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네트라와 정겨운 하교길
2022.02.11 선물을 주고 받을 때 상대방을 존중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페네트라는 옆구리에 책을 끼고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집까지 걸어가는 길은 지겨웠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발로 땅을 박차듯 바닥에 발을 문질러보았으나 흙먼지만 일어서 그만두었다. 도서관에 들르면 이게 문제였다. 책을 옆구리에 끼느라 손이 자유롭지 못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갈 수 없었다. 물론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묘기 정도는 부릴 줄 알기는 하는데 원래 그러면 안 되는 것이고…….
“응? 페네트라? 네가 여기서 뭐하냐?”
재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까 동생인 안토닌이었다. 페네트라는 대충 손을 흔들며 물었다.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냐?”
“일이 있어. 너는?”
“나는 저기에 볼일이 있었어.”
페네트라는 도서관을 턱 끝으로 가리켰다. 그러면서 안토닌을 훑어보았다. 안토닌은 파비우스 남매 중 최대의 사고뭉치여서 예의 주시해야 했다.
파비우스 가에는 세 명의 남매가 있는데 첫째가 카렐이요, 둘째가 페네트라, 셋째가 안토닌이었다. 셋 전부 시끌벅적한 일을 곧잘 만들고는 하는데 유형이 조금씩 달랐다. 그중 첫째인 카렐은 불과 같은 기세와 성격이다. 따라서 일이 벌어졌을 때 가장 거센 해결책을 가지고 돌진한다. 그러면 어째서 카렐이 최대의 사고뭉치가 아닌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간단하다. 카렐은 그 특유의 굵고 짧음으로 일을 즉석에서 해결하고 온다. 순식간에 타고 사그라들어 자신의 선에서 금방 끝낸다. 그러니 불길이 마저 번지는 일이 없다.
셋째 안토닌은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조용해 보인다. 그러니 이 녀석이 최대의 사고뭉치이다. 겉으로 조용하다는 말은 온갖 일을 물밑에서 벌이고 숨긴다는 말이다. 게다가 문제가 있으면 드러내지 않고 책임을 피하고 일을 슬금슬금 끌면서 피하는 방법을 쓴다. 안에서 쌓이고 쌓이는 사고들은 거센 폭발로 튀어나오게 되어있다. 이 녀석의 일은 가장 심각하게 번졌으며, 몇 번은 어른이 개입하기도 했다.
응? 페네트라 자신은 어떻냐고? 에이, 자신은 조용하게 지낸다. 사고 같은 거 별로 일으킨다. 정말이다. 저 둘 사이에 끼우는 것 자체가 실례다.
어쨌든 여우 같은 안토닌이 물었다.
“그럼 이제 집에 가는 거고?”
“그렇지?”
“마침 잘 되었다. 같이 가.”
페네트라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네가? 왜?”
“뭐야, 같이 가는 걸 왜 그렇게 싫어하는데? 빨리 오기나 해.”
그러면서 먼저 총총 걸어 나갔다. 왜긴 왜야? 항상 친구들과 함께 다니다가 마을에서 제 남매를 마주치면 무시하고 지나가는 녀석이었으니까 그렇지. 물론 나도 저런 녀석 모르는 척 지나갔지만. 페네트라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따라갔다.
마을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포장된 도로가 있고 숲길이 있다. 숲길은 지름길이지만 페네트라는 포장된 도로를 주로 이용하였다. 낙엽과 부러진 나뭇가지 사이에서 자전거나 보드를 달리면 바퀴가 말썽을 부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토닌은 숲길로 들어갔다.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페네트라도 기구로 달리고 싶은 욕심만 아니면 더 편한 쪽으로 다녔을 테다. 그런데 이 숲길을 조용히 걷는 안토닌의 모습은 약간 이상해 보였다. 뭔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페네트라.”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안토닌이 느닷없이 불렀다. 페네트라는 응? 하며 고개를 기울였다가 대답했다.
“왜?”
“나 김나지움에 가려고 해.”
페네트라는 잠시 발을 멈췄다. 바람이 불며 나뭇잎이 부딪혀 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거길?”
“응.”
“너 몇 학년이었더라?”
“동생 학년도 기억 못 해? 5학년.”
“그럼 8년제를 가려는 거야?”
"응."
김나지움은 초등학교 이후에 가는 고등교육 기간이다. 8년제, 6년제, 4년제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8년제 과정을, 7학년에는 6년제 과정을 갈 수 있으며, 초등학교의 9학년을 졸업하고 4년제 과정을 들을 수 있다. 김나지움에 가고 싶을 경우의 이야기이다. 초등학교를 9년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페네트라의 입장에서는 그렇기도 하지만 9학년에서 졸업하고 끝나는 학생들도 많다.
“우리 마을에는 김나지움이 없잖아.”
“당연히 밖으로 나가야지. 애나 고모가 체스키 크룸로프에 사는 거 알지? 거기 고모네에서 지내면서 다니려고.”
“…… 왜?”
“왜긴 뭐 왜야. 나도 나가고 싶으니까 그렇지.”
페네트라는 그 자리에서 엉거주춤 섰다. 혼란스러웠다. 페네트라 자신이 안토닌과 떨어지면 울며불며 못 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 하나가 며칠째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코빼기도 안 보여도 잘만 지냈다. 그러나 떠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냥 계속 이렇게 함께 지낼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가족이 자라고 떠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왜 나가고 싶어?”
그러자 안토닌이 페네트라를 노려보며 등을 툭 쳤다.
“자기는 캠프 가서 재미있게 놀고 친구 잔뜩 사귀고 신기한 것도 얻어오고 그랬잖아. 나도 좀 그러고 싶다고! 마을은 지긋지긋해!”
페네트라는 말문이 턱 막혔다. 현기증이 도는 것 같았다……. 재미있게 놀지만은 않았는데.
운석이 떨어졌는데. 온갖 건물이 불에 탔는데. 세상이 뒤집혔는데. 섬뜩한 푸른 빛이 반짝였는데. 죽을 공포에서 한참을 울었는데, 대신 살아났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는데. 그리고…… 내가 아는 얼굴의 감염자를 죽였는데.
있잖아, 안토닌. 나는 이제 더는 신문지를 말아쥐고 칼싸움 놀이를 하지 못하겠어. 그때가 생각나. 나는 그때 가장 익숙한 물건으로 철골을 집어 들었어. 싸우는 연습은 신문지를 봉으로 만들어 말아쥔 것밖에 안 해봤거든. 그래서 철골을 집어서…… 감염자를 죽였어. 그 감각이 아직도 떠오르는데.
이 이야기는 안토닌과 카렐에게 한 적이 없다. 그들 셋 모두가 어른이 되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비명은 너무나 끔찍해서 그들을 함께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일이 어린이들이 겪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고 토로하는 목소리가 생생하다. 페네트라는 엄마와 아빠에게는 그 일을 말하면서 울고, 위로와 포옹을 받았다. 하지만 남매들에게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과 같이 어리니까.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으니까.
그 불운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안토닌은 페네트라의 행운을 부러워했다. 페네트라는 떨리는 입술을 당겨서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안토닌. 정말 내가 부러워?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몰랐네.”
“네가 바보라서 그래.”
“그런 생각 하고 있었으면 진작 진작 털어놓질 그랬어.”
“네가 멍청한 거지. 여기 마을에서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냐?”
페네트라는 잠시 대화의 맥락을 짚지 못했다. 그리고 몇 박자 뒤에 깨달았다. 페네트라는 부러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건 별거 아니라는 듯 안토닌은 스스럼없이 넘어가며 기지개를 켰다. 페네트라는 숨을 들이켜며 침착한 척 대꾸했다.
“왜 나가고 싶어 하는 애들이 없어? 나도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그게 멍청한 거라니까? 평생 이 좁은 마을만 보고 만족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만족하기 때문이 아니야, 안토닌. 나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난 나가고 싶지 않아. 그때 한번 나갔는데 그런 일이 생겼잖아.
그러나 페네트라는 안다. 운석이 더 많이 떨어지는 곳 따위는 없다. 떨어진다면 피할 방법도 거의 없다. 지구상에 있는 한 갑작스러운 재앙의 가능성은 나름 일정하다. 이 마을도 마냥 안전지대는 아니며 같은 이유로 안토닌이 갈 체스키 크룸로프가 특별히 더 위험하지는 않다. 페네트라가 캠프에서 돌아오고선 천문학책을 뒤져보다가 얻은 결론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넌 무섭지도 않아?”
“뭐가?”
“가족이랑 마을을 떠나는 게.”
안토닌이 페네트라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겁쟁이.”
이 자식이?
안토닌은 낄낄 웃으며 몇 발자국 달아났다. 저 표정이 누군가를 닮은 것 같은데 꽤 화가 치밀어 오르네? 페네트라는 쫓아가서 응징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그대로 두었다. 달음박질로 이기지 못할 것도 없지만 지금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한 팔로 안고 있다. 달리다가 쏟아지기라도 하면 일이 귀찮아진다.
어쨌거나, 그래 안토닌. 넌 두렵지 않구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 여러 장소에 가서 여러 광경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 돌아다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낯선 장소에서 오히려 신이 나는 사람들. 엄마가 그러하고 아빠가 그러하다. 카렐이 그러하고 안토닌 또한 그러하다. ……사실 페네트라를 제외한 가족 전원이 그런 성향이었다. 이런 역마살이 낀 가족 같으니라고.
“그래, 잘 다녀와, 안토닌.”
그런 이들은 보내주는 수밖에 없다. 한 곳에 매어두면 시름시름 앓기나 하는 법이다. 제 속이 풀리도록 바람을 맛보게 해 주어야 한다. 밀어주어야 한다. 떠나 보내야 한다. 그러니 너도 보내주어야 할 것이다.
“몸 건강해.”
“지금 당장 떠나는 건 아니고 몇 달 뒤에나 가는데 뭘.”
안토닌은 페네트라가 공격할 기세가 아니자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리고 뻔뻔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선물 줘.”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하나뿐인 동생이 머나먼 타지로 떠나는데 행운을 빌어주는 선물 하나조차 줄 생각이 없어? 야박하기는.”
“웃기시네. 선물 같은 건 원래 나가는 사람이 돌아올 때 기다리는 사람한테 사 오는 거다. 그러니까 너야말로 기념품 잊지 말고 챙겨와라.”
“그건 여행 가는 사람한테 해당하는 말이지. 나는 공부하러 머나먼 타지로…….”
“고작 체스키 크룸로프가 타지씩이나 되든?”
그렇게 아웅다웅 거리고 있는데 바람이 스산하게 물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페네트라는 고개를 번쩍 들며 귀를 세웠다. 정말 이상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때 안토닌이 페네트라의 어깨를 잡고 등 뒤로 숨으며 말했다.
“선물로 그렇게 어려운 걸 부탁하지는 않을 거야. 그냥 간단하게…….”
"안토닌! 딱 걸렸어! 너 이번에야 말로……!"
그때 숲에서 누군가 우르르 튀어나왔다. 인원은 네다섯 정도 되었고 전부 아는 얼굴의 마을 아이들이다.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안토닌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나 좀 도와줘라.”
“야!”
이상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은 이래서였구나! 자신이 말하지 않았던가? 파비우스 삼 남매 중 최고의 사고뭉치는 막내 안토닌이라고. 이 녀석은 일을 질질 끌다가 키우고, 책임을 회피하고, 결국은 폭발시킨다고. 분명 이번에도 그렇게 벌어진 일이겠지. 가만 보니 이 녀석은 패거리가 나타날 걸 알고 있는 기색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마을에서 카렐이나 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집에 같이 가자고 했을 테다. 아군을 만들거나, 동반자를 방패 삼으려고.
“안토닌! 너 이번에는 뭐 했어?”
“집에 무사히 도착하면 알려줄게.”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페네트라는 할 수 있잖아?”
안토닌은 손가락을 작게 튕겼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또래들이 가지지 못한, 인류 중 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이능력. 페네트라는 입술을 악물었다. 안토닌 이 자식 집에 가면 진짜 가만두지 않는다. 그때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어, 뭐야. 저거 페네트라야?”
“페네트라가 여기 왜 있어?”
“너, 네가 분명히 봤다면서! 마을 공원에서 놀고 있다고.”
“페네트라의 파란 헬멧 쓴 사람이 거기서 돌아다니는 걸 분명히 봤는데?”
페네트라는 그 사이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이바나에게 빌려준 걸 깜빡했는데, 알려줘서 고맙다, 얘들아. 완전히 이바나의 물건이 되기 전에 돌려받아야겠어.”
순전히 혼잣말로 중얼거렸는데 그 애들의 수군거림이 싹 멈췄다. 페네트라는 입맛이 썼다. 이런 상황이 정말로 달갑지 않았다. 아이들이 두려움의 눈길로 자신을 보는 광경은, 정말로.
페네트라가 운석 노출에서 살아남았고, 이능력이 퍼졌다는 소식은 이 작은 시골 마을까지도 번졌다. 아이들은 페네트라를 궁금해하고, 낯설어했다. 페네트라는 입을 닫았고, 숨겼고, 정 안될 때는 휘둘렀다. 그리고 페네트라가 자신들과는 다른, 무서운 무언가의 존재가 되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페네트라는 쓸쓸한 눈으로 마을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그 눈길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저마다 움찔거린다.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페네트라 자신은 사고 같은 것 별로 안 치고 조용하게 지낸다고. 그 말은 사실이다. 손바닥도 부딪쳐야 박수가 난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이상 싸움에는 둘 이상의 사람이 있어야 한다.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피하고 몸을 사리곤 하는데 어떻게 충돌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일일이 상처 입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이 아릿해진다. 자신은 저들과 똑같은 사람인데. 그저 그럴 뿐일 텐데. 페네트라가 기존에 싫어하는 사람이었어도 속이 시원해지지도, 통쾌해지지도 않았다.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능력 같은 건 또래들 앞에서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안토닌은, 카렐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너무 익숙한 탓이리라. 그들은 변함없이 달려들고 놀린다. 그것이 고마웠지만, 그래서 오늘 이런 일을 만들다니.
“한 방 먹여줘.”
페네트라 뒤에 숨은 안토닌이 속삭였다. 마을 아이들은 우물쭈물하였다. 그대로 도망칠지 아니면 그대로 맞설지 고민하고 있었다. 페네트라 또한 결정해야했다. 능력을 쓸 것인지 말 것인지.
페네트라는 결국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소한 동작에 아이들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이어서 페네트라는 책을 풀밭에 내려놓았다. 아이들이 다섯 발자국 물러났다. 안토닌의 편을 들고 있음을 확인시키듯 안토닌의 팔을 잡았다. 아이들은 진심으로 도망치려고 하고 있었다. 가장 멀리 간 녀석은 거의 숲 밖에 다다랐을 지경이다.
“웃기시네, 뛰어!”
그리고 페네트라는 집 방향으로 도망쳤다. 안토닌을 잡아당겨 같이. 안토닌이 으악 소리를 내며 얼떨결에 몇 걸음 같이 뛰고 그다음에는 비명을 질렀다.
“이러기가 어디 있어, 페네트라!”
“여기 있다!”
“난 어쩌라고!”
“몰라!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나한테 선물 주는 셈 치고 딱 한 번만! 그냥 보여주기만 해도 돼!”
“선물은 무슨 선물이야? 너는 집에 가면 죽을 준비나 하시지?”
뒤에서 한 십 초는 지난 다음에 고함이 울려 퍼졌다. 늦게 도망간다! 잡아라! 어쩌고. 별로 걱정되지는 않았다. 동생 녀석은 도망치는 것 하나는 선수다. 진짜 여차하면, 능력 써서 사라지지 뭐.
페네트라는 그보다 풀밭에 두고 온 책에 대해 마음속으로 사과 말씀을 전했다. 사서 선생님 죄송해요. 이슬 앉기 전에는 되찾아서 잘 챙겨둘게요. 뛰다가 흙바닥에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풀밭에 두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지금 뒤따라오고 있는 애들이 책에 화풀이할 게 걱정되는데 저 애들이 도서관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책을 찢지는 않을 겁니다. 찢으면…… 죄송합니다. 불가항력이었어요. 이 모든 일은 안토닌 때문이니 저 말고 걔를 탓하세요. 아시겠지요? 안토닌입니다. 이 원수 같은 동생 자식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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