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시리즈

[고죠유지] Immature boy

Boy 시리즈 6. 고죠유우, 고죠유지, 이타도리 유우지에 대한 사랑이 무거운 고죠 사토루의 이야기

Lacto락토 by 락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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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진지한 얼굴을 한 후시구로가 말했다. 

이타도리 너가 착각하는 것 같아서 말하는데 고죠선생님은 그다지 어른이 아니야. 

임무가 없는 날에는 가끔 고전을 청소하는 시간을 가지고는 했다. 귀찮다며 불량한 얼굴로 빗자루를 들고 있던 쿠기사키가 유우지에게 그것을 넘기며 기숙사로 돌아가 버렸다. 억울한 얼굴로 바라보았자 이미 떠나가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결국 둘만 남은 후시구로와 유우지는 그다지 더럽지 않은 바닥을 쓸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물론, 받는 것은 후시구로고 주는 것은 유우지였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고죠의 이야기가 나왔고 그의 이야기를 할 때는 유우지는 조금 더 반짝이고 빛나 보였다. 그런 유우지를 빗자루를 든 채로 그저 바라보던 후시구로가 유우지에게 다가와 한 말이었다. 

그 말에 유우지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나도 알아. 선생님 재밌잖아. 귀엽고. 가끔은 어린애같아. 라고 말하며 웃었다. 귀엽다는 말에 후시구로는 잠시 속이 안좋은 듯한 표정을 지었고 곧 한숨을 쉬었다. 후시구로는 자신의 말 뜻을 그다지 이해하지 못한 그를 보다가 어깨에 손을 짚었다. 살짝 힘을 주어 잡자 유우지가 윽. 하는 신음을 하며 한쪽 눈을 찡그렸다. 놀란 후시구로가 손을 떼자 아아, 미안. 어깨 멍 들었어.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왠지 조금 쑥쓰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 말에 의아함을 보이던 후시구로가 보여줘봐. 라고 말하자 유우지는 당황하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 유우지의 후드를 다시 거칠게 잡아 내리자 드러난 어깨엔 짓씹어 놓은듯 한 자국이 있었다. 아주 선명하게 보이는 피멍과 이빨자국이. 

그걸 보니 이렇게 만들어 놓은 작자가 얼마나 소유욕과 독점욕이 들뜷는지 알 수 있다. 보기만 했는데도 숨이 턱하니 막히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어릴때부터 보아온 사람이다. 허울좋은 어른인 척 하지만 그 속내는 까맣다 못해 엉망이다. 그는 절대로 좋은 어른이 아니었다. 자신과 동급생, 태어난 연도로 따지면 몇 달 차이 나지는 않지만 저보다 더 어린 유우지에게 손을 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나쁜 어른에 속했다. 제멋대로에 원하는 건 취해야만 하는 독점욕 강한 어린애. 유우지의 말처럼 그는 아직도 어린애같은 면이 잔뜩 남아있다. 특히 자신의 것을 만지는 것은 물론 보여주는 것 조차 싫어하는 면에서는 절대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후시구로는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 고죠 사토루가 지금 그 마음을 어느 정도는 누르고 있다는 것을. 

"야! 이거!! 하아-."

"아아- 선생님이 좀 짓궂여서 그래. 뭐 이런거 금방 낫고."

"이게 짓궂다는 말로 설명이 되는거냐? 하, 진짜. 제발 조심해. 그사람 괴물 버튼 누르지 않게."

후시구로는 다시 유우지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리며 말했다. 후시구로의 말을 듣던 유우지는 하핫.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괴물 버튼이라니 아무리 고죠가 괴물같은 사람이라도 버튼을 누르면 뭐 변신이라도 하는거야?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유우지의 웃음이 전혀 제 말을 알아들은 것 같지 않아서 후시구로의 얼굴빛은 더 어두어 졌다. 순진하다고 해야할까, 사람이 너무 좋다고 해야할까. 둘 다 이려나. 

무언가를 더 말을 하고 싶어서 입을 여는 그때 유우지의 뒤에 어느새 나타난 고죠에게 놀랄 틈도 없이 후시구로는 유우지 어깨 위에 올려 두었던 손목을 잡혔다. 기척을 느끼지 못한게 의아할 정도로 온 몸을 찔러오는 주력에 후시구로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제 손목을 잡은 손의 힘은 꽤 강해서 잠깐인데도 저릿한 기분이었다. 그 손을 쳐내며 유우지에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자 고죠는 자연스럽게 유우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둘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해?"

"별 얘기 안했는데요."

"별 얘기도 아닌데 어깨를 잡고 막 그래?"

평소와 다름없는 능글맞고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내뿜는 기색은 아니었다. 이것봐, 어린애보다 더하다. 후시구로는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에 이마를 짚었다. 두 사람이 연인 사이가 되었다는 건 듣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제 방은 유우지의 옆 방이었고 늦은 시간이든 이른시간이든 있는 기척, 없는 기척을 풀풀 풍기면서 유우지의 방으로 들어가곤 했으니까. 그걸 눈치채지 못하는 게 더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들려오는 하하호호- 웃음소리와 시시콜콜 떠드는 목소리는 그들 나름대로 소리를 죽인다고 했지만 다 들렸다. 기숙사의 벽은 그다지 두꺼운 편이 아니었고 때문에 방음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른 시간이면 크게 상관하지 않았지만 늦은 시간에도 다를 게 없었다. 몇 번이나 벽을 쳐 눈치를 주고 싶었지만 아직 유우지의 입에서 듣지 못했기에 애꿎은 헤드폰의 볼륨소리만 높였다. 

두사람이 좋다면, 특히 유우지가 행복하다면 후시구로는 딱히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유우지에게는 늘 갚지 못한 죄책감이 남아있었기에 그저 뭐라도 그를 행복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이사람이었다. 정말 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치는 투기를 모르는 건지 유우지가 생각하는 고죠는 귀엽고 어린아이같은 사람이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전혀 모르는 것 같다. 피부결이 찌릿찌릿하게 올라올 정도로 자신을 향한 질투심을 내보인다. 애초에 이 사람에게 정상인의 범주가 있기는 한걸까라는 생각이 들자 한숨이 다시 터져나온다. 마치 체한듯 속이 더부룩하며 답답함이 몰려온다. 

아마 자신과 유우지를 의심한다기 보다는 그냥 본인 외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닿는게 싫은 거겠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이미 주변 사람들도 말을 안해서 그렇지 유우지를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였다. 고죠는 원래 평판이 좋은 사람도 아닌데다가 유우지에게 그 전부터 이상하리 만치 집착하던 그였다. 십년 넘게 그를 보아 온 이에이리도 유우지가 심장이 뽑혔을 때 드물게 감정적이라며 놀랐다고 했으니까. 냉철함을 무기로 둔 그가 감정을 드러내는 건 굉장히 골치 아픈 일이었다. 

아마도 유우지 앞에서는 그 형형한 감정을 잘 포장해 꽁꽁 숨겨 놨을수도 있다. 알아채면 아무리 유우지라도 도망갈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그의 안대 뒤의 눈동자가 얼마나 길길이 날뛰고 있을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법했다. 이미 유우지는 그에게 도망갈 수 없을 거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선생님. 임무 가는 거야?"

"응. 이제 가야돼. 가기전에 보고 싶어서 왔어. 유우지랑 그냥 같이 있으면 안되나. 어제도 조금 밖에 같이 못 있었는데. 내 임무같은건 나나미한테 줘버리면 될 것 같은데. 선생님은 슬퍼. 유우지. 위로해줘."

유우지를 등 뒤에서 끌어 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은 고죠가 어린아이처럼 투정했다. 저보다 머리하나쯤은 더 큰 남자가 귀엽다는 듯 유우지는 또 웃음을 터트리고는 손을 들어 고죠의 머리를 쓰다 듬었다. 그랬어? 슬펐어? 하고 묻는 유우지의 말에 고개만 끄덕이는 가증스러운 고죠의 모습에 후시구로는 뒤를 돌았다. 어차피 그게 유우지가 선택한 거라면 후시구로는 그저 보고 있기로 했다. 섣불리 입을 놀려도 알아듣지 못하는 유우지도, 이제는 놓아주지 않을 고죠도 두 사람이 알아서 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후시구로도 가려고? 하고 물어오는 유우지의 목소리에 손만 들어 인사를 하고는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갈 뿐이었다. 일단, 못 볼 걸 본 기분에 눈을 씻고 싶었다.

후시구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던 유우지는 자신의 허리를 꽉 안아오는 고죠의 힘에 압박감을 느끼고는 허리를 곧게 폈다. 뒷꿈치가 살짝 뜰 정도로 자신의 허리를 끌어 안아서 놀란 유우지가 고죠의 팔을 잡았다. 조금만 더 힘을 주거나 고죠가 허리라도 펴면 다리가 붕 뜰거 같았다. 결코 가볍지 않은 자신을 한 손으로도 들어댔던 그였기에 유우지는 잠시 숨을 골랐다. 허리를 두동갈 낼지도 모르는 완력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위장을 짓누르는 힘이 버거워서 선생님? 하고 불렀지만 유우지의 어깨에 머리를 묻은 고죠는 대답이 없다. 자꾸만 세지는 힘에 유우지가 비틀거리며 고죠의 팔을 아래로 밀어내듯 꾹 눌렀다. 

"윽.. 아파. 아프다니까."

"메구미랑 무슨 얘기했어?"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조금 낮아져있었는데 유우지는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 닿아오는 숨에 귓가가 간지러워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몸을 비틀어도 여전히 따라오는 그것에 몸만 바르작 떨었다. 따뜻한 숨이 귓가에 닿아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다. 유독 귀가 약해서 몸을 섞을때도 괴롭히면 정신을 못차리고는 했다. 그러니 지금 상황이 꽤나 힘들었다. 

도대체 힘이 얼마나 센거야. 숨은 막혀오고 귓가는 간지러웠다. 힘으로는 어디가서 지지 않을 자신이 있던 유우지도 고죠앞에서는 예외였다. 교토에 있는 토도는 이런 고죠를 보고 규격 외라고 했다. 그 말이 정말이지 딱 맞았다. 하여튼 뭐든지 지나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고죠의 팔뚝을 잡은 손에 힘을 그냥 풀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고집을 부릴 때는 그게 차라리 먹혔다. 유우지가 밀어내던 손에 힘을 풀자 고죠도 팔의 힘을 조금 풀어주었다. 역시, 예상이 딱 맞았다. 

여전히 몸은 밀착되어 있지만 숨은 간신히 쉴만큼. 여전히 뒷꿈치가 살짝 들린 상태였지만 숨은 덜 막혀서 유우지는 아예 몸에 힘을 빼고 그의 몸에 기대 버리자 차라리 편했다. 꽤 무거울 법도 했지만 고죠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게 왠지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선생님 얘기?"

"아아-. 내 얘기했어? 어떻게 했어? 선생님 너무 좋다고 했어? 근데 왜 어깨는 잡고 있었을까아?"

"하핫, 괴물버튼 누르지 말라고 하던데? 선생님 버튼 누르면 변신해?"

유독 어깨를 잡고 있던 것을 캐묻는 기분이었지만 유우지의 관심사는 그게 아니었다. 후시구로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유우지가 다시금 웃었다. 괴물버튼이라는 말이 꽤나 웃겼다. 고죠가 조금 희한한 구석이 있기는 하고, 평범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 건 인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괴물이라니. 이렇게 사랑스럽고 멋있는 괴물이 어디있다는 말일까? 유우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이 팔불출 같아서 조금 더 웃고 말았다. 이렇게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유우지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었으니까.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한 유우지는 고개를 살짝 꺽어서 고죠를 바라보았다. 안대 아래로 가려진 눈이 안 보이는 게 제일 아쉬웠다. 

그렇게 웃고 있는 유우지의 어깨를 고죠가 잡아 돌리며 바로 안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도 유우지는 고죠의 품에 쏙하니 안겨왔다. 오히려 마주 안게 되어 만족스러워 허리에 팔을 꼬옥 감았다.  

"유우지라면 바로 변신하지."

"오, 진짜? 보고싶어!"

"어젯 밤에도 봤잖아? 딱딱해진 사토루군."

"에.. 그런 뜻?"

"그런 뜻." 

상체를 살짝 떨어뜨리며 고죠를 올려다 보는 유우지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그런 뜻이란 말을 정확히 이해되어서 괜히 부끄러워지는 기분이다. 딱딱하고 저가 보기에는 어디 하나 매력적인 구석이 없는 것 같은데 늘 제 몸을 보기만 해도 앞섬을 딱딱하게 세우는 고죠의 모습이 떠올리자 몸이 달아오를 것만 같았다. 

생글생글 웃으며 유우지를 바라보던 고죠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 어깨 부근을 훑어 내리는 손길에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부르르-. 하니 몸을 떨어대자 고죠가 웃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번 자신의 어깨를 쓸어 내리는 손길에 유우지는 고죠의 허리를 감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고죠의 목소리에 응? 하고 되물었지만 고죠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조금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서 아팠다. 거기는 아까도 후시구로가 손을 댔던 멍이든 곳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쓰자 고죠가 잔뜩 들어갔던 손의 힘을 풀었다. 그리고는 다시 부드럽게 쓸어 내려주는데 그 손길에 문득 야한 생각이 들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여기서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필사적으로 생각하며 이런 마음이 들킬까봐 유우지는 고죠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곧 자신의 어깨를 쓸어내리던 손이 멈추고 곧 턱 아래를 잡아온다. 커다란 손이 턱 아래를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눈가 근처에 손가락 끝이 닿았다. 서늘하니 기분좋은 고죠의 손에 고양이처럼 유우지가 얼굴을 비볐다. 

고죠의 손가락이 눈 밑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고개를 숙여 입술을 촉, 하고 맞추자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그 다음은 코 끝에, 그리고 뺨에도, 눈에도 고죠의 입술이 여러번 내려 앉았다. 너무나 다정한 키스 세례에 녹진한 기분 마저 들었다. 하지만 유우지는 갑자기 퍼득 든 생각에 감았던 눈을 뜨고 고죠를 올려다 보았다. 여전히 안대에 가려진 파란 눈동자가 보고 싶었다. 그건 있다가 저녁시간으로 미뤄 둬야겠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그런데 안가도 돼? 시간이 꽤 지난 거 같은데."

"안 가도 되면 안 되나."

유우지의 말에 고죠가 다시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비비적 대었다. 머리카락이 뺨을 간질인다. 그게 기분 좋으면서도 못참겠어서 유우지는 고죠의 어깨를 살짝 밀어 내었다. 아쉽다는 듯 떨어지는 고죠의 입꼬리는 사탕뺏긴 어린아이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이렇게 어린애같이 굴 때는 선생님인 것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인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 매스껍다던지, 가증스럽다고 말했지만 유우지의 눈에는 귀여워 보이니 그것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착하지. 선생님. 하면서 그의 뺨을 쓰다 듬으며 달래주었다. 보드라운 뺨이 손끝에 닿았고 살살 만져주던 유우지가 고죠의 손을 잡았다. 떨어지기 싫다는 듯 그가 투정을 부렸지만 유우지는 꽤나 단호했다. 

그의 손을 이끌며 고죠를 모셔갈 차가 세워진 곳으로 이끌었다. 도착한 곳에는 검은색 세단의 운전석에서 어쩔 줄 모르며 핸드폰을 드는 이지치가 보였다. 아마 전화를 걸 타이밍에 맞춰서 온 것 같았다. 분명 지금도 늦었을거라고 생각하며 유우지는 이지치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유우지의 부름에 이지치는 빨리 오세요! 고죠씨! 하고 소리쳤다. 그렇게 차 앞에 도착해서도 끌어 안고 장난치기를 몇 분. 더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이지치의 말에 고죠는 괜히 성질을 부렸다. 

계속해서 가기 싫다는 그의 손을 잡아 끌어 고죠를 차에 밀어 넣었다. 긴 다리를 휘적거리면서 땡깡을 부리는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문을 닫아버렸다. 정말 저럴 때는 미운 7살 저리가라였다. 유우지가 문을 닫자마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는 차를 출발 시키는 이지치에게 한 번쯤은 음료수라도 사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곧 창 밖으로 머리를 내미는 고죠를 보면서 유우지는 웃어버렸다. 아마도 이지치가 재빠르게 출발하지 않았다면 고죠는 차에서 뛰어 내렸을지도 모른다. 임무 한 번 보내기 정말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유우지는 빠르게 고전을 벗어나는 차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전날 밤, 오늘은 임무가 없어서 고전 입구를 청소를 할당받았다고 유우지에게 들은 고죠는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지치는 늦지 않게 와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미 제대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 버렸다. 유우지가 청소한다고 한 장소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어째서 인지 고전 안 쪽으로 걸어가는 쿠기사키와 마주쳤다. 얼굴을 보자마자 쿠기사키는 엑, 하고 싫은 소리를 내었지만 고죠는 전혀 타격 없다는 듯 손을 들어 인사했다. 고죠의 인사에 쿠기사키는 흥, 하고 콧소리를 내더니 곧바로 고죠가 궁금한 걸 말해주었다. 역시 눈치가 빠르다.

"이타도리라면 저 쪽이야."

"노바라는 어딜 가는거야?"

고죠의 질문에 숙녀한테 빗자루 질은 실례아냐? 하며 얼굴을 더욱 구기는 모습에 고죠가 픽 웃어 버렸다. 그렇게 웃고 있는 고죠를 떠나지 않고 쿠기사키가 올려다 보았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쳐다보는 시선에 고죠는 그저 웃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들리는 유우지의 웃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후시구로와 꽤나 가깝게 붙어서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거리가 꽤나 되는데도 후시구로의 손이 유우지의 어깨에 닿아 살짝 잡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 손을 유우지가 치워 줬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고죠는 불쾌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단전에서 올라오는 불쾌감은 가슴을 지나 목 끝까지 올라와 간지럽히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사이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후시구로도 자신이 아끼는 제자 중 하나였고 어릴때부터 보아온 조카같은 존재였다. 그냥 싫은거다. 자신이 아닌 존재가 유우지를 건든다는 것 자체가. 

쿠기사키는 점점 가라 앉아가는 고죠의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우지가 있는 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주먹을 쥐어대는 그는 기분 나쁜 감정을 주력으로 내뿜고 있었으니까. 주력의 원천 자체가 분노나 스트레스로 온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왜 지금 이렇게 컨트롤 안 되는 주력을 내뿜는지는 그의 시선 끝에 답이 있었다.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저어대던 쿠기사키가 툭 말을 내뱉었다. 다행히 그는 유치한 면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어른이었기에 자신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잘 해댔다. 여전히 뿜어내는 것은 소름이 돋을 정도 였지만. 

"적당히 해. 바보 선생. 그러다가 도망간다."

"뭘?"

"난 저 바보가 도망가길 바라지만. 흥."

고죠의 질문에 답을 주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한 쿠기사키는 그대로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망이라는 단어는 꽤나 거슬렸지만 그저 웃어보일 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잘 알아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적당히 할 생각은 없었다. 우선은 지금은 저 거슬리는 후시구로의 손부터 떼어내야겠다는 생각에 고죠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둘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해?"

별 얘기 안했는데요. 라고 답하는 후시구로의 표정은 잔뜩 구겨진 상태였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들의 사이가 가깝다고 느껴졌기에 기분은 더 가라앉는다.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유우지가 알아서 잘 피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유우지는 외로움을 많이 탔고 그만큼 사람을 좋아했고 그렇기에 스킨쉽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게 제일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다. 외로움같은 건 느끼지 못할 만큼 더 사랑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자신에게 붙잡힌 손을 후시구로가 쳐내고 한 걸음 물러난다. 역시 뛰어난 주술사답게 후시구로는 감이 좋다. 자신의 불쾌한 기분을 단 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손을 털어내는 후시구로에게 눈길을 거두고 유우지의 허리를 끌어 안아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유우지에게 나는 체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기분이 들었다. 가라 앉았던 기분이 다시 상승 곡선을 가파르게 그리며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자신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이타도리 유우지밖에 없을 거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더 닿고 싶다. 이미 한치의 틈도 없건만 더욱 더 깊게 닿고 싶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유우지를 세게 끌어 안았다. 작다고 할 수 없는 단단한 몸이 고죠의 힘으로 살짝 들리기까지 했는데도 모자란 기분이었다. 

임무를 가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며 투정하자 유우지의 손가락이 자신의 머리카락에 닿았다. 안대로 인해 삐쭉하니 제멋대로 올라간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아까 전에 봤던 그 모습으로 인해 차가워진 마음까지 녹여버리는 기분이었다. 떠오른 기억은 다시 제 질투심을 자극한다. 어느새 자신들을 외면하고 뒤돌아버린 후시구로에게 또 다시 정신이 쏠린 유우지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끌어 안았다. 그의 발이 조금 떠서 도망치지 못하게. 다른 사람들이 도망이라는 단어를 자꾸만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게 될 리가 없는데. 자신이 유우지를 놓칠리가 없으니까. 

자신의 품에 안긴 유우지가 팔을 밀어내듯 바둥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힘이 많이 들어갔나 보다. 그런데 놔주기 싫은데. 그러니까 누가 다른 사람이랑 그렇게 붙어서 있으래? 그건 유우지가 잘못한 거잖아. 괜히 유우지를 탓하며 밀어내는 손에 더 힘을 주자 정말 숨이 막힌듯 윽.. 하고 신음을 내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내장이라도 밀려 올라가는 기분인지 점점 빨갛게 변하는 목덜미가 보였다. 콱 물어버리고 싶은 기분은 누르며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집요하지만 궁금한 건 참을 수가 없었다. 대답하기 버겁다는 듯 몸을 바르작거리던 유우지가 결국 포기한듯 밀어내던 팔에 힘이 뺐다. 근데, 웃기게도 벗어나려고 하지 않으니 고죠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에 맞춰 자신도 살짝 힘을 풀자 유우지는 휴우, 하고 깊은 숨을 내쉬더니 제 가슴에 기대왔다.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유우지의 대답에 집요하리만치 물어대자 유우지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다 알아야겠다. 그것뿐 아니라 먹는 것, 입는 것, 가는 곳, 만지는 것 등 유우지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었다. 자신에게는 그럴 권리가 충분히 있지 않은가. 그 권리는 저만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을 다 누려야만 했다. 아무에게도 넘겨주고 싶지않은 자신만의 권리였다. 

"하핫, 괴물버튼 누르지 말라고 하던데? 선생님 버튼 누르면 변신해?"

괴물 버튼이라. 유우지가 하는 말을 잠시 생각하던 고죠는 웃었다.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 뜻을 전혀 다른 쪽으로 이해한 듯한 유우지의 그 천진함이 그저 귀여워 보여서 웃음이 나왔다. 그 말 뜻에 대해서 알려줘야할까 고민하다가 말았다. 왜인지 유우지는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이 착각한 게 있다면 고죠의 괴물버튼은 유우지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오히려 굉장히 쉽게 눌릴수도, 절대로 눌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도 유우지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괜찮았다. 유우지가 자신을 떠나겠다고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 그러니까 쭉 괜찮을거다. 

이런 마음을 유우지에게 완전히 오픈한다면 과연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실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유우지니까. 자신을 다 받아줄 거란 생각을 하면서도. 징그러운 이 마음이 두려워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양립한다. 그래서 고죠는 이런 마음을 아주 조금만 보여줄 생각이었다. 지금처럼. 

유우지를 돌려 마주 안으며 재밌어 하는 그에게 맞추듯 이야기 했다. 은근히 섹드립을 하자 붉어지는 얼굴이 볼만하다. 상체를 살짝 떨어 뜨리며 고죠를 올려다 보는 유우지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치켜 올라간 눈매가 사나워 보일 법도 했지만 이렇게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으면 꼭 작은 동물 같다. 마치 잡아 먹어 달라고 애원하는 작고 귀여운 동물. 키가 썩 작은 것도, 몸이 작은 편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보였다. 그를 손에 올려 괴롭히고 온 몸을 씹어먹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어젯 밤에도 봤잖아? 딱딱해진 사토루군."

"에.. 그런 뜻?"

"그런 뜻." 

말을 마치고 입가를 끌어올려 웃으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가 쓸어내렸다. 어젯밤이라는 말에 상상이라도 한건지 유우지의 얼굴이 더욱 달아오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얼굴을 놓치고 싶지 않아 뚫어질듯 바라보며 어깨를 여러번 쓸어 내렸다. 그 부근이 후시구로가 잡았던 부근이라는 걸 유우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 어깨를 쓸어내리는 제 손길에 옅게 남아있던 후시구로의 주력의 잔예가 흩어졌다. 주술사라면 자신도 모르게 주력을 내뿜을 때가 있고 잔예가 남을 수 있다. 아직 컨트롤이 완벽하지 않다면 더욱. 후시구로가 컨트롤이 어설픈 것은 아니니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도 모르게 남아버린 잔예일거라고 생각했다. 무슨 이유일까 잠시 생각하던 고죠는 어젯밤 자신이 씹어 놓았던 유우지의 어깨가 생각났다. 본건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대자 유우지가 응? 하고 물어왔다. 어떻게 본거지. 하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유우지의 어깨를 조금 세게 잡아 버렸다. 

이런 것도 니가 말한 버튼이 될 수 있구나. 역시 날 잘 알고 있네. 메구미.

미간을 찌푸리는 유우지의 행동에 순간 놀라 손에 힘을 풀었다. 잠깐 인상을 쓰던 유우지의 얼굴은 다시 부드럽게 풀리더니 곧 제 어깨에 얼굴을 묻어왔다. 입술에서 내뱉는 숨이 조금 뜨겁게 제 옷깃을 스친다. 왠지 누군가가 봤다고 생각하니 더 세게 깨물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은건지 되묻는 질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래, 이 정도는 꾹 참고 넘어갈 수 있다. 어차피 이렇게 자신이 좋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걸. 

"그래서 오늘도 변신하는거 볼래?" 

고죠의 말에 유우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어깨에 묻은 얼굴이 웃음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의 턱을 잡아들자 금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온전히 담는다. 그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자 역시 만족감이 차오른다. 이 눈동자에 온전히 자신만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의 눈동자에 나만 담겼으면 좋겠다.  너의 살결이 나에게만 닿았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에게 너는 내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그의 뺨을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만지면서 머릿 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들을 꾸역꾸역 집어 삼켰다. 그리고 유우지의 입술에 촉, 하고 입을 맞췄다. 보드라운 입술이 닿자 더 헤집어 놓고 싶었다. 그 생각도 꾸역꾸역 삼킨다.

오늘은 유우지의 어깨뿐 아니라 온 몸에 더 이상 남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더 진하게 자신의 자국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자국은 아무한테나 보여주면 안된다고 조금 혼을 내주면 유우지가 조금 더 조심하지 않을까. 아까처럼 후시구로에게 어깨를 잡힌다던가 그런일 따위는 없도록. 유우지라면 조금 타일러도 자신의 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착한 아이니까. 유우지는. 

얼굴 여기저기에 입술을 맞추는 와중에도 오늘 밤을 상상해 본다. 자신의 아래에 깔려 달큰한 신음을 흘리며 오롯이 자신만을 담은 금색의 눈동자를 척척하게 만들고 싶어졌다. 아니, 지금 당장. 

"그런데 안가도 돼? 시간이 꽤 지난 거 같은데."

유우지의 말에 고죠는 기운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지금 당장 유우지를 안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괜한 상상으로 인해 몸만 달아 오르는 기분이었다. 

"안 가도 되면 안 되나."

유우지를 끌어 안으면서 투정하자 유우지는 곧 고죠의 어깨를 밀어 내었다. 저절로 심통난 얼굴이 된다. 달아오르고 아쉬운 것이 자신만 그런 것 같아서 떼를 쓰고 싶어졌다. 그를 난감하게 만들고 싶어진다. 부루퉁한 얼굴로 바라보자 유우지가 다정한 표정으로 자신의 뺨을 만져주었다. 따뜻한 손가락이 제 얼굴을 소중하다는 듯 살살 만져주는 건 정말이지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분명 자신을 보내려는 말에 뾰루퉁한 마음이 들었는데 또 얼굴을 만져주며 사랑스럽게 쳐다보자 행복해진다. 정말 아무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착하지, 선생님."

"유우지랑 떨어지기 싫어."

자신의 뺨을 만지는 유우지의 손을 잡았다. 따끈한 손가락에 입을 맞추며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내뱉자 유우지는 여전히 웃고만 있다. 가끔 이렇게 자신을 달래는 유우지를 볼때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다른 이에게 이렇게 투정을 부려본 적이 있던가. 아니, 투정을 부린다고 해서 자신을 달래줄 사람이 있던가. 결단코 없다. 

자신이 약 올리고 싶어 장난을 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진심을 다해 어리광을 부리는 일은 결코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한다고해서 이렇게 받아줄만한 이도 없었다. 그렇기에 고죠는 그가 더 소중했고 사랑스러웠다. 땡깡을 부리는 와중에도 유우지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그가 제 손을 잡아오며 달래자 어쩔 수 없이 차까지 이끌려 왔다. 

걸어가는 도중에도 자신을 부르며 빨리 오라고 하는 이지치가 보였지만 제 알바가 아니었다. 고죠는 얼른 차에 타라는 유우지의 말에도 그를 끌어 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귓가에 뽀뽀를 하느라 바빴다. 이지치가 있던 말던 임무에 늦건 말건 그건 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진심으로 다 한다면 임무같은건 금방 끝나니까. 

한참이나 그러고 있으니 난감한듯 이지치를 쳐다보던 유우지가 결국에는 자신을 차로 밀어넣었다.

"안 갈래. 나나미한테 하라고 해. 나 안 갈래!!!"

완강하게 버티는 자신을 겨우겨우 차에 밀어넣고는 땀이 났는지 이마를 훔치는 유우지를 쳐다보며 다리를 휘적거렸다. 땡깡을 피우듯 차에서 바둥거리자 유우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보는 눈에는 애정이 뚝뚝이었다. 그 눈빛을 보자 더욱 가기 싫어져서 차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유우지가 조금 더 빨랐다. 쾅-. 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나게 유우지가 문을 닫자 그와 동시에 출발해버리는 이지치의 행동에 다 무산되고 말았다. 

젠장. 그냥 뛰어 내려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창문을 열어 얼굴을 내밀자 손을 흔들어 주는 유우지가 보였다. 조심히 다녀오라고 크게 말하면서 깡총깡총 뛰는 모습에 고죠는 눈물이라도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말 저렇게 귀엽고 깜찍한데 자신이 옆에 없으면 안되는데. 그 사이에 누가 채가면 어떡하지. 

만약에 그런다면, 죽여버려야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다 순간 살기가 솟구쳤다. 진심으로 생각한 것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정말 본인이 생각해도 지독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니까 이런건 유우지는 몰라도 된다.  

그렇게 유우지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던 고죠는 천천히 몸을 차 시트에 기대었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헤어지기 싫은데 정말 어쩌면 좋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죠는 목까지 올라오는 옷깃에 입술을 묻어 버렸다. 

"그냥 데리고 숨어버릴까."

자신도 모르게 말이 툭하니 튀어 나왔다. 그 말을 들은 이지치가 사색이 되어 룸미러로 그를 힐끔힐끔 훔쳐보는 것은 고죠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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