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 게이트 3

[오린타브] 당신을 사랑하는 법

조각보 by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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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님과의 연성 교환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글 내에 미 님 고유의 타브 설정과 이름이 등장합니다.

* 바알과 신전에 대한 매우 많은 날조가 등장합니다.

* 대사가 없으므로 가독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바알의 신전에는 늘 피냄새가 났다. 맡자마자 눈을 찡그리게 하는 생생함보다는, 오랜 시간동안 공간 전체에 스며들어 발 밑에 진득하게 달라붙는 것에 가깝다. 냄새는 본디 형체가 없는 것일 텐데, 록시는 종종 이 공간에만 들어오면 손 안에 핏물이 잡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일반인이라면 이 냄새의 끝자락만 맡아도 불길함을 감지하고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바알의 신도 된 자들은 되레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구부려 그 기척을 움켜쥐고, 그들의 어버이를 되뇌며 지하 깊은 곳으로 발을 옮긴다. 형태뿐이긴 하지만 바알리스트의 이름을 단 록시도 다를 바 없었다. 피 묻은 손가락을 벽에 대고, 더 짙은 피냄새 속으로 걸어가야만 한다.

지하로 내려오자 긴 비명이 울렸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문이 끼익 열렸다 닫히고, 무언가 묵직한 것이 질질 끌려가는 소리가 났다. 이 곳에서 지내다 보면 저런 소리 정도에는 익숙해진다. 실제로 록시의 근처에 있는 신도 중 그 소리에 반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꺼운 돌벽은 소리를 가두기 딱 좋은 재질이기 때문에, 그런 비명이 한 번 울리고 나면 얼마 동안은 잔향이 남는다. 여기 있는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제물의 마지막을 듣고 있었다. 록시는 그럴 때마다 이들에게서 이상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아랫 도시에는 흔했던 사람들의 잡담이 이 곳에는 거의 없다. 비명이 한 번 울리고 나면 소름끼치도록 고요해지고, 사실 록시에게는 생활감 있는 잡담보다는 그런 종류의 침묵이 좀 더 어울렸다. 그러나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소속감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이상한 기분, 아직 정의내릴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워락으로서 신에게 삶을 바친 이들에게 느끼는 기시감일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바알에게 바치는 것 외의 삶의 의미'를 묻기에는 록시 또한 영혼 깊은 곳에서 우주 너머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록시는 그저 돌벽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갔다.

납치된 동료의 행방을 찾는 일은 꽤 어려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흔적을 찾는 일은 쉬웠는데, 중요한 인질이기 때문에 신전 깊은 곳에 감금되어 있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록시가 요즘 골몰하는 것은 그 위치까지 접근하는 일이었다. 바알의 신전은 그들의 신이 보기에 만족하는 살육이라면 쉽게 길을 열어주는 경향이 있었으므로, 조사는 더뎠지만 꾸준히 성과를 보고 있었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다른 일이다. 미로처럼 얽힌 길과 사악한 존재감 너머를 뒤지다 보면, 필연적으로 하나의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피로 덮인 돌바닥의 가장 위에서 춤추는 자, 살덩이에 뒤덮인 흉물, 날붙이를 꽃다발처럼 들고 웃는 형상 변환자, 적색의 오린. 록시는 그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목 끝에 얕게 숨이 걸리곤 했다. 이번에는 정의내릴 수 없는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 곳곳에 흔하게 퍼진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익숙하게 숨을 삼킨다. 혀 끝으로 더듬어 삼킨 마음에서는 옅은 피 맛이 났다.

보편적으로, 신전의 수장이라는 자리는 신의 대행자다. 오린은 그 이름을 달기에 충분한가? 아마 거의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살육과 고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걷는 걸음마다 핏자욱이 선명하다. 혹자는 그를 악몽이라 부를 것이고, 혹은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꺼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눈에서 희열 외의 다른 감정을 보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언제나 본질적인 부분을 궁금해하는 일이야말로 모든 감정의 시작이다. 록시는 종종 오린의 피 묻은 손가락에 대해 생각했고, 그것보다 더 자주 그의 하얀 눈동자를 떠올렸다. 도플갱어는 주로 다른 이의 모습으로 변신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눈동자를 볼 일은 많지 않다. 록시가 오린의 눈동자를 볼 수 있게 된 것도 그들이 서로 칼을 겨누는 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알리스트들이 그들의 희생자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그들을 죽일 때고, 오린도 다르지 않다. 록시는 아직도 자신의 목에 겨눠진 칼날의 피냄새를 기억한다. 그 순간이 바로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들여다 볼 때였다. 그 때 록시는 오린의 눈에서 누구에게 향하는 지 모를 애정을 보았고, 칼 끝에서 느껴지는 갈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과연 당신은 내 눈이 무슨 색인지 기억하고 있을까, 같은 생각, 아직 입 밖으로는 한 번도 흘러나온 적 없는 마음을.

너무 짙은 냄새를 맡다 보면 후각은 천천히 그 냄새에 익숙해지고, 종래에는 아무것도 맡지 못하게 된다. 바알의 신전에 잠입하는 것도 그런 일이었을지 모른다. 목 위가 피냄새에 익숙해지는 동안, 발 아래에서는 천천히 죽음이 범람했다. 록시는 동료의 손을 잡아 끌어내려고 이 피바다로 뛰어들었지만, 그 말은 곧 자신에게도 지워지지 않을 얼룩이 남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신전에 잠입하기로 결정했을 당시에는 신경쓸 틈이 없었고, 지금은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바알의 신전은 그에게 아무런 상흔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핏자국을 제거하려면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하고, 분명히 록시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는 그냥 그 자리를 보고 있었다. 짙은 적색이 물들어 자리를 넓혀가는 광경을 계속해서 들여다 보았다.

더듬어 들어가던 신전의 돌벽은 막다른 길로 이어졌다. 아무래도 오늘의 조사는 여기까지일 듯했다. 록시는 바로 야영지로 돌아갈까 하다가, 잠시 벽에 등을 기댔다. 지하의 음산한 서늘함이 온갖 생각을 빼앗았고, 그러면 그 자리에는 ...에 대한 상념만이 남는다.

당신은 약한가? 그렇지 않다.

당신은 평범한가? 전혀 아니었다.

당신은 무고한가?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러나 록시의 먼 우주 너머의 신께서 그의 존재 자체로 증명하시듯, 사랑이 반드시 논리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언어와 이해 없이 칼날 끝에서 스며드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 ...

록시는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피의 냄새가 났다.

당신이 오고 있었다.

당신이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걸 알아. 바알리스트는 전부 그런 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하더라.

그러면 당신에게 죽지 않으면, 당신은 날 영원히 사랑하는 걸까?

그리고 언젠가 당신에게 죽는다면, 나는 당신을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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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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