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무지개

대만준호

오랜만에 아무 일정도 없는 주말이었다. 은퇴를 한지 넉 달밖에 되지 않은 탓에 기존의 루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대만은 아침 일찍 일어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밀린 집안일을 시작했다. 운동복을 세탁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나자 이제 겨우 오전 11시였다. 하루가 왜 이렇게 길지. 대만은 할 일이 없어서 걸레를 들고 와 집안의 모든 창틀을 닦기 시작했다. 바깥의 먼지로 금방 시커멓게 물드는 걸레에는 묘한 중독감이 있었다. 무릎을 꿇었다가 잠시 흠칫했던 대만은,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아무렇지 않게 무릎을 꿇은 채 참문만 벅벅 닦았다.

창을 다 닦고 나자 그제야 겨우 오후 12시가 지나 있었다. 대만은 걸레를 빨아 널어놓고 부엌으로 향했다. 뭘 먹을까. 냉장고를 열고 한참 들여다 보았지만 무언가 딱 끌리는 메뉴가 없었다. 배달 음식을 시킬까 싶어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들여다 보아도 끌리는 게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대만은 한참을 부엌에서 서성인 끝에 냉동실에 넣어둔 닭가슴살 레토르트를 꺼내 들었다. 이제 선수 생활도 관두었으니 단백질 식단을 할 필요는 없지만, 원래 습관이란 게 무서운 법이었다. 대만은 식탁에 음식을 차리지도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레토르트를 먹어 치웠다.

배를 채우고 용기를 치우고 났을 때엔 오후 1시였다. 와, 이제 뭘 해야 하지. 선수 생활을 할 때는 하루하루가 참 빠르게 흘렀던 것 같은데 은퇴를 하고 났더니 24시간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누구를 불러내서 놀자고 하자니, 아는 사람이라곤 죄다 농구 선수들뿐이라 지금처럼 시즌이 한창일 땐 불러내기도 애매했다. 대만은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아 멍하니 창밖을 쳐다 보았다. 바깥의 하늘이 사람 마음도 모르고 쓸데없을 만큼 화창했다. 어떻게 저렇게 새파랗냐.

대만은 괜히 집 안을 서성거렸다. 옷장 문을 열어보았지만 새삼 빨만 한 것도 없었고 옷장 정리를 할 만큼 옷이 많지도 않았다. 화장실도 며칠 전에 엎드려서 타일까지 벅벅 닦아댄 탓에 깨끗했다. 아무래도 할 게 없네. 어디 산책이라도 나가 볼까 했지만, 솔직히 누구 없이 혼자 다니는 건 흥미도 없었다. 혼자 다니면 심심해서 뭐 해.

이럴 때면 농구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취미도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골프 같이 치러 다니자고 할 때 따라가볼 걸 그랬나. 농구 말고는 흥미도 없고 관심도 없고 무엇보다 재능도 없으니 뭘 해본 게 없어서 이렇게 붕 뜨는 시간이면 뭘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선배는 연애는 안 해요?」

며칠 전, 후배 녀석이 던진 말이 생각났다. 뭐, 시간을 보내기엔 연애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다고 확 마음이 동하지도 않았다. 누구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연애를 하는 거지, 연애하고 싶다고 일부러 눈에 불을 켜고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도 성미에 영 맞지 않아서.

TV를 켰다. 영화나 드라마를 잘 모르는 대만조차도 이름을 들어본, 최근 인기가 엄청 많다는 로맨스 드라마가 재방송 중이었다. 대만은 최대한 내용을 이해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초반 내용을 아예 모르는 채로 드라마 내용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대만은 몇 분 채 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렸다.

개그 프로그램은 방청객들이 왜 그렇게 웃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하와이에서는 무지개가 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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