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유지] 첫키스 모음집
* AU 별 첫키스 모음집
선배×후배
선후배는 이타도리가 먼저 다가서는 게 좋아. 둘이 사귀는 건 공공연하게 다 아는 사실이고, 고죠는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이타도리는 은근 신경 쓸 것 같음. 다른 게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스킨십 못하는 정도? 그래서 둘 진도도 손 잡는 정도 밖에 못 나갔을 듯.
처음엔 고죠도 이해해주다가 진도를 하도 못 나가니까 참다참다 참나무 될 것 같아서 어느 순간 무작정 들이대기 시작하는 거지. 문제는 그게 시도때도 없이라는 거.
- 으앗! 사람 와요!
분위기가 좀 무르익는다 싶으면 뒷목 그러쥐고 입술을 들이대는데, 닿기도 전에 번번히 손바닥에 막힘. 고죠 속 부글부글 끓는다, 끓어. 사람들 하나하나 눈치 봐가면서 대체 언제 진도 나가냐고.
- 됐다 됐어 내가 뭘 바라
고죠가 숙였던 허리를 다시 꼿꼿히 세우고 툴툴거렸음. 이타도리가 남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할 애도 아니고 이건 성향 차이라 어쩔 수 없었음. 이해는 하지만 짜증은 났지.
- 선배 잠시만
고죠의 팔을 붙잡은 이타도리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거 확인하고 까치발을 들었어.
말캉. 응? 지금 뭐가 닿았는...
우리 이타도리 키스할 줄 몰라서 눈 꼭 감고 입술만 맞대고 있겠죠. 그럼 이제 고죠가 상황파악을 끝내고 다시 뒷목을 단단히 쥐는 거지. 절대 못 도망가. 말랑한 입술을 살짝 핥으면 이타도리가 어설프게 입을 찔끔 열고, 그 틈을 순식간에 파고드는 거야. 모르긴 몰라도 키스할 때 입을 벌린다는 건 알고 있었음. 우음, 응. 입안을 간질거리는 묘하면서 낯선 감각에 절로 소리가 튀어나오고. 높이를 맞추겠다고 까치발 세운 다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옷깃따위를 쥐어잡음.
잡은 옷깃을 통해 이타도리의 몸이 떨리는 게 느껴졌음. 눈을 살짝 뜨고 있던 고죠가 떨리는 다리를 보고 점차 허리 숙여주면서 이타도리 발꿈치가 땅에 닿았음.
- 하아... 선배
숨 쉬려고 잠깐 입 떼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눈에 들어온 얼굴이 빨갰으면 좋겠다. 어찌됐던 이건 둘의 첫키스라고.
그리고 무언가를 말하려던 이타도리의 입술이 다시금 먹혀들어갔음. 말할 시간이 어딨어. 고죠는 지금 욕망이 절절 흐르는 터진 만두라고.
후배×선배
- 유지 나랑 키스하자
- 그게 무슨 소리야
사귀지도 않는데 다짜고짜 키스하자고 하는 당찬 후배 고죠, 그리고 장난인 줄 알고 웃어넘기는 넌씨눈 이타도리 조합 사랑해...
- 선배는 후배가 모르는 걸 친절히 알려줘야 될 의무가 있어
- 의무, 는 아니지만 그렇지?
- 그러니까 알려줘 키스
막무가내로 자기 얼굴을 코앞까지 들이미는 고죠 덕에 내뱉으면 얼굴에 닿을까 봐, 숨도 제대로 못 쉴 듯.
- 동의한 거야
참고로 이타도리는 아무 말도 안 했음. 밀어내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멋대로 입술을 부대끼기 시작하는데, 알려주긴 개뿔. 물 만난 고기마냥 온 입안을 헤집고 다니는 과격한 키스에, 이타도리는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하고 버벅대기만 했음.
숨이 막힌 이타도리가 벗어나려고 등짝을 퍽퍽 두드리니까, 아예 양 손목을 결박하고 더 깊게 몰아붙이겠지. 혀가 얽히고 입술이 부대끼면서 쩝쩝 대는 소리가 고막을 파고 들었음. 키스가 원래 이렇게 야한 건가?
서서히 팔목에 힘이 빠지고,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자 버겁기만 하던 키스가 아주 조금은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워졌음. 그렇게 이타도리가 조금씩 적응해갈 즈음, 쪼옥,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이 떨어졌어.
- 키스가 이런 거구나
잔뜩 풀어진 이타도리 얼굴 보면서 씩 웃어보이는 발칙한 후배 고죠 주세요...
선생×학생
- 유지 키스해봤어?
- 응? 아니? 나 선생님이랑 연애 처음하는 건데?
심쿵. 그럼 내가 유지 첫키스라는 말? 도키도키한 얼굴로 이타도리 쳐다보는데 아무 생각없이 감자칩이나 와구와구 먹고 있는 이타도리. 햄스터 같다.
- 유지는 키스 안 해보고 싶어?
빨리 해보고 싶다고 해. 어서. 얼른. 내가 해줄게...!
- 으음, 딱히? 하면 좋겠지만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
- 그럼 해볼래?
- 선생님이랑?
- 그럼 나랑 하지 누구랑 해
- 그렇네 일단 선생님이랑 사귀는 사이니까
일단? 일단이 어딨어. 조금 거슬리는 단어에 고죠가 인상을 찌푸렸음. 물론 안대 때문에 이타도리한테 보이진 않않았지. 그래서인지 긴장감 없이 감자칩 먹던 손가락 쪽쪽 빨아대는데, 그게 얼마나 남심을 자극하는지 좀 알아줬음 좋겠다...
방금 전까지 기분 나빠하던 건 다 잊고 오물오물 거리는 입술만 빤히 쳐다보는 고죠.
- 유지 입 벌려봐
- ? (아)
우리 이타도리 순진해서 암것도 모르고 입 벌리겠지. 하지만 선생님은 순수하지 않아. 입 벌리자마자 말캉한 혀가 들어오더니 자기 혀를 빠르게 옮아맸음. 무슨 상황이지.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이타도리의 눈 위로 큰 손이 덮어지고 땡그래진 눈이 감겼어.
고죠가 고개를 꺾으면서 입술을 더욱 밀착시키면서 이타도리를 뒤로 슬금슬금 밀어냈음. 곧 뒤로 넘어가던 등이 쇼파에 닿았음. 느낌 이상해. 뜨거워. 점점 농밀해지는 키스에 이타도리가 고죠의 가슴팍을 밀어내고, 고죠가 곧이곧대로 밀려났음.
- 그래서 어때, 첫키스를 한 소감은
- ...좀 이상해
- 끝?
- ......이상한데 좋아
응. 그럴 줄 알았어. 다시 입을 맞추는데 우리 선생님은 으른이라 첫 키스를 첫 xx로 이어나갈 거예요... 난 그렇게 믿어요....
학생×선생
학교에 전교생, 아니 선생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이타도리를 열렬히 쫓아다니는 학생 고죠와 철벽치느라 바쁜 이타도리 선생님. 맨날 둘이 티키타카 하느라 조용한 날이 없을 듯.
- 유지 나랑 결혼해
- 사토루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 선생님 나랑 결혼하자
절레절레. 매일 그렇게 차이고 지겹지도 않은가.
그러다 어느 날 이타도리가 결혼한다는 헛소문 퍼지는 거지. 근본 없는 소문임에도 고죠는 바로 이타도리한테 달려가서 (주어 다 자름)진짜냐고 물었고, 영문을 모르는 이타도리는 아무 말도 못했음. 뭐가 진짜냐는 거지?
- 진짜구나
이타도리는 아무 말 안 했는데 고죠 혼자 핀트 나갈 듯. 다짜고짜 이타도리를 교무실 바로 옆에 있는 상담실로 끌고 가서 입술부터 부딪히는 거지. 당황스러운 상황의 연속이었음. 이건 아니다 싶어서 고죠를 세게 밀어내는데, 조준을 잘못해서 실수로 얼굴을 때려버림.
- 사토루! 괜찮ㅇ, 우웁,
이타도리가 쩔쩔매면서 고죠 얼굴 살펴보는데, 지금 고죠는 눈에 뵈는 게 없어요. 팍. 이타도리의 등이 벽에 부딪혔음. 다시 한 번 밀어내려했지만 어깨를 잡은 악력이 아까랑은 차원이 달랐어.
아무리 애써도 벌어지지 않는 입술을 잡아먹듯 물고 빨아대다가, 무릎으로 이타도리의 다리 사이를 자극함. 으읏. 아찔한 자극에 자연스레 입술이 열리고. 그렇게 벌어진 입안을 휩쓸기 시작하는거야. 고죠가 복슬복슬한 머리칼을 쥐고, 고개를 틀면서 더 깊이 입안을 탐했음.
꽤 오랜 시간 떨어질 생각도 안 하다가, 이타도리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되어서야 맞물린 입술을 떼어냈음.
- 너, 이게 뭐하는...
- 그러니까 누가 나 두고 결혼하래?
-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결혼을 해?
??? 꼬이고 꼬인 이야기가 이렇게 풀린다... 이제야 제대로 상황을 알게 된 이타도리가 얼타서 헛웃음을 지었음.
- 아니야?
- 애초에 주어만 붙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을 화나게 한 소문은 그저 루머였던데다가, 이타도리랑 키스도 했겠다, 고죠 지금 신나서 내적댄스 추는 중.
- 유지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랑 사귀자
- ...졸업하고 와
고죠 진짜로 졸업하고 자기 이니셜 박힌 반지 사들고 이타도리한테 끼워주면서 프로포즈 할 것 같음. 그렇게 백년해로 해라~!
동갑내기
둘이 소꿉친구라는 모먼트로 보통 중학생 때부터 성적인 거에 호기심을 갖잖아? 갠적으로 호기심이 왕성한 이타도리가 먼저 관심을 가졌을 것 같음.
- 유지 뭐 해?
우당탕탕- 하앙! 읏, 아앗! <이것은 이타도리가 보던 야동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입니다.
- ...
- ......
혼자 집에서 야동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죠가 쳐들어온 거지. 소꿉친구라 집 비번도 알고 있었을 듯. 황급하게 소리를 끄고 고죠 눈치보는 이타도리.
- 어, 어쩐 일이야 사토루!?
어색한 공기에 이타도리가 황급히 말을 돌려보려 했는데,
- 유지 야동 봐?
fail...
- ......
- 벌써부터 야동도 보고. 그러다 나중에 뼈 삭는다?
이타도리 창피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나 푹 숙이고 있는데, 고죠가 자연스럽게 옆에 앉아서 다시 야동 틀어버림. 음소거 상태라 소리는 안 나오고 영상만 나오는데 그걸 또 보고 있음.
- 이거 실제로 해본 적 있어?
- 사토루... 15살에 저런 건 좀 이르지 않을까...?
- 키스는?
- 안 해봤어
흐응. 그렇구나. 그러고 대화가 툭 끊겼음. 근데 고죠가 별 감흥없는 얼굴로 영상을 계속 감상하는 거임. 아씨. 언제까지 볼 생각이야. 괜히 긴장돼서 고죠 얼굴 힐끔힐끔 쳐다보기는 이타도리.
- 할 말 있어?
- 어? 아니, 아냐... 없어......
- 난 있는데
드디어 야동을 끈 고죠가 개구진 얼굴로 이타도리를 쳐다봤어. 왜 벌써부터 불안하지. 자꾸만 식은 땀이 나는 손바닥을 바지에 문지르면서 닦고 있는데 고죠가 이타도리의 허리를 끌어당겼음.
- 유지 나랑 이거 해볼래?
- ...? 어?
- 솔직히 궁금하잖아
- 그...렇긴 한데
- 그러니까 우리끼리 해보자
진짜 이 망할 호기심이 문제라니까? 내심 궁금했던 이타도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고죠가 입술을 맞댔음. 서로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처음엔 입술만 부비고 있다가, 고죠가 먼저 이타도리의 입술을 할짝 핥는 거지. 그럼 이타도리가 어색하게 입술을 열고, 서투르게 이어나가는 거야.
- ...이거 맞나?
서투르고 짧은 키스를 끝내고 이상하게 쿵쿵 뛰는 심장에 이타도리가 먼저 어색하게 말을 꺼냈어. 그런데 고죠는 아쉬운 표정이나 지으면서 입술을 축이다가,
- 잘 모르겠는데 한 번만 더 해보자
이러고 졸라 진득하게 입 맞출 것 같다. 고죠는 그냥 난놈이에요. 테크닉이 안 좋을리가 없다고. 한 번 해보고 이렇게 하면 되겠다, 하고 이타도리를 아주 잡아먹어버리는 거지.
도련님×집사
상당히 제멋대로인 도련님 고죠랑 그런 고죠를 유일하게 다룰 수 있는 집사 이타도리. 사용인들이라면 다들 저를 겁내기 바쁜데 이타도리는 자세를 낮추는 듯 하면서도 뚝심있게 구는 거. 거기서 고죠가 먼저 호감 가졌을 듯. 그렇게 n년 간 짝사랑 진행 중.
- 부르셨어요 도련님?
- 나 씻겨줘
욕조에 몸을 담구고 있던 고죠가 이타도리를 보고 방긋 웃더니, 씻겨달라며 손을 뻗었어.
- 목욕 시중을 들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다고 넘어갈 이타도리가 아니지. 지금껏 막무가내로 돌진해오는 도련님을 n년간 막아댔는데 이거 하나 못 막겠어?
- 이미 내가 내쫓았는데
- 다시 들라고 하겠습니다
- 그럼 유지 말고 다 자르지 뭐.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좋겠다 내 모든 시중을 유지가 드는 거야 어때?
그 말에 이타도리가 흠짓 몸을 떨었음. 이타도리는 이타심이 강한 사람이었고, 고죠는 그걸 알고 알차게 이용해먹었어.
- 알겠습니다 옷만 벗고 올게요
- 여기서 벗어
어차피 다 벗는 것도 아니고 겉에 두른 옷들만 벗는 거니까. 고개를 끄덕인 이타도리가 대충 옷을 벗고 셔츠의 소매를 위로 끌어올리고 욕조에 손을 담궜음. 근데 그 손을 고죠가 확 끌어당기는 거지.
풍덩.
- 으악!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두 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욕조라 이타도리가 무릎을 꿇고 앉아도 공간은 충분했어. 그리고 다 젖어버린 머리를 털었지.
- 와 진짜 야하다
- 도련님 제가 이런 장난은 삼가해달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 난 누누히 장난 아니라고 말했고 말이지
저를 쳐다보는 푸른 눈동자가 너무 시려워서 얼어버릴 것 같았음.
- 나 좀 봐 달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 ...그런 장난,
- 장난 아니라고 했잖아
여느 때보다 확고한 말투에 이타도리가 진땀을 흘렸음. 팔을 붙들려서 도망갈 수도 없었고, 더 이상 장난으로 치부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 지금도 이렇게 네 젖은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반응하는데 이게 장난 같아?
강한 힘으로 제 손을 이끌어 말하기 민망한 부위에 갖다대는데, 그게 어... 그런 거지. 화들짝 놀라서 팔을 빼내려고 하니까 오히려 고죠가 그 팔을 더 세게 잡아당겨서, 이타도리의 숨결이 닿는 범위 내로 들어갔음.
- 도, 도련님...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이타도리가 가슴팍을 슬슬 밀어내려고 하니까, 짜증난 고죠가 남은 한 손도 제 손 안에 묶어버렸음.
- 자꾸 권력 이용하게 만들지 마. 가만히 있어
그렇게 보드라운 입술이 이타도리의 입술 위로 안착하고, 거친 말과 행동이랑은 다르게 아주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입술을 탐했어. 절대적으로 이타도리의 기분을 우선시한 키스. 손목을 잡고 있던 고죠의 손에 점차 힘이 풀어지고, 목덜미와 허리를 감싸자 이타도리가 저도 모르게 목에 팔을 둘렀음.
그리고 분위기에 휩쓸려서 끝까지 해버린 이타도리가 방에 가서 이제 어떡하냐며 이불킥 하는 게 보고 싶네요... 어떡하긴... 울 철부지 도련님 책임져야지....
인어 AU
이타도리는 호기심이 많은 모험가임. 특히 바다를 항해하면서 닿는대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음. 이 날도 돛단배 타고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는데 거센 파도를 만나서 배가 난파 당함.
한동안 정신을 잃었었나, 눈 떠보니 한 번도 와보지 못한 어느 외딴섬에 흘러와있었음.
- 정신 좀 들어?
이타도리가 대충 섬을 파악하기 위해 둘러보고 있는데 웬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음. 아니, 들렸다기보다는 머릿속에 울렸지.
- 누구야?
- 지나가던 인어?
- ...어?
인어라니? 그게 실존하는 거였어?
- 인어라고 귀 먹었어?
- 진짜로?
목소리가 귀가 아닌 머릿속에서 인식되는 것부터 말이 안 되긴 했지만 바로 믿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음. 아무리 그래도 인어라니...
- 거참 인어 말 진짜 못 믿네
- 이게 그, 바로 믿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 바다로 들어와봐
- 그건 좀 무서운데 진짜 인어면 나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 기껏 살려줬더니 지금 뭐라는 거야
아, 이 인어가 날 살려준 거구나. 조금은 의심한 게 미안해져서인지 이타도리가 얕은 수면에 발을 담궜음. 무서워서 더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 더 들어와
- ...
- 안 죽일테니까 들어오라고
- 어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이타도리의 몸이 점점 바다로 담궈지고. 곧 수면이 허리 부근까지 차올랐는데도 고죠는 더, 더, 라고 말할 뿐 멈추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 이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첨벙 소리가 나면서 이타도리가 바다로 끌려들어갔음.
안 죽인다면서! 이타도리가 다급하게 코와 입을 틀어막았음.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음. 난 진짜 믿었단 말이야. 그러다 어느 순간 끌려들어가던 몸이 멈추고 발목이 자유로워졌음. 하다하다 이젠 바닷속에 버려지는 건가.
- 야 손 치워봐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 줄 알아!? 속으론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얼굴에서 손을 뗌. 이러나 저러나 죽는 건 똑같은데 시키는대로 해야지 어쩌겠어.
그리고 곧바로 무언가 입술에 닿았음. 물컹? 그게 뭔지는 금방 알 수 있었음. 혓바닥이 입술을 진득하게 핥아왔거든. 인어와 키스하면... 키스하면 뭐가 어떻게 된다고 했는데 그게 뭐더라. 슬슬 숨이 차오르고 정신이 희미해지기 시작함. 이대론 진짜 죽는다. 이타도리가 이게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며 입술을 벌렸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키스. 하지만 상대와 장소는 더할 나위없이 특별했지.
- 이제 숨 쉬어
속는 셈 치고 숨을 들이켰는데 숨이 쉬어지네? 심지어 눈도 뜰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음.
- 어라?
- 직접 눈으로 보니까 어때?
인어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이타도리의 눈으로 본 고죠는 육지에 살고 있는 웬만한 인간보다 예뻤지.
- 원래 인어는 다 그렇게 예뻐?
- 아니 나만
연달아 감탄만 하는 이타도리 보면서, 원래 이렇게 아무나 해주는 키스가 아니야. 라며 온갖 생색 다 내는 고죠. 첫눈에 반했다는 말 오지게 돌려말함. 그냥 둘이 손 꼬옥 잡고 바다 모험이나 해...
(ps. 인어의 키스를 받으면 물 속에서도 죽지 않는다. 라는 케리비안 해적에 나오는 설정을 가져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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