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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카 by Sh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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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사키 카나데의 집에는 드나드는 이가 많지 않다. 생필품과 컵라면 박스를 배달하는 택배 기사를 제외하면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외에는 현관문이 열리는 일조차 없었다.

카나데는 적막한 집이 익숙했다. 아니,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져야 했다. 아버지가 쓰러지던 그 시점부터 카나데는 갑작스레 대화할 기회를 빼앗겼다. 머뭇거리며 뱉은 "좋은 아침이야"나 "잘 자"에는 쓸쓸한 메아리만 돌아왔다. 몇 번이고 물결치는 자신의 목소리는 카나데의 처지를 잔혹하게 일깨웠다.

 필사적으로 무뎌지려 노력한 결과, 카나데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에서도 그럭저럭 살아나갈 수 있었다. 아마 그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예민한 감수성을 죽이지 않고 놔뒀다면, 카나데는 폐부를 찌르는 공기 입자마다 고통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사무치는 외로움에, 밀려오는 그리움에, 잠겨드는 죄책감에. 한 소녀가 겪기에는 지나치게 강렬한 감정이었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으려면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멍하니 앉아만 있다가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감정의 물결에 휩쓸릴 것이 분명했다. 카나데는 마우스를 잡았다. 많은 것을 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세상에 손을 뻗기로 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베이스의 소리가 오선지 위로 내려앉았다. 

그때부터 요이사키 카나데는 위태로운 작곡의 길을 걸었다. 예술가, 하면 생각하는 여유롭고 독특한 자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카나데의 작곡은 스스로를 사정없이 채찍질한 것의 결과물이었다. 생명을, 건강을, 행복을 깎아내어 눈부시게 다듬은 결과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이 사람은 천재가 분명하다고.

그들은 카나데의 곡에 찬사를 보냈다. 보기 좋게 배열된 음표들을 감상하며 웃음짓기 바빴다. 코멘트가 늘어날수록 카나데는 더욱더 작곡에만 몰두했다. 그때의 카나데는 그야말로 절박했다. 내 곡으로 사람을 구해야만 해. 그렇게 중얼거리며 만들어낸 곡들은 절망적일 만큼 아름다웠다.

마음 깊이 품은 것이 있는 사람은 대상의 본질을 보다 쉽게 느끼곤 한다. 아사히나 마후유가 그런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마음속 깊이부터 흔드는 이 음악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다. 카나데의 곡을 어레인지한 것은 마후유 나름의 시도였다.

기대에 짓밟히면서도 스스로를 찾고자 했던 소녀의 노력은 마침내 작은 결실을 맺었다.

"K예요. 잘 부탁드려요."

"전 유키예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본명은 커녕 아무것도 모르는 보이스 채팅으로 만난 상대에게 카나데는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어쩌면 그때부터 카나데는 자신이 어떤 길로 나아갈지 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자, 그럼 작업을 시작해 볼까요."

25시의 이야기는 이 한 마디로 시작했다. 세상에 손을 뻗고 싶던 소녀와 스스로를 알고 싶던 소녀의 필연적인 만남으로. 후에 다른 색을 지닌 두 사람이 더 들어오게 되지만, 그때의 카나데와 마후유는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25시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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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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