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9. 레이드 스테이지에 참가하자! ②
2023.09.09에 작성
/Vv히데vV는 한참을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과 함께하지 않았던 동료가, 에이신과 자신이 게임을 하러 간 동안 줄곧 혼자였던 그 동료가 사실은 자신들과 같은 『리플렉션 월드』의 플레이어였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충격 그 자체이다. 어떠한 일로 이 선배는 내 앞에 있는 걸까. 왜 선배는 그동안 내게 이 사실을 말하지도 않다가 이렇게 마주친 걸까. 왜 만나도 하필 나와 만난 걸까. 이 기괴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 그러나 자신에게 일어나 버린 일, 부딪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고통스러운 진실도 알고 있다. 힘겹게 입을 열기 시작하는 Vv히데vV.
Vv히데vV: ...선배, 언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신 거예요?
PMxoxo: ...그... 그건... 미안하지만 말해줄 수 없어.
Vv히데vV: ...저보다 레벨이 높으면 저희와 비슷한 시기에 한 게 아닌가요...?
PMxoxo: 미안, 나중에는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못 하겠어.
/정적. Vv히데vV는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될지 전혀 모르겠다. 관계가 리셋되어 버린것만 같다.
Vv히데vV: ......우리가 처음 녹음할 때 생각나네요. 서로가 처음이라 말을 잘 안 했죠...
PMxoxo: 하하... 그러게. 여기서는 또 초면이라 그런가.
Vv히데vV: 것보다... 선배가 버서커를 하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선배라면 마법 계열일 거라고 멋대로 생각했거든요.
PMxoxo: ...헤헤, 내가 그런 이미지였던가... 예쁘게 봐 줘서 고마워...
/정적. 보통 둘 다 말을 하지 않거나 묘한 긴장감이 공기를 타고 느껴질 때면 에이신이 나타나는 게 클리셰이다. 에이신이 보고 싶다. 에이신 선배! 그러나 이 곳은 레이드 스테이지. 보스 배틀에 돌입해야만 중재자를 만날 수 있다. 그와 눈물의 재회ㅡ그러나 정말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 비유에 불과한 표현ㅡ를 하기 전까지 이 상태로 정지될 수 없다. 무엇보다 나는 천재이다.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한다...!
Vv히데vV: ...저 그러고보니 저희는 서로를 뭐라고 부르면 돼요?
Vv히데vV: 단, 절대로 이름 부르기 금지. 여기는 레이드라서요.
PMxoxo: 그러네. ...여기서는 우리가 본명으로 부르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닉네임으로 부르도록 하자.
Vv히데vV: 네, 좋은 생각이에요.
Vv히데vV: ...저는 "히데"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Vv히데vV: 저 그럼... 선배를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PMxoxo: ..."피모"라고 불러 줘^^
/또 다시 정적. 이거는 Vv히데vV가 자신의 현실 동료의 닉네임을 기억하기 위한 상투적인 정적이다.
Vv히데vV: "피모"...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피모님!
PMxoxo: ..헤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히데님*^^*!
다이나믹솔로: 아, 슬슬 몹들 몰려옵니다, 여러분. 집중하세요.
/"다이나믹솔로"라는 플레이어의 말대로, 저 앞에서 항아리 슬라임 무리가 달려오기 시작한다. 자기 몸보다 무거운 항아리를 뒤집어 쓰고도 열심히 달려오는 슬라임들 앞으로 네펜데스 열 송이가 지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배틀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Vv히데vV는 언제나처럼 아테나와 아레스를 소환하여 슬라임들을 향해 총탄을 날리기 시작한다. 일반 스테이지보다 몬스터의 레벨도, 개체 수도, 이들의 속성도 완전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테크닉과 스킬의 사용이 중요하다.
Vv히데vV: 읏, 역시 테크닉만으로는 좀 버거운걸.
Vv히데vV: 올림피아!!
/자신의 주위에 나타난 길쭉한 패널들과 작은 패널들의 합동공격을 명령한 상태로, Vv히데vV는 갓 노우즈를 착용하고 배틀 맵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레이드 스테이지를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신의 포지션과 속성이 어떤지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모두가 질서 없이 적에게 달려들어 그들을 쓰러뜨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슬라임을 쓰러뜨린 Vv히데vV는 오른 엄지로 이마를 짚고 몇 초간 고민한다.
Vv히데vV: 흠. 역시 레이드라서 쉽게 쓰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네. 여러분!!
/그러고는 스카이 서밋을 장착하여 원래의 크기보다 두 배는 커져 있는 자신의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다른 유저들의 시선을 끈다. 그와 떨어져 네펜데스 두 송이와 겨루고 있던 PMxoxo 역시 그를 바라본다.
Vv히데vV: 무작정 때리지 마시고, 저 녀석들에게 방어력 약화 효과를 걸 수 있거나 저희에게 강화 효과를 걸 수 있는 분들은 그 스킬 좀 써 주세요!! 그리고 공격 전용이신 분들은 앞으로의 체력을 생각해서 혼자서 너무 많은 몹을 쓰러뜨리려 하지 마시고요!!
Vv히데vV: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속성이 무엇인지 확실히 숙고해 주세요!! 레이드전에는 모든 속성의 몹들이 나오니, 여러분이 유리한 녀석들을 먼저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에요!!
Vv히데vV: 저희 팀은 정말 최고의 전력을 가진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함께 협력합시다!!
/Vv히데vV의 지시에 따라서 멀리 있는 플레이어들이 그들만의 다양한 효과를 아군과 적군에게 부여하는 모습이 확인한다. 약화 효과를 잔뜩 받은 몬스터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듯 비틀대고, 반대로 강화 효과를 받은 플레이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시작한다. PMxoxo는 전장의 흐름을 휘어잡는 Vv히데vV의 모습을 그저 가만히 지켜본다. 평소와 다른 의상을 입고 있지만 통솔력과 상황분석능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피어있지만 어딘가 엉성해 보인다.
PMxoxo: ...헤헤, 역시 아마미네 군이네. 나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PMxoxo의 마지막 대사에는 힘이 실리는 듯하다. 그 힘이 손에도 전해진 듯, 거대한 도끼를 위로 들어올려 자신 앞에 있는 네펜데스 무리를 향해 찍어내린다. Vv히데vV와 PMxoxo의 팀이 순조롭게 몬스터를 퇴치하고 있을 무렵.
파이팅요요: 저기 죄송한데 여기 힐러 없나요?
매킨토시: 아, 회복 능력이라면 미약합니다만 있습니다.
파이팅요요: ... 헤... 인도자 치고는 힐량이 미약한 거 아닌가요?
매킨토시: ...그렇군요. 정진하겠습니다.
탑오브더월드: 매킨토시님, 저도 빨리 도와주세요ㅠㅠ!!
매킨토시: 네, 갑니다.
/매킨토시는 모두가 득달같이 몬스터를 향해 자신의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틈을 타서 인도자 컨셉으로서 성실히 자신이 맡은 바를 해내고 있다. 수많은 몬스터들의 공격을 유연하게 피하며 타격을 입은 팀원들 한 명 한 명을 신속히 치유하는 동시에 그들 가까이에 있는 몬스터들을 화살 광선으로 견제하는 식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들의 네 배 이상으로 다리를 바삐 움직인다. 그러나 현재의 그는 역시나 팀원들에게 완전한 인도를 할 수 없는 한낱 신참내기 플레이어일 뿐이다. 아직까지 다양한 스킬을 구사할 수 없으니 1초마다 소량으로 회복되는 기본 능력에만 의지해야 한다. 다들 "지원형 컨셉 인도자"라는 타이틀로 전혀 제대로 된 강화 효과를 부여하지 않는 매킨토시를 향해 눈빛으로 무언의 비난을 퍼붓기 시작한다. 스킬이나 테크닉이 좋지 않으면 지휘라도 잘 해야할 터인데, Vv히데vV처럼 게임의 공략법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정말로 그 사람의 말과 똑같이 흘러가고 있다...
칠리맛감자칩: 하하, 고생 많으시네요. 그런 식으로 계속 서폿하시면 될 거예요!
/그래, 이 말.
매킨토시: ...네?
/매킨토시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짧고 얕게 한숨을 쉰다. 인도자 컨셉은 컨트롤이 어렵다. 무엇보다도 "매킨토시"라는 아바타는 하자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매킨토시는 그의 말처럼 어영부영 겉돌다가 끝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MVP를 얻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저 진심으로 자신의 팀원을 구하고 싶고 그 구실을 제대로 하고 싶은 것 뿐이다. 어렵다는 이유로, 잘 못 설계되었다는 이유로 결코 자신이 겉돌아도 된다고 정당화하고 싶지 않다. 나도 나름 『리플렉션 월드』의 플레이어이다. 그러던 중, 갑자기 머릿속에서 팟, 하고 붉은 빛이 자신의 눈 앞에 스쳐지나가는 것을 본다. ...그래, 비록 이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인도"할 수는 있다! 그건 바로.
칠리맛감자칩: 혹시 제게도 힐을ㅡ
매킨토시: ㅡ헛!
칠리맛감자칩: 어라?
/깊은 고뇌에 빠져 칠리맛감차칩의 말을 듣지 못 한 매킨토시는 자신이 바라본 그 붉은 빛을 추적하듯 가공할만한 각력으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스텝을 가볍게 밟으며 뒤를 돌아보고는, 그 상태로 위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뒷구르기를 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발 밑으로 광선을 쏘아 그것을 발판 삼아 밟고 밀어내는 반동을 이용하여 적 진영의 뒤쪽으로까지 마치 화살처럼 날카롭게 날아간다.
II최강걸II: 어.
미소화원: ...왜 그래?
II최강걸II: ...저 스텝...
큐티S2아야: 스텝이 왜?
II최강걸II: ... 정말 날렵하다고! 마치 왈츠를 추는 것 같지 않니?!
미소화원: 에이, 뭐야~
/이 세 플레이어가 사담을 너누던 사이, 매킨토시는 이미 여전히 공중에서 전광석화로 움직인 자신을 인식하지 못 한 적들을 향해 굵은 화살 광선을 쏜 뒤였다. 발사되는 순간 세 갈래로 나뉜 화살 광선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적들도, 광선의 기운에 휩쓸리는 적들도 온 신경이 놀란 듯 그 상태로 경직된다. 사교 댄스의 춤선을 이런 데에서 쓸 날이 오다니. 잠시 다른 생각을 가짐에도 매킨토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킨토시: 발르 미장센!
/이제 적들은 더 이상 인간들을 공격하지 못 한다. 그저 가만히 자신들을 매료한 주체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매킨토시는 나지막히 숨을 들이마시고는 저 앞의 플레이어들에게 외친다.
매킨토시: 후,
매킨토시: 이제 여러분들 차례입니다. 어서 이들을 정화하세요!
/"정화"라는 표현에 의아한 눈치를 잠시 보이지만, 이내 그의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를 돌아보고 있는 적들을 차례로 빛기둥으로 만든다. 먼저 매킨토시의 앞에 선 칠리맛감자칩이 놀라움과 즐거움이 섞인 미소를 비추며 그의 오른손을 덥석 잡는다.
칠리맛감자칩: 우와, 매킨토시님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 거죠?? 인도자 치고는 정말 특이해요! 인도자 치고 이런 플레이도 가능하구나 싶어지네요!
/그의 찬사에, 상대는 쓴 맛 느껴지는 미소로 그의 말을 돌려준다.
매킨토시: 제 아바타가 "인도자 치고" 워낙에 특이하게 만들어져서요.
/칠리맛감자칩은 두 번째로 매킨토시의 언행을 이해하지 못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그가 물어보려 결심한 찰나, 다른 플레이어가 입을 연다.
릴리원더랜드: 저기, 다음 배틀을 향한 길이 열린 것 같아요.
MK0719: 그러네요. 함께 다음으로 나아갑시다.
/폭풍과도 같던 첫 번째 배틀이 끝나고 두 번째 배틀이 시작된다. Vv히데vV는 갓 노우즈를 착용한 채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동선을 파악한다. 이번에는 질서정연하게, 자신의 포지션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 진을 치기 시작한다. 방패를 자신의 앞에 세우고 직진하는 팔랑크스를 선두로, 버서커인 PMxoxo를 비롯한 근거리 플레이어들이 전진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연금술사와 소서러 등의 원거리 컨셉이 줄을 맞추어 걷는다. Vv히데vV는 근거리와 원거리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자신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지 확인하려 한다. 윈디울프 앞으로 다수의 네펜데스가 솟아 올라온다. 윈디울프는 눈을 질끈 감으며 자신에게 일제히 발사되는 온갖 분사물을 꿋꿋이 막아낸다. 그가 "으윽!!"하고 비명을 지르며 모든 공격을 감내하는 동안, 근거리 컨셉의 플레이어들은 몬스터 무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다. PMxoxo 역시 자신의 속성인 "암(暗)속성"이 상대할 수 있는 광속성 몬스터들을 찾아 도끼의 검날을 번득인다.
Vv히데vV: 확실히 첫 번째 배틀에 비해서 자리가 제대로 잡힌 느낌! 그러면 나는 이제 뒤에서 저 분들을 보조하는 느낌으로 플레이해야겠어!
/Vv히데vV는 원거리 공격형 플레이어들과 함께 멀리서 근거리 플레이어들을 노리는 몬스터들을 마법구와 총탄으로 물리친다. 그들의 서폿을 받은 근거리 플레이어들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위험이 최소화된 상태로 자신의 힘을 양껏 발휘한다. 그런데 "조세브"라는 격투가가 네펜데스 무리를 상대하는 도중 한 마리를 놓쳐버린다. 그 적의 시선은 잠시 다른 플레이어들을 엄호하고 있던 Vv히데vV를 관통한다. 이 현장의 가장 가까이에서 다른 광속성 몬스터를 탐색하던 PMxoxo가 상황을 목격한다.
PMxoxo: ㅡ히데님, 뒤에!!
Vv히데vV: ...어?!
/Vv히데vV가 방심하던 사이, 그의 뒤에 있던 네펜데스가 불 덩어리를 뱉는다. Vv히데vV는 아테나를 불러 방어태세를 잡게 하려 하나, 그 작은 패널은 저 멀리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보조하고 있어 이 곳에 도착할때 즈음에는 이미 날아오는 것에 정통으로 맞을 것이다. 표적의 명치에 불이 명중하기 직전, PMxoxo가 도끼날 하나를 그 틈으로 통과시킨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그 불 덩어리는 도끼날에 붙어 맥없이 힘을 다한다. Vv히데vV는 자신이 무사한 것보다 PMxoxo의 무기에 특수한 기능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 크게 놀란다.
Vv히데vV: 뭐야. 그 도끼날, 따로따로 움직이는 파츠였어요??
PMxoxo: ...헤헤, 그런가 봐. 이 도끼의 이름은 "비터 스위트 러브"인데, 내가 생각하는 대로 도끼날이 알아서 움직여 주는 능력이 있는 듯해.
Vv히데vV: 헤- 그렇구나. 이 게임에는 제 머리로도 구상할 수 없는 다양한 무기들이 존재하나 보네요!!
PMxoxo: 그렇지? 나도 처음 다뤘을 때 갑자기 멋대로 돌아가고 그래서 꽤 놀랐어. 지금은 이렇게 자유롭게 다루지만 말이야.
Vv히데vV: 하지만 멋져요!! 이렇게 어느 파츠가 변형되거나 특정 부분을 원격 조종하는 거 제 로망이거든요!!
PMxoxo: 그러는 히데님의 무기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손을 몇 번 움직이면 갑자기 이런 기계들이 나타나고 말이야.
/두 사람은 어느새 자신들이 서로에게 어떤 어색함도 미련도 없이 평소와 다름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동시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는 동시에 도로 바닥을 바라본다. 얼굴이 상기되는 것같다. 동공이 흔들리는 것같다. 고개를 들면 또 낯부끄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 같다. 멍하니 서 있는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항아리 슬라임 무리의 등장이 조금은 고맙게 느껴진다. Vv히데vV와 PMxoxo의 눈빛은 일순간 냉철함을 두르고 자신을 노리는 표적을 향해 나아간다. Vv히데vV는 저 멀리 있던 아테나를 불러 전투태세로 전환한 후 PMxoxo의 옆에 배치시킨다. PMxoxo는 그의 마음에 응하여 도끼날 하나를 Vv히데vV의 옆에 둔 채, 대낫 하나로 몬스터들을 상대하기로 한다.
PMxoxo: 히데님, 엄호를 부탁해!
Vv히데vV: ...하핫, 네, 피모님!
조세브: 늦었지만 죄송합니다, 히데ㄴ... 어라.
조세브: 저 두 사람, 같은 길드원도 뭐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저렇게 합이 잘 맞냐?
윈디울프: 그... 그러게요... 정말 마치 아이돌의 칼근무 같아요...!
/윈디울프의 말대로, Vv히데vV와 PMxoxo의 합동 전투의 모습은 흡사 아이돌의 무대를 연상시킨다. PMxoxo의 도끼는 물결과도 같은 포물선을 그리며 유연하면서도 묵직하게 적들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Vv히데vV의 현란한 손동작으로 만들어지는 푸른 빛에 몬스터들은 하나둘 쓰러진다. 가볍고도 강렬한 이들의 몸짓으로 이루어지는 공연은, 이윽고 적들이 남기는 빛무리로 한껏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이 두 사람 주위를 맴돌며 적들을 밀어내거나 공격하는 아테나와 비터 스위트 러브의 하트 모양 도끼날의 동선은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백댄서를 연상시킨다.
Vv히데vV: 이걸로 마무리!!
/Vv히데vV PMxoxo의 옆에서 안무를 추고 있던 아테나를 불러들인 후, 아레스와 함께 자신의 앞에 회전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그들의 회전력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공기탄은 Vv히데vV를 뒤로 밀쳐내는 것과 동시에 전방의 몬스터들을 쓰러뜨린다. 몸이 밀리던 Vv히데vV의 등에서 딱딱한 것이 느껴진다. 비터 스위트 러브로 그의 몸을 받쳐주며, PMxoxo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다정하게 속삭인다.
PMxoxo: 계속 밀려나면 안 되잖아요, 리더님.
Vv히데vV: 아... 하하...
/동료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Vv히데vV는 이제 다른 팀원들과 함께 마지막 관문으로 향한다.
/Vv히데vV와 PMxoxo의 팀은 레이드 스테이지의 마지막 배틀 던전에 당도한다. 보스 배틀은 모든 팀이 전부 도착해야 보스가 나타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나머지 두 팀이 오기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 팀원들이 서로에게 심림의 사자의 공격 패턴을 공유하고 있는 가운데, 면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또 다른 팀이 배틀 맵에 땅을 디딘다. 뒤이어 매킨토시가 소속된 팀이 마지막으로 보스 배틀까지 입장하며 30명 전원이 무사히 보스를 맞이하게 된다. 매킨토시의 얼굴을 보자마자 Vv히데vV는 손을 흔들며 오랜만이라는 듯 인사한다. 매킨토시도 그와의 재회에 기쁜 눈치다.
Vv히데vV: 아! 에... 매킨토시님!!
매킨토시: 너는 아주 멀쩡하구나, 대문자 브이, 소문자 브이, 히데, 소문자 브이, 대문자 브이.
Vv히데vV: 닉네임... 저, 저야 뭐...
큐티S2아야: ...뭐야 얘, 그럼 나는 "큐티, 에스, 이, 아야" 라고 불리게 되는 거야...?
/큐티2S아야의 의문을 끝으로 잠깐의 휴식시간은 끝난다. 땅속으로부터 깊이 울리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분홍 꽃이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Vv히데vV는 이제 모든 플레이어들 앞에서 각오를 다진다.
Vv히데vV: 자, 여러분. 이제 우리는 가장 큰 시련만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레이드 보스는 일반 스테이지 때보다 훨씬 강하지만, 그만큼 우리들끼리 힘을 합하면 각자의 포지션에 맞추어 자신이 해야할 일에 충실하다 보면 큰 피해 없이 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 테니, 30명이서 힘을 합하여 최고의 보스전을 펼쳐보도록 해요!!
Vv히데vV: 건투를 빕니다!!!
/Vv히데vV의 응원은 모두의 사기를 충전하는 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모두가 "파이팅!!"이라고 서로에게 응원을 해 주고는, 용감한 기합소리와 함께 최강의 적을 향해 돌진한다. 세 개의 팀을 이루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이제는 이리저리 뒤엉켜 플레이어들의 마법은 서로 중첩되어 눈을 찢을 정도의 스파크를 일으킨다. 나뭇잎과 덩굴이, 그리고 검기와 지팡이가 어지러이 늘어진 전장 속에서, 매킨토시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큰 부상을 입지 않도록 사방에서 날아오는 나뭇잎을 화살 광선으로 태운다. 현재 서 있는 구역의 나뭇잎을 처리한 다음 왼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초록빛 눈에 비치는 자의 얼굴을 마주하고 놀라움을 금치못한다. 지금까지는 그가 "아는 자"의 입장이었지만, 이번에는 그가 "아는 자"를 보고 놀랄 차례인 것이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상대의 진짜 이름을 말하려다 그의 닉네임을 확인하고 더더욱 소스라치게 놀란다.
매킨토시: ...? 모모.......??
매킨토시: 아니, 네가 그 PMxoxo[피엠 쏘쏘]?
/모모히토가 자신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이전에 들어 본 닉네임을 하고 있다는 복합적인 놀라움을 느끼는 매킨토시와는 달리, 제대로 잘 못 된 그의 발음에 자신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뱉는 PMxoxo.
PMxoxo: 헤헤, 편하게 "피모"라고 불러줘.
매킨토시: 그래, 피모.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피모. ...하하.
매킨토시: 잘 됐다. 너와 함께 똑같은 취미를 향유할 수 있어서.
PMxoxo: !
/PMxoxo는 자신의 동료가 그렇게 쉽게 자신을 용서할 줄은 예상하지 못 한 듯한 눈치이다. 매킨토시는 안도와 기쁨이 담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자신의 책임을 다 하러 자신이 가야 했던 방향으로 다시 향한다. PMxoxo 역시 옅은 미소로 뒤를 돌아보고는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보스를 향해 다가가려 한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한없이 느리다. 10명씩 있을 때에는 눈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PMxoxo보다도 한참 뒤에 있던 플레이어 무리가 그를 손쉽게 추월하는 것을 확인하면 그의 속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저 자들보다 내가 빨리 가서, 저 자들보다 내가 더 많이 보스에게 많은 타격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버서커이자 도끼가 무기인 PMxoxo는 악력을 대가로 속도를 잃은 아바타. 천성적인 신체적 둔함은 어떻게 해도 이길 수가 없다. 눈에 힘이 가득 들어간 채로 최선을 다해서 달리고 있는 PMxoxo의 왼손에 나뭇잎 두 장이 날카롭게 스쳐지나간다. 그의 동작이 느려 그것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Vv히데vV: 하... 다들 코어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네... ...어??
/마침 갓 노우즈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Vv히데vV가 이 순간을 포착한다.
PMxoxo: 앗...!
Vv히데vV: 모모ㅡ
Vv히데vV: 피모님!!!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동료를 향해 앞으로 튕기듯 달려와 그의 손을 잡는 Vv히데vV. 커터칼처럼 날카로운 나뭇잎 두 장이 왼손을 긁고 지나간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다. Vv히데vV는 두 개의 붉은 선을 상대가 아파하지 않을 정도로 살짝씩 어루만진다. 큰 장갑을 착용하고 있음에도 묘하게 온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PMxoxo는 조금 부끄러운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PMxoxo: ......헤헤, 날 위해 달려 와준 거야? 고맙네...
Vv히데vV: 아니 진짜, 무리하지 마세요! "선배"는 언제나 이렇다니까...!! 이러면 "우리"는 큰 전략적 손실을 겪게 되니까요!! 명심하세요!!!
/Vv히데vV는 "전략적"인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PMxoxo는 그 속에서 그의 "상냥함"이 분명히 존재함을 자신의 손으로, 그리고 자신의 심장으로 느끼고 있다. 그가 말하는 "우리"는 이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나머지 29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C.FIRST도 상정하고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무심코 나온 "선배" 또한 Vv히데vV의 심정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PMxoxo는 몇 분 동안은 후배의 생각을 따라가 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의 붉은 눈은 계속 자신의 눈동자색을 닮은 대형 꽃을 향해 있다. Vv히데vV는 그의 진심을 모르고 미라주 컴퍼스를 조작하여 심림의 사자의 것과 달리 작고 뭉툭한 잎들을 꺼낸다.
Vv히데vV: 자요, "마데카 민트"예요. 이런 류의 상처는 이걸로 치료해야 해요.
Vv히데vV: 나중에 가면 이 상처는 큰 타격을 입을 때 원 대미지보다 더욱 큰 대미지를 입게 되고 말아요.
/PMxoxo는 다시금 Vv히데vV에게 눈을 맞추고는 예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려 한다.
PMxoxo: ...그래, 알겠어. 고마워, 히데님^^...
II최강걸II: 메테오라이트!!
/그 사이에 이들의 반대편에서는, II최강걸II은 자신 앞에 있는 덩굴 더미들을 자신의 망치로 뭉갠다. 운석 마냥 불을 내뿜는 망치는 풍속성의 덩굴에 큰 상처를 입힐 터이지만, 역시 "본체"가 아니기에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한다. 이 상황이 마냥 분한지, 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괜히 화를 낸다.
II최강걸II: 이봐, 아야, 세이라!! 피가 전혀 닳지 않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아?!
미소화원: 우리도 열심히 하고 있어!! 다만...
큐티S2아야: 역시 레이드라서 공격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
/이 두 사람은 보스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느라 어떤 공격도 하지 못하고 있다. 미소화원이 떨리는 손에 힘을 겨우 넣고는 가까스로 꽃 한 송이를 그린다. 붓이 떠나는 순간, 꽃은 덩굴을 향해 날아가 폭발하며 덩굴을 감싼다. 자신의 코 앞에 있는 덩굴을 처리하는 데에는 성공하나, 바로 뒤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음울한 녹색 줄이 고속으로 그들을 덮치려 한다. 본능적으로 큐티S2아야와 미소화원은 공포심으로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자신들이 마주하는 것이 가상의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큐티S2아야, 미소화원: 으윽...!!
/비통함으로 거칠어진 덩굴이 두 사람을 덮치려는 순간.
매킨토시: 발르 미장센!
/매킨토시가 자신의 스킬로 공격을 중지시킨다. 큐티S2아야와 미소화원은 포옹을 유지한 채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매킨토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큐티S2아야: 정말 고마워...ㅠㅠ!
미소화원: ㅠㅠ신세 정말 많이 지고 있어ㅠㅠ
매킨토시: 천만에.
/매료 효과로 인해서 어떤 공격도 하지 못하는 덩굴을 뒤로 한 매킨토시는 그들에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도망칠 시간을 준다. 그러고서는 오른손으로 광선을 생성하며 덩굴 위로 올라가 꽃의 중앙부를 향해 그것을 쏜다. 처음으로 심림의 사자에게 제대로 된 유효타를 부여한 그는, 그것이 따가움으로 몸을 움츠리는 동안 덩굴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린다. PMxoxo의 손을 어루만지며 갓 노우즈를 통해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본 Vv히데vV가 다른 이들에게 공략 힌트를 제공한다.
Vv히데vV: 모두들!! 꽃잎이나 덩굴만 때리면 공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저 녀석 안에 있는 빨간 코어를 먼저 공략하세요!!!
소닉스니커즈: 코어?? 그런 게 있던가??
아아중독자: 것보다 저 꽃 안에 있는 거라면 우리가 어떻게 때리면 되는 거예요?! 꽃잎이 저렇게 전속력으로 돌아가는데요??
MK0719: 제게 맡기세요.
/MK0719는 짧게 회답하며 자신의 라이플로 꽃을 조준한다. 매료 효과가 사라져 원기를 되찾은 꽃이 자신의 붉은 잎을 완전히 펼치는 그 순간, 그는 나지막히 "사워 뷸릿"이라고 중얼거리고는 방아쇠를 당긴다. 탕 소리와 함께, 심림의 사자는 덩굴을 휘두를 힘도, 꽃잎을 치켜들 힘도 모두 잃은 채 자신의 코어를 완전히 노출하고 만다. 작지만 강력한 공격에, 어느새 MK0719의 옆에 와서 서 있는 매킨토시는 아수라장도 같은 상황 속에서도 관전을 하며 감탄한다.
매킨토시: 호, 굉장한 기술이군요. 매료와는 같지만 다른 효과처럼 보입니다.
MK0719: 감사합니다. 매료는 정신계 공격이라 적의 움직임을 원하는 대로 제한할 수는 있지만, 시전자의 정신력에 따라 발동될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시전자의 집중력이 분산되거나 빈틈이 있다면 스킬을 시전하는 것 자체에 무리가 따르니까요. 물론 제가 써본 적은 없으니 알 수 없습니다만.
MK0719: 반면, "마비"는 적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타격계이기 때문에 몹이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도록 확실히 무력화시킵니다. 때문에 레이드 보스전에서 보다 큰 힘을 발휘하지만, 지속 시간은 10초로 굉장히 짧습니다. 그러니 지금 타이밍에 어서 함께 공략을 하도록 하지요.
매킨토시: 하하, 효과란 참으로 다양해서 흥미로워요. 감사합니다. 이제 함께 격파를ㅡ
PMxoxo: ㅡMVP를 차지하는 건 나야, 나여아만 해!
/마비의 타이밍을 이용하여 적색 보석에 꾸준히 대미지를 입히고 있는 군중 속에서 PMxoxo가 별안간 포효와도 같은 말을 내뱉더니,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Vv히데vV의 그것을 강하게 뿌리치고 맹돌진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악력이 강화된 아바타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선배에게서 이렇게 강한 에너지가 나오는 건 처음 본다. 레슨과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와는 사뭇 다른, 이 세상에 자신만이 군림해야 한다고 선언하는 황제의 그것이다.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힘이 올라올 수 있는 걸까. PMxoxo는 계속해서 앞에 있던 사람들을 차례차례 밀치며 보스를 향해 돌진한다. 왼손이 조금은 쓰라리지만, 저 앞에 있는 거대한 녀석을 물리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통증은 아무것도 아닌 듯하다. 온갖 약화 효과 세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심림의 사자를 향해 달리는 그의 모습은 용감한 전사보다는 기아에 시달리는 사자와 같다. 그는 앞으로 전진하는 와중에 그 커다란 도끼를 다친 손으로 쥔 채 반대 손을 뻗자, 손바닥 안에 숨겨져 있던 역삼각의 문신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PMxoxo: 펀전트 퍼퓸!!
/보랏빛 안개가 PMxoxo의 주위에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 안개의 향을 맡은 심림의 사자의 신경은 온통 그에게 쏠린다. 그러나 그 안개에 영향을 받은 이는 보스 뿐만이 아니다. 이 스테이지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의 강화효과는 그 안개로 인하여 깨끗하게 사라져 있다. 종잇장처럼 얇디 얇은 그가 자신보다 덩치가 큰 도끼를 들고 최선을 다해서 먹잇감을 향해 달리는 모습에 현장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은 아무도ㅡ심지어 그의 진짜 동료인 Vv히데vV도ㅡ그를 막지 못한다. PMxoxo는 달리는 상태로 지면에 도끼를 찍는 반동으로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르고는 재차 손바닥의 문신에 빛을 밝힌다. Vv히데vV는 그의 존재감에 놀라서 차마 확인하지 못 했던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Vv히데vV: ...피모님, 스킬이 두 개였어...!!
PMxoxo: 스플렌디드 컬러즈!!
/심림의 사자는 속수무책으로 PMxoxo에게 색깔을 빼앗기고, 심림의 사자의 색을 자신의 몸 속에 담은 PMxoxo는 비터 스위트 하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스스로를 아래로 떨군다.
PMxoxo: 하압!!!
/연두빛으로 빛나는 도끼는 원래는 빨간색이었던 잿빛 바위에 닿는다. 캉. 끔찍한 파괴음이 들리고, 이윽고 무언가가 회전하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린다. 드릴처럼 전속력으로 회전하는 도끼날 한 쌍은 검고 차가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가여운 대형 꽃의 보석의 내부로 파고든다. 지금까지 모든 플레이어들의 공격을 크고 연약한 몸에 전부 받아서 그런지, 아니면 자신의 심장과도 같은 부분이 갈려나가서 그런지 심림의 사자의 비명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구슬프게 들린다. 쇠를 못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잦아들고 나서야 도끼는 분노를 멈춘다. PMxoxo는 축 쳐진 회색의 꽃잎을 밟으며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수많은 눈동자들을 향해 걸어나온다.
PMxoxo: 끝났네요ㅎㅎ
PMxoxo: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의 인사에도 한참을 멍하니 있던 플레이어들은 하나하나씩 "아..." 소리를 내며 그에게, 주위에 있는 서로에게, 그리고 자기자신에게 수고의 박수 갈채를 보낸다. Vv히데vV 역시 "하하..."하고 멋쩍게 웃으며 덩달아 스카이서밋끼리 부딪힌다. 탈색된 보스가 빛이 되어 사라지자마자, PMxoxo의 머리 위에서 화려한 폭죽이 터진다. 그가 이번 레이드 스테이지의 MVP인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그는 앞에 있는 자들에게 지금까지의 표정 중에서 가장 밝은 미소를 방긋 짓는다.
PMxoxo: 헤헤, MVP 해버렸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오늘의 MVP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박수를 친다. PMxoxo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자신을 향해 들려 오는 축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박수 소리가 멎어질 때즈음, 플레이어들의 머리 위에서 커다란 보물상자가 하나씩 나타난다. Vv히데vV는 빨간색 상자를 덥석 잡고는 흥분한 표정으로 그것을 열어본다.
Vv히데vV: ...아... 방어 옵 "심림의 갑옷 하의"잖아... 이런 거 말고 공격력을 높이는 옵션을 원했는데...
/또 꽝이라는 실망감에 보물상자를 도로 닫은 Vv히데vV는 한숨과 함성이 겹겹이 쌓인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것이 나왔나 탐색하는 중, 심림의 사자가 맥없이 쓰러져 있는 장수 뒤편에서 매킨토시가 쓸쓸하게 걸어나오고 있는 것을 본다. 언제 또 저기로 간 건지 알 수가 없다.
Vv히데vV: 매킨토시님, 어디 갔다 온 거예요?
/Vv히데vV와 눈이 마주친 매킨토시는 그보다도 잔뜩 상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매킨토시: ...여기에도 없어.
Vv히데vV: ...혹시 "단서" 말씀하시는 건가요?
매킨토시: 맞아, 단서. 일반 스테이지의 상황과 완전히 똑 같아. 아무것도 없어.
/미세하게 축 처진 매킨토시의 굵은 어깨에 자신의 왼팔을 걸며, Vv히데vV는 그를 다정히 위로한다.
Vv히데vV: 에휴, 언젠가는 확인할 수 있겠죠. 다음 기회를 노려 봐요.
/옆에서 소수의 플레이어가 매킨토시를 만나기 위해 걸어온다. Vv히데vV와 매킨토시는 정체가 탄로날까 서둘러 서로에게서 떨어지고는 각자 자신들을 찾는 곳으로 자리잡는다. "Vv히데vV님의 지휘는 정말로 훌륭했어요!!"라고 감탄하는 다이나믹솔로와 파이어요요의 목소리를 가르고, II최강걸II 일행이 매킨토시를 향해 가까이 다가온다.
큐티S2아야: 저기 짧았지만 정말 재밌었어! 그리고 막판에 우리 구해준 거 정말 고마워!!
미소화원: 초면인 네게 연예인 아니냐고 무례하게 대해서 미안했어... 용서해 줄 거지?
매킨토시: 나는 괜찮다. 인간 관계에서 오해와 실수는 당연히 생기게 마련이니까. 나야말로 너희와 만나 즐거웠어.
II최강걸II: 너 정말 멋지더라!! 너만의 플레이를 개척하는 게 정말이지 진정한 인도자같았어!!
/II최강걸II의 갑작스러운 말에 매킨토시의 동공이 확장된다. 물론 그는 자신의 표정이 어떤지 파악하지 못한다.
II최강걸II: 헤헤, 기분 좋아진 것 같은데! 놀리는 게 아니라 내 말은 진심이니까!! 언젠가 『리플렉션 월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잘 있어~~!!
/매킨토시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짓는 II최강걸II은 경이로운 타자 속도로 미라주 컴퍼스에 무언가를 입력하고는 배웅하는 척 손을 천천히 흔들며 그 화면을 매킨토시에게 보여준다. 매킨토시 등 너머에 있는 에이신에게 보여줬다고 말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마유미!-
/직후에 완성된 매킨토시의 웃음은 조금 찌그러져 있지만, 그 자가 싫어서도, 이 상황이 당혹스러워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는 사실 기쁘다. 자신 앞에 있는 인간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임을 알았다면 바로 큰 소리로 소문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의 순수한 관심과 배려에 감사하다. 진실한 마음을 대놓고 표출하면 여러모로 곤란해지기 때문에 웃음을 억누르고 있는 것 뿐이다.
매킨토시: ..............하하.
/II최강걸II이 지나간 자리에는 저멀리에서 조용히 그들의 서로를 배웅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MK0719가 남아 있다. 그는 매킨토시와 악수를 하고는 조용히 격려의 인사를한다.
MK0719: "인도자다운" 것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마세요. II최강걸II님이 말한대로 진정한 인도자란 "길을 개척하는" 것에 있을 겁니다. 저는 매킨토시님이 멋진 플레이어가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물론 이 말도 굉장히 무례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요.
매킨토시: 아닙니다. 많은 분들께 좋은 말만 듣는 것 같습니다. 저야말로 마비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는걸요. MK0719[엠, 케이, 영칠일구]님께 신세 많이 졌습니다.
/지금까지 표정을 드러내지 않던 MK0719가 매킨토시가 자신을 부르는 방식에 조금 얼굴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MK0719: "엠케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그럼 이만.
/"아"하고 정정하려는 매킨토시의 목소리에도, 엠케이는 아랑곳않고 단지 고개를 숙여 작별인사를 하고는 바로 갈 길을 갈 뿐이다. 잠시 스쳐본 그의 얼굴은 한없이 다정하다. 매킨토시 역시 이미 로그아웃하여 사라진 엠케이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온화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한 사람 한 사람 떠나고, 이제 그와 Vv히데vV, 그리고 PMxoxo 세 사람만이 덩그러니 남아 삼자대면을 한다. 시선이 일제히 PMxoxo에게 쏠린 가운데, 네 개의 눈에 맺힌 상은 어색한 웃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푹 숙인다. 그를 부루퉁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Vv히데vV가 가장 먼저 입을 연다.
Vv히데vV: 오늘 정말 여러가지 예외 상황이 일어났어요, 모모히토 선배. 첫 번째는 갑자기 예고 없이 비가 내린 것, 두 번째는 이 게임에 접속하다가 허공에서 삐끗한 것, 그리고 세 번째는.
PMxoxo: ...나를 만난 거구나.
Vv히데vV: 맞아요.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나보다 레벨도 높지, 스킬도 두 개나 만든 상태지! 정말이지, 모모히토 선배는...!
PMxoxo: ...미안해... 하지만...
/Vv히데vV는 오리의 부리처럼 튀어나온 입으로 재차 중얼거린다.
Vv히데vV: 하지만 뭐요? 저는 다른 게 아니라 저희에게 말도 안 하고 이 게임을 혼자 하고 있었다는 게 충격적이라고요. 그렇게 저희가 못미더운가요?
PMxoxo: ...그런 의미로 그런 게 아냐. 다만... 단지...... 안 한다고 해놓고 아마미네 군과 마유미 군과 게임을 한다고 말하면.. 이상해지니까...
/서로를 마주보지 못하는 두 사람의 침묵 속에서, 마찬가지로 일련의 희한한 일들을 겪은 매킨토시가 팔짱을 끼고 그들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매킨토시: 그래서, 슈에게는 여전히 모모히토와 만난 것이 머피의 법칙의 영향권이고, 모모히토에게는 여전히 우리가 회피 대상인가?
PMxoxo: 그........ 그건.......
/Vv히데vV와 PMxoxo 모두 그의 질문에 주저한다. 두 사람 모두 처음에 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에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웠고, 때문에 서로의 정체를 알았을 때 상대를 마주보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웠다. 그러나, 한 팀이 되어 서로를 지지해주고 서로의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낀 감각이 "즐거움"임은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각자 모든 면에서 유능한 "그"의 모습, 때로는 무서운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 전부 다 보았다. 그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동료"의 모습이다. 낯선 듯 전혀 낯설지 않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새로운 기분을 선사한다. 마치 극강의 달달함 속에서 시원함을 선사하는 민트초콜릿처럼 혀 끝이 씁쓸하고 상쾌하다. 솔직히, 오늘은 그저 재미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솔직한 감상을 깨닫자, Vv히데vV는 이 상황이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 사실이 두 선배에게 발각된다면 분명히 놀림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괜히 더 심술을 부리게 된다.
Vv히데vV: ...몰라요. 저는 아직 기분이 싱숭생숭하거든요? 그러니까 모모히토 선배, 에이신 선배.
/네 개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감각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Vv히데vV는 눈을 게슴츠레 떠 그들의 시선을 최대한 차단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Vv히데vV: 내일 오후 1시에 "펭귄 마트"에서 만나요. 소류 고등학교 근처에 있는 큰 상가예요. 거기에도 『리플렉션 월드』 기기가 몇 대 있거든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내일부터 3일간 쭉 쉬는 거였는데,
Vv히데vV: 모모히토 선배를 위해 특별히 시간 내드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두 분 꼭!! 오세요. 그럼.
/Vv히데vV는 자신이 한 말에 밀려오는 수치심을 느끼는지, 가장 만만한 매킨토시의 손을 잡고는 PMxoxo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매킨토시는 뒤를 돌아 자신의 또 하나의 동료에게 장난기 어린 미소로 작별 인사를 하고는 다시 기존의 동료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매킨토시: 오~ 우리 1학년 학생회장. 많이 컸다?
Vv히데vV: 칫, 몰라요. 선배 때문에 분위기 이상해졌잖아요. 하여튼 맨날 혼자 멋진 말 다 하고, 우리만 번거로워지고.
/Vv히데vV는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뒤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엄포를 놓는다.
Vv히데vV: 알겠죠, 모모히토 선배? 내일부터는 꼭 우리 셋이서 함께 『리플렉션 월드』 하는 거예요!!! 안 나오기만 해요!!!
/PMxoxo는 조금 자신 없는 듯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매우 기쁜 듯한 얼굴로 나지막히 그의 마음을 받아주기로 한다.
PMxoxo: ...응!
-To be continued.
지금까지의
Vv히데vV
-레벨: 11
-습득한 테크닉 수: 3개
-습득한 스킬 수: 1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레이드 스테이지 1
PMxoxo
-레벨: 19
-습득한 테크닉 수: 3개
-습득한 스킬 수: 2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레이드 스테이지 1
매킨토시
-레벨: 11
-습득한 테크닉 수: 3개
-습득한 스킬 수: 1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레이드 스테이지 1
-그의 정체를 알게 된 플레이어: II최강걸II, MK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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