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리플렉션 월드』- 10. 상점가에서 아이템을 구매하자!

2023.09.14에 작성

어디서부터 말을 풀어나가면 좋을까.

내가 어째서 이걸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설명해야 할까.

펭귄 마트에서 너희를 기다리면서 어떻게 너희와 인사하고 어떻게 너희와 함께 하루를 보낼 지 고민했던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사실, 이런 고민을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시작했어. 아니다, 너희와 헤어지고 나서부터 줄곧 생각해왔던 거야.

원래대로라면 3일동안 계속 사무소에서 지낼 생각이었는데. 계획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어.

너희에게 어떤 말로 대화를 시작해야 너희가 나에 대한 미심쩍음을 풀 수 있을까, 어떻게 너희와 어울려야 좋은 친구처럼 보일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잠을 잘 수 있었어.

원래는 이렇게 늦게 자 버리면 그만큼 늦게 일어나게 돼. 오늘같이 사무소에 가지 않는 휴일에는 정오에도 일어날 수 있어. 그런데 오늘은 왜인지 8시에 눈이 저절로 떠지더라. 이상해. 너희와의 만남을 그렇게 고대한 것도 아닌데.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더 앞서는데.

펭귄 마트라는 곳을 향했어. 오늘은 유난히 구름이 많이 꼈더라. 하늘 자체는 맑은데, 구름이 많이 껴서 텁텁함이 많이 느껴졌어. 내가 너희를 만나는 감정을 대변하고 있는 걸까. 이상하지, 보통 텔레비전 광고 같은 데에 보면 푸른 하늘 아래에서 학생들이 만난다는 건 청춘의 즐거운 모습으로 묘사되던데. 내게는 전혀 청춘도 즐거움도 느껴지지 않았어.

펭귄 마트 3층으로 향해. 이 곳에 게임기가 있다고 해서 올라갔어. 이 위에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길 바랐어. 아마미네 군도, 마유미 군도 없길 바랐어. 하지만...

"여기요, 여기! 모모히토 선배!"

아마미네 군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어. 나도 애써 웃으며 네게로 달려갔지. 전혀 웃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왜 나는 네 얼굴을 보자마자 웃게 되는 걸까. 항상.

나는 내 얼굴이 어땠는지 알겠는데, 아마미네 군은 그 때 자신의 표정이 어땠는지 알까. 그 때의 네 표정은, 정말이지 처음으로 비눗방울을 본 아기와도 같은 표정이었어. 어제 헤어지기 전에 내게 으름장을 놓던 네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와 표정. 말은 그렇게 해도 나와의 게임을 정말로 기대했다는 느낌이었어.

정작 나는 별로 너와 게임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조금은 바보같아 보였을 지도.

"하하, 이렇게 『리플렉션 월드』 게임기 앞에서 모모히토 선배의 모습을 보는 거 정말 신선해요! 마치 이삼년간 NPC였던 캐릭터가 플레이어블 캐로 실장된 느낌이에요!"

그... 그래? 좋은... 뜻이겠지?

"당연하죠!! 그만큼 엄청 멋지다는 거예요!!"

그렇구나... 헤헤. 고마워.

사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마유미 군은 언제나 이런 말을 들었겠지, 싶어. 

저런 걸 버티다니, 조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그러고보니, 마유미 군은 언제 오는거야?

"아, 저기 오고 있네요. 호랑이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안녕하... 어라?"

"안녕, 얘들아."

우리를 향해 인사를 하는 마유미 군의 양손에는 종이 봉투가 한 개씩 들려 있었어. 안녕 마유미 군. 왜 그렇게 많은 짐을 가지고 온 거야?

"왜기는, 끝나고 나서 이 간식 가져가라고. 어제 부모님께서 캔 쿠키를 몇 개 얻으셔서 말이지. 워낙에 많이 받아오셔서 너희의 분을 준비했다."

아마미네 군이 종이봉투에 쓰여진 브랜드 이름을 보더니 목소리가 올라갔어.

"와, 이거 진짜 비싼 브랜드잖아요!! 이게 일반적인 선물로 오다니 에이신 선배 정말 킹받아요. 집에서 맨날 이런 걸 먹겠죠?“

"하하... 매일은 아니고, 나도 너처럼 선물을 받을 때나 이런 걸 구경한다만. 하여튼 근처 사물함에 넣어 놓을테니, 귀가하는 길에 하나씩 들고 가도록.“

아마미네 군은 문득 다시 한번 마유미 군이 가져온 종이봉투를 가만히 보더니 내게 갑자기 말을 걸었어.

"모모히토 선배, 그러고 보니까 PMxoxo의 속도가 너무 느리던데, 역시 도끼 특의 버서커는 힘드시죠?"

갑자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아, 응. 맞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느려서 상대적으로 늦게 몬스터를 때리게 돼...

아마미네 군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미라주 컴퍼스를 꺼내고는 조작을 하기 시작했어.

"그렇다면 선배들, 오늘은 게임 시작하기 전에 상점가를 둘러보지 않으실래요?"

내가 궁금한 걸 마유미 군이 대신 물어봐 줬어.

"상점가? 마트가 아니라?"

"...무슨 생각을 하신 거예요, 선배. 『리플렉션 월드』도 사람 사는 데라서 상점가 있어요. 마그나 몬타나는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라 상업도 유난히 발달이 되어 있거든요."

"마치 산업 혁명 시기 유럽을 보는 것만 같구나."

"...뭐, 그럴 지도요? 하여튼, 모모히토 선배를 위해 잠시 적응도 하는 겸 함께 가도록 해요!"

사실, 이런 아마미네 군의 말을 듣고 오히려 너희와 거리가 더욱 멀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도 생겼어. 가상 세계라곤 하지만 딱히 너희와 쇼핑을 하고 싶어서 여기에 온 것도 아니고.

그런데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과 내가 말한 값은 전혀 다르더라.

좋아. 아마미네 군이 날 위해서 생각해준 건데 거절하면 안 되겠지! 

나의 마음을 감추는 것에 능통해서 자연스레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걸까, 하고 생각했어.

"자 그럼, 오늘 목적지는 일단 마그나 몬타나의 광장으로 결정! 모모히토 선배, 먼저 들어가세요!"

아마미네 군이 게임기를 향해 손짓을 했어. 나 먼저 입장하라는 신호였지.

고맙다고 인사하는 척을 하고 게임의 세계 속으로 들어갔어. 오늘의 대기 장소는 유난히도... 뿌옇더라. 너희가 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화산 지형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이 상태였어서 그런걸까.

뒤이어 아마미네 군도 마유미 군도 들어왔어. 왜인지 아마미네 군이 마유미 군을 부러워하는 듯한 눈빛이더라.

아마미네 군, 마유미 군을 왜 그런 표정으로 봐?

그러더니 너는 소스라치게 놀랐어.

"으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빨리 가요!!"

우리는 마그나 몬타나의 광장을 거쳐 상점가로 향했어. 상점가로 향하는 길이 어땠는지는 그다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 너희에게 어떻게 보여야 할까 계속 생각했거든.

그리고 한참을 걸은 끝에 우리는 마그나 몬타나의 상점가에 도착했어.

마유미 군은 어느새 이 상점가의 이름을 알아냈나 봐. "마키나 칼리"라고 부른다고. 공업이 발달한 지역이라 기계 부품을 판매하던 작은 거리가 이렇게까지 거대한 상점가로 성장했다나 봐. 

마유미 군은 정말 이런 별 정보까지 다 확인하는 것 같아. 나는 이 게임을 하면서 한 번도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거든.

아마미네 군은 주위를 둘러 보더니 갑자기 나의 손을 잡고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건물로 향했어.

나의 손을 잡은 아마미네 군의 손은 너무나도 강하고, 너무나도 활기가 넘쳤어.

나와 함께하는 게 그렇게도 기쁜가.

그러고서는 예의 밝은 미소로 날 바라봤어. 

"여기 한 번 들어가 봐요! 이 상점가에는 별별 아이템들이 많아서 잘 둘러봐야 해요!"

아마미네 군의 미소는 내가 계속 바라보기에는 너무나도 눈부셔서...

...좀, 꺼림찍했어.

마유미 군도 내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봤지.

"네가 원하는 상품이 있었으면 좋겠어."

마유미 군의 웃음이 너무나도 상냥해서...

...더욱, 꺼림칙했어.

나는 역시 이러한 상황을 피하고 싶었어. 너희와 마주하는 것을.

그런데 왜 너희와 마주할 수 있는 이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냐고?

어느 날, 피이쨩이 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알게 된 경위?

카부토 군과 타치바나 군이 이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듣다가 알게 된 거야.

''보스 덕분에 3인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었다,"

"프로듀서는 우리보다 게임을 잘 하지만 꽤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었다"

, 고.

나는 그 때 생각했어. 만약 나도 이 게임을 하게 된다면 피이쨩과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하고. 

사무소라는 공간에, 아이돌 업무라는 시간을 제외하고 또 다른 시공에서 피이쨩과 만날 수 있다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는 것, 내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어.

그래서 그 사실을 알고나서ㅡ정확히는 너희가 게임을 시작한다고 말한 지 3일만에ㅡ 게임을 시작하게 됐어.

드라마에 캐스팅 된 그 날이야. 그 날 피이쨩에 의해 두 번의 새로운 시작을 부여받은 거야.

…웃기지, 정말 작심삼일 그 자체야.

이런 류의 취미생활이 싫다고 해놓고 나는 3일만에 이 연두색 장난감을 사고 100엔을 몇 개씩이고 들고 다니는 애가 되었어.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거짓말에 능통한 나쁜 애.

하지만, 이 기회로 피이쨩을 만날 수만 있다면 상관 없었어.

너희를 만날 거라는 확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그저 피이쨩을 만나기만 하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하루만에 스테이지 1을 클리어했어. 이걸 열어야 레이드를 돌 수 있다고 해서.

그리고 레이드가 처음으로 열린 날부터, 나는 레이드 스테이지만을 돌았어.

이렇게 계속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고 마주하다 보면 분명히 피이쨩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피이쨩이 위험에 처했을 때 멋지게 등장해서 몬스터를 단숨에 베어버리는 기사, 의 모습을 멋대로 그리면서. 

하지만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아무리 게임을 접속해도 피이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정작 내가 마주한 건 너희야. 그렇게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너희.

수만 명의 사람들 중에서.

내가 너무 운이 없는걸까. 왜 피이쨩을 만나지 못하는 걸까.

왜 피이쨩이 아니라 너희여야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액세서리 상점의 이곳저곳을 둘러봤어.

하지만 규모도 너무 작고 원하는 종류의 아이템도 없어서 첫 번째 상점은 그냥 나왔어.

"...처음부터 좋은 것을 찾을 리는 없어. 함께 다른 곳을 가 보자."

나는 실망한 적 없는데.

"아무래도 가게가 너무 작아서 어쩔 수 없었나 봐요. ...아!"

아마미네 군이 또 다시 자신의 눈에 들어온 상점가를 발견하고서는 손가락으로 그 곳을 가리켰어.

"저기에 한 번 가 봐요! 저기는 방금 전 그 곳보다 훨씬 커서 훨씬 더 많은 물품이 있을 거예요!!"

우리는 두 번째 상점을 둘러보게 되었어. 나는 삼정 이곳저곳을 크게 둘러봤지.

디자인들이 하나같이 독특해서 구경을 하게 되더라.

하트모양 팔찌. 분홍빛으로 반짝거려서 예쁜데 속도를 올리는 물건이 아니랬어.

둥근 안경. 피이쨩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어떻게 생각할까. 귀엽다고 말해줄까?

발 액세서리 코너로 향했어.

흡사 로켓을 닮은 장식이 있었어. 정말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이라 한 번 그려보고 싶었을 정도야.

내가 보고 있던 장식 옆에 있던 날개 장식을 보고 있던 아마미네 군과 마주쳤어. 네가 내게 질문을 했어.

"근데 모모히토 선배는 아바타가 뭐예요?"

나? 잘 모르겠어. 그냥 "천사"같아 보이는 디자인 때문에 골랐는데.

"사랑의 천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뭐야, 내 선배들은 왜 죄다 대충대충 아바타를 선택하는 거예요... 미라주 컴퍼스 줘 보세요."

"줘 보라"는 말과 달리 아마미네 군이 나의 미라주 컴퍼스를 낚아채더니 무언가를 확인하기 시작했어. 그러고는 내게 그 화면을 보여주었지.

"'발키리'라는데요?"

"발키리"라고?

하지만,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우리가 생각하는 발키리와 이미지와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하트 모양의 장식과 큰 날개가 아무리 봐도 천사인데.

무엇보다도... 내가 천사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

나는... 이 아바타가 "사랑의 천사"인 줄 알고, 이걸 입고 있으면 언젠간 피이쨩과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골랐는데. 피이쨩에게 나의 사랑을 알려주고 전달해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니.

그래서 내가 피이쨩을 만나지 못했던 걸까.

이런 생각을 할 때, 마유미 군과 아마미네 군이 별안간 나를 부르기 시작했어.

"이봐, 모모히토, 여길 와 봐라!"

"진짜 모모히토 선배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아마미네 군이 무언가를 가리켰어. 바퀴같이 생긴 무언가였어. 중심은 투명했는데, 착용자의 마력의 색에 따라 색이 변한다나 봐.

저, 저런 게 내 의상에 어울릴까.

"딱 봐도 뭔가 빨라 보이지 않아요? 시각적 효과부터가 끝내주는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잖아.

"보다 날렵하게 움질일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니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잖아.

두 사람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어. 네 개의 눈이 반짝거렸어.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데. 디자인도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고.

마음은 거절하고 싶지만, 두 사람의 표정을 보니 그걸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어.

그래, 한 번 착용해 볼게.

신발 양 옆부분에 하나씩 붙였어. 생각만큼 안 어울리지는 않더라. 잃어버린 물건을 드디어 찾은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어.

너희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

"와, 딱 모모히토 선배를 위한 아이템이네요!! 금속의 색도 그렇고, 정말 잘 어울려요!!"

"모모히토의 아바타는 여러가지의 이미지가 집약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바퀴를 닮은 부속품을 곁들이니 그 특이한 느낌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헤헤, 두 사람, 그렇게까지 칭찬을 할 일이니?

당사자보다 너희가 훨씬 즐거워 보였어.

이렇게 칭찬을 하고 좋아해 주는데 안 살 수 없었겠지.

"그럼 이걸로 주세요. 모모히토 선배, 이건 내가 살게요!"

뭐? ...그래도 돼...?

"당연하죠!! 에이신 선배는 이미 쿠키를 가져오셨는데, 저 혼자 선배를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고요!!"

"슈, 혹시 이것도 경쟁의 일종이니?"

"아뇨. 뭐,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도 저도 기껏 만난 모모히토 선배에게 뭐라도 하나 해 드리고 싶다고요!!"

정말 너희는 정말 너무나도 순수하고 정직해. 

질투가 나 버릴 정도로.

나는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선물을 받게 되었어.

"네, 100엔 입니다!"

"헤헤, 감사합니다."

상점 주인에게 아이템을 받자마자 바로 아이템을 착용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어.

자연광을 받으니 새로 마련한 장비가 나의 의상과 더욱 어울리는 것 같았어.

정말 너희 말대로 잘 어울렸어. 잃어버린 물건을 이제야 찾은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나의 신발과 위화감이 없는 디자인과 색깔이었어.

이제 이걸로 더욱 빨리 몬스터들을 물리치고 1등이 될 수 있겠지. 

그러면 나는 피이쨩을ㅡ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우리도 뭐 사요, 에이신 선배."

"나? 나는 딱히 구입할 만한 게..."

내가 한눈 파는 사이에 너희는 앞장서서 상점가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

"저는 이걸 사고 싶어요. 이 부적 어때요?"

"'드. 랍. 운.' ...너는 정말 대단하구나..."

"왜 말 끝을 흐려요? 선배야 말로 어제 무기 얻었잖아요 조용히 해요! ...아. 그리고 마나 포션도 사 놔야 겠어요. 조만간 필요할 것 같아서 미리 쟁여놔야지."

"선배는 뭐 살 거 없어요?"

"글쎄, 기능도 모르고 효과의 지속성이 어떤지도 모르니 뭘 구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흥, 그래요?"

"...아, 여기 '전국 과일 도감'이 있네. 이걸 구입해 볼까."

"그거 선배가 직접 과일을 얻어서 기록하면서 도감을 채우는 건데 괜찮아요?"

"직접 모을 수 있고 기록도 할 수 있다고? 오히려 좋아. 그럼 난 이걸 선택하지."

두 사람은 이럴 때만 보면 형제같아. 완전히 다르게 생겼는데, 하는 생동이나 성격은 비슷하달까.

둘이 함께 있으면 눈이 너무 부셔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겠어. 눈이 따가워.

"드랍운 부적과 마나포션 10세트, 합해서 200엔 입니다!"

"...그럼 설마 이것도...?"

"100엔 입니다!"

"...『리플렉션 월드』는 100엔샵이구나."

"뭔 소릴 하시는 거예요?!"

계산을 끝마친 너희에게 물었어. 우리 그러면 이걸 사는 걸로 오늘 모임은 끝인거야?

아마미네 군의 표정이 이상하게 

"아뇨? 모모히토 선배, '게임 시작하기 전'에 쇼핑하자고 했잖아요? 그러니 게임 한 판만 하기로 해요!"

에... 그런... 거였구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 강해서 제대로 기억 못 했을 지도.

"이왕 들어온 거 스테이지 한 번은 돌아야죠!! 기껏 구매한 아이템 성능도 확인해 보고요!!"

"그러네. 모모히토의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걸."

또 다시 두 사람은 내게 눈을 반짝였어.

헤헤... ...그래, 빨리 끝내도록 하자.

ㅡ사실은, 그래. 나는 너희와 함께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

그냥, 셋이서 함께 놀이를 하는 행위를 "일상"으로 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달까.

생각해 봐, 안그래도 아이돌 일을 하면서 질리도록 얼굴을 보는데 여가 생활에까지 서로를 본다는 건 우리들에게 힘든 일이 아닐까?

내가 있어봤자 너희에게 폐가 될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나는 게임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앞을 나아가고 있으면 너희는 저 멀리 가 있을 것 같은 그런 미래를 현실로 마주하는 것이 싫었어.

"뭐야, 모모히토 선배 2-4까지 한 거예요?? 심지어 

"그걸 어떻게 확인한 거야?"

"여기 스테이지 밑에 보석 모양 마크 있죠? 이게 유물을 찾았다는 뜻이에요. 와... 진짜 선배 언제 이렇게 전부 깬 거예요??"

그건... 그 때 즈음에 너희가 보물에 대해서 이야기해 줘서, 나도 너희 몰래 계속 찾다 보니 거기까지 가게 되었네.

"와... 어떡하죠, 에이신 선배. 저희도 모모히토 선배 따라잡아야 겠는데요."

"그런가..."

"...하여튼! 저흰 2-2를 깨야 되니 일단 모모히토 선배가 저희를 도와주셔야 될 지도요..."

내가 너희를 도우면 된다고...?

"그렇지, 마침 아이템의 기능을 확인하는 겸 네 힘을 마음껏 펼쳐도 좋을 것 같아."

에, 

내가... 너희 대신에 주목을 받아도 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모모히토. 너는 우리의 소중한 동료인걸."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모모히토 선배, 함께 2-2 돌아요!!"

너희가 그렇게 말을 하니 나도 그 마음에 응할 수밖에 없었어.

그럼... 그렇게 할까...?

우리는 그렇게 2-2 스테이지로 향했어. 거대한 바위가 우리 앞에서부터 굴러오는 게 보였어.

내게는 익숙한 광경이지만, 당시에는 이걸 피하지 못해서 맞는 일이 흔했어.

이제 아마미네 군과 마유미 군이 골라 준 장식이 과연 이걸 피할 정도의 효과를 보여줄까, 네.

한 발짝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어.

"오, 모모히토! 너 확실히 전보다 빨라진 듯하다!"

"진짜로 체감이 되네요, 선배!!"

정말이다.

얼마나 빠르겠어,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이렇게 내 앞의 배경이 순식간에 내 코 앞에 다가왔어.

그리고 매번 한 번씩은 맞았던 장애물에 더 이상 타격을 입지 않게 되었어.

그런데 뭐랄까...

"평범한... 모모히토 선배의 걸음걸이와 달리기 같아요."

내 생각과 아마미네 군의 생각이 일치했어. 정말로 나의 원래 속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야.

"흐음... 확인해 보니, 그 액세서리가 속도 스탯을 올리는 최적의 아이템이래요. 그런데 최대치의 속도를 붙여서 그 정도인 거면... 모모히토 선배의 아바타가 상당히 느렸다는 뜻이 되네요... 그동안 어떻게 버티신 거예요..."

피이쨩을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그래서 극적인 변화를 원했는데, 그냥 "나"와 같은 속도가 되어버렸네.

"아쉽지만, 이걸로 만족을 해야겠군. 대신 네가 전력을 펼칠 수 있도록 내가 지원해 주겠어."

마유미 군은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에서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더니 한 발로 멋지게 착지하는 동시에 어느것 우리를 향해 달려오던 적들에게 화살을 쏘았어.

대미지가 약하긴 했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막아냈지.

마유미 군이 지원형 스피드계 아바타라고 했던가.

그걸 차치하고서도, 마유미 군은 정말 아름다워.

저 기품있고 강단이 있는 동시에 유연함과 우아함이 느껴져.

언제나 생각하지만, 마유미 군의 움직임은 마치 물 위의 두루미같아.

어떻게 저렇게 자유로이 화려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내가 무대 위에서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떨까.

"이제는 네 차례야, 모모히토."

잘 다듬어진 보석처럼 빛나는 얼굴과 미소.

감히 눈을 맞출 수 없는 화려함.

한 사람에게서 이렇게 다양하고 찬란한 빛이 날 수 있을까, 하고 계속 바라보게 돼.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짜증나. 

나의 붓과 물감으로는 따라할 수 없는 빛을 자기만 모두 지니고 있어. 

이런 현실을 마주치기 싫어서 너희 몰래 이 곳에 들어온 건데, 결국 내가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너희를 계속 인식해야 하는 운명을 받게 된 걸까.

세상은 어떻게 이리도 불공평할까.

그런 마음이 나의 도끼질을 더욱 강렬하게 해.

찍고, 찌르고, 휘두르고.

정의감이란 1 나노미터도 없는, 단순히 절박함에 기반한 도끼질.

한 번 스쳐 지나간 검기에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어.

단순히 나의 점수를 위해. 팀원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팀원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하지 않는 이런 나를 그렇게 믿어도 되는걸까.

정말로 내가 너희의 동료가 될 수 있는걸까.

"심림의 사자를 상대하던 모습을 봤을 때도 생각하지만, 네게는 분명히 큰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것이 곧 도끼를 다루는 힘에서 발현되는 거겠지."

그런 낯뜨거운 분석을 해도... 나의 마음은 네게 없는데도.

"정말 모모히토 선배는 최고야!! 이제 앞으로 가요!!"

아마미네 군의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저 뒤에서 들렸어. 

"에이신 선배, 이 배틀 구역은 일단 꽝이에요."

"유물이 없었구나... 이번에는 내가 찾도록 하지. 슈는 모모히토와 함께 적들을 정화하길 바라."

"정화"라니. 마유미 군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다른 길로 향했어.

"이해해 주세요. 저 선배는 좀 저희와 다른 걸 하고 있는 느낌이라서."

그렇구나...

하지만 별 궁금증은 생기지 않아서 이이상 물어보지는 않았어.

그런데 물어볼 걸 그랬나. 나와 아마미네 군 사이의 정적이 조금 신경쓰였어.

...또 우리 둘이 남게 되었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요. 저는 이제 모모히토 선배와 함께 여행을 하고 몹을 잡는 걸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아아, 아마미네 군에게서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어.

윤슬처럼 찬란한 빛.

아마미네의 빛은 마유미 군의 그것과는 분명히 달라.

마유미 군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나의 시야를 완전히 물 속으로 빠뜨리는 듯한 푸른 빛을 온몸에 두르고 있어.

"아마미네 군"이라는 세계 외에는 어떤 곳에도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빛.

어떤 것으로도 따라할 수 없는 그런 빛. 

만재.

모두의 기대를 한 번에 받고 그 기대를 전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인간.

절대로,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후광.

하지만 그래서 나는 네 빛을 따라가게만 돼.

그 빛에 도달할 때 즈음이면, 그 날은 내가 불나방처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빛의 힘을 느끼게 되는 날이 되겠지.

네가 뿜는 빛을 내가 가지고 싶어.

조금의 티끌도 남김 없이.

그렇게만 된다면 여한이 없을 텐데. 그렇게만 된다면 나의 삶에 조금이라도 빛이 들 텐데.

헤헤... 아마미네 군은 언제나 밝구나. 언제나 긍정적이고.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그게 곧 내가 네게 아직은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유, 내가 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겠지.

너는 심지어 내게 몬스터를 잡을 기회를 주었어.

내가 너를 이기려 하는 건 상정도 하지 않고.

"선배, 마음껏 날아올라요!!"

응...!

난 네가 골라준 새로운 날개를 달고 전장을 활보했어.

적응하면 적응할 수록 몸의 움직임이 가벼워졌어.

정말로 인간의 적응력이란 신기해. 순식간에 도구에 적응을 하다니.

하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은 여전히 너희에게 적응하지 못했어.

마유미 군의 움직임을 따라할 수 없는 나, 아마미네 군의 총명함을 따라할 수 없는 나에게 쏠려 있었어.

...어쩌면 피이쨩을 만나지 않은 게 다행이었을 지도 몰라. 자신이 선택한 아이돌이 자신과 같은 소속의 다른 멤버들에게 이런 마음을 품고있단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

나는 내 앞의 적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갔어. 도끼의 움직임이 훨씬 빨라지니 보다 많은 적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지.

나는, 이 세계에서 만큼은 아마미네 군과 마유미 군보다 훨씬 강해지고 싶어.

미니게임에서는 너희에게 지고 말았지만, 그 외의 것에는 절대로 너희에게 지고 싶지 않아.

나는 이 게임에서만큼은 최고가 되어서 너희가 나를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거야.

그리고 나는 피이쨩을 완벽하게 에스코트하는 멋진 사랑의 천사가 될 거야.

내가 발키리라는 것은 알 바가 아니야.

내 스스로가 사랑의 천사라고 생각하고 있는걸.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강하게.

내 앞의 모든 장애물을 피하고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며,

나는 더욱 강해지지 않으면 안 돼.

그래야 내가 빛날 수 있어.

그래야 나는 사람들의 눈에 띌 수 있어.

그래야 나는 살아남을 수 있어.

"대단해... 스테이지 플레이 시간이 10분도 걸리지 않았어... 모모히토 선배, 최고예요!!"

아마미네 군의 목소리를 듣고 앞을 봤어. 거울 기둥까지 깨뜨린 뒤였나 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도끼를 휘두르고 전진하다 보니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네.

"뭐야, 벌써 끝난 거야?"

"선배가 늦는 거 아니에요...? 언제나 선배 때문에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잖아요!"

마유미 군이 이제서야 나타났어. 빈 손인 걸 보니 보물은 찾지 못한 것 같았어.

헤헤, 이번에는 완전히 꽝인가 보네. 그래도 너희에게 힘이 되어서 다행이다.

, 라고 나는 말했어.

"뭐, 어차피 모모히토 선배를 따라잡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하지만요. 자, 이제 나가도록 해요!! 오늘은 이대로 끝내도 될 것 같아요!! 모모히토 선배의 움직임을 확인했으니까요!!"

아마미네 군이 우리의 앞에 자신의 미라주 컴퍼스를 가져다 댔어.

너희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을 또 다른 공간에서도 하게 되다니. 정말 묘하다.

정말 질리도록 해 왔던 건데, 자연스럽게 나는 너희와 함께 웃고 너희와 함께 자세를 잡게 돼.

이미 몸에 익어버린. 하지만 마음이 나의 손발을 당기는 듯하기도 한.

우리는 게임기 속에서 나왔어. 마유미 군은 사물함에 다가가 가지고 왔던 종이가방 하나를 내게 건넸어.

"오늘 정말 즐거웠다. 너도 그렇게 느꼈길 바라."

응. 나도 그렇게 느꼈어.

아마미네 군도 내게 말했어.

"모모히토 선배, 진짜 최고예요!! 드디어 우리에게도 화력 멤이 와서 정말 기뻐요!!"

유능한 동료를 얻었다는 걸 의미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 속에는 "나"와 만나 기쁘다는 의미도 있음을 나는 잘 알았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응. 고마워.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야. 다음에도 잘 부탁해.

우리끼리 또 다시 이상한 기류가 생기려는 틈에 마유미 군이 기지개를 켰어.

"이제 가서 쉬어야지. 너희도 쉬어야 하지 않겠니?"

"그래야겠죠? 오늘은 그냥 여기서 헤어지는 걸로 해요. 연속 두 번은 저라도 힘드네요."

"그런데 우리도 다음에 모모히토의 진도에 맞추려면 우리끼리 서둘러 2-4까지는 클리어해야 겠지?"

"오, 정말 모모히토 선배가 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에이신 선배가 스테이지 클리어에 열의를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그래...? 헤헤, 내가 너희의 성장에 도움이 되어서 정말 기뻐.

나보다 진도가 느려도 되는데. 내게 전적으로 모든 걸 맡겨도 되는데.

"그럼 조만간 에이신 선배와 2-4까지 클리어하고 모모히토 선배와 최종보스를 때리기로 해요!!"

"미안한데 '때린다'는 표현은 좀..."

"어차피 디지털 덩어리일 뿐인 몹인데 어때요! 이상한 데에서 깐깐하시네!"

한참을 둘이서 떠들더니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어. 여전히 너희에게는 빛이 드리워져 있었지.

그 두 개의 빛은 쉴 틈 없이 빛나고 또 앞을 밝혔어.

"이틀 동안 푹 쉬고, 사흘 후에 다시 보자, 모모히토."

마유미 군이 짜증나는 상냥함을 내게 드러냈어.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그 상냥함을 돌려 주었을 뿐이야. 

"모모히토 선배와 우리가 좀 더 친해졌길 바라요."

아마미네 군이 그 보기 싫은 미소를 내게 드러냈어. 나는 그저 웃어줌으로써 미소를 반사해 주었을 뿐이야.

그렇게 나는 너희와 헤어졌어.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마유미 군이 선물해 준 쿠키를 먹고 있어. 역시 고가의 쿠키는 다르구나, 적당히 단 맛과 풍부한 버터의 향이 나.

입 안은 꽉 차 있는데, 왜인지 배는 허하네. 왜일까.

손에 쥐어져 있던 미라주 컴퍼스를 들여다 봐.

이 아이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너희와 함께 상점가를 구경하고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꿈을 꿀까?

피이쨩의 꿈을 꾸고 있는걸까?

나는 마유미 군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네가 짜증나.

나는 아마미네 군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네가 싫어.

하지만, 너희와 게임을 함께 하는 건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는 더더욱 질리도록 서로를 마주하겠지. 앞으로 우리는 더더욱 질리도록 서로와 부딪히겠지.

하지만, 그게 마냥 싫은 일은 아닌 것도 같다고 지금은 말할 수 있어. 

왜일까. 방금 전까지는 그러지도 않았는데.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음을 깨달았어.

쇼핑을 하는 것도, 아이템 성능 시험을 하는 것도, 그리고 너희와 함께 게임을 한 것도.

전부.

언젠가는 너희와 함께하며 진심으로 순도 100퍼센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더 이상 너희에게 짜증도 싫증도 느끼지 않을까?

그런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어.

이상, 누군가에게는 닿지 않을, 누구에게 닿게 둘 수 없는 수신인 불명의 나만의 편지.

-To be continued


지금까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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