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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23

원피스 - 킹

헬가는 자신을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바란 적이 있다.

철없는 어릴 때 있었던 일이다.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고 싶었던 탓에, 한때 자신만을 바라봐줄 수 있는 이를 찾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았다. 작은 호의조차 건네주지 않았기에, 헬가는 꿈속에서 만난 킹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킹은 참 착했다. 아니, 일부러 제가 눈을 감고 있었을 뿐…. 그는 결코 착한 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천성 자체가 나쁜 이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매번 불청객처럼 그의 방을 찾았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을 거부하지 않았다.

작게나마 어리광을 부려보았을 때 그는 그다지 싫어하는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잠깐이나마 멈칫했을 뿐, 커다란 손으로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낯선 친절임에도 헬가는 이 다정한 그의 모습에 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보았을 때는 무척이나 무서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

“킹, 왜 그래?”

오늘도 그랬다. 늘 그렇듯 제가 킹의 방에 찾아가고, 그는 아무 말 없이 저를 반겼다. 반겼다기에는 아무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커다란 침대에 파묻힌 채 생각해보았다. 과연 이 관계가 얼마나 유지될까. 킹은 제 꿈에서 나오는 이임에도 무척이나 현실적이었다. 현실이라고 해야 할까. 헬가는 킹에게 어울릴 만한 수식어를 떠오르지 못했다. 그저 이 다정함에 파묻힌 채 평생을 살아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겠지. 늘 행복한 꿈을 꿀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래도 킹이랑 함께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괜찮을 거 같았다. …그 생각을 하는 게 자신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헬가는 고개를 들었다. 저를 쓰다듬는 손길이 멈추었다. 계속 쓰다듬으면 좋을 텐데. 헬가는 손을 뻗어 킹의 손가락을 잡았다.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컸지만, 그와 동시에 따뜻했다.

“계속 쓰다듬어주면 안 돼?”

“…알았다.”

킹은 썩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왜 이런 표정을 짓는 걸까? 헬가는 묻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그래, 킹도 이럴 때가 있겠지. 헬가는 킹의 모든 걸 받아들이려고 했다. 킹도 사람이니까,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킹은 헬가의 부탁에 계속해서 쓰다듬어줬다. 일정한 간격으로 저를 만져주는 손길이 너무나도 좋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곧 있으면 저는 꿈에서 깨어날 거다. 이번에는 제법 오랫동안 있었지. 헬가는 저도 모르게 꿈속에서 깨어나기 직전을 알아차렸다. 계속해서, 이대로 있을 수 있다면. 헬가의 바람을 킹은 알고 있는 걸까? 킹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헬가에게 속삭였다.

“다음에는 언제 올 생각이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계속 올 거야.”

헬가는 손을 뻗어 킹의 손가락을 매만졌다. 저를 만져주는 손길이 점차 느릿해지더니 이내 멈추었다. 아쉽다. 그래도 헬가는 약속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은 킹의 곁에 돌아올 수 있다는 걸. 딱히 그럴 만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막연하게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니까. 킹은 무어라고 말하려고 했었지만, 곧장 입을 다물었다.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헬가는 그저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한 채, 킹의 품속에 곤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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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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