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KPota
바닷가의 오두막에 홀로 살던 남자는 어느 날 백사장으로 밀려온 이상한 물건을 발견한다. 미역 줄기도 찢어진 해파리도 아닌 그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목 아랫부분은 없다. 둥그런 머리통만이 덩그러니 모래에 묻힌 채 밀려오는 파도를 맞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남자는 잘린 머리 앞으로 주춤주춤 다가가다가 멀어지다가를 반복했다. 가까이 다가가면 과일이 썩은 듯한 달
도화는 맥도날드의 키오스크 앞에서 고전 중이었다. 언제부턴가 온갖 곳에 설치된 키오스크라는 녀석은 기기마다 감도가 죄 달랐다. 특히나 맥도날드의 키오스크는 하나같이 감도가 끔찍하다. 터치 한 번 하는데에 손가락에 힘을 이렇게 주어야 한다니. 이걸 만든 녀석은 설치 전에 테스트라는 걸 해 보긴 했는지 의심스럽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도화는 열심히 햄버거 세
높고 무기질한 유리 벽이 제법 촘촘하게 늘어서 있다. 적당히 고층 건물이라고 부를만한 건물들이다. 도화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건축 양식이다. 아니, 단순히 층수가 높은 건물이라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 일별 유동 인구 수에 대단한 차이가 있을 거다. 도진은 입을 다문 이후 말을 하지 않았다. 휴게소에 들를 거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하루 종일 같은 꿈을 꿨다. 모래사장으로 밀려온 남자의 머리. 보랏빛으로 빛나는 바다를 향해 한 발짝 다가가면 파도가 발을 간질인다. 남자의 머리는 검고, 또 축축하고. 미역인지 모를 해조류가 귀에 걸려있다. 머리의 반은 모래사장에 파묻혀서, 감은 눈은 한 쪽밖에 보이질 않는다. 복사뼈를 쳐대는 파도를 무시하고 허리를 굽힌다. 모래에 파묻힌 남자의 머리를
서점 주인과 이야기하는 빈도가 늘었다. 며칠 전부터. 아침 운동을 위해 시내의 공원까지 조깅을 하고 돌아오면 그의 서점은 대부분 열려있곤 했다. 아침 시간대라 손님이 있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지만, 주인만큼은 카운터 너머에서 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시선이 마주치면 서점 안으로 들어간다. 살갗에 닿는 에어컨 바람이 서늘하니 기분이 좋다.
잘 지내니 chemydo@hanmail:net 201x. 6. 24. 오후 3:21 201x. 6. 24. 오후 3:21 괜찮으면 한 번 보자 이번 주 토요일 시간 괜찮니? 네 sdy19xx@naver:com 201x. 6. 25. 오후 1:46 (본문 없음) 음성 녹음 015 00:32:52 ~ 00:35:27 이게 뭐야?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
나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살아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사가 잦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에는 내 의지랄 것이 완전히 부재했으므로, 순전히 바쁜 부모를 만난 탓이라고 치부할 수 있으나, 성인이 된 이후로도 정착하지 못한 것은 오롯한 나의 책임이다. 환경이 바뀌면 생활의 배경이 달라진다. 자연스레 마주치는 면면들도 변화하게 된다. 하지만 사회라는 것
찰칵, 하고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났다. 남자는 거리낌 없이 묵직한 현관문을 연다. "차단기 내려." 퍽, 하고 조명이 나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미 집안의 모든 조명이 꺼져있었으므로. 이 집의 거주자들은 길고 긴 여행을 떠났다. 집이 방치된 지 한 달 반은 넘었으리라. 단독 주택 뒷편에서 차단기를 내린 동현이 뽈뽈대며 현관으로 다가왔다. 현관문을
3층까지 뻥 뚫린, 높고 높은 천장의 병원. 도진은 벽면에 달라붙은 계단을 걸어 내려가고 있다. 사람이 많다. 1층 가장자리에 배치된 대기용 소파가 사람들로 뒤덮여 있다. 단체 건강검진이라도 있는 걸까. 혹은 단순히 병자가 많은 탓인가. 연례행사처럼 여겨지는 독감이 올해도 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겨우 독감으로 대학 병원을 찾는 사람은 드물지 않나. 하릴
네가 여기에 누워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정말 빠르긴 빠르구나. 도진은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를 들었다. 한순간 경직되었던 몸은 의외로 쉬이 풀렸고, 피부가 기억하는 경험이란 참 무섭구나, 그런 생각을 일순 했다. 그러니 목소리의 주인은 그게 뭐가 무섭냐고 묻는 것이다. 익숙하다는 건 좋은 거야, 도진아. 너 같이 예민한 인종은 좀 무뎌질 필요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