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고죠유지] 썰 백업 7

주막집 by 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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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유 연반 au


고죠는 이타도리 학생이었고, 이타도리는 고죠 담임이었음. 3년내내 졸졸 쫓아다니던 학생이랑 자기가 결혼까지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음.

"유지,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그 학생이 스무살이 되자마자 속전속결로 벌써 신혼여행까지 왔다 이 말이야.

"일단 밥부터 먹을까?"

호텔에 체크인부터 하고 둘이 여기저기 쏘다니기 시작함. 정확히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이타도리를 고죠가 따라다님.

"사토루! 이번엔 저기 가보자!"

해외는 처음이라며 해맑은 얼굴로 들떠서 뛰어다니는데, 저 사람이 벌써 30대 중반이라면 믿겠음?

"귀여워..."

해가 어둑해질 때까지 곳곳을 돌아다녔는데도 이타도리는 쌩쌩함. 고죠가 살짝 지친 얼굴로 이타도리를 쳐다봤음. 그래. 어릴 때 체육 특기생이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구나.

"사토루 노을 예쁘지 않아?"

노을빛이 이타도리의 얼굴을 밝게 비추고 머리칼이 살짝 휘날렸음. 노을보단,

"유지 들어갈까?"

이타도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고죠가 손을 잡아 이끌었음. 목적지는 뻔하게도 둘의 방이었음. 둘이 같이 씻네 마네 투닥거리다가 결국 이타도리가 먼저 씻고 나옴.

"금방 씻고 나올게"

이타도리가 씻는동안 발을 동동 구르더니 씻고 나온다는 목소리조차 다급했음.

욕실에서 나온 고죠의 머리에서 물기가 뚝뚝 흘렀음.

"그러다 감기들겠다 머리 제대로 털어야지"

"유지가 해 줘"

어리광 아닌 어리광을 부리면서 수건을 건네는데 학생 때부터 봐서 그런지 이타도리는 고죠가 어리광 부리는 거에 악했음.

"이리 와"

과연 내 인내심은 어디까지일까. 지금껏 학생과는 할 수 없다는 이타도리의 결사반대로 잠자리 한 번 해본 적 없는 둘이었음. 그래서 이 날만을 고대했달까. 조심스럽게 물기를 닦는 손길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음.

"이 정도면 되려나..."

"다 됐어?"

"응 그런 것 같아"

이타도리의 말이 끝마치자 마자 고죠가 바로 몸을 돌려 입을 맞춤. 오늘 하게 될 줄은 알았지만 갑작스럽게 삼켜진 입술에 상당히 당황했음. 손에 든 수건을 꽉 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고죠가 이타도리의 어깨를 잡고 뒤로 눕힘.

"선생님 이제 도망도 못 가요"

고죠가 이타도리의 가운 매듭을 스르륵 풀어내고. 이타도리는 눈만 천천히 꿈뻑이면서 고죠를 올려다봤음. 저랑 어떻게든 엮여보겠다고 귀찮아하면서 반장까지 도맡아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반장,"

이타도리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고, 고죠의 몸이 굳었음.

"불 꺼"


# 2

나 요즘 피어싱에 너무 꽂혀서 피어싱 샵에서 일하는 이타도리 보고 싶어. 피어싱 샵에서 일하면 피어싱 겁나 많이 뚫잖아. 눈썹에 하나 뚫고. 귀에는 사선, 트라거스, 헬릭스, 그리고 귓볼 1,2에 작은 링 있음 좋겠어. 꼭 한 쪽 귀에만 뚫어야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혓바닥....

그리고 게토가 피어싱 뚫는 취미 있어서 고죠 같이 피어싱 샵 따라갔다가, 거기서 이타도리를 만나는 거지. 가만히 있을 때 보면 평범한 양아치 상인데 순딩하게 웃는 얼굴 보고 샤라랄라라ㅏ라~ 혼자 이런 배경음 깔리면서 사랑에 빠짐.

"저 피어싱 좀 뚫어주세요"

그거 들은 게토 화들짝. 쟤 지금 뭐래...? 그렇게 뚫으라고 할 땐 싼티 난다고 싫다더니.

"피어싱 뚫게?"

"어"

참고로 둘은 19살 고3 수험생, 이타도리는 22살 휴학생임.

"어디에 뚫게요? 피어싱은 골랐어요?"

"그쪽이랑 똑같은 걸로 해주세요"

그럼 처음인 것 같으니까 무난한 링으로 해드릴게요. 그렇게 커플 피어싱 득템. 물론 고죠 혼자만의 생각임.

"씻고 나면 물기 잘 닦아주고 잘 때 이쪽으로 누우면 안 돼요"

여기 또 올 필요 없는 건가... 이러면 계획이... 고죠가 의자에 앉아서 혼자 골똘히 고민하고 있으니까 고죠의 속내를 들여다보기라도 한 건지, 이타도리가 방긋 웃으며 말했음.

"또 오시면 제가 약 발라드릴게요"

"내일 봐요"

내일? 이타도리는 고개 갸우뚱 거리고 있고, 고죠는 피어싱 고르고 있던 게토를 질질 끌고 샵에서 나옴. 게토둥절.

"사토루 나 아직 안 샀어"

"내일 와서 사"

그리고 하루 왠종일 이타도리가 뚫어준 피어싱 매만지면서 이타도리 생각하는 고죠. 피어싱이 원래 그렇게 섹시한 거였나. 섹시한 것도 섹시한 건데, 웃는 건 또 왜 그렇게 귀여운 거지?

"사토루 너 어제부터 왜 그래?"

"나 제대로 홀린 것 같다"

"? 누구한테"

"피어싱 예쁜이"

그렇게 하루만에 다시 피어싱 샵에 방문한 고죠, 게토. 그리고 고죠를 알아본 이타도리가 환하게 웃으며 반겼음.

"어 진짜 오셨네요"

"쟤가 어제 피어싱을 못 사서"

괜히 머쓱해서 게토 핑계대고 이타도리 흘겨보는데, 말하면서 벌어지는 입술 새로 반짝이는 무언가 보였지. 저게 뭐야.

"혀에도 피어싱 뚫었어요?"

"네 한 번 보실래요?"

이타도리가 메롱하듯이 혀를 낼름 내밀고, 빨간 혓바닥에 실버로 된 기본 피어싱이 박힌 게 보였음. 그리고 야살스런 혀를 보고 저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겼어.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미쳤다, 진짜. 당장 키스하고 싶다.

"지금 유혹하는 거예요?"

"네?"

"난 또 유혹하는 줄 알고 넘어가려고 했죠"

이거 진심이다. 근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타도리 할말 다 하는 똑부러진 애라는 거임.

"그런 줄 알았어요? 전혀 아닌데"

"(씨발)"

"그쪽 제 취향 아니거든요"

"취향이 뭔데요"

"진하게 잘생긴 사람?"

나 정도면 잘생겼잖아.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고죠가 진하게 생긴 타입은 아니지.

"잘생겼음 됐지 뭘 따져요"

"취향이잖아요 그럼 그쪽은 어떤 취향인데요?"

"아까 바뀌었어요 혀에 피어싱 있는 사람이요"

아주 고백을 해라. 그리고 슬며시 양손으로 자기 입 가리는 이타도리. 응 너 차임.

"스구루 나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냐?"

"(할말하않)"

"어떻게 내가 취향이 아닐 수가 있지"

그걸 진지하게 말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있자...

"그나저나 혀에 피어싱 진짜 야하더라 키스하면 어떤 느낌일까"

"그렇게 궁금하면 해보던가"

고죠가 입안에서 막대사탕을 데굴 굴렀음.

어떻게 하면 키스를 해볼 수 있을까.

"언제까지 그렇게 보고 있을 생각이에요?"

가만히 서서 피어싱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이타도리 일하는 걸 뻔히 들여다보는 중이었음.

"보고 있으면 답이 나올까 싶어서 보고 있었는데 영 소용없네"

"네?"

"모르겠으니까 그냥 물어볼게요. 어떻게 하면 그쪽이랑 키스할 수 있어요?"

얘가 지금 뭐라는 거지. 이타도리가 눈가를 찡그렸음. 스크래치를 낸 눈썹 위로 피어싱이 씰룩거리는데, 저기에도 입 맞춰보고 싶다.

"진지하게 묻는 거예요?"

"얼굴보면 몰라요? 나 되게 진지한데"

이타도리의 말문이 막혔음. 이런 걸 진짜 진지하게 묻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없어요 그런 방법"

응 너 또 차였어.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 듯. 그 멀대 같은 키로 그런 걸 진지하게 고민하는 고딩이라니, 좀 귀엽지 않아?

"그럼 내 마음대로 해도 돼요?"

"? 뭐하려고요?"

"아직 생각은 안 해봤는데 방법 따로 없다면서.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할게"

평범함은 물러가라, 하는 고죠의 사고 방식에 벙쪄버린 이타도리.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럼 내일 봐요"

내가 반드시 하고 만다. 키스.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냥 키스하면 안 되나?"

"네 안 돼요"

벌써 고죠가 피어싱 샵에 들락날락한지 이주가 넘음. 어느새 고죠의 귀에는 1,2,3번에 링 피어싱이 촤라락 걸려있었음.

"나 정도면 괜찮잖아"

"괜찮다고 다 키스하진 않잖아요..."

"그럼 연애는요?"

매번 키스 타령만 하더니 웬 연애? 웃긴 게 좋다고 따라다녀놓고 정작 연애 얘기는 지금 처음 꺼내는 거임 ㅋㅋ

"...네?"

"나 연애 상대로도 싫어요?"

"키스하려고 연애하자는 사람은 처음이라 좀 당황스럽네요"

"? 누가 그래요?"

네가... 너... 고죠 사토루 네가 그랬어. 근데 여기서 이타도리도 마음이 살랑살랑~ 흔들릴 듯. 솔직히 고죠가 쫌 생기긴 했잖아? 어리고 잘생긴 애가 저 좋다고 쫄래쫄래 쫓아다는데 누가 싫어.

"그럼 연애하고 키스는 안 해도 돼요?"

여기서 고죠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할 듯. 아무리 그래도 키스는 하고 싶다 이거지; 이타도리가 슬쩍 떠보겠다고 혀 낼름 내미는데, 고죠 동공 지진. 너 대답 잘해라. 여기서 흔들리면 아웃이라고. 근데 고죠는 남의 눈치보고 산 적이 없어서 그런 거 몰라요.

"키스는 포기 못해요"

"그럼 저도 안 할래요"

X발...

"진짜 너무하다"

"누가 더 너무한데요"

"...유지가"

아나...

"이제 이 얘기 그만해요"

"아 왜요"

이제와서 앙탈 부려봤자 넌 이미 아웃이야. 그런데 이타도리가 귀를 활활 불태우면서 고개를 돌리는 거.

"유지이- 나 싫어? 진짜?"

고죠 이때다 싶어서 생전 부려본 적도 없는 애교를 막 부리는데, 와씨. 그게 이타도리 취향을 저격한 거지.

자기를 졸졸 따라다니는 잘생긴 연하남이 댕댕이다? 솔직히 이거 환장 안 하는 사람 없잖아. 이타도리도 마찬가지야.

"싫은 건 아닌데..."

"그럼 나랑 만나자 응?"

이타도리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니까, 이젠 아에 땡깡을 피우기 시작함.

"나랑 만나"

"..."

"싫은 거 아니라며"

그건 그렇긴 한데... 이타도리가 자꾸 애매하게 굴기만 하고 확답을 주지 않으니까, 애가 탄 고죠가 마지막 강수를 두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음.

"안 만나주면"

"?"

"내가 혀에 피어싱 뚫고 다른 사람이랑 키스할 거야"

거의 다 차려진 밥상 그대로 엎어버리기.

"그래요. 그 피어싱 여기서 뚫을 거죠?"

어라, 이게 아닌데. 이제서야 뭔가 잘못됨을 느낀 고죠 사토루 (특징: 재뿌리기)

"디자인 여러가지 있는데 어떤 걸로 할래요?"

"...안 할래요"

"왜요? 직접 뚫고 키스해봐야죠"

X발 X됐다.

그때부터 고죠가 찾아갈 때마다 혀에 피어싱 언제 뚫을 거냐고 물어보는 이타도리 유우지 (특징: 웃으면서 화내기)

"오늘은 혀에 피어싱 뚫을 거예요?"

"아니... 잘못했습니다"

"왜요 전 좋은 생각 같은데. 원하는 건 하고 살아야죠"

분명 웃으면서 말하는데 왜 살기가 느껴지는 걸까.

솔직히 좀 짜증났을 듯. 자길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열려고 하면 엎어버리고 열려고 하면 엎어버리는데 짜증이 안 나겠어?

"내가 원하는 건 유지랑 키스하는 건데"

아니 그러니까 눈치 좀 보라고. 지금 그 타이밍 아니라고.

"하아 키스 한 번 해주면 그만 찾아올 거예요?"

자꾸만 자기가 생각하는 거랑은 다르게 흘러가서 고죠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음. 그냥 솔직하게 좋아한다고 하면 될 걸 왜 그렇게 키스에 집착하는지.

"해요 키스"

"...?"

"하자고요"

"아니,"

이타도리가 바짝 다가와서 거절할 새도 없이 입을 맞추는데, 고죠 얼어붙었음. 여기선 이타도리가 키스 잘했으면 좋겠다. 고죠는 깔짝깔짝 몇 번 해본 게 전부일 듯. 그래서 정신을 못차리는 거지. 본인이 알던 키스는 이렇게 야시꾸리한 게 아니었거든. 게다가 혀가 얽히면서 느껴지는 피어싱 때문에 느낌이 더 이상한 거야. 결국 고죠가 이타도리를 밀쳐냈음.

턱턱 막히는 숨에 고죠가 숨을 고르고 있는데 이타도리가 손등으로 입술을 부볐음.

"이제 찾아오지 마요"

아니, 억울한 건 자긴데 왜 본인이 상처 받은 표정을 짓냐고. 하지만 그 얼굴 보고 무슨 할말이 있겠어. 그냥 돌아서서 나오는 수밖에.

고죠가 가고 나서 이타도리 빡쳐서 눈물 줄줄 흘렸을 것 같다. 그리고 혀에서 잘그락 거리는 피어싱이 느껴질 때마다 고죠 생각나서 혀 피어싱도 빼버림. 게다가 이젠 오지도 않아. 역시 키스가 목표였어.

"나쁜 놈"

"혹시 그 나쁜 놈 나 말하는 건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혼자 온갖 욕을 다 하고 있는데 고죠가 짤랑거리면서 다시 피어싱 샵에 등장했음.

"뭐예요? 이제 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난 그 말에 동의한 적 없는데"

"키스 해줬잖아!"

"그러니까 난 동의한 적 없대도?"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이타도리 분노게이지 상승. 현재 98%

"그땐 나도 당황해서 말을 못했어요"

고죠 드디어 정신 차린 건가.

"키스하려고 들이댄 건 맞는데"

"나가"

"아니 좀 들어봐요"

"내가 이걸 들어야 돼요?"

"아니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좋아하지도 않는데 키스 한 번 하겠다고 달려들겠냐고!"

지금까지 네가 그렇게 행동했잖아. 개X끼야. 근데 그 말에 이타도리 분노게이지 하락 중... 현재 80%

"그래서 그 말하려고 왔어요?"

사실 맞음. 좋아한다고 한 적 없어서 오해하는 것 같길래 정정하러 온 건데 이타도리가 정확히 짚어내니까 할말 사라짐.

"(끄덕)"

"그럼 했으니까 이만 가봐요"

"...어?"

"더 할말 없잖아요"

더 할말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고죠 두뇌 풀가동. 분명 스구루가 이것저것 말해줬는데 뭐였지...

"막무가내로 들이대서 미안해"

"사과는 공손하게 해야죠"

"미안해요"

"또"

고죠 사토루 19세. 첫눈에 반한 상대한테 인생 사는 법 제대로 배우는 중.

"좋아해서 그랬어, 요"

"좋아하면 다 그래도 돼요?"

"아뇨..."

"또"

또 있어? 진짜 머리 터지겠다. 그래도 이게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서 나름 열심히 머리 굴리는 중.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는 거임. 사람이 어떻게 한 번에 모든 걸 깨닫겠어.

"더 없어요?"

"...혀에 피어싱 뺐어요?"

"지금 그게 눈에 들어와요?"

말 돌리려다 한소리 더 들었지만 우리 고죠 포기하지 않아.

"저번에 했던 말 정정할게요"

"?"

"내가 혀에 피어싱 뚫고 유지랑 키스할래"

그 잘난 얼굴 어디다 써먹나 했더니 여기다 써먹는다. 손 붙잡고 눈웃음 살살 치는데, 이건 못 이기지. 분노게이지를 하락 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통째로 날려버림. 이타도리가 아무 말 못하고 가만히 있으니까 슬금슬금 손에 깍지 끼고서 "안 돼?" <이럼서 아양 떨어댐.

"물론 피어싱은 유지가 뚫어줘야해"

고죠 끼부림에 이타도리 동공지진 일으키면서 얼굴 점점 빨개지는 중임.

대체 내가 뭔 죄를 지었길래 이런 파렴치한 고딩이 엮인 거지... 여기서 넘어가면 안 되는데...

"뚫어줄 거지?"

안 되는데......

"디자인도 직접 골라줘"

안..... 되는....

"아니면 커플로 맞출까? 응?"

안 되는 게 어딨어. 결국 고죠 얼굴+끼부림에 넘어간 이타도리가 고개를 끄덕였음.


# 3

학교에서 작은 텃밭 키우는 이타도리 보고 시펑,,, 넘 귀여울 것 가틈,,, 인원수도 별로 없는 학교에서 혼자 텃밭 동아리 만들어서 가꾸는 거...

잘 보살펴주지 못할테니까 섬세하지 않고 잘 자랄만한 애로 골라서 열심히 심을 거 생각하면 넘모 가슴이 뻐렁침... 이타도리 맨날 텃밭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빨리 자라라~🎵" 이러고 있을 것 같다구,,,

처음엔 다들 시큰둥하게 한 번씩 보고 지나가다가 나중에 새싹 트기 시작하면 자기들이 더 관심 가질 것 같음 ㅋ ㅋ ㅠ

어라, 싹 텄네? 저거 물 안 주면 죽는 거 아냐? 이타도리한테 말해줘야 되나. (심각)


# 4

이타도리 사망 if

* 고죠 시점의 짧은 글

언젠가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떠나고 난 후를 상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네가 없는 나날이, 이렇게 공허함이 커다랄 줄 몰랐다.

웃기게도 제 손으로 너를 떠나보내고 나서 시리도록 춥던 겨울이 끝났다. 마치 네가 겨울이라도 됐던 것마냥. 내가 아는 너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이었거늘. 더 이상 세상에 위협이 될만한 저주는 나타나지 않았고, 모든 퇴치가 순조롭게 흘러갔다. 모든 게 네 덕이었다. 제가 이렇게 여유롭게 도쿄 한 구석을 걸어다닐 수 있는 것도.

운동장을 마구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야 피시방 고?" "콜" 저주가 아니었다면 너도 저렇게 뛰어놀아야 할 나이였는데. 이리도 애틋하게 네 생각을 하면서도 딱히 눈물이 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실은 네가 떠났다는 사실이 와닿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웃기게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너는 이 세상 어딘가 살아 숨쉬고 있을 거라고. 그렇게 간단히 죽지 않는다고.

마지막으로 네 생명을 꺼트린 제 손을 바라봤다. 얼음 송곳으로 베어내는 듯한 시려움에 손가락 끝이 빨갛게 변하고, 살이 애리는 추위에 달달 떨렸다. 고작 이런 걸로 손이 떨린다. 추위 하나에도 이렇게 떨리는데 넌 그 순간에 얼마나 더 떨었을까.

가만히 서서 시린 손끝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작은 아이가 다가와 고죠의 바지를 툭툭 두르렸다.

"아저씨 추워요?"

자신과 같은 네이비 색의 패딩을 단단히 여미고, 혹여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까 목에 빨간 목도리까지 두른 아기가 저와 눈을 맞추겠다고 고개를 한참이나 들어올렸다.

"추우면 이거 주께요."

해봐야 고작 7살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쬐끄마한 손으로 자기 손의 두 배는 되어보이는 핫팩을 제게 내밀었다. 삐죽거리며 약간 샌듯한 갈색 머리, 거기다 노랗게 보이는 연한 눈동자. 영하의 날씨에 볼에 띈 홍조까지.

"생각해줘서 고마워. 그래도 이건 네가 쓰는 게 좋겠다."

아이의 주머니에 핫팩을 다시 넣어주며 머리를 쓰다듬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드디어 정처없이 떠돌던 감정의 이름을 알아냈다.

나는 지금 너를 미치도록 갈망하고, 또 열망한다. 이것은 나의 감정 아래 얽어붙은 너를 향한 나의 잔해.

그리고, 이 감정의 이름은 그리움이었다.

나는, 네가, 미치도록 그립다.


# 5

갑자기 그런 거 보고 싶음 이타도리 이상형이 키 크고 엉덩이.. 어... 여튼 그래서 학교 축제 때 여장한 고죠 처음 보고 반해서 음료수랑 같이 자기 번호 적힌 쪽지 건네주는 이타도리.....

얼결에 쪽지 받은 고죠 황당 그 자체. 얘 나 남자인 거 알고 이러는 건가? 그러다 이타도리 귀 시뻘개진거 보고 마음 바뀔 듯. 뭐 귀여우니까 됐나.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어...?

"그... 연락주세요!"

부끄러움에 호다닥 도망가버리는 이타도리... 야야 쟤 남자야...

이타도리 도망가듯 호다닥 달려가자마자 게토 등장.

"사토루 이제 옷 반납해야 된대."

"어엉"

"손에 그건 뭐야?"

"스구루 내가 그렇게 예쁘냐?"

게토 속마음: 드디어 미친 건가.

나중에 고죠가 남자란 사실을 알고 나선 친한 선후배가 되었다.

"뭐하는 거야 선배"

고죠가 얼굴을 막 들이대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을 정도로.

"야 왜 전처럼 안 부끄러워하냐"

"그거야 그땐 선배 여자인 줄 알았으니까"

"...재미없어"

"난 선배의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걸"

주구장창 맞는 말만 해대고, 귀여우면 다냐? 먼저 좋다고 달려들 땐 언제고. (그런 적 없음. 번호만 준 게 다임. 다음 날에 바로 남자인 거 알아서 들이댈 틈도 없었음.)

"유지 이리와 봐"

"...지금 선배 눈빛 무서운 거 알아?"

"오라면 와"

일단 무서워서 다가감. 그리고 무언가 입술 위로 빠르게 닿았다 떨어짐.

"?!!?!?"

"건방지게 군 벌이야"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타도리가 정신 못차리고 벙쪄있는 사이 아무렇지 않은 척 도망가는 고죠.

아씨... 감자같이 생겨서 입술은 왜 이렇게 말랑거리는데... <네 전혀 괜찮지 않았다고 합니다.

먼저 꼬셔놓고(?) 나몰라라 하는 후배에게 코 꿰인 고죠유지가 보고 싶었읍니다...


# 6

화려하게 타투가 새겨진 손가락들이 키보드 위를 가볍게 날아다녔다. 타닥, 타닥, 밝은 화면에 여러 창들과 복잡한 수식들이 지워지고 나열되기를 반복했다. 

- 유우지, 재밌어? 

돌연 정막을 뚫고 들어오는 목소리에 손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위로 들어올린다.

- 형! 언제 왔어? 

까드득. 고죠의 존재를 확인한 이타도리가 해맑은 웃음을 짓더니 입안에서 굴리던 막대사탕을 깨부쉈다. 

- 하던 건 해야지.

- 어어, 잠시만 기다려!

이번엔 어디를 털고 있는 거람. 의자에 고개를 기대고 쉴새없이 움직이는 손가락을 구경했다. 화면을 봐도 알아먹을 수 없는 것들 뿐이었으니까. 탁. 마지막 엔터 버튼 하나로 자동으로 입력되던 수식들이 멈춘다. 한껏 활개치던 손가락들이 움직임을 멈추자 약간의 아쉬움이 감돌았다.

- 보고 싶었어?

-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고죠가 싱긋 웃으며 칭얼거리는 이타도리의 입술 위로 가볍게 입술을 몇 번 부딪혔다. 이번에 좀 오래 걸리긴 했지. 자연스럽게 목으로 둘러지는 팔을 풀어내고 슬그머니 깍지를 끼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손가락을 장식하는 화려한 문양들.

- 못본 새에 새로운 게 생겼네.

- 응. 예쁘지? 

어, 예쁘다. 말을 입밖으로 내뱉기 전, 행동이 한 발 앞섰다. 새로이 새겨진 타투 위에 입술을 문대더니 혀로 진득하게 핥아올린다. 그걸로 끝나랴, 사탕 먹듯이 입안에서 손가락을 굴리는데 츕츕 거리는 소리가 좁은 공간에 적나라하게 울려퍼졌다.

- 형, 그만... 

쪽. 그만이라는 말에 곧바로 입술이 떨어져나갔다. 하마터면 그대로 정신을 놓칠 뻔했다. 이래서 애인이 너무 예뻐도 문제라는 건가, 유우지만 보면 이성이 흐트러진다니까. 

- 유우지, 이번에 해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 ...뭔데?

그가 타액으로 흠뻑 젖은 손가락에 시선을 고정한 채 덤덤한 척 말을 이었다.

- 깨끗하게 털고 싶은 곳이 생겨서 말이야. 도와줄래?

도둑 고죠 X 해커 이타도리. 손가락에 타투한 해커 유지가 보고 싶었읍니다...


# 7

- 선배 저 좋아해요?

- 어.

- 그럼 우리 이제 헤어져요.

무한을 두르고 있어서 그럴리 없지만. 한 대 얻어맞은 듯 볼이 얼얼했다. 우리 아무 문제 없었잖아, 도대체 왜? 어깨를 붙잡고 추궁하고 싶었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타도리의 표정이 대신 하고 있었다.

나사가 하나 빠졌다고 한들 이타도리 역시 여리디 여린 한 소년이었다. 애처롭게 웃고 있는 얼굴이, 제가 말 한마디라도 덧붙이기만 하면 금방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다. 그래도,

- 헤어지는 건 안 돼.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고분고분 알겠다고 할 줄 알았어?

- 선배,

- 분명 안 된다고 했어.

이타도리의 얼굴이 한껏 구겨졌다. 쉽게 놓아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까칠하고 무심해보여도 여지껏 서툴게나마 저를 사랑해주던 사람이었으니까.

- 선배는 왜 헤어지는 순간까지 제멋대로야?

- 틀렸어. 내가 아니라 너지. 지금 제멋대로 구는 건 너잖아, 유우지.


# 8

- 선생님 오늘 나랑 같이 자면 안 돼?

- 음?

- 맨날 주해 끌어안고 영화보는 것도 질린단 말이야.

혼자 있는 거 외롭기도 하고. 뒷말은 생략했다. 안 그래도 어리게 보는데 이런 말을 한다면 더욱 어린 애 취급을 할 것이 뻔했다.

- 그래

- 진짜?

- 유지 외로워서 그러는 거 아냐?

숨기겠다 생각한 게 무색하게 한순간 꿰뚫렸다. 혼자 지내다보면 외로운 건 너무나 당연한 감정인데도 이타도리는 어리게 보이기 싫다는 마음이 앞서 그걸 몰랐다. 선생님 역시 어른이구나.

- 어...

- 그럼 잘까?

갑자기 와락 끌어안는 선생님의 품에서 민망함과 함께 잠이 들었다.

시리도록 허전한 지하실에서 오랜만에 느껴진 온기가 너무 따스했던 탓일까, 금새 잠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 유지 오늘은 혼자 자야겠다 이번엔 좀 멀리 다녀와야돼서

- 선생님 진짜 바쁘네

- 최강이니까~ 유지 오늘 외로워서 못 자는 거 아니야?

-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같이 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익숙해진만큼 없으면 허전하겠지만 혼자 자는 것이 더 익숙해서 괜찮았다. 문제라면 되려 고죠 쪽에 있었지.

분명 오랜만에 누워보는 넓고 푹신한 침대인데 어째선지 잠이 오지 않았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렇다기엔 임무를 다닐 때마다 잘만 잤다. 임무도 잘 처리했고 따로 찝찝한 일도 없는데 뭐가 문제일까. 몸을 수시로 뒤척이던 고죠가 자연스레 옆자리로 팔을 뻗자 툭, 텅 빈 공간에 손이 떨어졌다.

- 아

깨달아버렸다. 그간 온기에 익숙해진 건 이타도리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대체 누가 누굴 걱정한 거야. 아쉬운대로 베개를 끌어안은 고죠가 아마도 오지 않을 잠을 청하며 눈을 감았다.


# 9

고죠랑 유지 네번째 손가락에 반짝반짝.... 커플링 끼고 있ㄴㄴ 거 보고 싶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컾링 안 빼는 고죠 생각하니까 넘 달달해서 미치겠다구

사실 제일 좋은 건 뒤로 응응 할 때 엎어진 유지 반지 끼고 있는 손 위로 고죠 손 겹쳐지는 거 진자 심장 터져버릴 것 같어,,, 실버링 반짝,,,,,

글구 고죠는 샤워할 때도 커플링 빼는 법이 없을 것 같음 그냥 뭘 해도 안 뺌 기스? 나면 어때 새로 사면 되지 그러다 나중에 커플링 뺐을 때 손가락에 자국 그대로 남으면 좋겠음 그 햇빛 못 봐서 허연 자국 있자나... 그거

유지는 넘 비싸고(이게 젤 중요) 소중해서 반지가 기스날 것 같다? 싶으면 반지 빼놓을 것 같음... 특히 운동할 때. 둘이 같이 운동하는 날이면 유지가 컾링 빼자마자 다시 손가락에 반지 끼워주는 고죠를 볼 수 잇다

"기스나도 되니까 반지 빼지 마"


# 10

고유 선후배 au 너무 조아... 사형집행인x사형수인 모먼트는 그대로 가져가고. 고딩 때부터 연애 시작한 둘이서 같이 선생이 되어가는 과정 넘 좋아.

나중에 교생 됐을 때 "선배 이제 교생 '선생님'인데 선글라스는 좀 아니지 않아?" 라면서 고죠 선글라스 벗기고 손수 붕대 둘러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붕대가 선글에서 붕대로 갈아탄 고죠. 근데 붕대는 혼자 감고 푸르기 영 귀찮아서 맨날 유지가 둘러줘야함.

"유지 나 붕대."

"어? 풀렸어요?"

스스로 묶을 줄 알면서도 일부로 붕대 풀어헤치고 유지 찾아가는 고죠도 좋음. 고죠는 나이를 먹으면서 발전하는 게 수작질 뿐임.

여튼 그렇게 유지 손에 길들여졌는데 선생님이 되자마자 사형이 집행되는 거지. 고죠는 유지와 너무 가까워졌다는 이유로 사행은 고죠 몰래 집행 됨. 그쪽에선 아주 다행이게도 유지가 거부하지도 않았음. 고죠 손에 피를 묻히기 싫었던 거겠지. 여튼 그렇게 고죠의 곁에서 유지가 사라짐. 정식으로 선생님이 되자마자 사형이라니. 고죠의 행동에 제약이 생기길 기다렸던 건지 뭔지, 모든 상황은 빠르게 종결됐음.

"선생님 붕대에서 안대로 바꿨네요?"

"두르기 힘들잖아."

더 이상 붕대를 둘러줄 유지가 없어서 안대를 쓰게 된 고죠. < 이게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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