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모여서
루이네네 조각
글리프 주간창작 챌린지 6월 1주차 <무지개>
[성스러운 밤에, 이 노랫소리를] 이벤트 스토리 기반
“무지개는 정말로 모을 수 있는 거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말소리가 요란하게 섞이는데도 들려오는 부름은 귀에 선명하게 꽂힌다. 루이는 눈을 아래로 내려 질문을 던진 소녀를 보았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조막만한 얼굴에서, 궁금증을 담은 눈이 평소보다 조금 커졌다. 하늘을 물들인 노을빛에 네네의 뺨도 부드러운 산호 색깔이 되어 있었다. 입김이 새어나오는 자그만 입술에 눈길이 갔다.
서늘한 겨울 바람이 그의 얼굴을 쓸고 지나갔다. 순간을 갈무리하고 질문을 이해한 다음, 루이가 빙긋 웃었다.
“응,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공기 중의 많은 물방울들이 굴절시킨 빛들이 아주 많이 모이면 우리 눈에 보이는 무지개가 되니까.”
“그 곡의 가사,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구나.”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말을 받은 뒤로, 네네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조용했다. 아무 말이 오가지 않아도 나란히 걷는 일이 편안하다. 루이는 신경을 돌려 눈앞의 길을 관찰했다.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일간 이용객들의 퇴장과 겹쳐 시끌벅적했다. 하나 둘씩 켜지는 조명이 노오란 빛을 흩뿌리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어 피니랜드를 빛과 환상의 왕국으로 만든다. 항상 오가는 캐스터로서도 시즌 분위기에 덩달아 걸음이 가벼워질 만큼.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공간이란 얼마나 귀중한가. 그리 생각하며 루이가 싱글싱글 웃음을 흘릴 때였다. 길을 걷는 관객들의 즐거운 웃음과 높아진 목소리 사이로, 어여쁜 음색의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네네가 방금 언급한― 세카이에서 함께 불렀던 노래다.
따스한 크리스마스 시즌의 온기가 전해지는 듯한 음조. 느긋한 기색이 묻어나오는 조금 느린 템포였다. 루이는 주머니 속 손가락을 까딱이며 박자를 즐기다, 네네의 허밍이 멎자 웃음기 어린 말을 얹었다.
“후후, 질문을 할 정도로 그 노래가 마음에 들었나 보네.”
“…뭐, 그렇지.”
네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미소지은 루이가 그 모습을 빤히 내려다볼 때였다.
조금 잠긴 듯한 목소리가 띄엄띄엄 이어졌다.
“지난 날들도, 그동안 흘린 눈물도… 의미 없지 않았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은 노래잖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소음에 묻히기라도 할 듯 조곤조곤했지만, 바로 옆에 선 그에게는 충분히 잘 들렸다.
가사를 곱씹어 봤구나.
루이도 악보를 보면서 가사에 자꾸만 눈이 갔었다. 희망찬 분위기는 슬픔을 딛고 있기에 곡에 깊이를 더한다. 마음에서 태어난 노래이기 때문일까. 네네에게는 아픈 부분을 보듬어 주는 위로가 된 모양이다. 쌉싸름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눈물을 닦아줄 수는 없었지만. 네게 계기를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그것만큼은 후회로 가득했던 날 중에서도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옆에 있다. 네네는 길었던 겨울을 딛고 일어나 불을 밝혔다. 네네가 일으키는 기적을 지켜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얼음장 같은 날씨에 고스란히 노출된 눈시울이 열기를 뿜어냈다. 목도 어쩐지 약간 부은 듯했다. 정말 추운 날이다, 생각하며 루이는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좋은 노래였지. 다음에 또 같이 부르자.”
“…응.”
두 사람은 사박사박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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