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1000자

용과 달

손전등 by 유찬
4
0
0

용이 하늘을 난다.

밤을 비춘 둥근 달을 물고 유유히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세상을 비추던 빛이 사라졌으니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달은 어디로 갔을까. 용은 어디로 사라졌나.

오랜 시간동안 밤의 빛이 사라졌었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혼란 속에 살았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더이상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기다란 사다리를 만들어 하늘로 연결했다. 사라진 밤의 전등을 찾기 위해서.

구름 위로 올라간 사람들은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었다. 조금씩 앞을 향해 걸어가다 보니 어디선가 빛이 새어나오는 곳이 보였다.

용이 거주하고 있던 곳이었다.

용은 품에 소중하게 달을 품은 채로 가만히 몸을 웅크린 채 있었다.

너희는 무엇이냐. 감히 하늘의 평화를 깨뜨리러 온 것들이냐.

우리는 달을 찾으러 왔습니다! 밤을 비춰주는 등불을 돌려주십시오!

용은 거대한 분노를 뿌렸다. 금방이라도 눈 앞의 작은 인간들을 찢어보일 것처럼 눈빛이 흉흉했다.

이 것은 내 아이다! 금방이라도 태어날 내 아이란 말이다!

그것은 저희의 밤을 비춰주는 달입니다! 당신의 아이가 아니란 말입니다!

간악한 인간들이 나에게서 아이를 앗아가려 하는구나. 감히 하늘같은 용 무서운 줄 모르고!

용은 무섭게 기세를 뿜어내며 호통을 쳤다. 몇몇 사람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고, 몇몇은 기절하기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용감한 한 사람만이 용에게 진실을 알려주려 소리친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세차게 뛰어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열심히 설득했다.

용은 납득하지 못했다. 누가 무어래도 이 빛나는 것은 내 아이가 맞는데, 내 아이가 아니면 이리 빛날 리 없는데. 하지만 자신을 설득하는 저 나약한 인간의 말 또한 일리 있었다.

오랫동안 애정으로 품고 있었는데도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니 무서웠다. 이것이 내 아이가 아니라면 어떡하지? 신성한 용인 이 몸이 인간 세상의 것을 훔쳐왔단 일로 벌을 받으면?

용은 점점 혼란에 빠졌다. 용감한 사람은 틈을 비집고 들어 점점 더 자신있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는 어둠을 비춰줄 빛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가지고 계신 그것을 돌려주신다면 이주에 한번은 품에 품으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이냐.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내 엄한 벌을 내릴 것이야.

당연합니다! 이주에 한번은 꼭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용은 안전하게 달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용감한 인간이 마음에 들었다.

용은 자신의 위엄을 위해 화가 살짝 누그러진 척, 작은 인간을 위해 선심쓰는 척 인간과 약속했다.

용감한 사람은 용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용은 약속대로 다시 유유히 하늘을 헤엄쳐 달을 가져다 놓았다.

밤은 다시 밝아졌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