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알벗] 의뢰

FF14|단편|경호 의뢰

경호 의뢰|날조有

어느 날 의뢰 하나가 날아왔다. 라케티카 대삼림 쪽에서 경호만 해달라는 의뢰였다. 영웅이기에 다른 경호원들보단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니, 알벗은 한숨 쉬었다. 거절한 틈도 없이 수락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경호의뢰이기에 잘 차려입으라는 글귀도 적혀있었다. 의뢰자의 말은 절대적이라 했던가, 귀찮은 말은 듣기 싫었기에 깔끔한 차림으로 입었다. 그리고 라케티카 대삼림에 있는 유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삼림에 도착한 알벗은 유적 입구에서 벽에 기댄 채, 의뢰자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적 입구에 오는 자들은 돈 많아보이는 자들이었지만, 그에겐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알벗은 언제나 그랬듯이 눈길을 준 채,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들은 알벗을 보다가도 입을 열었다.

"의뢰를 받아줘서 고맙네. 오늘은 아가씨 경호만 해주면 될 것 같군. 잘 부탁드리네."

그들과 함께 온 자들 중, 여자가 있었다. 딱 봐도 부잣집 아가씨라고 생각한 알벗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경호원들은 유적 입구로 들어오는 수상한 자가 없도록 지키겠다고 서있었다. 알벗과 아가씨만이 유적 안으로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알벗은 조용히 아가씨 뒤를 지키면서도 몬스터, 함정이 나올때마다 처리하느라 바빴다. 그러자 그녀는 유적 벽을 만지며 조사하다가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정말로 경호의뢰 받아주실지 몰랐어요."

유적을 조사하다 말고 지키고 있는 자신에게 말하는 그녀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의뢰를 하려고 했더니, 다른 분들은 기겁하면서 도망가셨거든요. 그래도 영웅님이라고 하니, 바쁘셔서 안 해주실줄 알았는데…의외네요. 얼굴은 반 밖에 못보겠지만요."

"…유적이라서 기겁하면서 도망칠리가 없지. 모험가인데 그런 반응은 이상하거든. 그리고 미소 짓는다고 다 보여준다고는 생각하지마라."

여전히 불편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의뢰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은 잘 차려입다고 한들 얼굴의 일부분을 들어내는 것을 싫어하기에 입마개를 착용한 채 경호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조사하는 척하다가도 힐끔 눈길을 줬지만, 알벗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세요~ 조사하다보면 조용해서 심심해요~"

그러자 신경이 거슬렸는지, 알벗은 차가운 눈빛을 그녀를 쳐다보며 언짢은 듯이 말을 내뱉었다.

"의뢰를 하려고 온건지, 사심 채우러 온건지… 사실은 후자에 더 가까운가? 조사는 말만 조사라고 말하고 유적 안에서 거래라도 하시게?"

"어머, 누가 들으면 정말로 그런줄 알겠어요. 하지만~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그래도 영웅님이니까 잘 대해드리고 싶어서 그런거죠~"

긍정하는 쪽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다가도 알벗은 혀를 찼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를 쳐다보다가도 번쩍 안아올리니 깜짝 놀란듯이 그의 옷깃을 잡았다. 알벗은 그녀에게 눈처럼 하얀 눈동자로 쳐다보며 말을 내뱉었다.

"…아가씨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유적 조사 안해도 될 것 같으니까, 나가는걸로. 더 이상 이 의뢰는 하지않을거니까 다시는 부르지마라."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면서? 돈 많으면 다른걸 찾아, 이런 유적까지 와서 위험한 거래 할 생각하지말고…유적 입구에서 지키는 놈들은 일일 경호같은데, 몸 조심히 가라고."

유적 입구까지 나온 알벗은 안아올린 채 있던 그녀를 내려줬다.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붙였던 남자 경호원에게 그녀와 이야기하는 목소리와 달리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음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 헛튼 수작 부리지말고 집까지 가는 길은 안전하니까."

하고 싶은 말만하고 유유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반강제였고 무시할법한 의뢰였지만, 위험할 것 같아서 의뢰를 받아줬더니 조사는 말뿐이고 거래라는 말에 한숨만 쉬었다. 평소처럼 대했다면 그녀가 말하던지 말던지 무시하고 유적을 나와 집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유적이 위험한것은 자신이 알고 있었기에 그곳에 여자를 두자니 분명 다른 의뢰로 부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귀찮은 일은 만들지 않기 위해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반강제로 의뢰를 수락한 적이 많기에 연관된 일로는 더 이상 의뢰비건 뭐건 받고 싶지 않았다. 받아봤자 어떻게 의뢰가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알벗은 자신의 집에 도착한 후, 한숨을 쉬다가도 다음 의뢰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휴식을 취할 겸으로 책을 읽으러 지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테고리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