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리버스1999 #버틴슈나 #버나이더
*Warning: 죽음 소재
느낌은 정확하게 느낌으로만 기억되는 법.
놓쳐버린 장면에 대해 다시 처음부터 말해야 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고 이별보다 슬픈 일은 얼마든지 있어.
당신은 한결 밝은 목소리로 말했네. 낯선 기쁨은 살갗의 서늘함과 함께 그렇게 온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지만.
여태천, 잃어버린 우산
후유증
리버스 1999 버틴x슈나이더
/ 후유증
마스터, 당신이 있는 곳에는 새로운 해가 떴겠지? 매일 아침마다 말이야. 시간선이 충돌하고 뒤섞이는 마당에도 변하지 않는 법칙이라는 건 항상 존재하지. 그래, 그리운 기억 끝에는 항상 당신이 따라온다는 것, 그러나 죽은 사람은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 이런 것들 말이야.
내 변칙이 되어줘. 내가 끝, 그 너머까지도 당신을 앓을 수 있게.
슈나이더, 아침이 밝았는데도 너는 여전히 없네. 나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있고 사람들은 내게 기대하는 게 많고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그냥, 잠깐, 네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게 다야. 아마 앞으로도 가끔, 아니면 그보다는 빈번하게, 네가 떠오를 것만 같아. 어쩌면 내가 무력해질 때마다.
어쩌면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때까지 항상.
내가 마스터에게 사과해야 할까? 거짓말을 한 죄로 말이야.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그렇게 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거야. 당신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비겁하고 잔인한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 그런가. 그게 상처가 될 걸 알았던 거지. 어느 쪽으로도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면, 내가 덜 아프기를 택하기로 해버린 거야.
어때, 이제 내가 싫어졌어, 마스터? 대답 좀 해줘. 여긴 너무 조용해.
네게 사과하고 싶어. 내가 내민 우산은 내리는 비 한 방울을 막아주지 못하는 꺾이고 부러지고 찢어진 우산이었지. 너를 구해내겠다는 마음은, 선민의식이었을까? 영웅놀이? 선지자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모르겠어.
날 많이 원망하고 있겠지. 아니면 증오하지는 않을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웃기지?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해. 내 마음이 어떤 형태이든지 간에, 그래도 네게 미움받기는 싫네.
사랑이라는 게 가당키나 할까? 원망과 증오와 후회만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이런 세상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마스터 당신에게 무엇이든 남기고 오는 편이 나았을 텐데. 그게 상처일지라도 말이야. 깊은 흉터가 되게끔.
당신이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도, 더 오래 기억하지 않겠어?
슈나이더, 내게 네 심장을 남기고 갔구나.
비어있어야 할 오른쪽 가슴이 으스러질 듯 아파.
너는, 이렇게나, 고통스러웠던 거야?
+짧게 세네편 더 올릴거같아요. 프롤로그 같은거라 유독 짧음. 연작입니다.
잃어버린 우산 전문도 꼭 봐주세요. 정말 버틴슈나 같은 시에요... 하루종일 곱씹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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