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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에 입문했습니다! 이루마군 - 나베리우스 카르에고

카르에고는 스스로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좋아함은 제가 그렇게 애타게 부르던 규율에서 벗어난다. 예외를 만들고, 질서를 어지럽힌다. 딱히 이상형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아마 이대로 홀로 살아갈 거라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아, 나비. 좋은 아침이네요.”

잔디밭에서 다비가 늘어진 채 있었다. 다비는 두 눈을 깜빡인 채 카르에고를 보았다. 카르에고는 왜 바비루스 교사가 여기에 이렇게 있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전날 밤 여기에서 잤나? 그런 것치곤 다비의 차림새가 형편없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제 막 누웠다고 해야 하나. 잔디밭 특유의 풀조차 묻어나지 않았다.

“여기서 뭐 하냐고 물었어.”

“보시다시피 누워 있었죠. 나비도 한 번 누워 볼래요?”

“됐어. 교사면 교사답게 있어야지.”

자신을 끌어당기는 손길을 쳐냈다. 카르에고는 다비를 보아도 심장이 쿵쿵 뛰거나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미적지근하고 악마답지 않은 감정이 샘솟았다.

그렇다고 다비 앞에서 물렁 해지거나 그러진 않았다. 아니. 조금 그렇게 됐으리라. 하지만 모두가 눈치챌 정도로 드러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시치로나 오페라 정도만이 눈치챈 게 전부였다.

“일단 첫째, 아무리 교사라도 잔디밭에 누워선 안 된다.”

“그래요?”

“둘째, 교사면 교사답게 모범을 보여라.”

카르에고는 그렇게 말하며 다비를 스쳐 지나갔다. 다비는 고개를 기울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카르에고의 뒤를 따라갔다. 카르에고는 다비가 제 뒤를 따라오는 게 썩 달갑지 않았지만, 괜히 멀리서 사고치는 것보단 가까이 있는 게 나았다.

“나비는 많은 걸 알고 있어요.”

“많은 거라면 어떤 것?”

“교사의 마음가짐 같은 것. 저는, 나비가 많은 걸 알려주면 좋겠어요.”

카르에고는 다비의 말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용기 내서 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차마 쉬이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카르에고가 할 수 있는 건 미약하게나마 고개를 끄덕거리는 게 전부였다.

불확실한 미래나,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마음은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카르에고는 딱딱 떨어지는 게 좋았다. 누군가가 휩쓸고 간 질서 따위 두고 볼 수 없으면서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비라면 한층 물러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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