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Capo
나에게 있어 가장 빛나고 소중했건 것을 더이상 찾을 수 없었다
-쿠죠의 제안대로 쿠죠를 업고 데뷔한 유키와 어린이 축구교실 강사가 된 모모가 만나는 내용의 글입니다.
-캐릭터의 붕괴라고 여겨질 부분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는 원작을 훼손할 의도가 존재하지 않으며 2차 창작임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이돌리쉬 7 6부까지의 스토리와 리멤버를 읽고 작성한 글이며. 3부까지와 리멤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수도 있습니다.
이번주의 제시문장입니다.
잊혀진 꿈
나에게 있어 가장 빛나고 소중했건 것을 더이상 찾을 수 없었다
추천 브금입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처음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번지르르한 말에 홀려 그 손을 잡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나. 물과 기름을 섞이는 게 나와 쿠죠가 맞는 것보다는 쉬웠을 게 분명했다. 다급함이 눈을 가렸던 것이 분명했다. 반이 없는 리바레로 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반이 봐줬으면 했기에 했던 메이저 데뷔는 언더와는 달리 가혹하기 그지없었다. 대중은 매정했고, 나의 행실을 비롯한 모든 것들은 사람들의 가십거리로 소모되었다. 그 와중에 프로듀서라는 자는 제대로 하지 못하냐고 시시때때로 지적과 불만을 토로했다. 그 망할 제로 소리도 한두 번이지, 3년쯤 들으니, 이제는 짜증만 올라올 지경이었다. 아니 애초에 맞는 부분이 없는 인간이었다. 애초에 반을 찾아주겠다는 약속도 3년째 지지부진하지 않던가. 지금만 해도 그 작자가 멋대로 잡은 토크쇼 일정에 불참하겠다며 대판 싸우고 나온 길이었다.
나온 것까지는 좋았다. 다만 갈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모자나 마스크도 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분명 눈에 띌 테니 번화가는 안 됐다. 옷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쓰고는 한낮의 길거리를 목적지 없이 계속 걸었다. 이렇게 거리를 걸은게 얼마 만이지? 오프 때도 잘 나가지 않았으니 아마 데뷔하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었다. 그때는 종종 이리 걸어 다니곤 했는데. 반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아, 모모 군도…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는데. 쾌청한 오월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문득 떠올렸다. 너희들도 이 하늘을 보고 있을까? 햇살 때문일까? 눈이 따가웠다.
정처 없이 걷다 도착한 곳은 어린이 축구 교실이라는 팻말이 크게 적힌 운동장이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게 있는 걸 못 봤으니 새로 생긴 걸까? 살면서 한 번도 축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음에도 펜스가 쳐진 운동장 가까이 다가간 것은 아마, 언제 적 모모 군이 스치듯 말한 예전에는 축구했다는 한마디 때문일 것이다. 펜스 가까이 다가가 본 운동장에는 형광 노란색과 붉은색 조끼 입은 꼬맹이들과 파란색 폴로셔츠를 입은 모모 군? 3년이나 흘렀지만 분명 모모 군이었다. 오월의 맑은 하늘 아래 꼬맹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있는 모모 군은 반짝이고 있었다. 여전히 잘 지내는구나. 잘 지내는 것 같은 모양새에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난 미안함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밝고 행복해 보이는 모모 군, 그에 반해 점점 평판이 바닥치고 있는 나. 한때 나의 팬이었던 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돌아가려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돌아본 순간.
“유키씨! 진짜 유키씬가요?”
“모모 군.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저 지금은 수업 중이라.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혹시 바쁘시면…”
“아냐 한가해.”
들어와서 기다리라는 모모 군의 말에 작은 관중석에 앉아 모모 군이 꼬맹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인지 모모 군이 집중을 시키더라도 저들끼리 장난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진 채로 딴짓을 하기 일쑤였다. 모모군은 용케도 이런 얘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있구나. 나라면 절대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운동장 한가운데서 꼬맹이들에게 시범을 보이는 모모 군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본 것은 또 처음인지라 기분이 퍽 묘했다. 주먹질만 잘하는 게 아니었구나.
“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별로. 구경하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어서 괜찮았어.”
아이들을 전부 돌려보낸 모모 군이 생수 한 병을 건네주며 넌지시 사과했다. 그리 오래 기다린 것도, 심심했던 것도 아니었기에 고개를 젓곤 건네주는 생수병을 받아서 들었다.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신 후 손에 들고 있으니 응결 되어있던 물방울이 손바닥을 타고 흘러내렸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모모 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항상 유키씨의 무대 잘 보고 있어요.”
“아직도 찾아보는구나.”
분명 엉망진창일 텐데. 반이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특히 최근의 것들은 내 마음에도 차지 않는 것을 억지로 내놓은 것이었으니까. 분명 과거의 리바레를 알던 이들이라면 실망할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나조차도 사랑하지 못하는 내 노래를 누가 사랑해 줄 수 있을까? 눈을 마주칠 자신도 없어 눈을 피하곤 죄 없는 물병만 만지작거렸다.
“비록 반리씨는 없더라도 리바레의 노래니까요.”
… 담담하고 다정한 투로 모모 군이 꺼낸 말에 그 어떤 답도 하지 못했다. ‘리바레의 노래니까요’ 그 이름의 무게를 잊어버린 건 나였다. 반이 없더라도, 내가 리바레라는 이름을 이어가고자 했다면 그에 부끄럽지 않게 해야 했는데. 이러니 반도 돌아오지 않는 거겠지. 나 같아도 추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사람에게 돌아오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때 쿠죠의 손을 잡지 말아야 했던 걸까.”
‘반도 찾지도 못했고, 리바레라는 이름만 더럽히고 있잖아. 이걸 원한 게 아니었는데. 지금 나한테 남아있는 게 뭐야? 결국 소중한 것들은 전부 잃어버린 걸’ 꺼내지 못한 말들이 다문 입속에서 소리 없이 맴돌았다. 일그러졌을 나의 표정에 모모 군이 말없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 침묵이 너무 어려워지고 있던 물병을 손으로 구겼다. 그건 무슨 의미야 모모 군?
“저도 다시는 축구를 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는데. 비록 선수는 아니지만 이렇게나마 하고 있잖아요. 인생은 엎어지면 돌이키지 못하는 물잔의 물이 아니잖아요.”
제 옆에 털썩 주저앉은 모모 군이 한쪽 다리를 반쯤 펴고는 발목을 까딱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너무 멀리 온 건 아닐까.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그자의 손에서 벗어나고도 계속 노래할 수 있을까? 나 혼자 자립할 수 있을까? 걱정이 머릿속을 채웠다. 나는 너나 반처럼 그렇게 강하지 않은데.
“늦은 건 없더라고요. 그러니 유키씨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선택’ 지금도 이렇게 후회하고 있는데 나중이라고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쿠죠와 연을 끊고 새로 시작하는 것에 후회가 없을 것 같냐고 물어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리바레의 이름을 더럽히며 엉망진창으로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지금의 리바레가 나라고 한들,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 잃어버린 것으로 치부했던 꿈을 다시 찾아보려 애써야 할 시간이었다.
이번 달의 끝입니다!! 끝!! 지인에게 주제를 받고도 꽤 고민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주제로 아이나나를 쓸만한게 리멤버 시절 모모인데. 그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 주제를 듣고 바로 생각난 노래인 “HAPPY DAY” 를 무한히 돌리다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쿠죠를 따라간 걸 후회하는 유키를 어떨까 하고요. 재밌지 않나요. 쿠죠 유키는 멘헤라도 못고쳤을 것 같고, 인성도 못 고쳤을 것 같고, 아직 어른도 안됐을 것 같단 말이죠. 물론 지금의 유키가 완벽하다는 건 아니지만요. 위에서는 쿠죠 유키라고는 썼지만 쿠죠의 아들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리바레라는 이름도 어떻게든 계속 쓰려고 할 것 같고요. 제목이 “Da:Capo”가 된 이유는 역시 저 글 이후에 유키가 다시 쿠죠의 손 밖에서 독립하는 내용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Da Capo-곡의 맨 처음으로 가서 다시 연주하라” 라는 음악 기호를 차용했습니다. “:“는 그냥 리바레라 넣어봤습니다. 정했을 때는 뜨뜨 미지근 했는데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만족스럽습니다. 리:바레 같잖아요.
사실 받은 주제를 잘 살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치만 주제를 준 사람도 그렇게 크게 기대하는 것 같지는 않고, 저도 가볍게 쓰는 글이니까요. 이번이 6월 마지막 챌린지네요.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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