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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21

카리스마 - 텐도 아마히코

“올해 생일은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저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렸다. 아마네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해보았다. 12월 6일, 그의 연인인 텐도 아마히코의 생일. 매년 찾아오는 중요한 날이다.

어렸을 적엔 모두가 모여서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축하해주지 못했다. 어쩐지 숨이 턱 막혔다. 자그마치 십여 년간 그의 탄생을 축하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때 잠적 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하우스에서 얼굴을 마주할 날이 올 줄은 누가 알았을까.

지나간 일은 후회해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네는 별 영양가 없는 걱정을 집어넣었다. 십여 년간의 부재는 아쉬웠지만, 지금이라도 잘 대해주면 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 이렇게 고민하는 거니까.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아냐, 이건 너무 뻔해. 선물은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어떻게 축하하며 어떤 선물을 줄 것인가. 마땅한 선택지가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만 같이 지내면 편했을 텐데. 하우스에는 자그마치 여덟 명이 거주하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외출하면 이오리는 노예를 제대로 써먹지 않는다며 투정 부리겠지. 테라는 왜 안 데려갔냐고 말할 거고. 그 외에도 리카이는 통금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며 호루라기를 불 거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터질 거 같았다.

하지만 아마히코는 이렇게 여러 명이서 사는 데 별 문제가 없는 거 같았다. 오히려 옛날보다 더 자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제가 없었던 십여 년간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불쑥 튀어나왔다. 아마네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으며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냈다.

그래, 무난하게 케이크를 사오자. 일반 제과점에서 파는 게 아니라 주문 제작 같은 걸로. 아마히코 형이 좋아하는 거 잔뜩 올려야지. 선물도 최대한 무난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걸로 정했다. 그러나 아마네는 무엇이 무난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인지 몰랐다. 남 부럽지 않게 살았던 아마네는 금전 감각이 타인보다 느슨한 편이었다. 아마네는 제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보았다.

과연 이 반지처럼 아마히코에게 가치 있는 선물은 무엇일까? 아마히코는 좋은 사람이다. 누군가 제 생일을 축하해주면 무척 기뻐했다. 특히 지금은 옛날과 달리 아마히코에게 압박을 가하는 사람이 없다. 아마네는 책상에 엎드린 채 생각해보았다. 어쩐지 쓸쓸해졌다.

*

“형.”

“이런, 아마네 군 아닙니까? 이렇게 늦은 시각에는 어쩐 일로.”

“그런 형이야말로 늦게 들어왔잖아요.”

“어쩔 수 없답니다. 세계 섹시 대사로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또 저러네. 종종 아마히코는 밤 늦게 돌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아마네는 불안했다. 제가 모르는 장소에서 모르는 모습으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속이 뒤틀렸다. 아마네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아마히코 형은 갖고 싶은 거 있어?”

“갖고 싶은 거라…. 그러고 보니 곧 제 생일이기도 하네요.”

이제야 알아차린 걸까? 아마히코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아마네를 보았다. 이럴 줄 알았다. 아마히코는 타인을 잘 챙겨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뒷전으로 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생일이라는 걸 빨리 알아차린 편이다. 아마네는 성큼 다가갔다.

“아무거나 된다고 하는 거 금지. 확실하게 말해야 해.”

“이런, 진짜로 저를 위한 선물이라면 기쁘게 받을 수 있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아마네는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아마히코라면 정말 무엇이든 기쁘게 받을 수 있으니까. 항상 늘 좋은 것에만 둘러싸인 채 살았던 아마네로선 썩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아마네는 조금 더 거리를 좁혔다. 바늘 하나 통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찰싹 달라붙었다. 아마히코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려고 할 때였다. 아마네는 아마히코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의 손을 잡았다.

그 뒤에 이어지는 행동은 순식간이었다. 아마네는 곧장 아마히코의 등을 감쌌다. 아마히코는 두 눈을 깜빡인 채 당황한 눈빛으로 아마네를 보았다. 그러나 아마네는 설명 대신 몸을 숙였다.

“…….”

“할 줄 알았어, 아마히코 형?”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상체를 숙여 키스하는 시늉만 했을 뿐이다. 아마히코는 어쩌니 얼떨떨한 표정으로 두 눈을 끔뻑인 채 아마네만 보았다. 아마네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아직 생일이 아니니까 여기까지. 생일 날에는 기대해도 돼.”

아마네의 두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입 또한 마찬가지로 호선을 그려냈다. 그 뒤 아마네는 미련 없다는 듯이 아마히코에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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