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아키] 어느날의 고백
아오야기 토우야 X 시노노메 아키토
*THE POWER OF UNITY 이후 시점
**
“토우야 녀석, 왜 반에 없지?”
분명 오늘은 당번이 아니라고 했는데, 아키토는 토우야의 행방을 찾으며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내려가던 중, 아키토는 익숙한 이름에 발걸음을 멈췄다.
“아오야기 군, 좋아해! 나랑 사귀어줘!”
뭐야, 토우야 녀석. 고백이라도 받는 건가?
아키토는 슬쩍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갈색 단발머리의 여자아이와 토우야가 있었다. 여자아이는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이, 이거 완전 훔쳐보는 사람이 된 거 같은데. 아키토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는 않았다.
원래 토우야를 만나러 가던 거였으니, 저 애가 떠나면 나가면 되겠지. 그렇게 속으로 변명하면서, 아키토는 토우야의 표정을 흘끔 바라보았다.
뭐, 누굴 좋아한다고 들었던 적은 없으니까, 역시 거절하겠지? 멘트는 뭐려나, 토우야니까 꽤나 고지식한 멘트일지도.
그렇게 생각하던 아키토의 생각은 보란 듯이 배신 당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네 마음은 받아줄 수 없을 거 같다.”
아키토는 순간 숨어있는 것도 잊어버리곤 토우야의 말에 반박할뻔했다.
뭐?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아키토는 한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곤 토우야를 흘끔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토우야라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단어였다. 하지만 곧, 아키토는 다른 이와 나란히 서있는 토우야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제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것도.
그 순간, 아키토의 속이 크게 울렁거렸다.
‘뭐야, 속이 울렁거려. 왜 이러지?’
아키토가 표정을 찡그리며 몸을 웅크렸다.
그때, 이야기를 끝마친 토우야가 코너를 돌아 나왔다.
“아키토?”
이곳에서 만날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는 듯, 눈을 깜빡이던 토우야는 몸을 웅크린 아키토를 보며 아키토를 향해 몸을 구부리며 손을 뻗었다.
“속이라도 안 좋은 거야? 양호실에 가볼래?”
토우야의 걱정 어린 시선에 아키토는 울렁거리는 속이 조금이나마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뭐야, 이제 안 울렁 거리네.’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 그냥 배고픈 걸지도.”
“그럼 그곳으로 갈까?”
메이코씨의 신메뉴, 먹어보고 싶다고 했잖아.
“아, 그럴까.”
‘거기라면, 이 기분도 좀 나아지겠지.’
아키토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메이코의 카페 안에서,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았다. 토우야의 앞에는 반쯤 작성된 과제가 놓여있었다. 아키토는 그 모습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왜 여기까지 와서 과제를 하는 건데.”
“글쎄, 기분전환이 될 것 같았거든.”
“나 참, 빨리 마무리하고 연습이나 하자고.”
“... 그런데 이 과제는 학년 공통으로 내준 걸로 알고 있는데, 아키토는....”
“아, 할 거거든? 아직 기간 많이 남았으니까 괜찮아.”
“...”
“... 정말로 할 거니까 그렇게 보는 거 그만두지 그래.”
사각사각, 연필이 깎여나가는 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메우는 듯 했다.
아키토는 턱을 괴며 토우야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조용히 그를 바라보던 아키토는, 툭 내던지듯 토우야의 이름을 불렀다.
“어이, 토우야”
그 부름에 종이를 스치는 펜 소리가 뚝 멈추고, 토우야가 고개를 들어 아키토를 쳐다보았다.
아키토는 그 시선에 결국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폭탄을 내던졌다.
“너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응?”
“엿보려고 한건 아닌데, 아까 고백받는 거, 봐버렸어.”
“아...”
“나한테도 못 말할 상대야?”
섭섭하네, 그래도 나한텐 숨기는 게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아키토는 토우야를 바라보았다.
그때, 토우야의 입이 열렸다. 아키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토우야가 Vivid BAD SQUAD로 활동하는 것을 그만두지는 않을 테니 토우야가 그 사람과 연인이 될 확률은 적을 것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연습에 쓰는 연인을 누가 좋아하겠어?
하지만 그것마저 상대방이 받아들인다면?
그럼 우리는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키토는 초조한 기분을 목너머로 삼키며 토우야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사형선고가 내리는 것처럼 토우야의 말이 아키토에게 떨어졌다.
“... 나는 아키토를 좋아해.”
어?
아키토는 묘해지는 표정을 숨기지도 않은 채로 토우야의 말에 대답했다.
“아니,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거 말고.”
“응. 알고 있어.”
“뭘 알고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다시 한번 말을 꺼내려고 한 아키토였지만, 끝내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토우야의 옅은 회색빛 눈동자가 아키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주친 눈빛은 거짓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이 진지했다.
토우야가 진심이라는 것을 눈치챈 아키토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아키토는 테이블에 올려진 손에 힘을 주었다. 주먹 쥔 손에 손톱이 손을 파고들었다.
“...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
“... 그건.”
“지금 나한테 고백이라도 한 거야?”
“그렇게 되겠네.”
아키토는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토우야는 지금 이 고백의 의미를 알기나 할까? 아키토가 이 고백을 받아들이든, 거절하든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질터었다.
아키토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내뱉은 토우야에게 화가 났다.
“네가 나한테 고백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충분히 알고 있어.”
“아니, 넌 몰라. 알면 나한테 고백했을 리 없어.”
“네가 이러면 내가 알았어. 하고 받아줄 줄 알았어? 전부 잘 풀리기라도 할 것 같았냐고.”
용서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한 번에 끝나버릴 수 있는 소리를 해놓고 그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너를 용서할 수 없어.
“아키토, 나는.”
숨이 찼다. 아키토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점점 내뱉어지는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이제 한걸음 나아간 참인데 여기서 네가 이런다고?”
“RAD WEEKEND를 목표로 하겠다면서. 그 목표가 이제 우스워지기라도 했어!?”
“아키토!”
쾅!!!
아키토가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 순간,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 쪽을 바라보았다.
“얼간이 같은 사랑놀음 같은 짓 할 시간 없어!”
씩씩 거리는 호흡만이 카페 안을 가득 매웠다. 그리고 이내 개미 한 마리 없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아키토는 고개를 숙인 채로 토우야를 바라보지도 않고 가방을 챙기곤 몸을 돌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간다. 오늘은 나 찾을 생각 하지 마.”
침묵 속에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몸짓으로 아키토는 카페 밖으로 나섰다.
젠장, 젠장, 젠장!!!
세카이에서 벗어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아키토의 표정은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털썩,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로 침대에 누워버린 아키토는 얼굴을 베게에 처박고 크게 한숨을 쉬다 고개를 돌려 제 방의 벽을 바라보았다.
어중간한 각오로 택한 길이 아니야.
사랑 같은 불확실한 것에 한눈팔 수 없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그저 그런 이유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토우야에게 상처를 줬다.
용기를 낸 네가 샘이 났다.
나는 너를 잃을까 봐 뒤로 숨겨두기 바빴던 감정을.
너는 나를 잃어도 상관없는 것처럼 말해버린 것이 화가 나서.
꼴사납게 날 선 말을 쏘아 내고, 너의 감정을 얄팍하게 치부하곤, 숨겨둔 마음이 들킬까 겁을 냈다.
진짜로 엉망이야.
꼴사납구나 나.
이기심으로 너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하는 게 네 생각뿐이라니.
나란 녀석, 정말 최악이잖아.
아키토는 몰려오는 자기 혐오감에 눈을 감았다.
아마 오늘은,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
“토우야 군, 괜찮아?”
아키토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토우야는 한참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메이코는 그런 토우야가 걱정되는지 걱정 어린 질문을 던졌다.
“아, 메이코씨. 괜찮습니다.”
그런 토우야의 대답에 메이코의 뒤에서 렌이 슬쩍 아키토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아키토. 화를 많이 내던데, 정말 괜찮은 거야 토우야?”
“정말 괜찮아 렌. 사실, 아키토의 반응은 예상 범위 내였으니까...”
“예상 범위?”
렌의 회답에 토우야가 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수천 번은 시뮬레이션 했어. 아키토에게 고백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하면서. 아마 높은 확률로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직접 경험하는 건 느낌이 다르네.”
“그런데도 고백한 거구나, 토우야 군은.”
“네. 더 이상 제 마음을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지금이라도 쫓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만약 아키토가 정말로 토우야를 안 만나면 어떻게 해?”
걱정 어린 렌의 말에 차분한 표정의 미쿠가 반박했다.
“아니, 지금 쫓아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지도 몰라. 신중히 접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잠깐! 다들 너무 참견하고 있는 거 같아. 이건 토우야 군의 일이니까. 토우야 군이 선택할 수 있게 해줄래?”
메이코의 만류에 웅성거리던 카페 안이 정리되듯 조용해졌다. 그 대신, 모두가 토우야를 바라보았다. 토우야는 그 시선을 느끼면서도, 잠시 생각에 잠겨있었다.
“...”
‘아키토.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었을까.’
토우야가 아무 대답 없이 생각에 잠겨있자, 메이코가 토우야를 바라보며 물었다.
“토우야 군?”
“아,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할게 있어서. 아키토에겐 잠시 시간을 주려고 해요.”
아키토도 분명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토우야는 마음한켠에 남은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
방과 후, 교정 뒤로 불려온 토우야는 그곳에서 토우야를 기다리고 있던 아키토와 마주쳤다.
토우야가 말을 꺼낼 틈도 주지 않고, 아키토가 입을 열어 냉정한 말을 내뱉었다.
“역시, 어제 일은 없던 일로 하자.”
그게 우리에게 최선이야. 아키토의 말에 토우야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어 아키토.”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데? 너는 나한테 거절당하고 친구로 돌아갈 수 있어?”
아키토의 말에 토우야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건... 아무래도 어렵겠지.”
그 대답에 아키토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토우야를 쏘아보았다.
“흥, 멋대로 고백하면 끝이겠지 너는.”
그 말에 아니라는 듯, 토우야가 반박했다.
“그런 게 아니야 아키토. 나는, 충분히 고민하고 너에게 고백한 거니까.”
“하? 웃기지 마. ”
이빨을 꽉 깨무는 아키토를 바라보며, 토우야는 어제부터 생각해오던 말을 꺼냈다.
“아키토, 물어볼 게 있어.”
“... 뭐가 궁금한데.”
“어제, 왜 그런 표정을 지었어?”
“뭐?”
“네 표정이... 마치 겁을 먹은 사람 같았어.”
“무슨 헛소리야 그건.”
“혹시 너는, 우리가 헤어지는 걸 무서워하고 있는 걸까?”
아키토는 그런 토우야의 말에 정곡을 찔린 듯 흠칫거렸다. 토우야는 그런 아키토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그런 거라면, 아키토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어.”
“...”
아키토를 바라보는 토우야의 눈이 진중하게 빛났다. 그 눈빛에서 그의 마음이 묻어 나오는 듯해, 아키토는 그 눈빛을 바라보는 것이 버거워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키토는 토우야를 다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아키토가 날 거절하더라도, 난 아키토의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뭐?”
순간, 아키토는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곤 토우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아키토를 바라보며 토우야는 말을 이었다.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네 옆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그럴 수 있을 리 없잖아.”
“아니, 할 수 있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너를 좋아할 테니까.”
아키토는 토우야의 그 말에 고개를 푹 떨궜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 사람의 마음은 변해.”
“...”
“네가 지금은 나를 좋아하더라도, 언젠가 마음이 변하는 날이 올 거야.”
“아키토...”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토우야는 아키토의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아키토 그 말은...”
“... 그렇게 되면 모든 게 엉망이 될게 분명해.”
“잠깐의 감정에 휘둘려서 Vivid BAD SQUAD가 산산조각 나는 꼴을 나더러 만들라는 거야?”
아키토의 말이 점점 떨려갔다.
“그러니까...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토우야는 아키토에게 말했다.
“아키토, 나를 좋아해?”
“큭....”
“...아키토.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Vivid BAD SQUAD가 산산조각 나는 일은 없어. 그렇게 말하는 토우야의 말은 차분하다 못해 담담했다.
그리고, 토우야는 손을 뻗어 아키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키토의 눈을 바라보며 선언했다.
“그리고... 만약에 아키토의 마음이 변한다고 해도, 내가 아키토를 놓지 않을게.”
“그러니까, 아키토. 나랑 평생을 함께해 줘.”
붙잡힌 손, 마주친 회색과 녹색의 눈동자. 진심을 담은 일생일대의 고백에, 아키토가 중얼거렸다.
“... 이번엔 프로포즈냐?”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키토는 토우야를 뿌리치지 않았다. 다만, 항복하듯이 그 손을 마주 잡았다. 긍정도 거절도 아니었지만,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무언의 긍정이었다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
“우후후, 해피엔딩이네~”
“잘 됐다 토우야~”
“그런데 이렇게 몰래 지켜봐도 되는 걸까.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지.”
“하지만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이 세카이에 중요한 문제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맞아 맞아!””
“너희들도 참~ 뭐, 그래도 축하의 의미로 팬케이크를 준비해 볼까?”
“와~ 찬성~!”
“렌도 먹고 싶어!”
“좋아, 그럼 렌 것까지 만들어줄게!”
“아~~ 린도 먹고 싶어!”
“음... 그럼 린 것까지 만들어볼까.”
“우후후, 오늘은 나도 팬케이크가 먹고 싶은걸~”
“미쿠까지... 그래, 오늘은 팬케이크를 잔뜩 구워야겠는걸~”
그렇게 주방으로 들어간 메이코를 한번 바라보고는, 카운터석에 앉은 미쿠는 턱을 괴곤 카페의 문을 빤히 바라보았다.
“팬케이크가 식기 전에 오면 좋을 텐데 말이야.”
아마 그건 어려울 것 같네~ 그렇게 중얼거린 미쿠는 문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다시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면서, 스트리트 세카이의 떠들썩한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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