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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19

1차

처음 환희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든 건 엮일 일이 없을 거 같은 상대였다.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 행동이나 말을 들을 때마다 궁금해졌다. 어째서 저 사람은 저렇게 살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괜히 억울해지기도 했다. 자신은 어머니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았다. 누구보다 훌륭한 딸이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환희는 제 노력이 가소롭다는 듯이 굴었다. 환희 행동에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아무것도 없는 타인이었을 때가 좋았다.

그렇게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차라리 받아들이는 게 나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환희는 일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매번 제 속을 긁는 발언을 일삼았다. 어떻게 무시할 수 있을까. 저를 자극시키겠답시고 가볍게 말하는 게 너무나 싫었다.

“일리야, 네가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게 있는거야아?”

“네. 있으니까 하는 거예요. 선배는 조용히 입다물고 있어주세요.”

최대한 대꾸하지 않으려고 했었으나 저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일리는 스스로의 행동에 놀라지 않았다. 늘 있는 일이다. 가끔은 환희가 제게 관심을 가진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갇혔고,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환희는 이런 상황에 빠졌음에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기뻐한다고 해야 하나. 마치 이런 일을 기다린 사람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환희가 움직일 때마다 눈길이 갔다. 겁이 없는 걸까? 저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하, 하핫….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오오.”

그래서 저런 말을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좀비가 나타났을 때 히죽 웃는 모습은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일리는 최대한 가까이 가서안 된다고 생각했다. 워낙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협력했지만, 차라리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싶었다. 그만 해. 지금은 위급한 상황이라고. 그렇게 몇 번이고 말했음에도 환희는 듣는 척도 해주지 않았다.

“일리, 일리야.”

“왜요.”

“이 상황 어딘가 좋지 않아아?”

“무엇이 그리 좋으신대요. 기왕 좋으신 거 여기에서 평생 사세요.”

진심을 다해서 말했다.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조금 더 원만하게 말했을 텐데. 환희를 대할 때마다 되려 제 정신이 위태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태도에도 환희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일리를 훑었다. 제가 이렇게 반응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래. 여기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여기에서 살며언… 네가 없잖아?”

“제가 있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있어. 아주 큰 이유가 있다고!”

키득거리는 웃음이 이렇게 역겨울 수 있다니. 환희는 과장스럽게 두 팔을 벌렸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포옹하자고 하는 건 아닐 텐데. 일리는 뒤로 물러났다. 환희랑 엮여서 안 된다는 본능이 일리를 자극했다. 일리는 최대한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게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잠에서 깨어나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최악의 악몽이었다면서 안심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신은 일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저 멀리서 살고자 발버둥 치는 이들이 일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환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팔을 벌린 채 히죽 웃는 모습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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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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