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행복이었다
아니, 행운이었다
아주 어둡고 쌀쌀한 새벽이었지.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맥주를 사러 편의점가는 길에 널 만났었지. 솔직히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가고 싶었어. 내가 너의 푸른 눈을 보지않았다면 지나쳤을거야.
흔한 표현이지만, 운명이라 느꼈던거 같아.
그래서였을까? 너는 어떨지 모르지만 난 우리가 꽤 잘맞았다고 생각해. 우리 둘다 집에 있기를 좋아하고 집중할 땐 인상을 쓰고, 벌레를 보면 기겁하고 도망치기도 했잖아.
물론 안맞는 것도 있긴 했지. 나는 귤을 좋아했지만 너는 아니었고, 너는 활동하기를 좋아했지만 난 아니었어.
널 만나고나서 내가 많이 바뀐 것 같아.
원래의 나는 무미건조한 인간이었으니까. 색으로 표현하자면 회색이려나. 하지만 너는 아니었지. 정말 다채로운 아이였어. 나는 너와 함께 지내며 참 많은 색을 알게 됐어.
부드러운 노란색, 따뜻한 분홍색, 그리고 행복의 푸른색. 아니, 행운의 푸른색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
그 가을 새벽 내가 나가지 않았더라면, 너의 눈을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너를 만난 후로 시간이 꽤 지나 이제 네가 내 곁에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다는 걸 알게된 날이었어. 왜 너와 내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 않는걸까하며 세상을 향한 원망을 던졌지만, 네가 행복할 시간이 줄어들까 원망할 시간마저 아꼈어.
나는 조금이라도 더 네가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행복했다고 여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했고, 너는 어느날 아침 내 곁을 떠났지. 즐거웠을까? 행복했을까?
나는 영원히 그 답을 알 수 없겠지.
하지만 나는 네 덕에 행복하고 즐거웠어.
네가 내게 알려준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색을 잃지않을게.
하늘을 보며 매일 너를 생각할게.
고마웠어. 나의 행복, 나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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