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코베]비 온 다음날 (上)

체인소맨 2차 연성 요시다 히로후미 X 히가시야마 코베니

우는게좋아 by 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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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소맨 2차 연성

요시다 히로후미 X 히가시야마 코베니

신혼부부 AU

(*) 본 연성은 상당한 날조와 제멋대로 캐해가 뒤섞여있기 때문에 양해바랍니다.

(*) 포타에도 업로드 된 게시글입니다.

-비 온 다음날 (上)

히가시야마 코베니는 요시다 히로후미와 결혼하고 난 후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했다. 

요시다 히로후미라는 남자는 웃는 낯으로 사람 속을 박박 긁는데 일가견이 있어서 코베니는 그와 가끔 말다툼을 했다. 물론 자신 탓도 없는 건 아니어서 코베니는 대부분 참고 넘어갔다. 그러나 가끔 코베니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었다. 바로 그가 자신에게 소유욕을 드러낼 때였다.

'자기는 다 되면서.'

요시다 히로후미는 잘생긴 외모와 근사한 말투로 주변에 늘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오는 사람을 내치지 않았다. 오는 사람은 막지 않는 그의 태도에 연인으로 사귈 때는 그의 추종자들이 자신에게까지 찾아와 "요시다군과 헤어져줘!" 라는 말까지 서슴치 않았던 적도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도 그의 인기는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늘어났다. 발렌타인데이에는 초콜릿이 양손을 넘어서 박스채로 들어오고 생일도 아닌데 고가의 시계나 정장이 집에 택배로 온다. 이게 뭐야? 라고 물어보면 요시다 히로후미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답한다.

"아는 사람인데 저번에 일을 해결해줬더니 선물해줬어."

도대체 무슨 일을 해결해준 거야?

정말 그냥 아는 사람이 맞아?

이 선물이 전부야? 아니지? 다른 것도 있지?

코베니는 속이 부글거려도 입을 꾹 다물었다. 설령 그의 호주머니에서 호텔 레스토랑의 영수증이 떡하니 들어있어도, 가끔 자다가 새벽중에 그의 휴대폰이 울려서 확인할 때 '콴시상' 이라는 이름 옆에 하트가 세 개나 찍혀 있어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걸로 일일이 싸우고 싶지 않아.'

이미 공안 일로도 충분히 지친 그녀는 밖에서 일하는 내내 마주하는피와 시체들에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진 상태였다. 집에 오면 쉬고 싶었다. 집마저 불편한 장소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요시다 히로후미와의 생활은 저런 점만 빼면 실로 쾌적했다. 집안일의 분배에 있어서 요시다는 꼼꼼하게 신경썼고 가끔 코베니가 힘들 때는 도맡아해주기도 했으며, 요리도 실력급이라 밥이 맛있었다. 그러니 저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었다.

뭣보다 신혼집을 빌릴 때 들었던 부부대출을 생각하면 앞으로 최소한 5년은 이혼이 불가능했다.

'대출만 끝나면...'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셈을 하며 일부러 모른 척 했던 것이다.

바로 어제, 요시다 히로후미가 일하던 도중 자신의 손목을 잡아끌기 전까지 말이다.

"요, 요시다 군?"

코베니는 그가 다가오는 줄도 몰랐기 때문에 놀라서 그가 잡아당기는대로 쫄래쫄래 따라갔다. 그리고 그가 골목길 사이로 들어가 벽틈새에 자신을 집어넣을 때도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 새끼 뭐예요?"

요시다는 싱글거리던 낯을 거둔 채 무표정하게 코베니를 내려다보았다. 졸지에 벽과 요시다 사이에 갇힌 코베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에게 되물었다.

"어, 어어, 그 새끼라뇨?"

누구를 말하는 거야?

코베니의 물음에 요시다는 하아,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쓸어올렸다. 한숨 속에는 깊은 짜증과 분노가 묻어있어 코베니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거렸다.

"아까 코베니쨩 옆에 있던 덩치 큰 앵무새 새끼요."

코베니는 커다란 눈을 느리게 깜빡거렸다.

요시다가 '앵무새' 라고 가리킨 자는 코베니와 현재 버디로 일하는 중인 폭력의 마인이었다.

"그 사람이 왜..."

"그 사람?"

"아, 아니, 그, 그 분이 ..."

엄연히 말하자면 폭력의 마인은 사람이 아니긴 했다. 코베니는 얼른 정정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폭력 씨하고 아는 사이 아니었나.'

요 근래 키시베 씨 때문에 요시다는 몇 번 공안에 왔다갔다 했었다. 그 동안 코베니가 일하는 공안 4과에도 들렸기 때문에 폭력과도 마주치고 인사했었을 터였다.

헌데 지금 이 태도는 무엇인가. 마치 찾지 못하던 철천지 원수를 찾은 것마냥 분을 삭히지 못하는 요시다였다. 혹시 둘이 싸우기라도 했나 싶어 조마조마한 코베니에게 요시다는 이를 으득갈았다.

"이제 그 분이라고 불러요?"

아니 그럼... 뭐라고 불러.

코베니는 당황스러워서 "어, 어어" 하고 말을 더듬는 수밖에 없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코베니에게 요시다는 목울대를 울리며 말했다.

"그 새끼랑 잤어요?"

"뭐...뭐?"

"그 새끼랑 뭐 했길래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요? 둘이 연애라도 해요? 불륜 하기로 작정했어요?"

이게 뭔 소리인가.

코베니는 어, 어어, 하고 말하는 것도 잊고서 입을 벌린 채 요시다를 올려보았다. 농담이어도 질이 나쁘다. 하물며 진심이라면 뭐라 말해야하는 건가.

"씨발, 진짜야?"

존대를 하는 것도 잊을 만큼 그의 검은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코베니는 다급하게 요시다의 옷깃을 붙잡았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폭력의 멱살을 잡을 것같은 그의 기세에 코베니는 입을 열었다.

"미, 미쳤어요?"

"그럼 지금 안 미치게 생겼어?"

"도, 도대체 뭘 보고 그러는 거예요!"

경악에 찬 코베니의 외침에 요시다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리고 그는 코베니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대었다.

"웃었잖아."

"뭐?"

"코베니쨩하고 그 앵무새 새끼, 서로 웃으면서 대화했잖아."

지, 지금 그걸 가지고 그러는 거야?

코베니는 기가 막혀서 요시다에게 말했다.

"일하니까 웃으면서 대화할 수도 있..."

"웃기지 말아, 나랑 일할 때는 한 번도 웃은 적 없었잖아."

너랑 일하면서 내가 어떻게 웃어.

코베니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직장동료로 따지자면 폭력의 마인은 가장 좋은 버디였고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동료였으나 요시다 히로후미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최악의 파트너였다. 

그도 그럴게 가장 강도가 낮은 업무를 할 때는 주로 폭력의 마인과 함께였으며, 키시베나 요시다 히로후미가 있다는 건 '피할 수 없는' 가장 고된 업무인 탓이었다.

"...상황이 다르잖아요."

그런 힘든 일을 하면서 웃으면 내가 덴지처럼 미친거지, 라는 의미로 말한 것이었지만 그 말은 요시다의 머릿속을 더 활활 불태웠다.

"그 새끼가 그렇게 좋아요? 결혼한 지 지금 1년도 안 됐는데 바람도 피울 만큼?"

말도 안되는 소리를 계속 하는 요시다에 코베니는 억울했다. 머릿속이 핑 돌아서 코베니는 주변을 살필 여유도 없이 요시다에게 외쳤다.

"바람을 내가 왜 피워! 피워도 네가 피우지, 너나 똑바로 하고서 말해!"

"피웠다고 지금 말하는 거지."

"이, 익..."

한 마디를 지지 않는다. 거기에 이미 요시다는 코베니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지금까지 꾹꾹 눌러온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속에서 터져나왔다. 코베니는 더 이상 그와 대화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와 이런 촌극 속에 서 있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코베니는 이마를 짚고서 잠시 서 있다가 쥐고 있던 그의 옷깃을 놓았다.

"나 갈게요."

"아직 말 안 끝났어요."

"나는 끝났어."

나가려는 코베니의 손을 요시다가 붙잡았다. 코베니는 손을 쳐내려다 말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정말 화가 났다. 맘 같아서는 그에게 소리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감정이 울렁거려 입을 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커다란 두 눈에서 압축되었던 분노가 물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져내렸다.

"...코베..."

요시다가 놀라서 입을 움직였으나 코베니는 그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그녀의 오른 손이 매섭게 그의 뺨을 후려 갈겼다. 

쫘아악!

옆으로 고개가 완전히 꺾인 요시다는 그대로 바닥에 풀썩 주저 앉았다. 넘어진 꼴이 볼썽 사나워 길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이쪽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코베니는 그토록 싫은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은 채 그를 향해 떨리는 입술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멍청이."

코베니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을 쳐내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양손으로 눈이 발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벅벅 문질러야만 했다. 그의 뺨을 때린 손바닥이 얼얼했고, 그가 붙잡았던 자신의 손목이 뜨거웠다. 그럼에도 코베니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끝이야,

정말로 끝내버릴 거야.

대출 걱정도, 이 집도, 저 남자도 전부 지긋지긋해.

코베니는 엉엉 울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것이 바로 어제 오후에 있었던 일이었다.

-

차라리 다른 부부들처럼 사소하고 아무래도 좋은 일로 싸웠더라면 이렇게 바보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을텐데. 이를테면 화장실휴지를 바깥쪽으로 거느냐, 안쪽으로 거느냐 라던가 아니면 달걀말이를 달게 먹느냐, 짜게 먹느냐 같은 이유로 말이다.

허나 요시다 히로후미는 생활에 있어선 한 마디의 불평도 없으면서 그런 식으로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기만 했다.

'병적이야.'

코베니는 요시다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연인관계일 때도 그는 종종 이런 식의,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린 적이 있었다. 그래도 결혼하고 난 후에는 그의 집착이 줄어든 줄 알았다. 

'그야 하도 자유롭게 살길래 그런 줄 알았지.'

자신한테 질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기엔 밤에 지나치게 뜨겁긴 했지만 신혼부부니까 그런 거겠지, 하고 넘겨 짚었던 것이다. 허나 요시다 히로후미는 연애할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자신에 대해서만 직장동료와 웃으며 대화했다는 이유만으로 화를 낼 정도였다.

'왜 나를 그 정도로 사랑하는 거야?'

의처증이란 게 이런 걸까, 싶었다.

코베니는 집에 돌아와 나갈 짐을 싸면서도 그의 알 수 없는 모습에 속이 부글거렸다. 지금까지는 매번 고민 속에서 끙끙 앓았지만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코베니는 짐을 싸서 나가려고 했다. 그렇지만 당장 밤에 나가서 잘 곳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고 직장동료들에게 말하자니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래' 같은 말만 들을 것같아 신세지기도 어려웠다.

'호텔은 돈 아까워서 싫어.'

이혼할 때 들어갈 돈과 대출금을 생각하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기에 코베니는 어쩔 수 없이 그날 밤은 현관문을 잠근 다음 씩씩 거리며 잠들었던 것이다.

내일 아침에는 해가 뜨자마자 바로 이딴 결혼 그만 둬버릴테야, 라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 짐가방을 들고 문을 열자마자 그녀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단단한 결심이 스르륵 녹아내렸다.

"..."

요시다 히로후미가 현관문 앞에 앉은 채 지친 얼굴로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어제 헤어질 때 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 늘 단정하던 머리는 이리저리 뒤집어져 까치집이 되었고 코베니에게 맞은 왼뺨과 터진 입술을 치료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퉁퉁 부어올라있었다. 

코베니는 한숨을 쉬었다. 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발걸음이 채 떨어지지 않았다. 코베니의 한숨소리에 요시다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의 굳게 닫혀있던 두 눈이 열렸다.

그의 새카만 동공 속에 코베니의 얼굴이 비춰졌다. 집 안이었지만 마찬가지로 수면부족상태로 퀭한 그녀의 얼굴이건만 요시다 히로후미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예쁘다."

그 한 마디에 코베니는 더 이상 요시다 히로후미에게 화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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