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물은 불을 이긴다. 불과 땅은 존재하지않는다. 세상은 물로 가득찼다. 불과 땅. 우리에겐 그저 고설일뿐이다. 어둠은 우리를 집어삼킨다.

두려움이 몸을 지배할 때 쯤 희망이 찾아온다. 우리는 그저 하루 더 살기위해 노력한다.

여느 때 처럼 그것을 보았다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있다. 아직까지 생존자가 없기에 그것을 본 사람들이라면 겁에 질려 살기위해 발악한다. 여기에서 골칫덩어리같은 □□씨였다. 더 이상 볼 일은 없겠다. 며칠이 지난 오늘, 나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그것은 나를 똑바로 보고있었고, 해맑게 웃었다. 소름끼치도록 맑은 웃음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있자니 기이하지만 어딘가 익숙했다. 나 역시, 살기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것은 여전히 나를보고있었고, 어둠이 찾아오고있었다. 무언가 홀린 듯이 어둠 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거같은 기분이 든다.

칠흑같은 어둠이 나를 집어삼켰을 때, 누군가 물에 빠지는 소리가 적막을 깨트렸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처에 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내가 구해야 할 것 같다. 보이지않으니 소리에 의지한 채로 가봐야겠다. 어쩐지 살릴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넘친다.

□□씨를 물 속에서 구해냈다. 그런데 나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커녕 아무 말도 하지않는다. 화가 나서 “고맙다는 말 그 한마디도 못해줘요?”라고 막말을 해버렸다.궁시렁대고있을 때, □□씨가 따뜻하다 못해 뜨겁고 밝게 빛을 내는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불인가?’ 처음보는 광경에 나의 정신은 오로지 불로 향했다.신난 마음을 감추고 퉁명스럽게 “이게 불이예요?” 물어보며 나의 시선은 □□씨를 향했다.나는 더 이상 입을 뗄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적막이 맴돌았고, 빨라진 심장 박동만 들렸다. 그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구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물에 비친 나의 얼굴과 똑같았다. 즉, 그것은 나였다.

나는 불을 물로 끄고 하늘을 바라보고있었다. 불은 물에 의해 무력하게 사라졌다. 어둠을 언제 비춰줬냐는 듯, 흔적도 없이 말이다. 아침은 밝아오고있었다. 나의 모습이 더욱 또렷해진다. 떠오르는 해와 함께, 순식간에 나는 나를 물로 잡아끌었다. 마지막으로 본 하늘은 무지개가 피었다. 이 무지개는 내가 살기를 응원하듯 하늘을 집어삼키고있었다.

나는 나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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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나의 몸을 지배할 때쯤 희망이 찾아왔다. 왠지 오싹한 꿈을 꾼거같다.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하늘이 무척 예뻤다. 무지개가 하늘을 뒤덮고있었다. 어디에서 본 적이 있던가? 그저 나는 하루 더 살아가기위해 노력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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