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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 텐도 아마히코

12월 6일, 텐도 아마히코의 생일.

“생일이란 본래 탄생을 기념하는 일. 자, 모두. 아마히코 씨의 생일을 축하할 준비를 해봅시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할 거라고?”

어느덧 아마히코의 생일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니, 참 빠르다. 모두 아마히코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바삐 움직였다. 간소한 선물, 맛있는 음식. 아마히코의 취향에 맞춰 손수 만들었다.

아마네는 제 몫으로 분배된 장식을 달았다. 빛을 받을 때마다 번쩍거리는 게 꼭 까마귀가 좋아할 것처럼 생겼다. 아마네는 정말 이 장식이 쓸모가 있는 건지 생각해보았다. 아무렴 뭐 어때. 형이 좋아할 수 있다면야.

“아마네 씨. 거기 다 됐으면 여기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알았어, 갈게.”

결국 아마네는 아마히코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한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 거기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오오세는 아마네에게 사죄하며 최대한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했다. 아니, 내 이미지가 어떻게 된 거야. 그리 따지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것보다 모두와 함께 이러는 게 좋겠지. 아마네는 제 나름대로 자비롭게 생각했다.

이후 리카이의 부탁으로 다른 장식도 달았다. 어쩐지 생일보다는 크리스마스 장식에 어울리는 게 더 많았다. 설마 이대로 크리스마스까지 장식할 건 아니겠지. 괜히 불안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필요한 장식을 다 달았더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흥, 생일이라니. 그런 날은 없어도 돼. 축하 따위 안 해 줄거야.”

“그럼 사루 쨩은 축하하지 마.”

“절대로 축하할 테니까 그런 줄 알라고! 케이크도 잔뜩 먹겠어!”

“간단하네.”

왼쪽.

“오오세 군, 이 장식에 어울리는 색상이….”

“아, 그거라면 방에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게 있습니다.”

오른쪽.

“정말이지, 생일 선물은 테라 군이 찍힌 사진을 주면 되는 거 아냐?”

뒤.

정신없었다. 아마네는 이렇게 왁자지껄하게 준비하는 과정을 처음 보았다. 이 하우스에 오지 않았더라면 평생 못 보았을 광경. 각자 즐겁다는 듯 진심으로 아마히코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아마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 형은 모두에게 이렇게 축하받는 게 어울려. 나 혼자보다 얘네들이 있는 게 더 좋겠지. 그렇게 체념했다. 자신은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살릴 수 없다. 따뜻하고 포근한 건 돈이 썩어날 정도로 많아도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어느새 저녁이 됐다. 저녁 노을이 하늘을 집어삼키더니 이내 남색이 제 영역이라고 과시하듯 쪼르르 몰려왔다. 겨울인 탓에 따뜻했던 공기가 조금 식었다. 저녁이란 말은 텐도 아마히코가 돌아올 시간이란 소리다. 아마히코는 늘 그렇듯 들뜬 발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집안 내부가 어두워졌다. 정전인가? 전등 스위치가 어디에 있었더라. 아마히코는 능숙하게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나, 둘.

“생일 축하해, 아마히코!”

“…모두?”

아마히코가 집안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갑작스럽게 거실 내부가 밝아지더니 축하의 말과 함께 폭죽이 터졌다. 아마히코는 폭죽의 잔재가 제 머리나 어깨 위에 살랑살랑 떨어졌다는 걸 모른 채 가만히 눈만 깜빡였다. 이게, 이게…. 뒤늦게 오늘이 제 생일이었다는 걸 떠올랐다.

생일 파티는 지극히 간소했다. 화려하게 꾸민 집안 내부, 이오리가 직접 만든 건초염 특제 케이크, 그리고 모두가 직접 쓴 축하 편지. 아마히코는 편지지를 손끝으로 쓸었다.

“자, 그럼 아마네. 가보라고.”

“뭐?”

“가장 멋진 선물은 네가 준비했잖아?”

테라는 익숙하다는 듯이 아마네를 밀었다. 갑작스럽게 밀린 탓에 무게 중심이 휘청거렸다. 어정쩡한 자세로 테라를 보았다가 이내 아마히코를 보았다. 선물이라니. 자신은 그런 걸 준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빈 손인 건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마네는 최대한 입꼬리를 올렸다.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기쁘지 않아도 웃는 법을 터득했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억지로 웃어야 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 나름의 진심을 담았다. 제가 전해줄 수 있는 선물이 있다면 딱 하나, 어젯밤에 간신히 생각해낸 게 있다.

떠밀려서 하게 됐지만 아무렴 좋았다. 아마네는 아마히코 곁으로 성큼 다가갔다. 어제처럼 거리를 좁힌 채 한 손을 아마히코의 오른 어깨에, 또 다른 손은 그의 왼 볼을 부드럽게 감쌌다.

“생일 축하해, 아마히코 형.”

그리고 이내 입술에 따뜻한 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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