너한테 정 떨어졌으면 좋겠냐?"
"……."
"말하는 게 꼭 그런 느낌인데."
이와이즈미는 츠키시마를 보았고 츠키시마는 고개를 떨구면서 시선을 피했다. 안 그런 것 같으면서도 이와이즈미는 눈치가 빨랐고, 타인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거기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해서 도망칠 수도 없게 만들었다. 츠키시마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이와이즈미가 자신에게까지 이렇게 부딪힐 줄 몰랐다. 자신을 이해하려는 그런 번거로운 행위를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오해가 생길 것 같으면 대화를 하고,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불쾌함이나 불편함을 느낀다면 말을 하고 오해가 없고 불편함이 없도록 서로 수정한다. 이게 이상적인 관계라고 할수 있을까. 츠키시마는 굳이 부딪혀 가면서 타인을 바꾸거나 이해하려 들지도, 자기 자신을 바꾸거나 타인을 이해시키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 과정은 비효율적이었다.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은가.
"별로 상관 없잖아요?"
어차피 이와이즈미는 거절할테고. 자신의 의도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지 않나.
이와이즈미는 얼굴을 찌푸렸다. 화를 낼까. 이와이즈미는 츠키시마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오이카와나 다른 친한 친구들에게 쉽게 화를 냈지만 츠키시마에겐 달랐다. 타인이라는 거리감이 있기에 이와이즈미는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이다.
"너는, 그."
"……."
"아니 됐다."
그래. 이정도이다. 불만을 말하려다가도 그 번거로움을 감수하느니 포기해버리는.
"그건 앞으로 좀 더 얘기하자. 오늘부터 우리 1일인거냐?"
"에?"
"?"
"??"
"나 좋아한다며."
"……네."
"나도 너 좋아하고."
"네?"
"알면서 그런 소리 한 거 아니었어? 그렇게 말해도 내가 다 받아줄 거 알고?"
전혀 예상 못한 소리에 츠키시마는 눈만 동그랗게 떴다. 으아, 이와이즈미는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이와이즈미의 귀가 빨갛다.
"나, 자의식과잉이었나."
타인에 대한 불만을 말하지 않는 건 두가지 경우로 나뉜다.
불만을 말할 수고와 귀찮음을 감수하느니 그냥 참아 버리는 것, 혹은 불만이 있다 해도 그건 별 상관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
츠키시마는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와이즈미씨가 저를요?"
"정말 몰랐어?"
"네."
"단순히 고등학교 동안 1년 라이벌 관계였던 대학 후배가 왔다고 20년 친구를 쫓아냈는데?"
"이와이즈미씨는 친절하니까……."
"친한 친구를 쫓아낼 만큼? 그것보다 나는 네가 아는 줄 알고 나 밀어내려고 일부러 그렇게 안 좋은 식으로 말한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걸 계속 물고 늘어지면서 끝을 보느니 그래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츠키시마와 시작하고 싶었다. 츠키시마가 자신을 밀어내려고 한 거라 해도 만약에, 혹시나 하는 그 마음을 묻어놨다가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은근슬쩍 1일이냐고 말을 했다.
"말 좀 해봐. 민망하거든. 사귀는 거 싫냐?"
어설픈 희망을 가져봤자 그 희망이 무너지기를 반복 할 뿐이다. 다시는 희망을 가지지 못하도록 짓밟아 주었으면 한다.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알고 있다.
츠키시마는 오늘 짝사랑을 망치기로 정했다. 망친다고 짝사랑이 끝날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짝사랑이 끝났다.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어리석게도.
*후일담
"비밀번호 바꾸고 이제 아무나 집에 들이지 마요."
츠키시마에게 집 비밀번호를 알려줬지만 츠키시마에게만 알려준 건 아니었다. 이와이즈미와 친한 사람들은 대부분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고, 공강이면 쉽게 놀러간다는 걸 츠키시마도 알고 있었다.
"엑. 처음부터 안했음 모를까 이제와서 오지 말라고 하기도."
"애인 생겼다고 해요."
"……그래."
"왜요."
"아니, 네가 연애한다고 이렇게 더 귀여워질 줄은 몰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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