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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타입 24

마법스크롤상인 지오 - 파르티바인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산야는 익숙하게 엉망진창이 된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다시 바람이 엉키자, 아예 정리하는 걸 포기했다. 지금은 머리를 정리할 때가 아니다. 생각을, 비워야 했다.

눈을 감아도 잔혹하게 죽어가는 이들이 떠오른다. 산야는 누군가의 목숨이 이기적인 욕심에 의해 사라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움직였다. 잔혹한 살인마의 목숨을 앗아가고, 아직 무사한 아이들을 구해주었다. 아이들은 산야를 보며 벌벌 떨었다. 조금씩 거리를 벌리며 산야를 멀리했다.

상처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산야는 제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저 아이들은 이렇게 뛰어다니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테니까. 아. 작게 반성할 만한 점은 있다. 살인마를 급하게 처단하느라, 아이들의 시야를 가릴 걸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안 그래도 아이들은 친구들이 바로 옆에서 무참하게 죽어가는 걸 보았다.

“반성, 또 반성.”

다음번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아니, 사실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그래도 만약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아이들을 먼저 보호하기로 했다. 원인을 제거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이 생각을, 약 일주일째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생각했다.

어디선가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거세지기 시작하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고개를 드니 공중에서 자신을 지긋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파르티바인이 보였다. 산야는 무심코 손을 위로 뻗어 흔들어 주었다.

“파르티바인!”

“여기 있었나?”

파르티바인은 천천히 아래로 떨어져 가볍게 착지했다. 산야는 파르티바인이 자신을 찾아올 때가 다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게 여겼다. 파르티바인은 맨발로 가볍게 숲의 흙을 밟았다. 발이 더러워져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 파르티바인은, 산야에게 많은 의미를 지닌 이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대요. 설마 내가 보고 싶어서?”

파르티바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산야를 보았다.

실없는 장난을 쳐보았을 뿐인데, 이런 반응이라니. 냉담하다. 산야는 파르티바인의 그런 점을 책망하지 않았다. 자신을 어렸을 적부터 지켜봐 줬던 드래곤이다. 드래곤은, 평범한 이들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오랜 세월을 지내왔다. 아마 파르티바인이 이렇게 제게 신경 쓰는 것도 단순한 변덕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살짝 서글퍼졌다. 장난 정도는 받아줄 것이지.

“그래서 여기서 틀어박힌 이유나 들어보지. 말해라.”

“아…. 그냥 별 건 아니고, 애들을 구해줄 때 실수한 게 있어서….”

“아이들을 벴나?”

“아니! 어떻게 아이들을 벤다는 발상이 나온 건데요! 그냥, 살인마가 있어서 그쪽을 먼저 처리했더니, 아이들이 겁을 먹어서. 다음번에는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나서 원인을 제거해야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생각에 일주일이나 소비했다고?”

파르티바인은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산야를 보았다. 으, 내가 이래서 말하고 싶지 않았던 건데. 파르티바인은 미묘하게 눈치가 없었다. 인간적인 고민을 하는 걸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산야는 파르티바인을 흘겨보았다. 이래서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보게 된다.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산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과장된 행동을 보여주었다. 파르티바인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슬슬 숲에서 벗어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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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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