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별이 부르는 대로
레유스티테 레텐시아 x 세렌 알레테이아
별을 동반자 삼아 죽음의 궤도를 걷는 레유스티테 레텐시아의 첫발에는, 평범했던 소년 티테 엘리스가 있었다.
죽음은 공평하지만 공정하지 않다. 티테 엘리스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죽음은 부자와 가난한 자, 노인과 어린아이, 꿈이 많은 자와 꿈이 없는 자를 가리지 않고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이들을 평등하게 거둬간다.
제발 이 사람만큼은 데려가지 말라고, 그리 애원해도 죽음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티테는 죽음의 데이스를 오래도록 원망했다.
“죽음의 별에 안식이 있기를.”
죽음의 신전에서 신도들의 기도문을 들으며 티테는 불경하게도 눈을 내리뜨며 입술을 사리물었다. 떠나간 이들의 발길을 평온으로 이끌어주소서, 당신의 별이 부르는 대로 우리 따르리이다. 경건한 기도를 배경 삼아 티테가 침묵으로 올리는 묵상은 결이 사뭇 달랐다.
‘왜 레유를 제게서 뺏어가셨나요.’
16살의 티테는 유일한 가족이자 보호자이던 레유 엘리스를 잃기엔 너무 어렸다. 어린 티테를 거둬줄 여유는 누구에게도 없었다. 온 세상이 전쟁통인데 가족을 잃고 홀로된 아이가 비록 티테 하나뿐이었겠는가. 오히려 사람들은 티테가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쟁터에서 총을 들고 제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는 나이였으니까.
어차피 죽게 될 거, 고생 덜하고 그냥 길거리에서 빨리 굶어 죽을 걸 그랬나. 흙바닥에 늘어진 티테의 몸이 떨려왔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생리적인 눈물이 눈가에 맺혀 티테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일어나서 몸을 피해야 하는데. 전선에서 조금만 물러나면 치료 막사가 있을 텐데. 누군가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 텐데.
총, 총이 어디 있지. 무기 없이 움직이는 건 자살행위였다. 몸을 일으키는 게 힘겨웠기에, 티테는 손가락 끝부터 꿈틀거리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눈앞으로 가져온 손은 비어있었고, 또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이 자기 피라는 것을 인지하기까지 수 분의 시간이 걸렸다. 느릿한 사고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는 현실을 자각하자 티테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여기까지구나. 인정해야 했다. 아직 총알이 쏟아지는 전선에서 죽어가는 자신을 데리러 올 사람 따윈 없었다. 티테를 애타게 찾을 가족도, 친구도, 연줄도. 자신이 사라졌다는 걸 알기는 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이 전투에서 죽은 동료의 수만 두 손을 넘어갔다. 티테 엘리스는 이름 없는 수많은 소년병 중 하나로 잊힐 터였다.
제 누나, 레유 엘리스가 잊혔던 것처럼.
포기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았다. 티테는 포기를 강요당했다. 죽음의 별이 부르는 대로, 나 따르리이다. 피로 만들어진 목줄을 내 목에 걸고서.
깜빡, 깜빡. 티테의 눈동자가 눈꺼풀 뒤로 사라졌다가 나타나길 반복했다. 밝은 노란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동공이 빛을 잃어갔다. 차라리 빠르게 숨이 꺼지면 고통을 견디지 않아도 될 테니 그대로 눈을 감아버릴까도 싶었다. 그러나 꿋꿋하게 티테는 눈을 다시 떴다. 그 간격이 점차 늘어남에도, 점점 시야가 어두워짐에도.
아픈 건 싫었다. 더는 누군가를 향해 총을 쏘고 싶지도 않았고, 피를 보는 것도 싫었다. 옆에 있던 동료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어.”
살고 싶었다. 잊고 싶지 않았다. 17년 살아오며 사랑했던 사람들도, 원망했던 사람들도. 타인도, 자신도.
티테 엘리스는 더는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았다.
* * *
언제 눈을 감았던가. 티테의 의식이 수면 위로 조금씩 부상했다. 감은 눈 위에 서늘한 손이 얹혀있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나누는 대화도 들려왔지만, 소리가 물 먹은 것처럼 들려와 단어를 구분해내지 못했다.
차차 눈앞에 밝아졌다. 지긋이 눈 위를 누르던 무게가 사라지자 티테는 눈을 떴다. 흐리던 시야가 맑아지고 별이 가득한 하늘이 보였다. 그 생소한 절경에 티테는 숨 쉬는 것도 잊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다.
별이 수놓아진 하늘을 본 게 얼마 만이던가. 전투가 끝나면 비스킷 하나를 입에 욱여넣고 기절하듯 잠드는 생활을 반복해온 터라 낮이든 밤이든 하늘을 볼 여유 따윈 없었다. 그나마 전선에서 물러나 있을 때도 하늘은 늘 새카만 연기로 자욱했기에, 별은 물론이고 파란 하늘을 본 기억조차도 흐렸다.
이곳은 혹 사후세계일까. 미묘한 안도감이 들면서도 허무했다. 그토록 아득바득 살아온 생의 끝이 이렇게 보잘것없었다니.
“정신이 들었구나.”
잔잔하고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고요를 깼다. 티테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급격히 가뿐해진 몸에 위화감을 느껴 티테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분명 총알이 관통해 치명상을 입었었다. 옷에 짙게 얼룩진 핏자국은 그대로였으나 이상하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손으로 배를 눌러보아도 누른다는 감각뿐이었다.
티테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제 눈높이에 맞춰 한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티테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티테의 시선이 남자의 왼쪽 눈을 가리는 백금색의 머리카락에서 나이로 주름진 눈가, 아무런 표식 없는 검은색 옷에서 다시 연한 보라색 눈동자로 옮겨갔다.
군복을 입고 있지 않아 남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자신을 발견해 치료했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적군이었다면 자신을 치료하긴커녕 그대로 죽게 내버려 두었겠지. 남자를 아군으로 판단한 티테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제37부대 소속 이등병 티테 엘리스라고 합니다. 여기는… 치료 막사가 아닌가요?”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어렴풋이 깨닫기는 했다. 치료 막사라면 당연히 보여야 할 부상병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뛰어다니는 간호병들이 없었다. 이곳에는 자신과 이 남자뿐이었다.
아니, 둘이 아니었다. 티테의 눈길이 그제야 남자 뒤에 서 있는 이에게 닿았다. 검은색 고무신, 위로 올라갈수록 색이 옅어지는 긴 두루마기, 발목까지 내려오는 칼 같은 자색 머리카락, 중성적인 얼굴, 은색 눈동자, 머리를 두르는 별 장식.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 희미하게 보이는, 모래가 흩날리는 보라색 헤일로.
티테는 급하게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박았다. 신을 단 한 번도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지만, 그가 누구인지 몰라볼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인간은 평생 가질 수 없는 저 위압적이고 절대적인 분위기를 어찌 몰라보겠는가.
“죽음의 별에 안식이 있기를. 죽음의 데이스를 뵙습니다.”
죽음의 영역을 관할하는 데이스, 모르테. 시초신의 뜻을 받들어 세계를 수호하는 10인의 데이스 중 한 명. 생을 다한 영혼을 별로 인도하는 공평하고, 또 냉정한 안내자.
무릇 두려움에 손이 떨려와 티테는 머리 아래로 숨긴 두 손을 꽉 쥐었다. 기도를 올릴 때 불경한 태도를 서슴지 않았던 티테 엘리스마저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처럼 신에 대한 경외감은 뼛속까지 새겨져 있었다.
모르테는 말이 없었다. 티테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얼어 있었다. 옆의 남자마저도 침묵을 지켜 티테는 한참이나 땅에 붙어 떨어야만 했다.
“네가 선택한 아이이니 알아서 잘 가르치거라.”
고요한 바람과도 같은 말이었다. 티테가 머리를 들자 모르테는 시야에 보이지 않았다. 그가 서 있던 곳을 응시하고 있자 시야 끄트머리에 내민 손이 보였다. 백금발의 남자가 어느새 일어서 티테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티테는 망설이다 남자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남자는 티테보다 한 뼘이나 더 커서 티테는 남자를 올려다보아야 했다. 티테는 잠시 남자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묻고 싶은 건 산더미였지만, 말을 걸어도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 티테의 생각을 읽은 듯, 남자가 먼저 친절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세렌 알레테이아, 모르테 님을 모시는 죽음의 사도란다.”
티테는 하마터면 다시 무릎을 꿇을 뻔했다. 데이스의 의지를 직접 전달받아 수행하는 사도는 신과 제일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신에게 준하는 경외를 표해야 함이 마땅했다. 그러나 세렌의 손은 티테가 주저앉지 못하도록 팔을 단단히 붙들었다. 티테는 그를 뿌리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저를 데리러 오셨나요?”
수많은 질문 중, 처음으로 튀어나온 물음이었다. 기적처럼 살아났다고 생각했건만, 티테는 죽은 게 맞는 모양이었다. 죽음의 사도는 생을 다한 영혼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존재였고, 자신이 지금 살아있다면 그가 제 앞에 나타났을 리 없었으니까.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수수께끼 같은 말에 티테는 멍하니 세렌을 바라보았다. 죽은 게 맞는다는 건가, 아니라는 건가? 아니면 데리러 온 게 자신이 아니라는 뜻인가? 당혹스러워하는 티테의 귀에 세렌의 말이 벼락처럼 꽂혔다.
“티테 엘리스, 내가 너를 다음 죽음의 사도로 선택했기에 네 죽음을 일시적으로 멈춰두었다. 네가 이 계약을 받아들인다면 너는 죽음을 동반자 삼아 영혼을 인도하는 삶을 살며 인간의 궤를 벗어난 시간을 걷게 될 것이란다.”
세렌의 말뜻을 파악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신의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도. 사람이 아니게 되는 미지의 길을 앞에 두고 있다는 것도. 죽음의 사도가 제 선택을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모든 게 티테의 머릿속을 가득 메워 시야가 어지러웠다. 똑바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어 티테는 입만 뻐끔거리며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세렌의 표정은 담담했고 거짓 한 점 없었다. 숨 막히는 혼란 속에서 단 하나의 쉬운 선택지가 티테를 현혹했다.
티테 엘리스는 도망쳤다. 세렌은 그를 잡지 않았다.
* * *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적군도, 아군도, 흔하게 굴러다니는 수습하지 못한 시체조차도. 폭격이 한 차례 지나간 도시를 티테는 홀로 배회했다.
멍하니 도시를 세 번째 돌았을 무렵, 티테는 한 가게 앞에 멈추어 섰다. 깨진 유리창 뒤로 텅 빈 선반이 보였다. 도시에서 피난하기 전 누군가 일찌감치 쓸어갔는지 곰팡이 핀 빵 쪼가리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티테는 배가 고프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게 언제였었지? 물을 마신 적은? 세렌에게서 도망친 이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모든 생리적인 현상이 정지한 것이 다행스럽다기보단 공포스러웠다. 티테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둔탁한 통증이 느껴져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며 손으로 입술을 쓸었다. 핏자국이 한두 방울 손가락에 번져있었다.
이게 지독한 꿈은 아닐까. 미약한 희망을 품고 다시 유리창 너머를 보던 티테가 갑작스레 굳었다.
깨진 유리 너머에 비친 얼굴은 창백했고 초췌했다. 꽁지머리로 묶은 하얀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흙먼지로 더러웠다. 하지만 그런 흐트러진 모습은 오히려 낯익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티테는 얼굴을 유리에 가까이 숙였다. 노란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눈동자에 이질적인 보라색 별 동공이 새겨져 있었다. 죽음의 데이스, 모르테의 상징이. 아무리 눈을 비벼도 사라지지 않는 흔적에 정신이 팔려 티테는 깨문 입술이 도로 아물었다는 것을 늦게서야 눈치챘다.
다리에 힘이 빠져 티테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짓눌려있던 두려움이 결국 눈물로 넘쳐흘렀다.
“나는… 나는 이제 어떡해야 하나요.”
“그건 네 선택에 달렸지.”
기대하지도 않았던 나지막한 답변에 티테는 주저앉은 상태에서 고개만 돌렸다. 세렌 알레테이아가 그곳에 미동 없이 서 있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칠 생각도 못 하고 티테는 고개를 푹 떨궜다.
“제게 남은 선택이요? 제겐 늘 선택이란 게 없었어요. 길바닥에서 굶어 죽는 것과 전쟁터에서 총 맞아 죽는 것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당신은 선택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이대로 죽는 것과 살지도 죽지도 못한 채로 존재만 연명하는 것, 그걸 진정한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삶이 네게 공평하지 않았다는 건 알아.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그게 네 아픔을 가벼이 여길 이유는 되지 못하지.”
불호령을 각오하고 내뱉은 말이었으나, 돌아온 건 부드러운 위로여서 티테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진실일지라도, 투정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 시대에 고달프게 살아온 이가 티테 엘리스 하나뿐이었겠는가. 밑바닥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면 그 바닥이 무너지고 더욱 깊은 곳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부모님을 잃고, 집을 잃고, 레유를 잃고. 이제 이게 진짜 가장 낮은 바닥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바닥이 또 무너질까 두려워, 그 자리에서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나 세렌 알레테이아는 주저앉은 티테에게 다시 한번 자의로 일어서기를 권유하고 있었다.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간의 계약을 파기해주마. 그럼 네 영혼은 모든 걸 잊고 순환의 굴레로 돌아가 언젠가 환생하게 되겠지. 선택은 너만의 것이란다. 설령 데이스라 하여도 네게 선택을 강요할 권리는 없어.”
티테는 아연실색해서 세렌을 쳐다보았다. 불경을 입에 올린 세렌의 얼굴은 동요 한 점 없이 차분했다. 울음에 잠겨있던 티테의 목소리가 성대에서 긁혀 나왔다.
“데이스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데이스조차도 완벽한 존재는 아니란다. 무조건적인 순종만이 정답은 아니야.”
“그럼 왜 저를 살리셨나요?”
죽음의 데이스의 명령으로 티테를 구했다고 생각했었다. 새로운 사도를 필요로 해서. 티테의 질문에 세렌은 침묵했다가, 이내 시선을 저 멀리 두었다.
“네가 살고 싶다고 했으니까.”
티테는 의식의 끝에서 유언처럼 내쉰 한숨을 떠올렸다. 살고 싶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바람이었다. 전쟁터에서 많은 이들이 비슷한 말을 남기고 죽었다. 모두 진심이었을 터였다. 그건 티테 엘리스도 마찬가지였다.
티테는 죽음의 사도로 살아갈,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기적같이 얻은 기회를 버리고 죽을 용기도 없었다. 어느 길이 맞는 길인지 알지 못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는 남겠지. 그러나 아직 단 하나의 소망만은 변함없었다.
잊고 싶지 않았다. 17년 살아오며 슬펐던 순간들도, 행복했던 순간들도. 여태 티테 엘리스를 이루던 모든 것들을.
티테는 천천히 일어서서 남아있는 눈물을 훔치고 세렌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조용하지만 감정이 실린 인사를 앞으로 자신을 이끌어줄 사람에게 건넸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세렌 알레테이아 님.”
세렌은 옅게 미소 짓고 티테의 머리 위로 축복하듯 한 손을 얹었다.
“죽음을 늘 곁에 두며 더는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네가 상실로 인해 눈물짓는 순간은 이제 없기를 바란다.”
눈물이 다시 나올 것만 같아 티테는 머리를 들지 않았다. 세렌은 그런 그를 배려하듯 더 말을 덧붙이지 않고 돌아섰다.
“따라오거라, 티테 엘리스. 네게 필요한 것은 천천히, 하나씩 알려주마.”
세렌은 소리 없는 걸음으로 무너진 도시를 나섰다. 낯익은 기도문이 환청처럼 그가 떠나는 길에 머물렀다. 나의 발걸음을 평온으로 이끌어주소서, 안식의 별이 부르는 대로 나 따르리이다. 티테 엘리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뒤를 따라 별의 후광 아래로 들어섰다.
먼 훗날, 레유스티테 레텐시아는 다정했던 그 순간을 돌아보며 웃는다. 외로웠던 소년 티테 엘리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며.
Written 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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