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찾고 있어요.

누나,

오밀조밀 by 딸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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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면 무지개를 만날 수 있어요?

햇빛 내리쬐는 어느 오후, 내 앞에 나타난 조그마한 소년은 느닷없이 무지개의 행방을 물어왔다. 어린 아이의 표현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무지개란 하늘에 뜨는 것이지 네가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두 눈에 담을 수는 있을지언정 손을 뻗는다고 감히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무지개를 찾고 있다는 꽤나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문장에 난처한 속도 모르고 기대감 가득한 어린 눈동자는 계속해서 나를 쳐다봤다. 반짝반짝 빛나는 시선은 곤란하기 짝이 없다. 원하는 대답을 자꾸만 종용한다.

“애기야, 무지개를 본 적이 있어?”

“네! 3일 전에 여기에서 봤어요. 그때… 또 볼 수 있다고 그랬는데….”

이야기는 점점 난해해진다. 이 아이는 도대체 ‘누구’를 찾고 있는 걸까? 무지개라는 이름을 가진 또래 아이이거나,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넓게 트인 공원에서 도드러지게 알록달록한 건물 따위는 없었다. 아치형으로 보일만한 기물 따위도 없다. 날 맑은 초여름 근래에 비 소식 역시 감감 무소식이었으므로, 무지개는 뜨지 않는다.

제 옆에서 똑같이 눈을 이리저리 돌리는 소년을 보다 잠시 사색에 잠긴다. 무지개는 뜨지 않는다. 그것만이 사실인데 소년의 얼굴에 먹구름 끼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오늘 처음 본, 어쩌면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보지 않을 초면의 어린 아이인데도 그저 말간 얼굴에 그토록 원하는 무지개만 떠올랐으면… 하고 바라던 그 순간에,

“누나, 찾았어요!”

붙잡을 새도 없이 별안간 소년이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나간다. 탁 트인 공원 바닥 곳곳에서 원형을 그리는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 위에 떠오르는 커다란 무지개가 아니라 바닥 위로 몇 뼘, 손 닿을 곳에 인공적으로 그려지는 작은 무지개. 물방울이 번지는 거리에 따라 차차 사그라들었다가 선명해지기도 하는 그런 무지개. 분수 속으로 뛰어들었던 소년은 한순간에 쫄딱 젖은 모양새로 다시 내게 다가왔다.

“누나는 무지개 좋아해요?”

물기 가득한 작은 손으로 조심스레 옷자락을 쥐어온다. 하지만 젖는 건 똑같지 않니. 산뜻한 물기에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보다는 무지개가 핀 네 웃음이 더 좋은 것 같아.

“좋아하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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