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일기

도치치 by 도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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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에는 무지개를 정말 자주 봤다. 어려서 그런가 키는 지금보다 더 작았을텐데도 무지개를 본 날이 많았던 건 기억한다. 돌이켜보니 요즘 무지개를 직접 본 일은 손에 꼽는 듯하다. 실제로 무지개를 본 날이 적은 걸까? 기상청에 검색을 해 보았으나, 연별 무지개 발생 통계 같은 결과를 어찌 찾아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혀 그만 두었다.

최근 가장 가까이서 본 무지개는 경복궁 내에 있는 민속 박물관에서 본 고양이 관련 전시에서였다. 고양이에 관한 귀엽고 즐거운 전시였는데, 고양이들의 별명, 자기집 고양이 자랑, 고양이 관련 책, 고양이 언어 시험 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막바지 즈음 흰색 방에 빔프로젝터로 바닥에 무지개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벽에는 <구름이> 라는 이름 위에 인형 하나, 이렇게 전시 되어있었다.

그 전시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는 말은 한 시인의 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예쁘고 행복한 말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고양이 별로, 강아지 별로, 햄스터 별로 간다고 하는 말에서 따뜻한 애정이 느껴진다. 아직 반려동물을 맞이해 본 적은 없다. 어렸을 때야 엄마에게 강아지 키우게 해주세요~! 하고 졸랐다지만, 독립하고 나서는 내 한몸 챙기기도 버겁다는 말이 무엇인지 뼈져리게 느꼈기에 반려동물은 어림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 직장도 익숙해지고, 독립 생활도 적응하고 나니 반려동물을 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워서, 심심해서라기 보다는 반려동물을 소중히 하다 헤어지고 나서 슬퍼하는 사람들을 보니 든 생각이다. 나보다 작고 말도 못하는 생명체에게 온 마음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것에게 내가 세상 그 자체가 되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요즘 어떤 하나에 오로지 마음을 쏟아 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무지개 다리로 건네보낼 때 나도 온 힘을 다해 슬퍼할 수 있을 만큼 애정을 내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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