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돌아갈 곳
유키x모모
-캐릭터의 붕괴라고 여겨질 부분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는 원작을 훼손할 의도가 존재하지 않으며 2차 창작임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이돌리쉬 7, 6부, 리멤버까지의 스토리를 읽고 작성한 글이며. 따라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제대로 된 결말이 없는 길지 않은 글로 맞춤법 검사 정도의 퇴고만 했습니다.
-글리프 주간 챌린지 1주 차 주제 ‘무지개’로 쓴 글입니다.
너랑 가족이 되고 싶어. 네가 우리 부모님 양자로 들어오든가 너에게 여자 형제가 있으면 내가 결혼할게.
-리멤버 중 일부
아스카상의 은퇴식이 있던 날이었다. 호시카게쪽 일이었기에 모모는 참가하지 않고 나만 얼굴을 비추고 축하드리고 돌아올 계획이었다. 과거 신세를 졌던 적이 있었으나 친분이 깊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런 분위기의 행사를 즐기는 것도 아니기에 인사만 드리고 적당히 물러날 계획이었다. 인사를 드리기 위해 뵌 아스카상께서는 인자한 얼굴로 불편한 자리인데도 와주어 고맙다며 마지막일테니 잠시 이야길 나눌 수 있는지를 여쭈셨다.
“유키군은 결혼 생각이 있나?”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선생님께서는 허허 웃으며 “이 나이쯤 되면 시간이 빨라.” 하시며 허허 웃으셨다. 의중을 알아차리기 어려워 따라 웃고 있으니, 선생님께서 앞에 놓인 차를 한번 홀짝이시곤 말을 이어 나가셨다.
“결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널 기다리고 있는 돌아갈 곳은 만들어두려무나. 나조차도 어딘가에 묶이고 싶지 않아 결혼하지 않은 것을 지금에서는 후회하고 있으니 말아.”
평생을 연기만을 하며 50여 년을 배우로서 살아온, 70대에 다다른 선배 배우의 충고였다. 자유로운 여성의 이미지를 오래도록 이어오신 배우분이셨기에 결혼하지 않으셨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걸 후회하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사실 말할 수는 없더라도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게 그렇게 후회될 일일 까도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고자 결혼을 고민했던 적은 있었지만 지금은 굳이 결혼이 아니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굳이 결혼이라는 결합이 필요한 걸까?
“돌아왔음에도 혼자 남아있는 기분은 퍽 쓸쓸하단다.”
너는 부디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듯한 말씀이었다. 생각해 보면 돌아갈 곳이나 얽매인 곳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리바레가 있고, 사무소가 있고, 팬들이 있다. 그럼에도 더 필요한 걸까? 나이가 든다는 건 외로워진다는 의미인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질문에 대한 고민은 은퇴식 장소를 벗어나, 오프 인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모모가 오기로 했으니, 모모가 먹을 만한 음식을 준비하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모모만으로는 안되는 걸까?
“모모. 모모는 결혼할 거야?”
“결혼? 갑자기? 유키 결혼해?”
“그럴 리가. 그냥 궁금해져서. 모모 누나도 곧 결혼이고. ”
새우튀김을 물고 있던 모모가 두어 번 씹고 다급하게 삼키더니 놀란 눈으로 내가 되물었다. 아니라고 고개를 젓고는 앞에 놓인 양배추샐러드를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모모라면 답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비록 그게 아니더라도 모모의 대답이 궁금했다.
“역시 아이돌이니 무리지 않을까?”
“무린가?”
“애초에 우리 혼삿길은 막힌걸.”
말이 끝나자마자 모모가 남은 새우튀김을 마저 먹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안의 새우를 삼키곤 덧붙였다 “유키라면 미남이니까 아닐지도.”. 모모의 농담에 웃음을 터트리곤 아까 뒤적거리던 샐러드를 조금 집어 먹었다. 역시 결혼 같은 건 먼 나라 이야길지도.
“결혼하지 않는다면 노년에는 나도 모모도 요양원에 있을지도 모르겠네.”
모모가 거의 다 먹은 장국을 새로 담아 놓아주며 중얼거렸다. 요양원은 얼마나 하려나. 들어가려면 예약해야 하는 걸까? 나랑 모모가 함께 들어가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하지?
“그러려나. 그런데 갑자기 웬 결혼 이야기야?”
“어제 아스카상께서 결혼을 하거나, 날 기다리고 있을 사람이 있는 돌아갈 곳은 만들어두라는 얘기를 넌지시 꺼내셔서.”
“아스카상이시면 미혼이었지. 결혼하지 않으신 걸 후회하고 계시는지는 몰랐는데.”
“대외적으로는 자유로운 여성상이니까.”
그 말에 모모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입을 오물거리며 음식을 씹었다. 모모의 누나인 루리도 결혼을 앞둔 상황이었으니 나보다는 모모가 결혼이라는 것과는 친숙한 편에 속할 것이 분명했다. 꽤 자주 누나의 결혼식을 돕기 위해 나가기도 했고. 준비에도 최대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기에 나도 손을 더했던 기억이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는 걸까?”
“무슨 말이야 유키?”
“내가 스노하라 모모세를 기다리고 있을게 언제나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나도 언제든 스노하라 모모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기다려줘.”
반찬을 집어 먹던 모모의 손이 멈췄다. 그렇게 충격적인 이야기인가. 날 기다리고 돌아갈 곳만 있으면 되는 거라면 그게 굳이 결혼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우리가 법적인 가족이 아니라면 제도적으로는 결국 남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리와의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언젠가 많은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별세한 후에는 우리에게는 보호자가 없게 될 것이었다.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았다.
“모모가 양자로 들어올래? 그게 아니면 언젠가 우리가 결혼할 수 있게 되면 결혼하자.”
글리프 주간 창작 챌린지로 쓴 글입니다. 주제가 무지개였는데 결국은 결혼 하자는 얘기나 되어버렸네요. 그렇지만 뭐…. 동성결혼 합법화도 따지면 무지개니까요. 사실 잘 쓴 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게 유키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유키가 과연 결혼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결혼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너무 정상 가족적 사고잖아요. 중요한 건 가족 아닐까요? 전 저 둘이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미 가족이지 않은가 싶긴 하지만 노년에 어딘가 아름다운 별장에서 둘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요양원은 나중에 가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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