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지타임

행복한 귀갓길 되시길!

준쟁 교류회 본편 회지 외전

※ 준쟁 교류회(24.12.21) 때 낸 소설 회지‘회고하고 회상하며 그리고…’ 의 외전입니다. 원래는 돌발본으로 뽑을 생각을 했는데 코팅이 안 된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본편을 읽으셔도, 안 읽으셔도 무관합니다!

시끄러운 운동장 한구석에 자리 잡은 농구장에서는 한창 뜀박질이 시작된다. 차차 빨라지는 걸음걸이에 구호를 붙인다. 그 구호를 따라 하는 앳된 음성들이 학교 운동장을 메웠다.

 

“그만, 휴식!”

“후아아아.”

 

숨을 한껏 몰아쉬며 기본 웨이팅을 끝낸 아이들이 크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움직였다.

 

“자, 좀만 있다가 어제 알려준 동작 기억하제?”

“네!”

“그거 한 번씩 복습하고 다음 기술 알려주께.”

“네~!”

 

어린이들의 우렁찬 대답에 살짝 눈을 감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을 두고 강당으로 쏙 들어간 아이들은 금세 공을 챙겨 줄을 차례대로 서며 슛을 쏘았다. 그 모습을 멀리에서 본 진재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창원 ION을 나와서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를 위한 농구 교실~’을 연 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굴곡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정신력도 바닥을 긁을 뻔했지만 여차저차 나름대로 잘 풀렸다. 비록 한 번 크게 넘어질 뻔했으나, 그를 붙잡아 준 사람을 생각하니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강당으로 돌아간 진재유는 호루라기를 입에 물곤 불었다. 자자, 좀만 더 힘내자! 다시!

아이들을 향해 외치는 소리는 곧, 제게 말하는 것과도 같았다. 좀 더 힘내자. 그리고 퇴근하면 집에서 기다리는 어여뿐, 참한 신랑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수고하셨습니다!”

“어야~ 다들 정리 잘하고, 가기 전까지 푹 쉬라~”

 

일사불란하게 장 내를 돌며 놓아둔 작은 고깔콘을 아이들이 집었다. 누가 누가 더 많이 집나 내기라도 하는 것인 듯, 한 손 가득 집으며 진재유에게 가져다주었다. 진재유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이었다. 나이를 좀 더 먹은, 머리에 피가 말라가는 중고등학생이었다면 냅뒀겠지만, 초등학생들에게서는 그나마 착한 선생님 미소를 보여주었다.

끽하면 훈련하기 싫다고 빼먹는 놈들이 허다한 곳에서 있다가 이렇게 놀이로 받아들여서 즐겁게 노는 어린이들을 보니 없던 힐링도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텐션이 너무 넘쳐서 그거 감당하는 게 제일 힘들긴 하지만, 머리에 피도 덜 마른 애들과 기싸움 하는 것보다는 이것이 백 배 천 배는 더 나았다.

월요일인지라 시간이 끝내주게 지나가질 않았다. 해는 떨어지는 것 같지만 아직은 환했다. 아이들은 정리한 강당에서 지치지도 않는지 어느 덧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친절하게도 선생님을 혼자 두지 못하는 한 아이가 물어왔다. 선생님도 하실래요? 으으응, 선생님은 바빠서 못 하겠네.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이야기까지 더하면서 진재유는 얼른 컴퓨터로 제출한 수업 프로그램 관련 서류 작업을 시작했다. 우당탕탕하며 시끄러운 아이들 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타자를 열심히 치다보니 순식간에 방과후 교실도 끝나갈 즈음이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진재유는 의자를 밀며 대답했다. 아이들이라면 이미 밖에서 큰 소리로 누구인지 밝혔을 테지만, 정중하게 노크만 하고 답을 기다리는 것을 보아하니 보호자거나, 아니면 학교 선생님일 수도 있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보자마자 어정쩡하게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한 상태로 상대를 마주했다.

“안녕, 재유.”

“…준수? 니가 여긴 어떻게…….”

“그냥. 보고 싶어서 데리러 왔어.”

아이들은 사람 얼굴을 가린다더니. 딱 그말이 맞는지 이미 성준수 뒤에 아이들이 꼬리잡기라도 하는 것처럼 쭈욱 늘어져 있었다. 성준수는 살짝 상기된 뺨으로 웃어보이며 살짝 문을 닫을랑 말랑 걸쳐놓고 진재유에게 다가갔다.

“깜짝 놀랐다…. 니 지금 내 데리러 올라고 여까지 온 기가? 일정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일정 있지. 너랑.”

“…내랑?”

우리 뭐 약속했나…? 아니, 기념일인데 내가 까먹은긴가? 흔히들 커플들 사이에서 식은 땀이 등목을 하는 상황 1위에 처한 건지 뇌를 빠르게 굴려보았지만 여전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진재유는 얼른 눈동자를 굴려 달력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후딱 그 앞을 가로막은 성준수가 고개를 숙이며 진재유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또, 뭐 봐?”

“아니, 내 잠깐…, 일이 다 안 끝나갖고…….”

“진구라쟁이. 너 다 까먹었지?”

“으으응, 아닌데?”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성준수가 진재유를 응시했다. 그러더니 입바람을 살짝 불었다. 순간 놀란 진재유가 눈을 질끈 감았다.

“본인 생일도 까먹으면 어떡해.”

“…아!”

“생일 축하해, 그래서 언제 끝나? 너랑 밥 먹으려고 레스토랑 예약해놨어.”

성준수는 진재유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채근했다. 빨리 같이 가자는 말에 진재유는 성준수 뒤에 있던 문을 활짝 열고 소리쳤다. 다들, 오늘은 선생님이 일찍 들어가 봐야겠으니까 어여 집들 돌아가라! 수업은 끝났으니 더 술래잡기 하지 말구 후딱 들어가라!

“에엑! 선생님 지금 저희 내쫓으시는 거예요? 술래잡기 더 하고 싶어요!”

“오늘은 선생님이 좀 바빠서 안 되겠다. 미안타, 내일은 더 재밌는 거 하자.”

“진짜죠? 내일 진짜 재밌는 거 할 거죠?”

“그래그래, 내일은 진짜 재밌는 거 할게. 약속하자.”

“아싸! 애들아! 내일 선생님이 재밌는 거 한대!!!”

부리나케 친구들 사이로 뛰어가는 한 아이를 보며 진재유가 겨우 해냈다는 듯이 웃어보이자 옆 자리를 슬그머니 차지한 성준수가 작게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떡하지, 선생님은 내일 나한테 내 생일 선물 주시느라 아파서 못 나오실텐데.”

“아, 성준수. 임마!”

“크크.”

진재유가 부끄러워하면서 성준수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볍게 쳤다. 성준수는 아파하는 척 하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성준수의 옆구리를 치자 진재유의 주먹이 맵긴 했는지 성준수도 살짝 뛰는 듯이 도망쳤다. 성준수! 니 거 안 서나!

웃으면서 도망가는 선생님 친구와 날이 추운지 귀끝이 빨개진 선생님을 보며, 아이들은 선생님도 술래잡기를 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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