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도

놀이

가져보지 못한 추억을 짜내며

론도 by 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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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붕괴라고 여겨질 부분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는 원작을 훼손할 의도가 존재하지 않으며 2차 창작임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나기랑 미나미가 나오는 글입니다. CP적 무언가가 잇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닙니다.

-6부 이후, 뮵나 이후 시점입니다. 다만 4부 이후의 스포일러는 없을 것 같습니다(뮤비나나의 단체 신곡 언급이 있습니다만 어지간하면 다들 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도 제대로 된 결말이 없는 길지 않은 글로 맞춤법 검사 정도의 퇴고만 했습니다.

-글리프 주간 챌린지 2주 차 주제 ‘밴드’로 쓴 글입니다.

-추천곡은 ‘루시-놀이‘, ’Pieces of The World‘ 드리겠습니다.


지인과 줄거리 교환으로 쓴 글입니다.

“여청 살짝 끼얹어서 고등학교 부실에서 밴드공연은 아니지만 앰프에 걸터앉아서 기타치고 노래하는 둘은 어때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매미가 우는 여름 아침”


일본의 고등학교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여름 고등학교 컨셉의 화보가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스미씨가 입고 있던 것은 자주 봤기에 교복이라는 옷이 낯선 것은 아니었지만 그걸 입은 내 모습 그리고 로쿠야 씨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낯설었다. 나도 저 사람도 이런 교복을 입은 기억 같은 건 없을 텐데. 나는 어색하게 교복 셔츠를 매만지고 있는데도 저쪽은 조금도 어색하지도 않은지 자연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아니 도리어 지금 이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 내가 이상한 걸지도 몰랐다. 언제나 경험했던 것만을 연기하며 살아온 것도 아니었으면서.

“나츠메씨 촬영 들어가실게요.”

감독님의 호출에 대기하고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교실 배경의 세트장 안으로 들어섰다. 나무로 만들어진 책걸상과 새하얀 커튼이 걸려있는 창틀, 청록색의 칠판까지 그림이나 영상에서 본 것과 다르지 않은. 그렇기에 막상 서 있기에는 낯선 곳이었다. 낯선 것뿐, 촬영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여름의 고등학교라는 주제에 맞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촬영이었던 만큼 조명이 강하거나 의상이 불편하다거나 불편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창가에서 몇 컷, 책상에 걸터앉아서 몇 컷, 칠판 앞에서 몇 컷 식으로 진행되었기에 오래 걸리는 촬영도 아니었다. 여기에서 남은 것은 로쿠야씨와 함께 찍는 컷 정도지만 이런 식의 촬영이라면 그것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처럼 보였다.

교실에서 함께 찍는 장면도 개인 촬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나도 저쪽도 화보는 진저리날 만큼 찍어본 전문가였으니까. 친한 친구처럼 웃으며 칠판에 낙서하는 듯한 모습을 찍고 손에 묻은 분필 가루를 스태프가 가져온 휴지에 닦아내는 사이 문득 궁금해져 물었다.

“일본 교복 입어보신 적이 있으시던가요?”

“매지컬 코코나에서 봤습니다. 코코나짱 학생이니까요.”

“아…”

그런 이유에서였나. 다른 사람이라면 납득이 안 될 것 같은 이유에도 저 사람이라면 납득이 갔다. 그렇다면 그저 매체로만 접했던 나보다 익숙한 것이 말이 되는 일이었다. 저쪽 기숙사에도 고교생들이 있으니, 교복을 보는 것도 낯설지 않았을 테고. 촬영 장소를 옮기자는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코코나짱 이야기에 잠시 금 “그렇군요.”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음악실이던가. 화보 촬영치고는 흔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기도 했으니.

촬영 장소라는 음악실은 교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벽에 걸려있는 음악 기호가 쓰인 브로마이드, 구석에 놓인 피아노와 그 옆에 놓여있는 기타 정도였다. 소품용으로 놓아둔 건가. 무의식적으로 피아노의 건반을 눌러보고 기타의 현을 튕겨보았다. 피아노는 괜찮았지만, 옆에 놓여있는 어쿠스틱 기타는 조율이 풀린 것인지 음이 늘어져 있었다.

“나츠메상 어쿠스틱도 연주할 수 있습니까?”

“기타야 비슷하니까요.”

피아노 의자에 걸터앉아 감으로 줄 감개를 감으며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할 만한 곡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다가 가볍게 첫 소절을 연주했다. 본래 기타로 연주하는 곡이 아니기에 부분마다 부족한 점이 존재했지만, 적당히 흥얼거림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니 봐줄 만한 수준이었다.

“Pieces of The World. 기타로 연주하는 건 처음 들어봅니다”

“악기들이 꽤 많이 쓰였으니까요. 본래 악기로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도 아니고요.”

“다시 할 수 있습니까?”

“어렵지는 않지만 왜요?”

비밀이라는 듯 로쿠야 씨가 피아노 의자에 걸터앉곤 검지를 입가에 대곤 쉿- 불었다. 영문은 몰랐지만, 다시 처음부터(이번에는 박자에 맞춰 보디를 두드렸다)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길지 않은 간주 구간이 지나고 노래의 첫마디가 시작된 순간 피아노 선율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노래를 시작했다. 로쿠야 나기가 부르는 아이돌리쉬7의 파트가 끝나고 피아노를 연주하던 로쿠야 씨가 이어 부르라는 듯 나를 바라봤다. 주르의 파트를 노래하고 적당히 서로 눈치를 봐가며 파트를 나누어 불렀다. 그럼에도 “枯れた花が土に還るように” 그 한 줄을 부르는 순간만은 익숙하게 눈을 맞췄고 합창에서는 없는 다른 이들을 대신해 화음을 맞춰보려 애썼다.

객관적으로 잘 불렀는가를 물어본다면 엉망진창이었다. 16명이 부를 것을 감안하고 쓰인 노래였기에 눈치껏 부르고 넘기는 수밖에 없었기에 놓친 부분들이 있었고, 나도 로쿠야 씨도 저 노래를 연주하면서 불러본 적은 없었기에 연주는 계속해서 틀렸다. 그럼에도 노래가 무의미했는가를 묻는다면 아니었다. 노래 내내 우리는 어딘가 엉성한 솜씨로 연주하고 노래하면서도 그것조차도 즐겁다고 웃고 있었다. 아마 우리가 평범한 고등학생들로 만났더라면 이랬을까? 조명이 비치는 거대한 무대가 아니라 낡은 음악실에서 우리 둘 외에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다며 이질감을 느끼고 있던 주제에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거기에 물들어 있었다. 여름의 추억이 짜이고 있었다.

그걸 인정한 순간 나의 고등학교 여름의 청춘은 저 연주의 색으로 물들었다.


끝냈어요!! 사실 주제가 밴드라 꽤 고민했습니다. 더불어 여청 밴드물… 잘 쓰는 주제가 아니기도 하고요. 지인이 준 문장에서 “여청 살짝 끼얹어서 고등학교 부실에서 밴드공연은 아니지만 앰프에 걸터앉아서 기타치고 노래하는 둘은 어때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매미가 우는 여름 아침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미안…

사실 아이나나에서 밴드 하면 바로 생각나는 건 유키나 리바레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공식에도 있을뿐더러 누가 썼을 것 같았습니다. 그다음에는 작곡 조들의 고교밴드 동아리가 생각났는데 저건…너무 길어질 것 같았습니다. 아직 독기 덜 빠진 작곡 조들 쓰기 힘들어서 포기한 게 맞습니다. 그렇지만 츠무기가 밴드부 공연을 보고 감명받은 것 같아서 점수를 따보려 (악귀)밴드부에 들어오는 가쿠를 생각하면 이건 좀 재밌겠다고 생각합니다. I투성이 밴드부에 E의 등장이라. 그렇게 돌고 돌다가 유월이니 나기미나를 하나는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쓰게 되었네요. 사실 밴드는 없는 것 같지만요. 이번에도 사람 둘이 악기 연주하면서 노래하면 밴드라고 우겨야겠어요. 밴드 시절 유키가 들었으면 손절했을 만한 발언이네요.

글 이야기로 돌아가면 유독 나기미나 글들은 부제에 나기미나가 아니라 캐치프레이즈 같은 걸 쓰게 됩니다. 이번 캐치프레이즈는 “가져보지 못한 추억을 짜내며” 였습니다. 본래는 “가져보지 못한 추억을 추억한다.” 였지만 마지막 부분을 쓰다가 짜낸다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짜다”라는 동사에는 ‘어떤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기 위하여 온 힘을 기울이거나, 온 정신을 기울이다’와 ‘실이나 끈 따위를 씨와 날로 걸어서 천 따위를 만들다’라는 의미가 둘 다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초반의 미나미는 화보를 위해 자신이 들어온 타인의 추억을 쥐어짰을 것인데 반해 후반의 미나미는 스스로 엮어서 짜냈을 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언가를 (엮어) 짜기 위해서는 씨(짤 때에 가로로 놓는 실)와 날(짤 때 세로로 놓는 실)이 필요하니까요. 혼자서는 못하는 일입니다. 사실 이 얘기가 긴 이유는 제가 쓰고 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알아야 제대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더 꼽자면 글에서 미나미가 연주한 노래가 ‘Pieces of The World’인 이유는 주르 노래들은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할 만한 곡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사쿠라는 슬슬 졸업해야지 않나 생각에서였습니다. 무엇보다 저 노래가 미나미가 작곡한 노래 중 유일하게 두 사람이 같이 부르는 곡입니다(만약 제가 몰랐던 곡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뭔가 글보다는 사담이 더 긴 것 같은 기분이지만 줄이겠습니다. 사실 사담 쓰는 게 제일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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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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